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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똑같이 윤혜인을 마주한 이준혁의 우수 깊은 눈동자는 차갑게 빛났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고 윤혜인은 그 순간 머릿속에 맴돌던 질문을 내뱉을 뻔했다.

원지민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정말 이준혁의 아이인지 묻고 싶었던 것이다.

이 질문은 그녀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고 그 질문의 대답은 이준혁에 대한 윤혜인의 모든 인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준혁은 그저 무심하게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마치 윤혜인이 그저 지나가는 낯선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곧 이준혁은 긴 다리를 뻗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윤혜인은 손이 조금 굳어져 서비스 직원이 부를 때까지 멍하니 서 있었다.

“손님?”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혜인은 서둘러 직원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앞서 걷는 이준혁의 방향이 그녀와 같은 쪽이었다.

샤브샤브 집은 독특하게 꾸며져 있어 각 방 사이의 거리가 꽤 있었다.

윤혜인은 이준혁의 곧게 뻗은 등을 바라보며 그의 몸에 꼭 맞는 정장이 만들어내는 섹시한 곡선을 눈으로 좇았다.

예전보다도 살이 훨씬 더 빠진 것 같았다.

원래도 차갑고 고독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더욱 쓸쓸해 보였다.

윤혜인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걸 신경 써서 뭐해... 보아하니 준혁 씨는 나랑 인사조차 나누고 싶지 않은 모양인데. 그럼 나도 굳이 물을 필요 없잖아. 이렇게 서로 모르는 척 지나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준혁아.”

그때, 한 여자의 가는 팔이 이준혁의 팔을 붙잡았다.

“음식 다 준비됐어. 이제 같이 먹자.”

주변의 공기가 순간 멈춘 듯했고 윤혜인도 발걸음을 멈췄다.

‘준혁 씨는 원래 샤브샤브를 좋아하지 않는데 지금은 원지민 씨랑 함께 와 있구나... 아마 내일이면 또 두 사람이 애정을 과시한다는 기사가 도배되겠지.’

원지민은 옆에 있는 이준혁이 뿜어내는 차가운 기운에 얼어붙을 것 같았지만 여전히 자연스럽게 그의 팔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이준혁이 윤혜인의 앞에서 자신을 떼어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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