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61화

Author: 이한나
여자는 손에 든 잔을 높이 들더니 원샷했다.

도수 높은 술이 한잔 가득 담겨 있었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단번에 마셔버리더니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도 휘청거리거나 이런 게 없이 멀쩡했다.

딱 봐도 클럽을 자주 드나드는 술고래 같았다.

남자가 잘생기고 온화해 보여서인지 여자도 말이 점점 많아졌다. 아예 빈 술잔을 이준혁에게 흔들어 보이며 우쭐거렸다.

“어때요.”

반짝거리는 불빛이 이준혁의 조각 같은 얼굴을 더 잘생겨 보이게 했다.

흠뻑 반한 듯한 여자의 눈빛에 이준혁이 느긋하게 말했다.

“괜찮네요.”

여자는 이준혁이 흥미를 보이자 손을 내밀며 웃었다.

“약속한 거 안 잊었죠?”

두 사람은 주변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둘만의 세상에 빠져 있었다.

윤혜인은 몰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서야 불편한 마음을 조금 달랠 수 있었다.

이준혁의 까만 눈동자는 만사에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 꿰뚫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윤혜인의 얼굴도 당연히 보았다.

“잘생긴 오빠, 약속 어기면 안 돼요. 아니면 친구들 앞에서 가오 떨어지니까.”

여자가 입을 삐쭉거리며 재촉했다.

이준혁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금장 명함을 하나 꺼냈다. 여자가 손을 내밀어 받으려는데 이준혁이 손을 뒤로 젖혔다.

“아이, 오빠... 줘요...”

여자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말투로 애교를 부렸다. 남자를 많이 만나본지라 겉보기에 점잖을수록 속은 더 변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어떻게 유혹해야 하는지도 빠삭했다.

눈앞에 앉은 남자는 딱 봐도 신분이 남달라 보였다. 여자는 어떻게든 제일 자신감 있고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남자를 손에 넣으려 했다.

여자는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줘요... 네? 이리 줘요...”

속이 빤히 말투가 사람을 매우 불쾌하게 했다. 당장이라도 옷을 홀딱 벗을 것처럼 말이다.

윤혜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앞으로 성큼 다가가 이준혁 옆에 앉았다. 이렇게 바짝 다가와 앉은 이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2화

    이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은 남자가 관심을 보이는데 당연히 기회를 잡아야 했다.“잘생긴 오빠. 나 오늘 바로 옆 호텔에서 자는데.”여자는 손으로 전화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매혹적인 눈빛으로 말했다.“끝나면 전화할게요.”이준혁은 가볍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묵인한 것처럼 보였다.윤혜인은 손톱을 사정없이 뜯어서 너무 아팠다. 마음속으로는 이준혁이 일부러 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여자에게 손을 댔다는 생각에 속이 메슥거렸다.지금 이 순간까지 이준혁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멍청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이준혁은 일부러 윤혜인 옆에 앉는 걸 택했다. 윤혜인이 똑똑히 보고 실망하게 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선택한 방법이 너무 치사했다.여자는 만족스러운 답안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갔다. 가던 중에 일부러 윤혜인 옆으로 지나가며 윤혜인의 신발을 밟았다.여자는 하이힐을 신었고 갑자기 밟은 터라 피할 길이 없었던 윤혜인은 고통에 낮게 비명을 질렀다.여자는 사과는커녕 도발하듯 웃으며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거기 서요.”윤혜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여자를 불러세웠다.여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무슨 일이죠?”“나 밟았잖아요.”윤혜인이 말했다.“내가요?”여자는 그런 윤혜인이 우습다는 듯 인정하지 않았다.“이봐요. 왜 애꿎은 사람을 모함하고 그래요. 밟았다면 나도 느낌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윤혜인이 신은 신발은 까만색 소가죽 신발이었고 밑창이 폭신했다. 임신한 후로 신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고 무조건 편한 신발이어야 했다. 신축성이 좋은 소가죽이었기에 밟혀도 빠르게 원래 모양으로 돌아와 밟아도 흔적이 남지 않았다.여자도 이를 알아챘기에 잡아떼고 있었다.여자는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이봐요, 언니. 아까 저 잘생긴 오빠가 나랑 대화 좀 했다고 질투하나 본데 이해해요. 그래도 이렇게 사람을 함부로 모함하면 안 되죠.”“?”윤혜인은 말문이 막혔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 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3화

