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1061 - Chapter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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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여자는 손에 든 잔을 높이 들더니 원샷했다.도수 높은 술이 한잔 가득 담겨 있었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단번에 마셔버리더니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도 휘청거리거나 이런 게 없이 멀쩡했다.딱 봐도 클럽을 자주 드나드는 술고래 같았다.남자가 잘생기고 온화해 보여서인지 여자도 말이 점점 많아졌다. 아예 빈 술잔을 이준혁에게 흔들어 보이며 우쭐거렸다.“어때요.”반짝거리는 불빛이 이준혁의 조각 같은 얼굴을 더 잘생겨 보이게 했다.흠뻑 반한 듯한 여자의 눈빛에 이준혁이 느긋하게 말했다.“괜찮네요.”여자는 이준혁이 흥미를 보이자 손을 내밀며 웃었다.“약속한 거 안 잊었죠?”두 사람은 주변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둘만의 세상에 빠져 있었다.윤혜인은 몰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서야 불편한 마음을 조금 달랠 수 있었다.이준혁의 까만 눈동자는 만사에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 꿰뚫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윤혜인의 얼굴도 당연히 보았다.“잘생긴 오빠, 약속 어기면 안 돼요. 아니면 친구들 앞에서 가오 떨어지니까.”여자가 입을 삐쭉거리며 재촉했다.이준혁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금장 명함을 하나 꺼냈다. 여자가 손을 내밀어 받으려는데 이준혁이 손을 뒤로 젖혔다.“아이, 오빠... 줘요...”여자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말투로 애교를 부렸다. 남자를 많이 만나본지라 겉보기에 점잖을수록 속은 더 변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어떻게 유혹해야 하는지도 빠삭했다.눈앞에 앉은 남자는 딱 봐도 신분이 남달라 보였다. 여자는 어떻게든 제일 자신감 있고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남자를 손에 넣으려 했다.여자는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줘요... 네? 이리 줘요...”속이 빤히 말투가 사람을 매우 불쾌하게 했다. 당장이라도 옷을 홀딱 벗을 것처럼 말이다.윤혜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앞으로 성큼 다가가 이준혁 옆에 앉았다. 이렇게 바짝 다가와 앉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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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이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은 남자가 관심을 보이는데 당연히 기회를 잡아야 했다.“잘생긴 오빠. 나 오늘 바로 옆 호텔에서 자는데.”여자는 손으로 전화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매혹적인 눈빛으로 말했다.“끝나면 전화할게요.”이준혁은 가볍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묵인한 것처럼 보였다.윤혜인은 손톱을 사정없이 뜯어서 너무 아팠다. 마음속으로는 이준혁이 일부러 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여자에게 손을 댔다는 생각에 속이 메슥거렸다.지금 이 순간까지 이준혁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멍청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이준혁은 일부러 윤혜인 옆에 앉는 걸 택했다. 윤혜인이 똑똑히 보고 실망하게 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선택한 방법이 너무 치사했다.여자는 만족스러운 답안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갔다. 가던 중에 일부러 윤혜인 옆으로 지나가며 윤혜인의 신발을 밟았다.여자는 하이힐을 신었고 갑자기 밟은 터라 피할 길이 없었던 윤혜인은 고통에 낮게 비명을 질렀다.여자는 사과는커녕 도발하듯 웃으며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거기 서요.”윤혜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여자를 불러세웠다.여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무슨 일이죠?”“나 밟았잖아요.”윤혜인이 말했다.“내가요?”여자는 그런 윤혜인이 우습다는 듯 인정하지 않았다.“이봐요. 왜 애꿎은 사람을 모함하고 그래요. 밟았다면 나도 느낌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윤혜인이 신은 신발은 까만색 소가죽 신발이었고 밑창이 폭신했다. 임신한 후로 신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고 무조건 편한 신발이어야 했다. 신축성이 좋은 소가죽이었기에 밟혀도 빠르게 원래 모양으로 돌아와 밟아도 흔적이 남지 않았다.여자도 이를 알아챘기에 잡아떼고 있었다.여자는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이봐요, 언니. 아까 저 잘생긴 오빠가 나랑 대화 좀 했다고 질투하나 본데 이해해요. 그래도 이렇게 사람을 함부로 모함하면 안 되죠.”“?”윤혜인은 말문이 막혔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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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이준혁이 술잔을 만지작거리더니 느긋하게 말했다.