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난 후 B 시 구치소.진안영이 높은 벽을 건너 나오던 때 검은 차량이 그녀의 옆에 멈춰 섰다.그녀의 두 눈은 피로감으로 가득했다.진안영이 다급히 달려와 물었다.“언니, 엄마는 어떻게 되었어?”진은영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변호사에게 자문해 봤어. 이번 안건은 너의 정당방위야. 하지만 엄마는 정당방위가 아니야.”진안영은 한참이나 멍해졌다.진은영이 목 멘 소리로 입을 열었다.“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변호사가 엄마를 위해 변호해 줄 거야. 하지만 안영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야. 4년 정도 나올 수 있어.”4년…엄마는 이미 나이가 들었다.4년 동안 감옥에 들어가서 나올 때는 더 초췌해질 것이다.진안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언니 진은영의 팔을 감싸 쥐고 말했다.“내가 엄마를 대신해 감옥에 들어갈 수 있어.”진은영이 고개를 저었다.하연이 칼로 진철수에게 치명상을 입은 건 법치의가 명백히 밝혀낸 사실이다.지금 할 수 있는 건 형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진철수가 죽고 하연이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남은 이는 진씨 자매 둘 뿐이다.진은영은 동생에게 이미 하연을 보고 왔다고 알려주지 않았다.하연은 자신이 변호사를 부를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 진안영더러 조진범을 찾으면 안된다고 당부했다.하연은 이렇게 말했었다.“더 이상 신세를 지면 안 돼.”“안영이 말은 안 했지만 아이를 출산할 때 나를 부르지 않은 것만 봐도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을 거야. 진철수가 죽고 내가 감옥에 들어가게 생겼는데 형량이 몇 년 늘어난다고 해도 괜찮아… 은영아, 안영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자.”…진은영은 눈물을 머금고 동의했다.그녀는 동생에게 이 모든 걸 알려주지 않고 변호사를 찾는 일은 자신이 준비할 것이며, 제일 뛰어난 변호사인 도가희를 부를 것이라고 했다.도가희는 도문철의 딸로 두 부녀는 법정에서 전승하는 유능한 변호사다.그제야 진안영은 마음을 놓았다.이후 그녀와 조진범도 평화롭게 이혼 수속을 밟았다.차 안으로 들
조은혁 부부는 진안영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조진범이 귀국하려 하자 그들은 큰일이 났음을 알아차렸다.조은혁은 조진범과 함께 귀국했지만 이미 모든 건 늦어버렸다.…조진범이 귀국하던 날 진철수의 장례는 이미 끝났다.밤이 어두워졌다.조진범은 차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왔다.차 문이 열리고 조진범이 현관으로 들어갔다.집사가 그의 심각한 표정을 알아차렸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사모님은 지금 돌아와서 자수를 하시고 계십니다… 사모님은 요새 처가의 일 때문에 집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밤새 자수만 하고 계십니다. 몸이 너무 힘들까 봐 걱정이 됩니다. 대표님이 사모님을 잘 위로해 주시길 바랍니다.”조진범은 알겠다고 답했다.그는 짐을 들고 2층으로 올라왔다.진안영은 자수실이 아닌 안방에서 자수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찻잔을 들고 멍 때리고 있었다.조진범이 들어오자 진안영은 눈을 들었다.못 본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진안영은 많이 야위어 있었다.원래도 통통하지 않은 그녀의 얼굴은 더욱 핼쑥해졌다.불도 켜지 않은 채로 어두운 안방에 앉은 그녀의 모습을 더욱 초췌해보였다.진안영의 눈동자는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조진범은 짐을 내려놓고 불을 켜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왜 불도 켜지 않고 앉아 있어?”진안영은 손에 들린 찻잔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켜 조진범의 트렁크를 옷방에 옮겨 주었다.그녀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짐을 정리했다.“안영아.”조진범이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나랑 얘기 좀 해.”진안영의 손엔 그의 셔츠가 쥐어 있었다.갑자기 그녀의 손과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그녀는 눈을 들어 남편을 바라보며 입술을 떨었다.“진범 씨, 나는 계속 당신을 기다렸어요.”조진범은 흠칫 놀랐다.한참 후 그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나 돌아왔어.”그가 돌아왔지만 진안영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마음이 이미 떠나버렸다.그들은 원래도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고 진안영은 떠나려고 했다.그녀가 제일 힘들 때 조진범은 그
