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1161 - 챕터 1170

1188 챕터

제1161화

진안영은 고개도 들지 않고 답했다.“입맛이 없어서요.”“그래도 먹어야지.”조진범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서적을 들어내고 아까보다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집사에게 저녁을 가지고 와달라고 했어. 조금이라도 먹어.”진안영은 그가 저녁을 먹었는지 물었다.조진범은 외투를 벗고 그녀의 맞은 켠에 앉았다.그는 자신이 저녁을 먹었고 변호사와 만났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조진범은 지금 이 순간 아내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어쩌면 결혼생활의 마지막 순간에 조금 더 발버둥을 치고 싶었다.하지만 이런 발버둥은 사랑이 아닌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조진범이 1층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을 때 안방에서 진안영은 다시 책을 읽고 있었다.이번에 그는 그녀의 책을 뺏어가지 않고 입을 열었다.“어머님 면회를 일주일 2번씩 해도 괜찮아.”진안영은 거절하지 않고 낮게 고맙다고 답했다.조진범은 멈칫했다.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말투에서 거리감이 느껴졌다. 마치 조진범의 허락이 하늘이 내린 은혜와도 같은 느낌이었다.하지만 그들은 부부였다.조진범은 하연의 사위였고 가족을 위해 마음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진안영은 그와 거리를 두었다.조진범은 흠칫하다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사실 그들의 결혼생활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그저 누구도 말하지 않은 것 뿐이었다.조진범은 왜 자신이 관계를 질질 끄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결과를 알면서도 좀 더 지내보고 싶었다.어쩌면 그는 어느날 진안영이 마음이 약해져 그가 잠을 자는 틈을 타 목을 감으며 다가와 관계를 회복하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러면 이 관계에 대해 자신감이 붙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안영은 항상 담담한 모습이었다.한달 후의 어느 날 밤.조진범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진안영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안았다.그녀는 흠칫 놀랐지만 거절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가만히 그의 욕정을 받아들였다.그렇게 정사가 끝났지만 조진범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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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진안영은 그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들의 결혼생활은 이로써 끝났다.그에 대한 감정도 이미 사라졌다.그가 전화에서 얘기한 [내가 있으니 무서워하지 말라]는 말은 그저 한 말이 틀림이 없었다.그녀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다.조진범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게 틀림없었다.분명했다!…진안영은 작은 방에서 잤고 안방은 조진범에게 남겨주었다.그 누구도 마음 편히 밤을 보낼 수 없었다.다음날, 조진범과 진안영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었다.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조진범은 가장 중간 위치에 앉아 귀공자의 분위기를 풍겼다.진안영도 가볍게 메이크업을 마쳤다.잠깐의 침묵 후 조진범이 아내를 바라보았다.“회사에도 알릴 시간이 필요하니 1달 동안 분가를 하지. 그리고 이혼 배상금은…”진안영이 그의 말을 잘랐다.“오늘 밤 집을 나갈 거예요. 돈은 알아서 주면 돼요. 진범 씨, 지금 출근하러 가야 해요. 더 지체하면 지각이에요.”그녀는 부드럽게 작별을 고했다.재빨리 떠나려는 그녀의 모습에 조진범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검은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나랑 아침 먹고 가. 학교에 데려다줄게.”진안영은 승낙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손을 붙잡은 그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조금 더 있는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빠르나 늦으나 결국 이혼할 거잖아요.”그녀는 깊게 심호흡했다.과거에 그들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이 있었으나 결국 헤어졌다는 말을 진안영은 내뱉지 않았다.서로 함께 한 시간보다는 진심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진안영은 조진범을 원망하진 않았다.그들이 함께한 건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진안영은 자신의 손을 빼냈다.그녀는 2층으로 올라가 열쇠와 외투를 가지고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왔다.걸음마다 외로움이 가득했다.그녀는 애당초 좋아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가 생각했다.