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1081 - Chapter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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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1화

윤혜인은 차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구지윤의 표정을 보며 이상한 기분이 더욱 세게 들었다.‘지윤이랑 오빠가? 언제부터였지? 왜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하지만 일단 의심이 들자 작은 단서들이 하나둘 떠오르며 그동안 눈치채지 못한 부분들이 윤혜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오빠의 성격과 우리 아빠의 태도는... 지윤이가 많이 힘들어질 텐데.’윤혜인은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원을 떠올렸다.‘왜 우리 셋의 연애는 모두 이렇게나 복잡한 거야.’윤혜인은 구지윤과 기회가 되면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당연히 자신은 전력을 다해 도울 생각이었다.한편 차 안.곽경천이 자신의 집에 있다는 말을 듣고 구지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화를 내고 싶었지만 되레 참으려고 애쓰며 말했다.“설마 저희 집 자물쇠 따고 들어갔어요?”그러자 곽경천은 소파에 다리를 길게 뻗은 채,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굳이 자물쇠까지 따야 하나?”“그럼 어떻게 들어갔는데요?”“어젯밤 취한 사람이 비밀번호를 알려줬거든.”구지윤의 얼굴이 빨개졌다.그가 말한 ‘취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었으니 말이다.구지윤은 술에 취해 비밀번호까지 알려준 자신을 자책하며 속으로 혀를 찼다. 집에 돌아가면 비밀번호부터 당장 바꿔야겠다 다짐도 하고 말이다.마음을 가다듬은 뒤, 구지윤은 이렇게 말했다.“그렇다고 저희 집에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죠.”하지만 곽경천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옷 가지러 왔다니까.”구지윤은 그의 당당함에 어이가 없었다.“옷이 그렇게 모자라요?”“응.”구지윤은 할 말을 잃었고 곽경천은 장난스럽게 물었다.“구지윤, 왜 요즘 나를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않아?”그 말을 듣자마자 구지윤은 어젯밤 일이 떠올라 얼굴부터 목까지 전부 빨개졌다.“어젯밤 침대에서 너는 나를 58번이나 도련님이라고 불렀잖아. 처음엔 목소리가 컸고 나중엔 울면서 불렀지.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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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똑같이 윤혜인을 마주한 이준혁의 우수 깊은 눈동자는 차갑게 빛났다.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고 윤혜인은 그 순간 머릿속에 맴돌던 질문을 내뱉을 뻔했다.원지민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정말 이준혁의 아이인지 묻고 싶었던 것이다.이 질문은 그녀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고 그 질문의 대답은 이준혁에 대한 윤혜인의 모든 인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이준혁은 그저 무심하게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마치 윤혜인이 그저 지나가는 낯선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곧 이준혁은 긴 다리를 뻗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그런 모습에 윤혜인은 손이 조금 굳어져 서비스 직원이 부를 때까지 멍하니 서 있었다. “손님?”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혜인은 서둘러 직원의 뒤를 따라갔다.그런데 앞서 걷는 이준혁의 방향이 그녀와 같은 쪽이었다.샤브샤브 집은 독특하게 꾸며져 있어 각 방 사이의 거리가 꽤 있었다.윤혜인은 이준혁의 곧게 뻗은 등을 바라보며 그의 몸에 꼭 맞는 정장이 만들어내는 섹시한 곡선을 눈으로 좇았다.예전보다도 살이 훨씬 더 빠진 것 같았다. 원래도 차갑고 고독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더욱 쓸쓸해 보였다.윤혜인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내가 이걸 신경 써서 뭐해... 보아하니 준혁 씨는 나랑 인사조차 나누고 싶지 않은 모양인데. 그럼 나도 굳이 물을 필요 없잖아. 이렇게 서로 모르는 척 지나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준혁아.”그때, 한 여자의 가는 팔이 이준혁의 팔을 붙잡았다.“음식 다 준비됐어. 이제 같이 먹자.”주변의 공기가 순간 멈춘 듯했고 윤혜인도 발걸음을 멈췄다.‘준혁 씨는 원래 샤브샤브를 좋아하지 않는데 지금은 원지민 씨랑 함께 와 있구나... 아마 내일이면 또 두 사람이 애정을 과시한다는 기사가 도배되겠지.’원지민은 옆에 있는 이준혁이 뿜어내는 차가운 기운에 얼어붙을 것 같았지만 여전히 자연스럽게 그의 팔을 잡고 있었다.그녀는 이준혁이 윤혜인의 앞에서 자신을 떼어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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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원지민은 속으로 배 속의 아이를 원망했다.‘이 못생긴 괴물이 내 아름다움을 빼앗았어.'