    이준혁이 술잔을 만지작거리더니 느긋하게 말했다.“오해한 거 가지고 뭘 그렇게 각박하게 굴어. 불쌍해 보이는데 너무 그러지 마.”이 말에 윤혜인은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었다.윤혜인이 아무리 성격이 좋다 해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하여 얼른 양말을 벗어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웃었다.“이래도 오해에요?”발등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심지어 어떤 곳은 피멍이 들기도 했다.사실 잠깐 밟고 지나간 거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금 빨갛게 달아오르거나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윤혜인은 워낙 살이 뽀얗고 연했다. 발도 눈처럼 하얗고 보들보들했다.하여 조금만 부딪쳐도 상처가 오래 남았다.클럽에서 신발을 벗는 게 퍽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발을 쳐다보는 것도 싫어서 얼른 신발을 다시 신었다.여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살짝 밟았다가 뗐을 뿐인데 저렇게 자국이 남았을 줄은 몰랐다.이에 여자도 어쩔 수 없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정말 몰랐어요. 오해에요.”“사과해요.”윤혜인은 쓸데없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하여 이 네 글자 외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자가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이준혁을 돌아봤다.이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왠지 모를 한기를 느꼈다. 시베리아라도 온 것처럼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여자는 그제야 울먹이며 말했다.“미안해요. 언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너그럽게 봐주세요...”여자는 말 한마디에 피해자가 되었다. 어떻게 해야 남자가 불쌍하게 여길지 잘 아는 것 같았다.윤혜인의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자 거기에 맞춰 바닥에 무릎까지 꿇었다.“언니, 이래도 화가 안 풀리면 머리라도 조아릴게요. 그러면 되는 거죠?”윤혜인은 종잡을 수 없는 여자의 행동에 넋을 잃었다.그저 사과를 바랐을 뿐인데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는지 알 수 없었다.주변 사람들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4화

    진희은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진씨에 이름은 희은이요.”“진희은.”이준혁이 입꼬리를 당기더니 말했다.“이름 괜찮네.”이준혁이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부르더니 블랙 카드를 보여주며 진희은을 가리켰다.“이 아가씨에게 회원 카드 한 장 만들어줘요.”진희은은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KB 클럽의 회원 카드를 한 장 만들려면 자산이 몇천억을 넘어야 했다. KB 산하에는 커피숍과 고급 레스토랑, 그리고 클럽이 있었는데 회원 카드 한 장으로 프리패스 할 수 있었다.그리고 반드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예약할 수 있었다. 이 KB 회원 카드는 돈의 상징일뿐더러 체면을 세울 수 있는 도구기도 했다.많은 사람이 꿈에도 그리는 카드였고 여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생에 그 카드를 손에 넣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진희은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높은 목소리로 두서없이 말했다.“오빠, 너무 고마워요. 진짜 너무 고마워요...”이준혁이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이제 가봐요.”진희은이 기쁜 마음으로 웨이터를 따라 카드를 만들러 갔다. 가기 전 이준혁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윤혜인을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 눈빛에 윤혜인은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다.윤혜인은 여자가 카드가 없다는 걸 알고 그걸로 사과를 받아냈다. 그런데 이준혁이 바로 여자에게 카드를 만들어준 것이다.이건 윤혜인의 체면을 구겼을뿐더러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윤혜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치 파리라도 삼킨 것처럼 속이 불편했다.“준혁 씨, 설마 내 말 못 믿어서 그래요?”윤혜인이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이준혁은 여전히 윤혜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저 느긋하게 이렇게 말했다.“윤혜인. 오버하지 마.”윤혜인은 이런 상황이 너무 황당했다. 그런 이준혁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녀가 그를 포기할 수 있다면 더 큰 상처도 서슴없이 줄 것 같았다.더는 앉아 있기 힘들었던 윤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변지호가 친구를 데리고 안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5화