“오해한 거 가지고 뭘 그렇게 각박하게 굴어. 불쌍해 보이는데 너무 그러지 마.”이 말에 윤혜인은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었다.윤혜인이 아무리 성격이 좋다 해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하여 얼른 양말을 벗어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웃었다.“이래도 오해에요?”발등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심지어 어떤 곳은 피멍이 들기도 했다.사실 잠깐 밟고 지나간 거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금 빨갛게 달아오르거나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윤혜인은 워낙 살이 뽀얗고 연했다. 발도 눈처럼 하얗고 보들보들했다.하여 조금만 부딪쳐도 상처가 오래 남았다.클럽에서 신발을 벗는 게 퍽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발을 쳐다보는 것도 싫어서 얼른 신발을 다시 신었다.여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살짝 밟았다가 뗐을 뿐인데 저렇게 자국이 남았을 줄은 몰랐다.이에 여자도 어쩔 수 없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정말 몰랐어요. 오해에요.”“사과해요.”윤혜인은 쓸데없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하여 이 네 글자 외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자가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이준혁을 돌아봤다.이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왠지 모를 한기를 느꼈다. 시베리아라도 온 것처럼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여자는 그제야 울먹이며 말했다.“미안해요. 언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너그럽게 봐주세요...”여자는 말 한마디에 피해자가 되었다. 어떻게 해야 남자가 불쌍하게 여길지 잘 아는 것 같았다.윤혜인의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자 거기에 맞춰 바닥에 무릎까지 꿇었다.“언니, 이래도 화가 안 풀리면 머리라도 조아릴게요. 그러면 되는 거죠?”윤혜인은 종잡을 수 없는 여자의 행동에 넋을 잃었다.그저 사과를 바랐을 뿐인데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는지 알 수 없었다.주변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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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진희은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진씨에 이름은 희은이요.”“진희은.”이준혁이 입꼬리를 당기더니 말했다.“이름 괜찮네.”이준혁이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부르더니 블랙 카드를 보여주며 진희은을 가리켰다.“이 아가씨에게 회원 카드 한 장 만들어줘요.”진희은은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KB 클럽의 회원 카드를 한 장 만들려면 자산이 몇천억을 넘어야 했다. KB 산하에는 커피숍과 고급 레스토랑, 그리고 클럽이 있었는데 회원 카드 한 장으로 프리패스 할 수 있었다.그리고 반드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예약할 수 있었다. 이 KB 회원 카드는 돈의 상징일뿐더러 체면을 세울 수 있는 도구기도 했다.많은 사람이 꿈에도 그리는 카드였고 여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생에 그 카드를 손에 넣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진희은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높은 목소리로 두서없이 말했다.“오빠, 너무 고마워요. 진짜 너무 고마워요...”이준혁이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이제 가봐요.”진희은이 기쁜 마음으로 웨이터를 따라 카드를 만들러 갔다. 가기 전 이준혁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윤혜인을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 눈빛에 윤혜인은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다.윤혜인은 여자가 카드가 없다는 걸 알고 그걸로 사과를 받아냈다. 그런데 이준혁이 바로 여자에게 카드를 만들어준 것이다.이건 윤혜인의 체면을 구겼을뿐더러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윤혜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치 파리라도 삼킨 것처럼 속이 불편했다.“준혁 씨, 설마 내 말 못 믿어서 그래요?”윤혜인이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이준혁은 여전히 윤혜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저 느긋하게 이렇게 말했다.“윤혜인. 오버하지 마.”윤혜인은 이런 상황이 너무 황당했다. 그런 이준혁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녀가 그를 포기할 수 있다면 더 큰 상처도 서슴없이 줄 것 같았다.더는 앉아 있기 힘들었던 윤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변지호가 친구를 데리고 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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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순간 약간의 한기가 몸을 파고들었다. 