그리고 앞에 서 있는 윤혜인을 보며 분노가 치밀었다.윤혜인의 눈은 여전히 아름답고 부드러웠지만 원지민은 그것이 일부러 남자를 유혹하려는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윤혜인은 지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원지민을 떼어놓지 않고 그녀와 함께 서 있는 이준혁의 모습을 보니 그저 역겨울 뿐이었다.곽경천은 얼마 전 아름이와 홍 아줌마의 납치 사건을 조사하던 중, 관련된 인물과 접촉했지만 변호사가 끼어들어 조사를 방해했다고 전해왔다.그 뒤로 관련 인물은 사라졌고 더 이상 그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곽경천이 말하길, 그 변호사는 이선 그룹과 관련이 있었다고 했는데 사실 윤혜인은 이미 마음속으로 원지민이 그 사건에 연루되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문현미가 어떻게 납치범의 위치를 알았는지도 원지민과의 거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문현미는 보이지 않았고 납치범의 흔적도 끊겼다.눈앞에 서 있는 이 악당이 아무 일 없이 이렇게 버젓이 서 있는 것은 오로지 옆에 있는 이준혁 덕분이었다.이준혁이 허락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가 보호하는 사람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할 것이었다.불쾌감이 점차 쌓이며 윤혜인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곧 자리를 뜨려 했지만 원지민이 그녀를 가로막았다.“혜인 씨, 지난번에 제가 주문한 드레스, 오늘 낮에 디자인 시안 확인했어요. 혜인 씨도 받았나요?”윤혜인은 원지민이 갑자기 이 일을 꺼낼 줄은 몰랐다.당시 원지민은 더 많은 돈을 내며 의도적으로 윤혜인을 모욕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 연락도 없었기에 윤혜인은 이 일이 흐지부지된 줄 알았다.하지만 모욕하던 것이 이제는 사실이 된 이상, 원지민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그녀는 일부러 말했다.“결혼식 드레스는 이미 작년에 맞췄어요. 그래서 혜인 씨에게는 신혼여행 때 입을 두 벌의 평상복과 저희 남편에게 입힐 양복 두 벌을 부탁하고 싶어요. 괜찮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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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이준혁은 원지민의 손을 쥐고 있었지만 그녀를 바라보지 않고 눈앞의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앞에 아무도 없었음에도 말이다.원지민이 의아해하는 순간 이준혁의 손아귀 힘이 점점 강해져 갔다. 마치 그녀의 뼈를 부술 듯 말이다.자신만만하던 표정이 일그러지며 원지민은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다.“준혁아!”하지만 이준혁은 그녀의 고통스러운 외침을 전혀 들은 것 같지 않았다.그의 손은 여전히 강철처럼 원지민의 손을 쥐고 있었고 곧 원지민의 이마에서는 땀이 방울방울 떨어졌고 얼굴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 “준혁아...”원지민은 울먹이면서 간신히 말했다.“너무 아파... 제발 놔줘.”이준혁은 그제서야 눈을 내리깔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카메라가 찍고 있어.”그러나 여전히 강하게 원지민의 손을 붙잡은 채 이준혁은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끌고 갔다.원지민은 울음을 참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냈지만 손이 너무 아파서 거의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섯 손가락이 마치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결국 그들은 방 안에 도착했고 문이 닫히자마자 이준혁은 그녀의 손을 단번에 놓았다.휘청거리며 의자를 잡은 원지민의 눈에서는 참았던 눈물이 주르르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오른손은 이미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팠다.아무런 움직임 없이 서 있는 이준혁의 위로 조명이 비췄다. 여전히 그 얼굴은 한없이 잘생겼지만 원지민에게는 그가 마치 죽음의 사자처럼 느껴졌다.그의 차가운 시선에 원지민은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쓰러질 것 같았다.이준혁은 고개를 숙이고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원지민, 그딴 식으로 하면 내가 모를 것 같아?”원지민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불안해졌지만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했다.“난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이준혁은 그녀가 시치미를 떼는 것을 보고 더욱 차가운 눈빛을 보였다.“내가 혜인이 건드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원지민의 속에는 억울함이 쌓여갔다.“난... 난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어. 그냥 기자들이 있어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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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원지민은 고개를 높이 쳐들고 눈에는 자신만만한 표정이 가득했다.이 거래에서 승자는 자신이라고 확신하는 것이었다.