    순간 약간의 한기가 몸을 파고들었다. 그 한기는 어딘가 낯설면서도 무서웠다.“이... 이거 놔요...”윤혜인은 그 사람의 품에 갇힌 채 온 힘을 다해 웅얼댔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발버둥 쳤지만 그 사람의 힘이 너무 세서 뿌리칠 수가 없었다.사회자가 어둠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사랑을 속삭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 포옹이라고 하죠. 이 사랑은 가족 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이성과의 사랑일 수도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밤에 따듯함으로 가득한 포옹을 나누며 모든 불쾌함을 떨쳐버리길 바랍니다.”“윽... 윽...”윤혜인이 다시 웅얼거렸지만 남자의 포옹에 묻히고 말았다. 남자의 품은 마치 자석처럼 그녀의 몸을 바짝 끌어당기고 있었다.마치 그녀를 몸에 녹여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꽉 끌어안았다.카운트다운이 끝날 때쯤 윤혜인을 옥죄던 힘이 사라졌다.탁.클럽이 다시 밝아졌다.윤혜인의 시선은 이준혁이 앉은 자리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엔 수줍음 가득한 얼굴이 보였다.진희은은 언제 이준혁 옆으로 간 건지 팔을 주무르며 애교를 부렸다.“오빠, 너무 꽉 안아서 팔이 아파...”윤혜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숨이 잘 올라오지 않았다.안경을 낀 남자가 바짝 다가오더니 말했다.“윤혜인 씨, 미안해요. 아까는...”윤혜인이 화를 냈다.“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지 않은 스킨십은 실례에요.”소리가 너무 컸는지 주변 사람들이 동작을 멈췄다.변지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혜인아, 왜 그래?”“아저씨, 즐거운 시간 보내요. 저는 몸이 안 좋아서 이만 가볼게요.”변지호는 윤혜인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 억지로 남기지는 않았다.“그래, 운전기사 불러줄게.”“아니에요. 아저씨. 저도 기사님 데려왔어요.”윤혜인이 클럽에서 나가고 변지호는 안경 낀 젊은이에게 엄숙하게 물었다.“자네가 우리 혜인이 기분 잡치게 한 건가?”젊은이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우물쭈물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변지호가 바로 알아채고 이렇게 물었다.“설마 아까 혜인이 안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6화

    내일 윤혜인에게 직접 사과할 생각이었다. 아저씨가 돼서 안목이 이 정도로 후지니 윤혜인을 볼 면목이 없었다.안경 낀 남자는 변지호가 불같이 화를 내자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잠깐만.”변지호가 그를 불러세웠다.안경 낀 남자는 변지호가 마음이 약해진 줄 알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아저씨...”“혜인이가 준 명함 내려놓고 가.”변지호가 말했다.“...”안경 낀 남자는 내키지 않았지만 명함을 내려놓는 수밖에 없었다.변지호가 다른 한 명에게도 이렇게 말했다.“너도 내려놔. 제대로 된 남자가 없어.”“아저씨. 저는... 저는 잘못한 거 없어요.”다른 한 명이 억울하다는 듯 아우성쳤다.변지호가 코웃음 쳤다.“너희 둘, 평소에 붙어 다니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너도 똑같아.”“...”남자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변지호에겐 연륜에서 묻어난 노련함이 있었다. 두 사람은 겉모습은 멀쩡했지만 집에 돈이 많다는 걸 빌미로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다.다른 한 명도 명함을 내려놓고 안경 낀 남자와 함께 얼른 클럽을 빠져나갔다.옆에 앉아 있던 이준혁도 자리에서 일어나 변지호에게 인사했다.“그러면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변지호는 이준혁과 이준혁 뒤에 선 발랑 까진 여자를 보며 아까보다는 다소 썰렁한 말투로 말했다.“그래. 가봐.”아까 이준혁이 변지호의 뜻을 거슬러서 그런지 변지호의 태도는 아까보다 많이 냉랭해졌다.변지호는 자기 사람을 매우 챙기는 편이었다. 전에 윤혜인의 아버지와는 생사를 같이 한 좋은 형제였다. 하여 윤혜인은 변지호에게 딸과도 다름없는 존재였다.전에 예술 전시회에서 이준혁을 만나고 서로 생각이 잘 맞다고 생각했지만 윤혜인을 냉대하는 걸 보고 변지호도 바로 태도를 바꿨다.이준혁은 변지호의 뜻을 알아채지 못한 건지 아니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지 자리에 앉은 채 가지 않았다.변지호는 전에 이준혁을 좋게 봤다. 돌싱이라는 건 들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7화

