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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이준혁이 술잔을 만지작거리더니 느긋하게 말했다.

“오해한 거 가지고 뭘 그렇게 각박하게 굴어. 불쌍해 보이는데 너무 그러지 마.”

이 말에 윤혜인은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윤혜인이 아무리 성격이 좋다 해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하여 얼른 양말을 벗어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웃었다.

“이래도 오해에요?”

발등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심지어 어떤 곳은 피멍이 들기도 했다.

사실 잠깐 밟고 지나간 거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금 빨갛게 달아오르거나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윤혜인은 워낙 살이 뽀얗고 연했다. 발도 눈처럼 하얗고 보들보들했다.

하여 조금만 부딪쳐도 상처가 오래 남았다.

클럽에서 신발을 벗는 게 퍽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발을 쳐다보는 것도 싫어서 얼른 신발을 다시 신었다.

여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살짝 밟았다가 뗐을 뿐인데 저렇게 자국이 남았을 줄은 몰랐다.

이에 여자도 어쩔 수 없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정말 몰랐어요. 오해에요.”

“사과해요.”

윤혜인은 쓸데없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하여 이 네 글자 외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가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이준혁을 돌아봤다.

이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왠지 모를 한기를 느꼈다. 시베리아라도 온 것처럼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여자는 그제야 울먹이며 말했다.

“미안해요. 언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너그럽게 봐주세요...”

여자는 말 한마디에 피해자가 되었다. 어떻게 해야 남자가 불쌍하게 여길지 잘 아는 것 같았다.

윤혜인의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자 거기에 맞춰 바닥에 무릎까지 꿇었다.

“언니, 이래도 화가 안 풀리면 머리라도 조아릴게요. 그러면 되는 거죠?”

윤혜인은 종잡을 수 없는 여자의 행동에 넋을 잃었다.

그저 사과를 바랐을 뿐인데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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