이준혁이 돌아온 후, 그가 독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녀뿐이었다.그래서 원지민은 곧바로 그에게 접근해 조건을 제시했다.이준혁은 당연히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생명이 걸린 문제였으니 말이다.그 주사에는 해독제가 없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완전히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원진우가 그 연구자를 찾아내어 해독제가 무엇인지 알아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준혁은 거기에 하나의 조건을 더했다.바로 윤혜인을 찰스 가문의 추적 명단에서 제거하라는 것이었다.이준혁은 원지민이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찰스 가문의 이름을 바로 언급했다.원진우가 찰스 가문의 수장과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알아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에게는 어렵지 않은 조건이었다.애초에 찰스 가문의 추적 명단에 윤혜인의 이름을 올린 것도 자신이 계략을 써서 이루어낸 일이었으니 말이다.이준혁에게 사랑을 얻을 수 없다면 이제는 사랑 따위 필요 없었다.그 대신 도덕적인 굴레로 그를 묶어버리겠다는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원지민은 언젠가 자신도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원지민, 네가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어.”이준혁은 원지민을 바라보며 마치 피에 굶주린 악마처럼 차가운 눈빛을 보였다.“거래라는 것은 거래의 기준을 벗어나면 그 이상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야. 네 주권을 지키겠다고?”이준혁은 손가락 관절을 꺾으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그런 후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원지민의 심장은 쿵 하고 세차게 울렸다.곧 이준혁은 원지민의 턱을 강하게 움켜쥐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말하는 주권이 뭐지? 너한테 무슨 주권이 있다는 거야?”이준혁이 주는 압도적인 분위기 앞에서 조금 전까지 자신감 넘쳤던 원지민의 모습은 산산조각이 났다.그녀는 몸을 떨며 간신히 말을 뱉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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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너무 불안한 탓에 원지민은 음식이 입으로 넘어가지도 않았다.“나, 나 별로 입맛이 없어.”그녀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일 있으면 난 먼저 가볼게.”“앉아.”차갑고 단호한 두 마디를 무심하게 뱉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준혁의 살벌한 기운이 느껴졌다.순간 다리가 굳어버린 원지민은 그대로 다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아주 먹고 싶어 했다며?”이준혁은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 번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다 먹고 나가.”그의 눈빛에 드러난 어두운 기운을 보고 원지민은 손바닥에 맺힌 땀마저 차갑게 식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처음으로 그녀는 이준혁에게 단순한 집착뿐만 아니라 두려움까지 느끼기 시작했다.오늘 샤브샤브를 먹지 않고서는 끝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알겠어. 먹을게.”원지민은 손가락을 떨며 젓가락을 꽉 쥐고 국물에 잠긴 채소와 고기를 입에 넣기 시작했다.머릿속에는 오직 빨리 먹고 자리를 떠나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남자가 주는 압박감에 숨조차 쉴 수 없었다.음식을 절반쯤 먹었을 때, 이준혁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드레스는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이미 준비해 놨어.”“컥, 컥!”원지민은 그의 말을 듣고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국물이 입가에 흐르며 땀에 젖은 화장은 엉망이 되어 있었기에 원지민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이 순간, 드레스나 결혼식 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원지민은 그저 결혼식 전에만 아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그리고 윤혜인은 결혼식이 끝나면 천천히 처리할 생각이었다.한 사람을 없애는 데에 있어 추적 명단에 올리거나 말거나는 큰 차이가 없었다.그 명단은 해외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서울에서 실행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으니 말이다.원지민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윤혜인을 제거할 수 있었다.“응. 알았어.”원지민은 마침내 굴복했다.한편, 윤혜인과 구지윤은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섰다.