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으면서 대체 왜 속였어요?”...진은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조진범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정말 개자식 같으니라고.”조진범은 말없이 진은영을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통유리 너머의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주머니에서 새하얀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바닥 대부분의 부부가 다 그렇지 않습니까? 진은영 씨, 당신도 이익을 위해 유이준을 찾아갔고 그와 자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누가 더 고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진은영이 숨을 몰아쉬며 언성을 높였다.“이게 과연 똑같을까요, 조진범 씨? 저는 유이준 씨와 약혼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원해서 이루어진 관계라고요.”조진범은 불을 붙인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몸을 기울여 진은영을 바라보며 더욱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저와 진안영의 혼약은 어디서 난 것입니까? 저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 빼고는 전부 당신의 욕심 아닙니까? 진안영은 진씨 가문의 재산을 탐내지도 않고 자신을 부양할 수 있는 직업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 진은영의 능력으로 충분히 당신의 어머니를 부양할 수 있고요. 하지만 당신들은 굳이 진철수와 끝판을 내기 위해 진안영을 나한테 보냈죠.”“진은영 씨, 우리 사실 같은 부류야.”...진은영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깥세상은 유난히 푸르고 아름다웠다.그리고 조진범은 말을 마치고 어느샌가 자리를 떠나버렸다.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황급히 몸을 돌려보자 과연 낯익은 훤칠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조진범과 매우 비슷했지만 어쨌든 사촌 사이이니 여전히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조진범의 용모는 조금 더 진중하고 정교하다면 유이준의 용모는 더욱 남성적이다.“이준 씨.”...이틀 후, 진안영은 무사히 퇴원 절차를 밟았다.집안에서 아이를 한 명 잃었으니 고용인들은 일 처리와 말에 유난히 조심했다. 고용인들의 세심한 배려와 보살핌,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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