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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5화

“사랑하지 않으면서 대체 왜 속였어요?”

...

진은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조진범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정말 개자식 같으니라고.”

조진범은 말없이 진은영을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통유리 너머의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주머니에서 새하얀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바닥 대부분의 부부가 다 그렇지 않습니까? 진은영 씨, 당신도 이익을 위해 유이준을 찾아갔고 그와 자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누가 더 고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진은영이 숨을 몰아쉬며 언성을 높였다.

“이게 과연 똑같을까요, 조진범 씨? 저는 유이준 씨와 약혼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원해서 이루어진 관계라고요.”

조진범은 불을 붙인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몸을 기울여 진은영을 바라보며 더욱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저와 진안영의 혼약은 어디서 난 것입니까? 저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 빼고는 전부 당신의 욕심 아닙니까? 진안영은 진씨 가문의 재산을 탐내지도 않고 자신을 부양할 수 있는 직업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 진은영의 능력으로 충분히 당신의 어머니를 부양할 수 있고요. 하지만 당신들은 굳이 진철수와 끝판을 내기 위해 진안영을 나한테 보냈죠.”

“진은영 씨, 우리 사실 같은 부류야.”

...

진은영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깥세상은 유난히 푸르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조진범은 말을 마치고 어느샌가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황급히 몸을 돌려보자 과연 낯익은 훤칠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조진범과 매우 비슷했지만 어쨌든 사촌 사이이니 여전히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조진범의 용모는 조금 더 진중하고 정교하다면 유이준의 용모는 더욱 남성적이다.

“이준 씨.”

...

이틀 후, 진안영은 무사히 퇴원 절차를 밟았다.

집안에서 아이를 한 명 잃었으니 고용인들은 일 처리와 말에 유난히 조심했다. 고용인들의 세심한 배려와 보살핌,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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