아까 있었던 일 때문인지 윤혜인은 식욕이 없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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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곽경천은 사건을 마무리하며 그날 저녁 식당에서 목격자를 찾아내 고객이 술에 약을 탔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그리고 오후에 경찰서에 증거를 제출해 그 고객을 구치소에 보내버렸다.윤혜인은 이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지윤아, 이런 큰일이 있었는데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그녀는 구지윤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다행히도 눈에 띄는 외상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윤혜인은 말했다.“그 나쁜 자식이 널 괴롭혔다고?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내가 변호사 불러서 그 자식 끝장내줄 거야!”이러한 윤혜인의 반응에 구지윤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괜찮아. 나한테 손가락 하나 대지도 못했어. 도련님께서 다 해결해주셨거든.” 윤혜인도 최근 여러 일로 심란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구지윤은 그녀에게 이런 골치 아픈 일을 말하지 않고 숨겼던 것이다.곽경천이 나서서 해결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윤혜인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오빠가 널 찾는 게 그 이유 때문이 맞겠다. 얼른 가서 전화해봐. 나는 남준 오빠가 데려다줄 테니 걱정 말고.”구지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곽경천이 전화하라는 이유는 단순히 그 때문이 아니었다.그는 메시지로 그녀에게 빨리 집에 오라는 말까지 보냈다.모든 이익을 차지한 것도 모자라 또 이런 태도로 나오는 곽경천이 구지윤은 어이가 없었다.정말 그는 자기만 고귀한 몸이라 여기는 모양인 것 같았다.구지윤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차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차라리 작업실에 가서 일을 조금 더 하고 돌아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곽경천도 기다리다 포기할 테니 말이다.그녀가 막 차 문을 열려고 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문손잡이를 누르며 구지윤의 손을 막았다.어젯밤의 불쾌한 경험 때문에 구지윤은 즉각 반응하며 본능적으로 전에 배운 방어술을 사용해 팔꿈치를 들어 뒤에 있는 사람의 턱을 치려고 했다.하지만 상대방은 구지윤의 동작을 예상한 듯 쉽게 그녀의 손목을 잡고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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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구지윤은 상황을 정리하며 술에 취한 남자의 친구가 계속해서 사과하는 걸 들었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정말 실수했어요. 형님과 여자친구분께 이렇게 사과드립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제 친구 좀 봐주세요.”‘여자친구'라는 말을 듣고 곽경천은 의외로 표정을 풀었다. 이내 차가운 얼굴에서 조금은 온화한 빛이 감돌았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친구가 술에 취했으면 그냥 집에 데려가서 쉬게 하세요. 나중에 후회할 일 만들지 말고.”이 말에 상대방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고 친구를 급히 끌고 갔다.곽경천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코트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구지윤의 손을 보았다.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이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듯했다. 구지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손을 놓고 머뭇거리며 말했다.“여기까지 와서 뭐 하시는 거예요?”“너 집에 데려다주려고.”곽경천은 간결하게 말하며 구지윤의 손에서 차 키를 가져가더니 자연스럽게 차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만...”그러나 구지윤이 거절할 틈도 없이 곽경천이 이미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조수석에 앉았다.구지윤은 차에 타면서 물었다.“그럼 도련님 차는요?”“운전기사가 가져갔어.”구지윤은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말했다.“정말로 데려다주지 않아도 돼요. 저 아직 회사에 가야 할 일이 있어요.”“늦었잖아. 할 일 있으면 내일 해.”구지윤은 곽경천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게 불편했는지라 서둘러 변명을 생각해냈다.“안 돼요. 아직 마무리 못 한 서류가 있어요...”그때 곽경천이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더니 윤혜인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예요!”놀란 구지윤은 다급하게 몸을 기울여 그의 핸드폰을 끄려 했다.그러자 곽경천은 전화를 끊는 대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혜인이한테 물어보려고. 정말로 네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기라도 하는지.”