    한약 주머니를 떠올리자 문득 아까 누군가의 품에 안겼을 때 은은하게 풍겼던 약 냄새가 떠올랐다.그녀를 안은 게 이준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건 진희은 때문만은 아니었다. 체격은 비슷했지만 품이 매우 차가웠기 때문이다.이준혁은 겨울이든 여름이든 몸이 매우 난로처럼 뜨거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몸에서는 늘 우드 향이 났기에 알아채기 쉬었다.모르는 사람에게 안겼다는 것만 생각하면 윤혜인은 다시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화장실에 나오는 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한 남자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너 아까 왜 그랬어. 하필 윤혜인을 안는 바람에 나까지 나락으로 갔잖아.”그 남자의 목소리에 대답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반응이 그렇게 클 줄 알았나. 이혼까지 한 여자가 나처럼 어린 남자를 보면 환장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남은 건 뼈밖에 없어서 안고도 여자가 아닌 줄 알았어. 꼴값 떨기는.”윤혜인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자가 아까 변지호가 소개해 줬던 재벌 집 아들이라는 걸 알아챘다.그중 한 명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네가 그 여자를 안은 거라면 뒤에서 나를 안은 사람은 누구지?”“쯧. 너를 안은 사람이 있었어?”“그래. 젠장. 동그란 목걸이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안으니까 엄청 거슬리더라고. 여자 같지는 않았어. 어떤 남자가 나를 안은 건지 모르겠네.”“동그란 목걸이?”안경 낀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뒤에서 다른 한 명을 꼭 끌어안았다.남자가 당황해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미쳤어? 역겹게 뭐 하는 거야? 안긴 왜 안아? 나 여자 좋아해.”안경을 낀 남자가 덤덤하게 물었다.“아직도 거슬려?”남자가 동작을 멈추더니 그 포옹에 집중했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안경 낀 남자가 셔츠에서 해골 모양의 목걸이를 꺼내며 말했다.“설마 이거 말하는 거 아니지?”다른 한 명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입을 크게 벌렸다.“아까 나를 안은 게 너야?”안경 낀 남자가 그를 놓아주더니 꿀밤을 세게 내리쳤다.“아까 얘기하지. 아저씨한테 욕 얻어먹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8화

    진희은은 방금 이준혁 때문에 친구와 싸웠다. 친구는 이준혁이 명함을 주는 걸 봤다고 했지만 진희은은 받은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진희은의 말을 믿지 않은 친구가 귀싸대기를 두 방 날리며 명함을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진희은이 그걸 줄 리가 없었다.신분 상승할 유일한 기회였다.말로는 친구였지만 사실 진희은은 개처럼 부림을 받고 있었다.친구는 집안이 부유했기에 진희은보다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KB 클럽을 데리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도 쉽게 찾았다.진희은은 돈이 없었기에 친구의 시다바리를 들 수밖에 없었다. 잘생긴 남자를 만나면 진희은이 가서 연락처를 얻어내 친구에게 알려줬다. 거의 오작교나 다름없었다.늙고 못생긴 남자여야 진희은에게 기회가 주어졌다.진희은은 이 남자만 잡으면 그런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지금 KB 클럽 회원 카드도 생겼으니 앞으로 이 카드로 재벌 행세를 하고 다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카드 하나도 못 구하는 친구는 이제 진희은에게 같은 급이 될 수 없었다.하여 친구와 싸훈 후 바로 클럽 측에 친구를 고발했다. 카드도 없는데 아는 사람을 찾아서 들어온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클럽 측은 친구의 사진을 찍었고 보디가드에게 끌어내라고 했다.친구는 영원히 KB 클럽과 산하의 기타 장소에 드나들지 못할 것이다.진희은은 친구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저주를 퍼붓던 모습이 떠올랐다. 십 년 묵은 체증이 한순간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오빠 때문에 친구한테 이렇게 맞은 거예요...”진희은은 얼굴을 감싸 쥔 채 마치 피해자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를 꾸며 남자에게 들려줬다. 앞에서 걷고 있는 남자는 이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걸음도 멈추지 않고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진희은은 남자의 떡 벌어진 어깨를 바라보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정말 너무 설렜다.이렇게 잘생긴 남자와 대화를 나눠본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 함께 보낸 기묘한 밤이 영영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이 남자를 꽉 잡고 싶었다.“오빠...”진희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9화

