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50화

어둠 속에 서 있는 훤칠한 얼굴의 조진범은 그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그는 다시 아내의 팔을 잡아당기고 하도경에게 작별을 고했다.

하도경이 진안영을 바라보았다.

그가 아무리 그녀를 사모하고 좋아한다고 해도 진안영은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고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있기에 그녀의 남편 앞에서는 조금도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잠시 후 하도경은 씁쓸한 목소리로 덩달아 작별을 고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진 쌤.”

은은한 달빛이 나무 아래에 서 있는 하도경의 머리 위로 추적추적 쏟아져 내렸다.

반은 달빛에 새기고 반은 어둠에 새겼다.

조진범의 손에 붙잡힌 진안영도 애써 입술을 달싹이며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잘 자요.”

잠시 후, 차에 탔을 때 조진범은 안전벨트를 맨 채 무심한 척 물었다.

“하도경이 가서 아쉬워?”

조수석에 앉은 진안영은 바깥의 끝없는 어둠을 바라보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진범 씨, 지금 이게 무슨 뜻이에요? 도경 씨를 보내는 거... 설마 진범 씨 뜻이에요?”

“맞아.”

조진범은 굳이 부정하진 않았다.

“내 뜻 맞아. 그 사람이 내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남자라면, 특히 내 위치에 있는 남자라면 아무도 아내가 그렇게 사랑받는 것을 참을 수 없을거야.”

진안영이 눈시울을 붉히며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해명했다.

“저랑 도경 씨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러자 조진범은 굵은 손바닥으로 핸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담담하게 답했다.

“물론 아직은 아무것도 아닐수 있지. 만약 두 사람 사이에 정말 무슨 일이 있었다면 단지 H시로 전근 가는 거로 끝나진 않았겠지.”

말을 이으며 그는 또 한 손을 들어 아내의 뺨을 다정하게 어루만져주었다.

“아름다움이 화의 근원이잖아. 뭐 어쩌겠어.”

그러나 진안영은 모질게 그의 손을 뿌리치고 얼굴을 홱 돌려 반대편 차창을 바라보았다. 가슴팍이 부르르 떨려 나며 커다란 기복을 이루고 있었다... 분명 사석에서 처리한 일이지만 진안영은 여전히 간통을 당한 아내가 되어 남편에게 무자비하게 공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