진씨 가문 일에 조진범이 개입했지만 이미 발생한 일의 결말을 바꿀 수 없었다.조진범은 특별히 변호사에게 식사를 대접했다.잘나가는 변호사는 그에게 1시간만 허락했다.조진범이 홀로 대접하는 식사 자리였다.장윤호가 돌아오지 않았기에 문가희는 아직 잘나가는 변호사였다.문씨와 유씨 가문에서 사랑을 한 건 유성밖에 없었다.비록 결과가 안 좋지만 말이다.클럽의 호화로운 룸 안.조진범은 문가희와 마주 보며 앉았다.조진범은 눈앞의 여자 변호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녀의 부친 도문철과 모친 가은설은 그녀에게 출중한 외모와 머리를 물려주었다.조진범은 사업을 하며 문가희의 뛰어난 능력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정치계와 연예계에서 많은 이들이 문가희를 탐내고 있었다.오피스룩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기품이 넘쳤다.그녀는 조진범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대표님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하연 사모님의 형량이겠죠! 말을 돌리고 싶지도 않고 되지도 않는 희망도 주고 싶지 않아요… 3년, 최소 3년이에요.”조진범은 손에 들린 잔을 내려놓고 이 비서를 힐끗 바라보았다.이 비서는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가방에서 미리 준비해 둔 수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200억가량 되는 수표였다.문가희는 수표를 쳐다보다가 웃음을 지었다.“대표님은 참 손이 크시네요. 200억으로 깨진 결혼생활을 구하는 건 의미가 있으나 이번 안건은 어떤 수단으로도 형량을 줄일 수 없어요. 검찰 측의 담당자분은 결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200억을 문가희는 받을 수 없었다.그녀는 수표를 다시 돌려주며 몸을 일으켰다.나가기 전에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당신의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어요. 그저 진안영 씨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예요. 사랑하지 않는다면 놓아줘요. 함께 하는 게 더 힘들어요.”이 비서는 그녀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불빛 아래에 앉은 조진범의 얼굴은 더욱 반짝거렸다.그의 모습을 보는 모든
진안영은 고개도 들지 않고 답했다.“입맛이 없어서요.”“그래도 먹어야지.”조진범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서적을 들어내고 아까보다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집사에게 저녁을 가지고 와달라고 했어. 조금이라도 먹어.”진안영은 그가 저녁을 먹었는지 물었다.조진범은 외투를 벗고 그녀의 맞은 켠에 앉았다.그는 자신이 저녁을 먹었고 변호사와 만났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조진범은 지금 이 순간 아내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어쩌면 결혼생활의 마지막 순간에 조금 더 발버둥을 치고 싶었다.하지만 이런 발버둥은 사랑이 아닌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조진범이 1층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을 때 안방에서 진안영은 다시 책을 읽고 있었다.이번에 그는 그녀의 책을 뺏어가지 않고 입을 열었다.“어머님 면회를 일주일 2번씩 해도 괜찮아.”진안영은 거절하지 않고 낮게 고맙다고 답했다.조진범은 멈칫했다.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말투에서 거리감이 느껴졌다. 마치 조진범의 허락이 하늘이 내린 은혜와도 같은 느낌이었다.하지만 그들은 부부였다.조진범은 하연의 사위였고 가족을 위해 마음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진안영은 그와 거리를 두었다.조진범은 흠칫하다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사실 그들의 결혼생활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그저 누구도 말하지 않은 것 뿐이었다.조진범은 왜 자신이 관계를 질질 끄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결과를 알면서도 좀 더 지내보고 싶었다.어쩌면 그는 어느날 진안영이 마음이 약해져 그가 잠을 자는 틈을 타 목을 감으며 다가와 관계를 회복하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러면 이 관계에 대해 자신감이 붙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안영은 항상 담담한 모습이었다.한달 후의 어느 날 밤.조진범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진안영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안았다.그녀는 흠칫 놀랐지만 거절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가만히 그의 욕정을 받아들였다.그렇게 정사가 끝났지만 조진범은 마