그러면 미련도 남지 않고 밤새 조진범이 약속대로 돌아왔으면 어땠을 가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진안영은 눈물을 닦지 않고 손잡이를 잡고 계단을 올라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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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그의 아내는 성격이 조용해 마움속의 설렘과 실망은 한 번도 얘기해 본 적이 없다.하지만 그녀는 사랑에 빠졌을 때 정말 매력적이었다.조진범이 자신에게 다시 물었다.가짜로 지속한 결혼생활에서 정말 진안영에게 마음을 움직인 적이 없었나?집사는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아침 드시겠습니까?”조진범이 담담하게 말했다.“면 먹죠.”집사는 대표와 사모님이 이혼하는 일 때문에 조진범의 기분이 안 좋은 걸 알고 더 이상 간섭하지 않았다.하지만 집사가 몸을 돌렸을 때 조진범이 그녀를 불렀다.“안영이 가면서 뭐라고 얘기했나요?”집사는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말씀하지 않으셨어요.”조진범은 집사가 나가며 안방 문이 닫아졌을 때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었다.침대시트는 어제의 정사 때문에 금방 바뀌었기에 옅은 비누 향이 났다.진안영의 냄새는 조금도 없었다.조진범은 고개를 돌려 밖의 달을 바라보다가 이제야 진안영이 떠났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같은 달빛 아래.진안영은 이사하여 진은영과 함께 지냈다.진은영은 진씨 저택을 처분하고 500평짜리 별장을 새로 구입했다.현재 진씨 가문 상황이 좋지 않기에 모든 건 최소한으로 준비했다.별장에도 집사 두 명만 남겨두었고 진안영은 가끔 주방에서 음식을 하기도 했다.조진범을 떠난 생활은 평온했다.분가한 1달 동안 그는 진안영의 옷 스타일링에 대해 물어본 것 외에 따로 다른 연락은 없었다.조은혁 부부가 그녀를 불러 이혼하지 말라며 얘기를 나눈 적은 있었다.진안영은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그녀는 조은혁 부부에게 자신은 조진범을 원망하지 않으며 둘 사이에는 아무런 열정과 애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하지만 그녀는 조진범이 제기한 이혼임을 알리지는 않았다.1달 후. 진안영은 몸이 불편해 병원으로 향했다.그녀는 임신 진단서를 가지고 심정이 복잡했다.그녀는 또 임신한 것이다.날자를 계산해 보니 조진범이 이탈리아로 가기 전 날 옷방에서의 관계 때문이었다.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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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JH 그룹의 대표실.진안영이 들어왔을 때 조진범은 두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는 고급스럽게 소파에 앉아 사업가의 기질을 풍겼다.그리고 두 변호사는 서로 부드럽게 밀을 이었다.이 비서가 작은 목소리로 낮게 알렸다.“대표님, 사모님이 도착했습니다.”조진범은 눈을 들어 진안영과 오랫동안 눈을 맞추었다.1달이나 만나지 못한 아내가 많이 야위고 초췌한 모습을 보자 조진범은 부드럽게 말했다.요새 잠을 잘 못 잔거야?“괜찮아요.”진안영은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며 조진범의 맞은 켠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았다.아마 그들의 이혼서류일 것이다.조진범은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잠시후, 조진범은 이 비서더러 진안영에게 커피를 타달라고 지시했지만 진안영은 거절했다.“괜찮아요.”그녀는 임신했기에 커피를 마시면 안 되었다.하지만 조진범은 진안영이 자신과 함께하기 싫어한다고 오해하여 옆의 변호사에게 입을 열었다.“진안영 씨에게 이혼협의서를 읽어주세요. 만약 문제없으면 싸인을 하고...추가 사항이 있으면 다시 작성하고요.”그는 진안영을 진안영 씨라고 불렀다.이 비서는 보기 거북했다.아직 이혼서류에 싸인도 하지 않았기에 법적으로 그들은 부부인데 진안영 씨라고 호칭을 부르는 건 너무 정이 앖다고 여겨졌다.하지만 이 비서는 조진범의 직원이었기에 그녀를 도울 수 없었다.진안영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변호사에게 입을 열었다.“시작하시죠.”...이혼서류를 같이 한번 훑었다.조진범이 주는 물건은 너무 많았다.JH 그룹의 주식 외에도 부동산과 현금도 많이 주었다.하지만 진안영은 시내의 별장과 100억가량의 현금만 요구했다.그녀는 단순한 삶을 원했기에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치 않았다.진은영에게 사업 자금을 준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치 않는다.조진범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가 변호사에게 눈짓을 주자 두 변호사는 사무실에서 나갔다.대표실에는 부부 두 사람만 남았다.외부인이 없을 때 조진범은 많이 부드러워졌고 아까의 까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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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그가 이혼을 제기했을 때 진안영이 끝까지 거부했다면 결말은 달라졌을가?조진범도 알 수 없었다.조용한 방에서 테이블 위에 놓아둔 핸드폰이 울렸다.조진범이 다가가 보니 조은혁이 걸어온 전화였다.조진범이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조은혁의 호통 소리가 들렸다.“조진범 이 자식! 아내더러 싸인을 하게 해?