그 한기는 어딘가 낯설면서도 무서웠다.“이... 이거 놔요...”윤혜인은 그 사람의 품에 갇힌 채 온 힘을 다해 웅얼댔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발버둥 쳤지만 그 사람의 힘이 너무 세서 뿌리칠 수가 없었다.사회자가 어둠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사랑을 속삭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 포옹이라고 하죠. 이 사랑은 가족 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이성과의 사랑일 수도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밤에 따듯함으로 가득한 포옹을 나누며 모든 불쾌함을 떨쳐버리길 바랍니다.”“윽... 윽...”윤혜인이 다시 웅얼거렸지만 남자의 포옹에 묻히고 말았다. 남자의 품은 마치 자석처럼 그녀의 몸을 바짝 끌어당기고 있었다.마치 그녀를 몸에 녹여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꽉 끌어안았다.카운트다운이 끝날 때쯤 윤혜인을 옥죄던 힘이 사라졌다.탁.클럽이 다시 밝아졌다.윤혜인의 시선은 이준혁이 앉은 자리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엔 수줍음 가득한 얼굴이 보였다.진희은은 언제 이준혁 옆으로 간 건지 팔을 주무르며 애교를 부렸다.“오빠, 너무 꽉 안아서 팔이 아파...”윤혜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숨이 잘 올라오지 않았다.안경을 낀 남자가 바짝 다가오더니 말했다.“윤혜인 씨, 미안해요. 아까는...”윤혜인이 화를 냈다.“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지 않은 스킨십은 실례에요.”소리가 너무 컸는지 주변 사람들이 동작을 멈췄다.변지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혜인아, 왜 그래?”“아저씨, 즐거운 시간 보내요. 저는 몸이 안 좋아서 이만 가볼게요.”변지호는 윤혜인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 억지로 남기지는 않았다.“그래, 운전기사 불러줄게.”“아니에요. 아저씨. 저도 기사님 데려왔어요.”윤혜인이 클럽에서 나가고 변지호는 안경 낀 젊은이에게 엄숙하게 물었다.“자네가 우리 혜인이 기분 잡치게 한 건가?”젊은이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우물쭈물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변지호가 바로 알아채고 이렇게 물었다.“설마 아까 혜인이 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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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내일 윤혜인에게 직접 사과할 생각이었다. 아저씨가 돼서 안목이 이 정도로 후지니 윤혜인을 볼 면목이 없었다.안경 낀 남자는 변지호가 불같이 화를 내자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잠깐만.”변지호가 그를 불러세웠다.안경 낀 남자는 변지호가 마음이 약해진 줄 알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아저씨...”“혜인이가 준 명함 내려놓고 가.”변지호가 말했다.“...”안경 낀 남자는 내키지 않았지만 명함을 내려놓는 수밖에 없었다.변지호가 다른 한 명에게도 이렇게 말했다.“너도 내려놔. 제대로 된 남자가 없어.”“아저씨. 저는... 저는 잘못한 거 없어요.”다른 한 명이 억울하다는 듯 아우성쳤다.변지호가 코웃음 쳤다.“너희 둘, 평소에 붙어 다니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너도 똑같아.”“...”남자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변지호에겐 연륜에서 묻어난 노련함이 있었다. 두 사람은 겉모습은 멀쩡했지만 집에 돈이 많다는 걸 빌미로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다.다른 한 명도 명함을 내려놓고 안경 낀 남자와 함께 얼른 클럽을 빠져나갔다.옆에 앉아 있던 이준혁도 자리에서 일어나 변지호에게 인사했다.“그러면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변지호는 이준혁과 이준혁 뒤에 선 발랑 까진 여자를 보며 아까보다는 다소 썰렁한 말투로 말했다.“그래. 가봐.”아까 이준혁이 변지호의 뜻을 거슬러서 그런지 변지호의 태도는 아까보다 많이 냉랭해졌다.변지호는 자기 사람을 매우 챙기는 편이었다. 전에 윤혜인의 아버지와는 생사를 같이 한 좋은 형제였다. 하여 윤혜인은 변지호에게 딸과도 다름없는 존재였다.전에 예술 전시회에서 이준혁을 만나고 서로 생각이 잘 맞다고 생각했지만 윤혜인을 냉대하는 걸 보고 변지호도 바로 태도를 바꿨다.이준혁은 변지호의 뜻을 알아채지 못한 건지 아니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지 자리에 앉은 채 가지 않았다.변지호는 전에 이준혁을 좋게 봤다. 돌싱이라는 건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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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한약 주머니를 떠올리자 문득 아까 누군가의 품에 안겼을 때 은은하게 풍겼던 약 냄새가 떠올랐다.그녀를 안은 게 이준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건 진희은 때문만은 아니었다. 체격은 비슷했지만 품이 매우 차가웠기 때문이다.이준혁은 겨울이든 여름이든 몸이 매우 난로처럼 뜨거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몸에서는 늘 우드 향이 났기에 알아채기 쉬었다.모르는 사람에게 안겼다는 것만 생각하면 윤혜인은 다시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화장실에 나오는 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한 남자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너 아까 왜 그랬어. 