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진안영은 얼굴을 홱 돌리고 조진범을 등져 누웠다.그녀는 지금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번의 사고가 아니었더라도 아이는 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진안영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조진범이 한 말은 그녀의 마음에, 그리고 사랑이 없는 그들의 혼인에 너무 깊은 상처를 남겨버렸다.그렇다. 사랑이 없는 혼인.그때, 조진범은 금목걸이를 선물하고 그녀와 부부간의 사랑을 속삭였다. 그 뒤로, 진안영은 한때 정말로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줄 알았다.참으로 순진한 아이였다.조진범에게는 6년 동안 정을 나누고 죽마고우였던 진정한 인연이 있었다. 원래 그들은 애초에 이익의 결합이었다. 그런데 진안영은 글쎄 그들에게도 감정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순진할 뿐만 아니라 욕심도 많았었다.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영원히 그러지 않을 것이다.한편, 조진범은 진안영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손바닥을 가볍게 맞잡았다. 유산으로 인해 그녀의 손바닥은 차갑게 식어버렸다...그러나 진안영은 남편의 스킨쉽을 피해버렸다.원래는 손을 떼고 싶었지만 남자가 살짝 힘을 주며 그녀를 넓은 남성의 손바닥에 가두어버렸다.“안영아, 정말 미안해.”그러나 진안영은 여전히 묵묵히 눈물만 흘리고 있다.한참 후에야 그녀는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애써 답했다.“조진범 씨, 아이가 유산된 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설령 당신이 서둘러 돌아온다고 해도 이 아이는 여전히 지킬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 할 일 있으면 어서 가서 일 보세요. 저는 잘 지내고 있으니까 며칠만 쉬면 다 나을 거예요.”말을 마친 진안영은 가슴이 아파 나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아이를 잃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조진범을 원망하지 않았다.그녀가 유일하게 원망하는 것은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연기를 했냐는 것이다. 왜 희망을 주고 또다시 꺼뜨리냔 말이다... 그녀에게도 감정이 있고 그녀도 아픔을 느낄 줄 아는데...진안영은 천
“사랑하지 않으면서 대체 왜 속였어요?”...진은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조진범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정말 개자식 같으니라고.”조진범은 말없이 진은영을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통유리 너머의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주머니에서 새하얀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바닥 대부분의 부부가 다 그렇지 않습니까? 진은영 씨, 당신도 이익을 위해 유이준을 찾아갔고 그와 자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누가 더 고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진은영이 숨을 몰아쉬며 언성을 높였다.“이게 과연 똑같을까요, 조진범 씨? 저는 유이준 씨와 약혼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원해서 이루어진 관계라고요.”조진범은 불을 붙인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몸을 기울여 진은영을 바라보며 더욱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저와 진안영의 혼약은 어디서 난 것입니까? 저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 빼고는 전부 당신의 욕심 아닙니까? 진안영은 진씨 가문의 재산을 탐내지도 않고 자신을 부양할 수 있는 직업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 진은영의 능력으로 충분히 당신의 어머니를 부양할 수 있고요. 하지만 당신들은 굳이 진철수와 끝판을 내기 위해 진안영을 나한테 보냈죠.”“진은영 씨, 우리 사실 같은 부류야.”...진은영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깥세상은 유난히 푸르고 아름다웠다.그리고 조진범은 말을 마치고 어느샌가 자리를 떠나버렸다.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황급히 몸을 돌려보자 과연 낯익은 훤칠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조진범과 매우 비슷했지만 어쨌든 사촌 사이이니 여전히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조진범의 용모는 조금 더 진중하고 정교하다면 유이준의 용모는 더욱 남성적이다.“이준 씨.”...이틀 후, 진안영은 무사히 퇴원 절차를 밟았다.집안에서 아이를 한 명 잃었으니 고용인들은 일 처리와 말에 유난히 조심했다. 고용인들의 세심한 배려와 보살핌, 게다