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이혼하고 다시 안영이 같은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을 것 깉아?”“예전에 안영이가 말을 잘 듣는다고 하셨잖아요.”...조진범은 핸드폰을 쥐고 밖의 석양을 바라보았다.그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아빠, 나랑 안영은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 지금 이혼 안 하고 아이가 생기고 이혼하면 더 큰 상처예요... 그럴 필요가 없죠!”조은혁이 냉정하게 말했다.“이혼, 이혼! 이혼밖에 모르지? 왜 좋은 일을 바라지 않는 거야?”조은혁은 전화를 끊었다.그는 박연희 몰래 담배에 불을 붙였지만 피울 생각이 없이 멍을 때렸다.조진범의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않는 건 그의 탓이다.조진범은 어렸을 때 유년시절이 없었고 동생들을 잘 보호해야 된다고 훈육했기에 조진범은 감정은 뒤로 놔두고 사업에 너무 몰입했다.그 점을 견디지 못하고 조민희와 진안영은 하나둘 떠나간 것이다.아비로서 조은혁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조진범은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들여보았다.그는 이 비서를 불러 영혼 없이 물었다.“아버지에게 안영이가 싸인한 걸 얘기했나요?”이 비서는 안절부절못했다.조진범은 알아차렸다.모든 건 그의 아버지 뜻이었다.그는 이 비서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나가라고 지시했다.이 비서가 나간 후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조진범이 익숙한 고요함이었다.하지만 오늘은 가슴이 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이유는 그도 잘 몰랐다.저녁이 된 후 조진범은 기사를 부르지 않고 직접 운전하여 아무 데나 돌아다녔다...정신을 차리니 진안영의 학교에 도착했다.가을에 들어서니 모든 나무들은 금빛을 띠었다.그의 아내는 손에 박스를 들고 학교 문 앞에서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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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진안영은 재빨리 알아차렸다.조진범은 자신과 하도경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고 오해한 것이다.그녀가 선 곳의 가로등이 켜지며 원래도 하얀 그녀의 얼굴을 더욱 창백하게 비추었다.진안영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꽉 쥐었다.“네. 그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좋아요.”진안영은 깊게 심호흡을 하며 말을 이었다.“이혼하고 그 사람이랑 잘 해보려고요.”어둠이 점점 깊어졌다.맞은 편 차 안에서 조진범이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그의 아내가 다른 남자를 칭찬하고 있었다.그는 낮게 비웃었다.‘조진범, 결혼 생활은 분명히 깨졌고 그녀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왜 이혼 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려는 걸 막아?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게 뭐가 불만인 거지?’그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진안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하도경은 괜찮은 남자지.”말을 마치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차량의 창문이 올려지며 둘의 시선은 더 이상 마주치지 못했다.조진범은 더 이상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액셀을 밟으며 떠났다.시동이 걸리면서 릴 때 전화를 지금 이 상황이 꿈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차 미러로 진안영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다.조진범은 한 손으로 운전하며 다른 한 손으로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앞의 도로 상황을 바라보며 머릿속엔 진안영으로 가득했다.돌아갈 사람이 있는 건 좋은 일이다.그가 별장으로 돌아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침대에 누워 잠에 들지 못했을 때 그는 진정으로 자신이 이혼했음을 실감했다.진안영과 실제로 살을 비부비며 결혼생활을 했었기에 마음이 아픈 건 당연했다.베개에 여전히 목걸이가 놓여 있었였다.마치 진안영의 분신과도 같았다.조진범은 고개를 돌려 목걸이를 바라보다가 마음을 굳게 먹고 서랍 안에 던단져버렸다....고요한 밤.진안영은 베란다에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얇은 가디건 한 장을 걸쳤고 옆엔 언니 진은영이 함께 했다.진은영은 그녀와 나란히 야경을 바라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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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하루 뒤, 조은혁의 비서 김 비서가 직접 진안영을 찾아와 말했다. 진안영에게 조진범 부부는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고 그녀의 어머니 일도 후에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식사는 정중히 응할 수밖에 없었다.