“절대 물어보지 마요!”목청을 높이며 구지윤은 절박하게 말했다.예전에 구지윤은 곽경천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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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윤혜인은 배남준이 미간을 찌푸린 것도 모른 채 그의 손목을 움켜쥐며 말했다.“맞아요, 바로 이 사람! 이 눈 기억해요. 그 사람은 이색안을 가진 사람이었어요!”그녀가 이토록 확실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 구조대가 도착하기 직전 그 사람이 윤혜인을 차와 함께 다리 아래로 밀어버렸기 때문이다.당시 그 남자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빛의 굴절로 인해 눈동자가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그리고 이 사진 속 인물은 그때 그 남자와 똑같은 이색안이었다.윤혜인은 그 남자의 눈을 보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그 눈은 마치 독을 품은 방울뱀의 눈처럼 악의에 찬 기운이 느껴졌고 한 번 마주친 사람은 평생 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윤혜인은 떨리는 손으로 배남준의 팔을 잡았다.“남준 오빠,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배남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이 사람은 찰스 가문 소속이야. 최근에 임무를 수행하러 나갔다는 정보는 있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아직 조사되지 않았어. 내가 이 사진을 배씨 가문의 사무 그룹에 올려서 주시하도록 할게. 이 사람이 북안도로 돌아오는 순간 바로 잡으면 그때의 일을 물을 수 있을 거야.”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전일 뿐만 아니라 최근의 폭발 사건도 이 사람이 관련이 있어요.”그녀는 그 남자의 변조된 목소리를 기억했다. 그 목소리는 다리에서 윤혜인을 밀어버렸던 남자의 말투와 너무나도 비슷했다.따라서 윤혜인은 다리 추락 사건과 최근 임세희의 납치 사건에서 그 남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배남준도 임세희 납치 사건에 대해 곽경천에게서 들은 바가 있었다.당시 차량 시스템에 해커가 침입해 위성을 통해 신호를 추적한 후, 그 신호를 해커를 통해 분석한 결과 신호가 서울에서 발송된 것이었다.이색안 남자의 정체를 확인하자 배남준의 얼굴은 더욱 심각해졌다.그러나 그는 윤혜인이 더 걱정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말했다.“알겠어. 걱정하지 마. 내가 사람들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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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윤혜인이 본 남자가 에단 찰스라면 그 말은 90% 이상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에단은 그의 어머니 북안도의 유명한 ‘미친 미녀’ 스테파니 브룩스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스테파니는 원래 찰스 가문의 운송업에 종사하는 인부의 딸이었는데 아버지를 찾으러 찰스 가문을 방문했을 때, 그 자리에서 가문의 수장에게 눈에 띄어 그와 관계를 맺게 되었다.결국 그녀는 찰스 가문의 열 번째 아내가 되었다.북안도에서는 일부다처제가 합법이었기에 스테파니는 찰스 가문 수장의 큰 사랑을 받았다.하지만 그녀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늘 이상한 행동을 일삼았고 정신이 불안정했다.스테파니는 한밤중에 하녀의 머리를 밀고 옷을 벗긴 뒤, 영하 40도의 혹한 속으로 내보내 그녀가 서서히 얼어 죽는 모습을 즐겼다.때문에 그녀를 모시던 하녀들은 대부분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끔찍한 죽음을 맞았고 죽은 이들의 상태는 하나같이 기괴하고 비참했다. 그러나 스테파니를 너무 아끼던 찰스는 이 모든 사건을 은폐하고 그녀를 계속 보호했다.하지만 스테파니는 점점 더 미쳐갔고 결국 아이를 낳은 후 어느 날 밤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자살했다.찰스는 스테파니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끼며 그녀를 기리기 위해 비석을 세우고 ‘평생의 사랑’이라고 적었다.그리고 에단은 스테파니의 아들로 가문의 큰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하지만 그는 6살 때부터 폭력적이고 잔인한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음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요리사의 머리를 뜨거운 철판에 눌러대며 지글지글 타는 소리와 함께 그의 고통을 즐겼다고 한다.하지만 에단은 스테파니와 달리 사람을 즉시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는 사람을 서서히 고문하며 괴롭히는 것을 즐겼고 그 과정에서 쾌락을 느끼는 성향을 가졌다.에단에게 한 번 찍힌 사람은 절대로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현재로서는 서울이 윤혜인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에단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서울에서는 법을 어기며 대놓고 행동하지 않았다.더구나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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