하필 윤혜인을 안는 바람에 나까지 나락으로 갔잖아.”그 남자의 목소리에 대답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반응이 그렇게 클 줄 알았나. 이혼까지 한 여자가 나처럼 어린 남자를 보면 환장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남은 건 뼈밖에 없어서 안고도 여자가 아닌 줄 알았어. 꼴값 떨기는.”윤혜인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자가 아까 변지호가 소개해 줬던 재벌 집 아들이라는 걸 알아챘다.그중 한 명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네가 그 여자를 안은 거라면 뒤에서 나를 안은 사람은 누구지?”“쯧. 너를 안은 사람이 있었어?”“그래. 젠장. 동그란 목걸이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안으니까 엄청 거슬리더라고. 여자 같지는 않았어. 어떤 남자가 나를 안은 건지 모르겠네.”“동그란 목걸이?”안경 낀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뒤에서 다른 한 명을 꼭 끌어안았다.남자가 당황해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미쳤어? 역겹게 뭐 하는 거야? 안긴 왜 안아? 나 여자 좋아해.”안경을 낀 남자가 덤덤하게 물었다.“아직도 거슬려?”남자가 동작을 멈추더니 그 포옹에 집중했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안경 낀 남자가 셔츠에서 해골 모양의 목걸이를 꺼내며 말했다.“설마 이거 말하는 거 아니지?”다른 한 명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입을 크게 벌렸다.“아까 나를 안은 게 너야?”안경 낀 남자가 그를 놓아주더니 꿀밤을 세게 내리쳤다.“아까 얘기하지. 아저씨한테 욕 얻어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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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진희은은 방금 이준혁 때문에 친구와 싸웠다. 친구는 이준혁이 명함을 주는 걸 봤다고 했지만 진희은은 받은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진희은의 말을 믿지 않은 친구가 귀싸대기를 두 방 날리며 명함을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진희은이 그걸 줄 리가 없었다.신분 상승할 유일한 기회였다.말로는 친구였지만 사실 진희은은 개처럼 부림을 받고 있었다.친구는 집안이 부유했기에 진희은보다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KB 클럽을 데리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도 쉽게 찾았다.진희은은 돈이 없었기에 친구의 시다바리를 들 수밖에 없었다. 잘생긴 남자를 만나면 진희은이 가서 연락처를 얻어내 친구에게 알려줬다. 거의 오작교나 다름없었다.늙고 못생긴 남자여야 진희은에게 기회가 주어졌다.진희은은 이 남자만 잡으면 그런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지금 KB 클럽 회원 카드도 생겼으니 앞으로 이 카드로 재벌 행세를 하고 다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카드 하나도 못 구하는 친구는 이제 진희은에게 같은 급이 될 수 없었다.하여 친구와 싸훈 후 바로 클럽 측에 친구를 고발했다. 카드도 없는데 아는 사람을 찾아서 들어온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클럽 측은 친구의 사진을 찍었고 보디가드에게 끌어내라고 했다.친구는 영원히 KB 클럽과 산하의 기타 장소에 드나들지 못할 것이다.진희은은 친구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저주를 퍼붓던 모습이 떠올랐다. 십 년 묵은 체증이 한순간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오빠 때문에 친구한테 이렇게 맞은 거예요...”진희은은 얼굴을 감싸 쥔 채 마치 피해자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를 꾸며 남자에게 들려줬다. 앞에서 걷고 있는 남자는 이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걸음도 멈추지 않고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진희은은 남자의 떡 벌어진 어깨를 바라보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정말 너무 설렜다.이렇게 잘생긴 남자와 대화를 나눠본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 함께 보낸 기묘한 밤이 영영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이 남자를 꽉 잡고 싶었다.“오빠...”진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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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이준혁은 성큼성큼 주차장으로 향했다. 몸이 아파지기 시작했다.오늘 여기 너무 오래 앉아 있은 탓에 약욕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차에서 기다리던 주훈은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모르는 번호였다.[주훈 오빠. 진희은이에요.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이 번호가 내 번호에요.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기회 되면 내가 밥 살게요.]주훈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바로 그 번호를 차단했다. 