가을이 깊어가는 10월.진안영은 김 비서를 따라 별장을 나섰다.별장 입구에는 링컨 캠핑카가 서 있었고 김 비서는 직접 진안영에게 뒷좌석 문을 열어주며 미소를 지었다. “조 사모님, 올라타시죠.”진안영은 차에 오르며 김 비서에게 더는 이렇게 부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이미 조진범과 이혼 서류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비서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링컨 캠핑카는 천천히 출발했고 반 시간 후 한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진안영은 잠시 멍해졌다.이 레스토랑은 바로 그녀와 조진범이 처음 만났던 맞선 장소였다. 이제 이혼을 앞두고 다시 이곳에 오니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 깊었던 순간이 떠오르며 복잡한 감정이 몰려왔다.김 비서 역시 그녀의 그리움을 알아차렸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김 비서는 조진범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았고 그가 겪었던 불꽃 같은 연애 또한 목격했다. 그의 성격을 잘 아는 김 비서는 진안영이 이 결혼 생활에서 적지 않은 고생을 했을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김비서는 조진범이 아무리 부족해도 그의 아버지만큼은 아니라 생각했다.조은혁은 레스토랑의 익숙한 자리에 앉아 있었다.오늘 그는 레스토랑 전체를 빌려 진안영과 단둘이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 정오 12시가 되자 김 비서가 진안영을 데리고 도착했다.진안영은 예의상 아버님이라고 불렀다.조은혁은 김 비서에게 진안영의 자리를 마련하게 하였고 그녀가 앉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범 어머니에게 들으니 네가 사직을 했다더군. 마침 잘 됐어, 나랑 진범 어머니가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넌 한가하니 우리와 함께 마음 편히 쉬며 여행 다녀오는 게 어때?”그는 여전히 예전처럼 친근하고 따뜻한 어조로 진안영을 가족처럼 대했다.진안영이 답변을 고민하는 사이 주방장이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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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조진범은 오기 전에 이 식사의 목적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 오고 말았다. 사실 그 자신도 왜 이 자리에 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이미 진안영과 이혼 서류에 서명했으며 그의 아버지가 아무리 끌어당기려 해도 이 결말을 바꿀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진안영은 이미 자신이 하도경과 함께할 거라고 인정했다. 그들은 둘 다 교육계에 있어 서로 이야기할 주제가 많고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놓아주는 것이 옳은 선택이고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그는 잠시 전 부인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아 매니저에게 몇 가지 요리를 부탁했다. 놀랍게도 습관적으로 진안영이 자주 먹던 요리도 함께 주문했다.식사가 시작되자 조은혁이 웃으며 말했다. “너 참 거침없구나.”조진범은 미소 지었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아버지 조은혁은 참지 못하고 손에 든 잔을 가볍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조진범, 한 가지만 묻겠다. 이 결혼에 더 이상 되돌릴 여지는 없는 거냐?”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조진범 역시 손에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고고 식기가 고급스러운 도자기 접시에 떨어지며 맑은 소리를 냈다. 그는 다시 진안영을 바라보았다.그래, 이혼은 그가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 손뼉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으니 그는 이 결정이 그들 둘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결혼을 더 이상 끌어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고 게다가 이미 서류에 서명했으니 조진범은 자신의 결정을 쉽게 번복하는 성격이 아니었다.그때 진안영이 입을 열었다.“아버님, 이건 저와 조진범의 공동 결정이에요.”“우리는 평화롭게 헤어졌습니다.”조은혁은 더 설득하고 싶어 했고 자신과 박연희의 사랑 이야기를 다시 한번 나누고 싶었지만 두 사람이 이미 결단을 내린 게 분명해 보여 그는 슬픔 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조은혁은 흰 식탁보를 펼치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잘 먹어라. 이걸 부부의 마지막 식사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말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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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화