조진범의 손가락이 순간 멈칫했다.반짝이는 크리스털 램프 아래서 그의 얼굴은 이상하리만치 안색이 좋지 않았고 긴 손끝은 가운을 꽉 잡은 채 한참 만에야 드레스룸을 나와 문 앞에 서서 조용히 아내를 바라보았다.진안영은 이미 일어나 앉아 있었다.어두운 불빛 아래 두 사람의 시선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한번 말했다.“우리 이혼해요.”“왜?”조진범은 아내를 빤히 쳐다보는데 잘생긴 그의 얼굴에는 쉽사리 알아챌 수 없는 피로감이 느껴졌다.“그날 일 때문에 그래? 그날 내 태도가 좀 난폭했다는 건 인정할게. 당신도 그 아이에게 미안하고... 하지만 안영아, 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어.”그러나 진안영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반박했다.“아니요. 만회할 필요 없어요. 전 이미 충분히 고민해봤어요. 이런 결혼은 제가 원하던 결혼이 아니에요. 사실 당신도 나에게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당신은 단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제가 원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 뿐이에요.”...근데 진짜 너무 많았나?사랑 없는 혼인은 참을 수 있어도 남편의 가장 기본적인 보살핌은 필요한 것이다. 중요한 순간에 전화를 걸었는데 돌아오는 한마디가 언제 철드냐 라는 말이라니.그 말에 진안영은 조진범과의 평생을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어졌다.그녀의 눈빛이 촉촉하게 젖어갔다.어쨌든 조진범과 정식으로 혼인을 한 관계인데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엄연히 따지면 두 사람의 아이도 낳은 셈이다. 너무 빨리 죽었을 뿐.진안영은 사실 그들의 이혼은 매우 쉬우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보상을 원하지 않았고 게다가 조진범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으니 그들만큼 이혼이 쉬운 사람도 없을 것이다. 조진범이 결혼하는 것도 단지 합법적인 상속인을 원했을 뿐이고 사실 누구를 찾든 상관없는 데다 그녀와 이혼하면 더 나은 선택지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안영은 틀렸다.조진범은 결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 조씨 가문과 진씨 가문 모두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
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러나 조진범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입가에 입술을 포갰다.그렇게 조금씩 녹아내리고 마침내 그녀의 가녀린 몸을 누르며 그녀에게 깊은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협조하지 않아도 조진범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은 단지 그녀의 순종 도를 측정하고 싶었던 것 뿐이니까.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조진범은 마침내 그녀를 놓아주었다.진안영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입술을 어루만졌다. 예전에 키스할 땐 심장이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황홀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나 방금은 그런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샤워하러 갈게.”조진범이 떠나고 진안영은 그 옆에 앉았다. 그녀는 그저 남편이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진범의 뒤태는 훤칠하고 완벽했다. 많은 여자에게 있어 조진범은 매력으로 가득 찬 남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와 혼외로 지내길 원하는 사람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황폐해졌다.진안영이 가볍게 웃었다.10분 뒤 조진범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아내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있었다.누런 등불 아래 누운 그녀의 몸은 얇고 선이 고왔다. 방금 유산을 했는지라 당연히 부부 일은 할 수 없지만 조진범은 며칠 내내 쉴 수 있는 시간이 항상 필요했다. 하여 그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가 계속하여 그녀의 몸을 껴안은 채, 천천히 부드럽게 만져댔다.진안영도 굳이 막지는 않았다.예전에도 그의 친밀함은 배척하지 않았는데 이젠 진정한 조진범의 아내가 됐으니 그의 모든 요구를 거절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부드러운 침대 위에 엎드린 채 남편에게 고분고분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진범이 감각을 더듬으며 스스로 해결하려고 할 때 진안영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하도경의 메시지였는데 학교 일이었다.조진범은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한 채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핸드폰을 잡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더니 이내 핸드폰을 그녀에게 던져주고 스스로 몸을 뒤척이며 욕실로 내려갔다.“그 사람한테
