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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너무 불안한 탓에 원지민은 음식이 입으로 넘어가지도 않았다.

“나, 나 별로 입맛이 없어.”

그녀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일 있으면 난 먼저 가볼게.”

“앉아.”

차갑고 단호한 두 마디를 무심하게 뱉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준혁의 살벌한 기운이 느껴졌다.

순간 다리가 굳어버린 원지민은 그대로 다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주 먹고 싶어 했다며?”

이준혁은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 번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다 먹고 나가.”

그의 눈빛에 드러난 어두운 기운을 보고 원지민은 손바닥에 맺힌 땀마저 차갑게 식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으로 그녀는 이준혁에게 단순한 집착뿐만 아니라 두려움까지 느끼기 시작했다.

오늘 샤브샤브를 먹지 않고서는 끝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알겠어. 먹을게.”

원지민은 손가락을 떨며 젓가락을 꽉 쥐고 국물에 잠긴 채소와 고기를 입에 넣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오직 빨리 먹고 자리를 떠나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남자가 주는 압박감에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음식을 절반쯤 먹었을 때, 이준혁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드레스는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이미 준비해 놨어.”

“컥, 컥!”

원지민은 그의 말을 듣고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국물이 입가에 흐르며 땀에 젖은 화장은 엉망이 되어 있었기에 원지민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이 순간, 드레스나 결혼식 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원지민은 그저 결혼식 전에만 아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윤혜인은 결혼식이 끝나면 천천히 처리할 생각이었다.

한 사람을 없애는 데에 있어 추적 명단에 올리거나 말거나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 명단은 해외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서울에서 실행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원지민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윤혜인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응. 알았어.”

원지민은 마침내 굴복했다.

한편, 윤혜인과 구지윤은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섰다.

아까 있었던 일 때문인지 윤혜인은 식욕이 없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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