조진범은 여자가 아니기에 출산 경험이 없었고 진안영이 그렇게 말하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심지어 주방장에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요리로 바꿔 달라고도 했으나 진안영은 정중히 거절했다.자리로 돌아오니 진안영은 더 이상 그와 함께 식사할 기력조차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자 조진범은 무심코 내뱉었다. “그가 화낼까 봐 그러는 거야? 엄밀히 말하면 너는 아직 내 아내야.”진안영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떠날 때, 조은혁은 직접 그녀를 배웅했다.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붙잡으려 하지 않고 마치 어른이 어린 후배에게 당부하듯 진안영에게 여러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하면서 조진범의 이상한 말들에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하도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은혁이 엿들은 것이다.차 안은 어둑했고 진안영의 눈가가 촉촉해졌다.진안영은 착한 사람이다. 그녀는 조진범과의 결혼이 파탄 난 것이 조은혁 부부에게 미안했다. 그들은 항상 그녀에게 잘해줬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럴수록 조은혁은 더더욱 마음이 아팠다.“천 리 길도 함께할 수 없으니 이제 이별할 때가 됐구나.”검은 캠핑카는 진안영이 사는 작은 별장 앞에 멈췄고 조은혁은 그 자리에 멈췄다.진안영은 차에서 내려 조은혁을 바라보며 그에게 고개를 숙였고 마지막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라고 불렀다. 이제 그녀와 조씨 가문은 더 이상 관계가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들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조은혁이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조진범에게 새 아내가 생길 것이고 그녀는 남의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다.조은혁 역시 마음이 아팠다. “어서 들어가라.”진안영의 입술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똑바로 대문을 향해 걸어갔고 조은혁은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문득 그는 진안영이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조진범에게 가진 감정은 마치 옛날에 박연희가 자신에게 가졌던 것과 같이 조심스럽게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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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진안영은 휴대폰을 꺼내 보니 그녀가 가르쳤던 학생인 임연서로부터 온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진 선생님, 메리 크리스마스. 선생님의 남편인 조진범 씨를 학교에서 봤어요.]...진안영은 잠시 멍해졌다.자신이 조진범과 결혼했을 때는 B시 전체가 다 알았지만 이혼 소식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니 임연서가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진안영은 임연서에게 답장을 보냈다.[연서야, 너도 메리 크리스마스.]조진범이 왜 학교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그들은 이미 이혼했으니 그 이유도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새해가 지나면 그녀는 B시를 떠날 예정이었다.메시지를 보낸 후 진안영은 바로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다 신혼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와 조진범은 이런 눈 속에서 키스하며 함께 대관람차를 보았고 그날 그는 그녀에게 금풍옥로를 선물해 주었다. 그때 그녀는 품어서는 안 될 마음을 품고 말았다.원래 서로 필요에 의해 맺어진 관계였는데 그녀는 진심을 품고 말았다.진안영이 그렇게 많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녀의 배 속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배 속 아이의 첫 태동이었다... ...조진범은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JH그룹에서는 매년 40억 원을 기부하는데 그는 평소에 서류에 서명만 했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서명할 때 그 기부처가 진안영이 근무했던 학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서명을 마치고 서류를 이지안에게 넘기면서 그는 무심코 물었다.이지안이 말하길 오늘이 기부식이라고 했다.그래서 조진범은 학교에 오게 되었다.학교에서 그는 청소하는 임지유와 그녀의 딸 임연서를 만났다. 임지유는 진안영의 소식을 물으며 그가 혹시 그녀가 임신해서 그만둔 것인지 궁금해했다.조진범은 당황했다. 진안영이 사직한 것이다.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검은색 코트를 입은 조진범은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그가 진안영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진안영 때문에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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