여자의 거절을 남자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하도경의 사랑은 깊이가 있다. 그는 기혼여자를 굳이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그녀를 언론의 소용돌이에 빠뜨리고 싶지도 않았다. 하도경이 계속 고백하지 않고 그녀의 주위만 맴도는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하도경은 사무실을 떠나 뜨거운 햇살 아래까지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원래 햇빛 아래에서 살아야 하는 법이다.하지만 아무리 억눌러도 하도경은 자연스레 그녀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매일 임지유가 보양식을 보내오는 덕분에 입이 마를 날이 없었다. 사실 그녀가 매일 보양식을 살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사실 다 하도경이 사고 그녀가 달여서 보내주는 것이다. 물론 임지유가 돈을 쓰게 놔둘 수는 없어 진안영도 계속하여 몰래 보태서 돌려주곤 한다.시간이 흐르며 하도경은 줄곧 자기만의 방식으로 진안영을 보살펴주고 돌봐주었다.가끔 그는 캠퍼스에서 진안영과 우연한 만남을 만들어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물론 진안영은 아는 것이 없다. 그녀는 유부녀의 선을 지키며 항상 하도경과의 거리를 유지하지만 남자가 진심으로 여자를 좋아한다면 그 눈빛은 숨길 수 없다. 하여 하도경이 진안영을 좋아하는 것은 학교에서도 비밀이 아닐 지경이다....JH그룹 회장실.조진범은 중요한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후 가죽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안정을 취했다. 잠시 후 그는 또 초조한 마음에 손을 들어 양미간을 주물렀다.한편, 이 비서는 자리에 서서 업무를 보고하고 있었다.공적인 이야기를 마친 조진범은 잠시 손을 뻗어 서랍을 열고 사진 뭉치를 꺼내 책상 위에 던졌는데 그 사진들은 역시 진안영과 하도경의 사진이었다.대부분 캠퍼스의 반얀나무 대로 위의 사진이었다.서로 얼굴을 맞대고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은 결코 별다른 기류가 흐르진 않았지만 하도경의 눈빛에 담긴 애정은 도무지 속일 수 없어 남편인 조진범은 진안영과 이에 관해 직접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조진범은 고개를 숙인 채 고급 패션 가방을 가지고 놀며 이리저리 손가락 장난을 했다.잠시 후, 그는 다시 가방을 내려놓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전화를 끊은 후, 그는 아내와의 몇 안 되는 데이트를 떠올렸다. 비록 전부 진심이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는 진안영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게는 특유의 우아한 기질이 있어 함께 지내면 편안함이 느껴질 정도다.진안영이 유산한 후에도 그는 짬짬이 시간을 내서 그녀와 함께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노력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침대에서 키스할 때마다 진안영은 분명 그 순간의 스킨쉽을 전부 건성으로 대했고 어느 날 만약 정말로 그녀와 관계를 맺게 되면 그의 몸 아래에서 잠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자신의 마음이 딴 데 있다는 것을 굳이 숨기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이런 결혼은 정말 냉담하고 무미건조한 결혼임이 틀림없다....저녁 6시, 조진범은 정시에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갔다.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메인 저택 앞에 멈춰서고 조진범은 긴 다리로 운전석 도어를 열고 차체를 넘어서 늠름한 자태를 뽐내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검은 머리카락 끝은 석양 아래서 거무스름하게 빛나며 순수한 남성의 기운을 더해주었다.현관을 지날 때, 고용인은 자연스럽게 그의 외투를 받아 그에게 보고했다.“아까 사돈께서 사모님을 찾아오셨는데 사모님께서 계시지 않아 다시 돌아가셨습니다.”진철수는 분명 그들에게 사정하러 온 것이 틀림없다.하여 그는 말을 아끼고 화제를 돌려 고용인에게 말을 건넸다.“그나저나 부인은요? 오늘 저녁 식사하러 왔을 텐데.”고용인은 잠깐 생각해보더니 두 손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아, 사모님께서는 학생 집에 가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조진범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들어와 손을 씻은 후 식당에 앉아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고용인은 저녁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저녁 식사는 모두 여섯