    이준혁은 성큼성큼 주차장으로 향했다. 몸이 아파지기 시작했다.오늘 여기 너무 오래 앉아 있은 탓에 약욕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차에서 기다리던 주훈은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모르는 번호였다.[주훈 오빠. 진희은이에요.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이 번호가 내 번호에요.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기회 되면 내가 밥 살게요.]주훈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바로 그 번호를 차단했다. 곁눈질로 이준혁이 오는 걸 보고 얼른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줬다.손끝이 문고리에 닿는 순간 주훈이 들릴까 말까 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군가 미행하고 있습니다.이준혁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라타려 했다.그때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러세웠다.“이준혁 씨.”몸을 돌리자마자 누군가 품속에 폭 안겼다.윤혜인이 머리를 이준혁의 품에 파묻은 채 셔츠의 옷감과 은은한 약 냄새, 그리고 차가운 몸을 느꼈다.모든 게 다 들어맞았다. 아까 클럽에서 그녀를 안은 건 이준혁이었다.윤혜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이준혁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동자는 아무런 정서도 읽어낼 수 없었다.알아내고 싶은 걸 알아낸 윤혜인은 심장이 쿵쾅거렸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눈시울도 빨개졌다.“준혁 씨.”윤혜인이 가볍게 불렀다. 팔은 여전히 이준혁을 감싸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맞죠? 아까 클럽에서 나 안은 거 준혁 씨 맞잖아요.”주훈은 자기가 투명 인간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는 조용히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뒷걸음질 쳤다.이준혁의 얼굴은 여전히 차가웠고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윤혜인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이준혁의 가시 돋친 말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눈물이 눈 앞을 가려 이준혁의 차가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에서 전해지는 느낌만은 확실했다.여러 가지 단서가 모이자 윤혜인은 이준혁이 자기를 버렸다는 걸 더는 믿을 수 없었다.윤혜인은 이준혁의 셔츠를 꼭 잡고 울먹였다.“아름이가 그러더라고요. 그날 아름이를 민 건 혹시나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힐까 봐 그랬다고. 오해해서

Latest chapter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0화

    이준혁은 육경한이 뭐라 반박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해도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소원 씨가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넌 지금 뭐 하는데? 아이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게 소원 씨에게 얼마나 큰 상처일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네 아이도 그럴 거야. 아이한테 엄마를 만나고 싶은지 직접 물어본 적은 있어?”이준혁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육경한의 마음에 와닿았다.유진이는 비록 겉으로 아빠에게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했다. 매일 집에서 침울한 모습으로 조용히 지낼 뿐이었다.유진이는 그를 두려워했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말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도 많았기에 이를 지켜보는 집사들조차 걱정할 정도였다.이준혁은 그의 표정만 봐도 자신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감정은 그도 아버지가 된 후에야 깨닫게 된 것들이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었다.“경한아, 후회할 일 만들지 마.”그는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친구로서 육경한이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걸 막고 싶었다. 그렇게 계속 가다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원망을 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면 결국 남는 것은 그뿐이었다.이준혁은 지금 너무도 행복했다. 그래서 그는 이 행복이 얼마나 소중하고 얻기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었고 절친인 육경한 또한 행복하길 바랐다.옆에서 듣고 있던 김성훈이 분위기를 풀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준혁아, 고민 상담 왜 이렇게 잘해?”이준혁은 김성훈의 농담을 신경 쓰지 않고 옆에 있던 차를 한 모금 마셨다.‘결혼도 안 한 사람이 이 행복을 어떻게 이해하겠어...’김성훈은 웃으면서 육경한의 어깨를 두드렸다.“난 네게 특별히 해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9화

    “술 마시면 각방 써야 될 수도 있어.”이준혁이 태연하게 말했다.“그만해.”김성훈이 가슴을 움켜쥐며 일부러 괴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와이프한테 잡혀서 산다는 거 이제 알겠으니까 여기서 애정 과시하지 마.”이준혁은 그의 농담을 무시해 버리고 육경한을 똑바로 쳐다보며 조금 전의 질문에 답했다.“경한아, 나에게 넌 당연히 좋은 친구지. 하지만 사업에서는 네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어. 그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나도 이미 잘 알아본 상태야. 분명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이고... 어떤 이유에서든 그 정도로 서현재를 견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그러자 육경한이 단호하게 대답했다.“네가 뭘 안다고!”이준혁은 바로 받아쳤다.“알지 왜 몰라? 너 소원 씨가 혜인이한테 얘기해서 내가 돕기로 한 거라고 생각하는 거잖아. 아니야?”육경한은 사실 소원이 그런 부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분이 나빴다.“뭐 하나 물어보자. 소원 씨가 왜 서현재를 돕고 싶어 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이준혁이 조용히 물었다.그러자 육경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현재가 소원 씨를 좋아하는 건 맞아. 하지만 선을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어. 오히려 조용히 소원 씨를 도와주기만 했지... 특히 소원 씨가 아이를 낳고 혼자 키우고 있을 때 말이야. 그때도 서현재는 묵묵히 소원 씨랑 아이를 돌봐 줬어. 소원 씨가 서현재한테 고마워하는 건 당연한 거야. 서현재가 힘들 때,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한 거고.”이준혁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문제는 너야. 난 지금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해. 이제 정말 소원 씨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계속 소원 씨를 밀어내는 거야?”그는 친구로서 육경한이 걱정되었다.육경한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내가 좋아하든 말든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을 돌릴 수 없는데.”“네 방식이 잘못된 건 아닐까?”이준혁이 되물었다. 그는 육경한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8화