곁눈질로 이준혁이 오는 걸 보고 얼른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줬다.손끝이 문고리에 닿는 순간 주훈이 들릴까 말까 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군가 미행하고 있습니다.이준혁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라타려 했다.그때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러세웠다.“이준혁 씨.”몸을 돌리자마자 누군가 품속에 폭 안겼다.윤혜인이 머리를 이준혁의 품에 파묻은 채 셔츠의 옷감과 은은한 약 냄새, 그리고 차가운 몸을 느꼈다.모든 게 다 들어맞았다. 아까 클럽에서 그녀를 안은 건 이준혁이었다.윤혜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이준혁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동자는 아무런 정서도 읽어낼 수 없었다.알아내고 싶은 걸 알아낸 윤혜인은 심장이 쿵쾅거렸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눈시울도 빨개졌다.“준혁 씨.”윤혜인이 가볍게 불렀다. 팔은 여전히 이준혁을 감싸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맞죠? 아까 클럽에서 나 안은 거 준혁 씨 맞잖아요.”주훈은 자기가 투명 인간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는 조용히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뒷걸음질 쳤다.이준혁의 얼굴은 여전히 차가웠고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윤혜인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이준혁의 가시 돋친 말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눈물이 눈 앞을 가려 이준혁의 차가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에서 전해지는 느낌만은 확실했다.여러 가지 단서가 모이자 윤혜인은 이준혁이 자기를 버렸다는 걸 더는 믿을 수 없었다.윤혜인은 이준혁의 셔츠를 꼭 잡고 울먹였다.“아름이가 그러더라고요. 그날 아름이를 민 건 혹시나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힐까 봐 그랬다고. 오해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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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관심하는 듯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윤혜인의 머리에 문제가 생겨 환각이 보인다는 말이었다.이준혁은 그의 허리에 올려진 윤혜인의 손을 힘껏 뜯어냈다. 윤혜인이 아프지 않을지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그러더니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윤혜인.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어. 헤어질 때 알아듣게 잘 말했잖아. 그러면 그대로 물러나는 게 예의야. 내 말이 어려워?”그가 내뱉은 말은 윤혜인에게 고문이나 다름없었다.윤혜인의 손은 이준혁이 억지로 뜯어내는 바람에 너무 아팠다. 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싸우고 있었다.긍정적인 생각은 꿋꿋이 버티라고, 초심을 잃지 말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라고 했다. 이준혁이 겪고 있는 고통이 윤혜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수도 있다고 말이다.부정적인 생각은 윤혜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 이제 더는 사랑하지 않으니 오해하지 말라고, 아니면 결국 꼴이 우스워질뿐더러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결국 긍정적인 생각이 이겼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볼 생각이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사람이 쉽게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처럼 쉽게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윤혜인은 이준혁의 팔을 덥석 잡더니 꿋꿋하게 말했다.“준혁 씨, 약속해요.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신께 맹세해요.”이준혁의 눈빛이 어딘가 언짢아 보였다. 그런 윤혜인을 유치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윤혜인은 이 방법이 유치한 걸 알지만 이게 제일 효과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맹세해요.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아니면...”윤혜인이 이준혁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며 우렁차게 말했다.“나 윤혜인은 온몸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죽을 거라고요.”저주는 악독하기 그지없었다. 스스로 이런 저주를 퍼붓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윤혜인은 이준혁을 잘 알았다. 이런 방법을 써야만 이준혁의 진심을 알아낼 수 있었다.윤혜인은 이준혁의 표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이준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맹세하면 다시는 질척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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