어둠 속에 서 있는 훤칠한 얼굴의 조진범은 그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그는 다시 아내의 팔을 잡아당기고 하도경에게 작별을 고했다.하도경이 진안영을 바라보았다.그가 아무리 그녀를 사모하고 좋아한다고 해도 진안영은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고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있기에 그녀의 남편 앞에서는 조금도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잠시 후 하도경은 씁쓸한 목소리로 덩달아 작별을 고했다.“그럼 안녕히 가세요. 진 쌤.”은은한 달빛이 나무 아래에 서 있는 하도경의 머리 위로 추적추적 쏟아져 내렸다.반은 달빛에 새기고 반은 어둠에 새겼다.조진범의 손에 붙잡힌 진안영도 애써 입술을 달싹이며 작별인사를 했다.“그럼 잘 자요.”잠시 후, 차에 탔을 때 조진범은 안전벨트를 맨 채 무심한 척 물었다.“하도경이 가서 아쉬워?”조수석에 앉은 진안영은 바깥의 끝없는 어둠을 바라보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진범 씨, 지금 이게 무슨 뜻이에요? 도경 씨를 보내는 거... 설마 진범 씨 뜻이에요?”“맞아.”조진범은 굳이 부정하진 않았다.“내 뜻 맞아. 그 사람이 내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남자라면, 특히 내 위치에 있는 남자라면 아무도 아내가 그렇게 사랑받는 것을 참을 수 없을거야.”진안영이 눈시울을 붉히며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해명했다.“저랑 도경 씨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그러자 조진범은 굵은 손바닥으로 핸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담담하게 답했다.“물론 아직은 아무것도 아닐수 있지. 만약 두 사람 사이에 정말 무슨 일이 있었다면 단지 H시로 전근 가는 거로 끝나진 않았겠지.”말을 이으며 그는 또 한 손을 들어 아내의 뺨을 다정하게 어루만져주었다.“아름다움이 화의 근원이잖아. 뭐 어쩌겠어.”그러나 진안영은 모질게 그의 손을 뿌리치고 얼굴을 홱 돌려 반대편 차창을 바라보았다. 가슴팍이 부르르 떨려 나며 커다란 기복을 이루고 있었다... 분명 사석에서 처리한 일이지만 진안영은 여전히 간통을 당한 아내가 되어 남편에게 무자비하게 공개
진안영은 움직이지 않았다.차 안에 있는 조진범만이 그녀를 곁눈질로 힐끗 보며 몸을 기울여 한쪽 차 문을 열어주었다.“내려.”진안영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 현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조진범은 담배를 피우며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걷는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조진범의 눈빛은 깊었고 마음속은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진안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사랑이라는 감정은 생기지 않는 것 같았다.그렇다고 이혼을 생각하자니 이혼도 하고 싶지 않았다.조진범도 이렇게 오랫동안 고민에 빠진 적은 처음이었다.그는 차 안에서 담배 두 세대를 더 피우고 나서야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가 뒤늦게 저택 거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진안영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다이닝룸에 있던 두 하인이 식탁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안으로 들어온 조진범을 발견한 하인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께서 기분이 안 좋으신 모양이에요. 두어 술 뜨시더니 바로 올라가시더라고요.”하인의 말에 조진범이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는 계단을 올라가 2층에 도착했다. 침실 문을 열어봤지만 진안영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곧이어 옆에 있던 욕실에서 물소리가 흘러나왔다…조진범은 입고 있던 검은 코트를 벗어 소파 등받이에 던져놓고는 소파에 몸을 기대어 앉았다.그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들었지만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 그저 길고 가는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계속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욕실 문이 살짝 열리더니 샤워가운을 입은 진안영이 걸어 나왔다. 갓 샤워를 마친 진안영의 온몸에서는 물기 어린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작은 계란형 얼굴은 하얗고도 부드러웠다.조진범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그녀와 관계를 맺지 않았다.게다가 오늘 밤은 하도경 일로 골머리까지 앓았던 탓에 조진범은 지금 아내를 굉장히 원하고 있었다. 진안영이 그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