    그 사진 속에는 서류뿐만 아니라 소원과 주석훈이 식사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그러나 육경한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약통이었다.그녀가 몸이 안 좋은 편이라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약은 그녀가 자주 먹던 위장약이 아니었다.육경한은 생각에 잠겼다.옆에서 주석훈이 계속 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말은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육경한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이제 가보셔도 좋습니다.”주석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아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육 대표님, 다시 한번 잘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그러나 육경한은 그가 하는 말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주 변호사님을 잘 배웅해 드려.”그의 지시에 대기 중이던 비서가 사무실로 들어와 주석훈을 안내했다.쫓겨나는 듯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육경한에게 생각해 보라고 설득했다. 극단적이게 소송까지 갈 필요는 없다며 말이다.육경한은 컴퓨터를 켜고 사진 속에서 본 약을 검색하기 시작했다.주석훈이 서류에 초점을 두고 찍은 사진이었기에 약통은 단지 구석에 있다가 우연히 찍힌 것이었다. 그래서 약 이름을 전부 확인할 수는 없었다.그가 기억나는 몇 글자를 입력하자 화면에 검색 결과가 떴다. 임신 초기에 아이를 유산하는 데 쓰이는 약이라고 말이다.‘임신 초기...’육경한은 제자리에 굳어서 모니터를 응시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비서가 조용히 다가와 회의 시간이라고 알렸지만 지금 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러자 비서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약속한 회의 시간이 지났습니다만...”그러나 비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경한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소원이 최근 이틀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조사해 봐. 시립 제일 병원도 확인해 보고.”그 말에 비서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네,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그럼 회의는...”“취소해.”육경한은 단호하게 말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7화

    그러자 소원이 대답했다.“고마워요, 주 변호사님.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주석훈은 너무나도 적절한 타이밍에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그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소송이 끝나고 나서 다시 고마워하셔도 늦지 않으니까요.”그는 덤덤하게 말했다.식사를 마치고 나서 주석훈은 마침 소원네 집 근처에서 다른 의뢰인을 만날 스케줄이 있다며 그녀를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마침 임신한 탓에 운전을 피하고 있었던 소원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그때,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육경한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는 우연히 두 사람이 함께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육경한은 주석훈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았다. 법정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변호사 따위는 그의 관심을 끌 대상이 아니었으니 말이다.그러나 새로 온 그의 비서는 달랐다.눈치가 빠른 그는 이미 육경한과 소원 사이에 얽힌 관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고 소원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 역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마침 주석훈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비서는 육경한에게 말했다.“육 대표님, 저분은 변호사인 주석훈 씨입니다. 예전에 이선 그룹에서 일했었는데 퇴사하고 해외로 갔던 걸로 알고 있어요.”“그래?”육경한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보아하니 소원이 새로 고용한 변호사인 듯했다.전에 그녀가 찾았던 변호사는 육경한의 비서가 협박을 하는 바람에 결국 소송을 포기했었다. 그 과정에서 해당 로펌의 세무 조사가 이루어진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육경한은 그런 일을 직접 꾸밀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자신이 고용한 변호사의 실력에 충분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상대측 변호사가 누구든지 신경 쓸 필요 없었다.‘이선 그룹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면 이번에 찾은 변호사는 실력이 꽤 괜찮나 보네.’육경한은 서서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 변호사는 지난번 법정에서 예의 있게 굴면서도 기세를 잃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다소 인상적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6화

    “저야 당연히 괜찮죠.”소원은 매우 기쁜 목소리로 대답했다.전화를 끊은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약을 바라보며 몇 초 동안 깊이 생각했다가 다시 약을 가방에 넣었다. 약을 먹고 부작용이 생기면 곤란한 상황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됐던 것이다. 약을 먹을 만한 안전한 시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주석훈과 소원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는 세심하게 카페인이 안 들어간 재스민차를 주문해 주며 말했다.“오후니까 차 마셔요.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못 잘 거예요.”“고마워요, 주 변호사님.”소원은 처음부터 주석훈에 대한 인상이 좋았었다.그는 깔끔한 인상에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평소엔 항상 검은색이나 회색 정장을 입고 다녔다.성격도 온화하고 얼핏 보면 조용해 보였지만 법정에서는 논리적인 말들로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른 변호사들과는 또 스타일이 달랐다. 주석훈은 매번 자신의 풍부한 지식과 논리를 바탕으로 상대를 무방비하게 만들고는 그 타이밍에 결정적인 질문을 던져 원하는 답을 얻어내는 편이었다.두 사람은 그 사건의 여러 측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자 주석훈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소원 씨, 이번에는 제가 변호사 이석훈의 이름을 걸고 보장하겠습니다. 반드시 면회권을 따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주 변호사님, 너무 심각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냥 함께 최선을 다하면 돼요. 보장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저는 변호사님의 실력을 믿으니까요.”주석훈이 이렇게까지 진지한 표정을 짓자 소원은 오히려 민망해졌다. 육경한과의 소송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게다가 보장까지 하겠다고 하다니...’“소원 씨, 저를 굳이 변호사님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요. 너무 딱딱해 보이잖아요.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주석훈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럼 주 변호사님도 존칭 쓰지 마세요. 우리 서로 편하게 말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소원은 계속 그를 주 변호사님이라 불렀다. 주석훈은 그녀가 쉽게 말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5화

    소원은 아이를 보호할 자신이 없었고 아이가 고통 속에서 자라는 것보다 차라리 이 세상에 오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생수 한 병을 사서 약을 꺼내 먹으려 했다.이때 갑자기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에 소원의 소송을 도왔던 주석훈 변호사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소원 씨, 현재 면회권을 위해 변호사를 찾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주석훈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소원은 그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에 대해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변호사들도 그들만의 소셜 서클이 있어서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변호사 커뮤니티 내에서는 이미 널리 퍼졌을 것이다.육경한이 그녀의 소송을 맡지 못하도록 명령하는 바람에 현재 많은 변호사가 그녀의 의뢰를 거절한 상황이다.“맞아요, 주 변호사님.”소원은 주 변호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지난번 양육권 소송 때 주석훈 변호사가 그녀를 도와준 후 그가 근무하는 국내 법률사무소가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는 육경한이 한 짓이 틀림없었다.주석훈 변호사는 현재 해외에서 일하고 있어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일로 해외에 있는 주석훈 변호사를 불러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어떻게 되고 있나요, 소원 씨?”주석훈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아직 찾고 있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약 적합한 변호사를 아직 찾지 못했다면 제가 그 사건을 맡아도 될까요?”소원은 잠깐 멈칫하다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의심하며 물었다.“주 변호사님, 방금 뭐라고 하셨죠?”“저는 지금 국내에 있습니다. 제가 소원 씨 소송을 맡는 게 어떠신가요?”주석훈은 설명을 이어갔다.“지난번 소송에서 승소하지 못해 너무 죄송했습니다. 이번 면회권 소송이라면 자신 있으니 맡겨주세요. 해외 M그룹의 이혼 및 양육권 사건을 맡았을 때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양육권은 좀 어렵지만 면회권은 문제없어요.”소원은 미안함을 느끼며 말했다.“저 때문에 번거로우셨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4화

    이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조차 사치일 정도였다.서현재는 평생 소원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원이 잘 지내기만 한다면 이대로 서서히 멀어지는 것도 괜찮았다. 그녀가 필요할 때만 나타나서 그녀 곁을 지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소원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의뢰한 법률사무소의 영업 정지 소식을 들었다.그녀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육경한이 한 짓임을 눈치챘다.이제부터 그녀의 소송을 맡는 법률사무소는 하나도 빠짐없이 육경한의 강렬한 보복을 받을 것이다.그녀는 이 소송을 맡아줄 사람을 더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여겨서 머리가 아파 났다. 육경한이 그녀와 유진의 만남을 막으려는 속셈이 분명했다.‘유진이는 내 아이야. 육경한 당신이 뭐가 돼서 나한테 이러는 건데. 유진이가 아기였을 때도 내가 곁을 지켜주지 못했는데 이제는 만나는 것마저 막는다니.’이 생각에 그녀는 배 속에 자리 잡은 작은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소원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속삭였다.“미안해, 엄마가 너무 이기적이라서 널 낳을 수 없을 것 같아. 정말 미안해.”그녀는 육경한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고 싶었다. 끝까지 함께할 생각이 없다면 더는 얽힐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의 소원은 어린아이를 잘 키울 자신감이 없었다.그녀는 유진이가 무사히 자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어머니와 유진이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미 아버지를 따라 저세상으로 갔을 것이다.소원은 다른 법률사무소에서 그녀의 의뢰를 거절했다고 하여 소송을 접을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육경한과 맞서 싸울 것이다.유명한 법률사무소들을 다시 한번 연락해 보았으나 예외 없이 전부 거절당했다.심지어 어떤 곳은 그녀의 이름을 듣자마자 면담을 거절했으니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그 누구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낯선 사람을 위해 미우 그룹의 대표님의 노여움을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미우 그룹의 변호사들을 상대할 승산도 없을뿐더러 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3화

    소원은 복잡한 눈빛으로 대답했다.“저는 지금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요.”의사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원하지 않으신다면 다음 달 10일 전까지 약물로 낙태하는 것을 추천해요. 그 이후로는 약물 낙태가 불가능해서 인공 유산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몸에 더 심한 손상을 줄 수 있어요.”의사는 안타까운 듯 말을 이었다.“엄마가 이렇게 아름다우니 분명 아이도 예쁘게 태어날 거예요. 집에 가서 다시 한번 얘기해 보시고 섣불리 결정하지 마세요.”“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돌아가서 잘 생각해 볼게요.”소원은 대답을 마치고 진료실 문을 나서자마자 온몸에 힘이 빠진 듯 병원 밖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하느님이 왜 그녀에게 이런 어이없는 장난을 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육경한의 아이를 다시 임신하다니.하느님은 정말 그녀를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를 끝까지 괴롭혀서 피를 말리기 전까지는 성이 가시지 않는 것 같았다.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소원 누나?”소원이 고개를 들자 서현재가 그녀 앞에 서 있었다.“소원 누나가 왜 병원에 있어요? 몸이 안 좋아요?”“아무것도 아니야.”소원은 손에 들고 있던 검사 결과 보고서를 뒤로 숨기며 말했다.“그냥 요즘 소화가 잘 안돼서.”“검사는 받았어요?”서현재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검사 결과 보고서 제가 한번 봐 드릴까요?”“아니야, 괜찮아.”소원은 보고서를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별문제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서현재의 상황이 인제야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기에 소원은 자기 일로 그에게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저번에 내가 말했던 그 약 결과 나왔어? 어때?”“네, 나왔어요.”서현재가 대답했다.“그 약은 아주 귀중한 한약이었어요. 희귀한 재료로 만든 거라서 병으로 망가진 몸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유진이의 경우에는 이식 수술을 한 후에 그 약을 복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72화

    다른 건 제쳐두고 서씨 가문이 지금처럼 서서히 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선 그룹의 투자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육경한은 서현재가 출중한 개인 능력으로 이준혁을 설득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오랜 친구로서 육경한은 이준혁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정말로 이 프로젝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설득을 해도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보다도 서현재가 어떻게 이준혁과 연락을 취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유일한 가능성은 윤혜인이었다.아마도 소원이 윤혜인을 찾아간 것 같다.육경한은 쌀쌀한 미소를 지었다.‘정말 빠르게 움직이는군. 서현재가 조금이라도 고통받는 걸 보기 싫었나 보지.’“그 일은 잠시 미뤄두자.”육경한은 이준혁과 대립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에게서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를 캐어낼 생각이었다.책상 위에는 소원이 의뢰한 변호사가 보내온 서류가 놓여 있었다.‘정말 대단한걸. 감히 날 상대할 변호사를 찾아내다니. 그 변호사도 대담하게 이 사건을 수임했다니. 신기하네.’양육권 분쟁? 면접권?육경한은 이미 소원에게 서현재를 선택한다면 양육권을 가져갈 생각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내 아들은 다른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면 안 돼. 삼촌이라고 부르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어.’육경한은 서류에 적힌 법률사무소를 가리키며 지시했다.“저 법률사무소가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게 해.”곁에 있는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육 대표님.”곧 그 법률사무소는 세무 문제로 세무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었고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한편 그 소식을 들은 소원은 마침 병원에서 몸 상태를 검사받고 있었다.그녀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반복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임신 테스트기로는 임신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계속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소원은 혈액 검사를 받았고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한참 동안 기다린 뒤에야 그녀는 자신의 검사 결과를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