진안영은 그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들의 결혼생활은 이로써 끝났다.그에 대한 감정도 이미 사라졌다.그가 전화에서 얘기한 [내가 있으니 무서워하지 말라]는 말은 그저 한 말이 틀림이 없었다.그녀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다.조진범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게 틀림없었다.분명했다!…진안영은 작은 방에서 잤고 안방은 조진범에게 남겨주었다.그 누구도 마음 편히 밤을 보낼 수 없었다.다음날, 조진범과 진안영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었다.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조진범은 가장 중간 위치에 앉아 귀공자의 분위기를 풍겼다.진안영도 가볍게 메이크업을 마쳤다.잠깐의 침묵 후 조진범이 아내를 바라보았다.“회사에도 알릴 시간이 필요하니 1달 동안 분가를 하지. 그리고 이혼 배상금은…”진안영이 그의 말을 잘랐다.“오늘 밤 집을 나갈 거예요. 돈은 알아서 주면 돼요. 진범 씨, 지금 출근하러 가야 해요. 더 지체하면 지각이에요.”그녀는 부드럽게 작별을 고했다.재빨리 떠나려는 그녀의 모습에 조진범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검은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나랑 아침 먹고 가. 학교에 데려다줄게.”진안영은 승낙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손을 붙잡은 그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조금 더 있는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빠르나 늦으나 결국 이혼할 거잖아요.”그녀는 깊게 심호흡했다.과거에 그들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이 있었으나 결국 헤어졌다는 말을 진안영은 내뱉지 않았다.서로 함께 한 시간보다는 진심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진안영은 조진범을 원망하진 않았다.그들이 함께한 건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진안영은 자신의 손을 빼냈다.그녀는 2층으로 올라가 열쇠와 외투를 가지고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왔다.걸음마다 외로움이 가득했다.그녀는 애당초 좋아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가 생각했다.그러면 미련도 남지 않고 밤새 조진범이 약속대로 돌아왔으면 어땠을 가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진안영은 눈물을 닦지 않고 손잡이를 잡고 계단을 올라갔
그의 아내는 성격이 조용해 마움속의 설렘과 실망은 한 번도 얘기해 본 적이 없다.하지만 그녀는 사랑에 빠졌을 때 정말 매력적이었다.조진범이 자신에게 다시 물었다.가짜로 지속한 결혼생활에서 정말 진안영에게 마음을 움직인 적이 없었나?집사는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아침 드시겠습니까?”조진범이 담담하게 말했다.“면 먹죠.”집사는 대표와 사모님이 이혼하는 일 때문에 조진범의 기분이 안 좋은 걸 알고 더 이상 간섭하지 않았다.하지만 집사가 몸을 돌렸을 때 조진범이 그녀를 불렀다.“안영이 가면서 뭐라고 얘기했나요?”집사는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말씀하지 않으셨어요.”조진범은 집사가 나가며 안방 문이 닫아졌을 때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었다.침대시트는 어제의 정사 때문에 금방 바뀌었기에 옅은 비누 향이 났다.진안영의 냄새는 조금도 없었다.조진범은 고개를 돌려 밖의 달을 바라보다가 이제야 진안영이 떠났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같은 달빛 아래.진안영은 이사하여 진은영과 함께 지냈다.진은영은 진씨 저택을 처분하고 500평짜리 별장을 새로 구입했다.현재 진씨 가문 상황이 좋지 않기에 모든 건 최소한으로 준비했다.별장에도 집사 두 명만 남겨두었고 진안영은 가끔 주방에서 음식을 하기도 했다.조진범을 떠난 생활은 평온했다.분가한 1달 동안 그는 진안영의 옷 스타일링에 대해 물어본 것 외에 따로 다른 연락은 없었다.조은혁 부부가 그녀를 불러 이혼하지 말라며 얘기를 나눈 적은 있었다.진안영은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그녀는 조은혁 부부에게 자신은 조진범을 원망하지 않으며 둘 사이에는 아무런 열정과 애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하지만 그녀는 조진범이 제기한 이혼임을 알리지는 않았다.1달 후. 진안영은 몸이 불편해 병원으로 향했다.그녀는 임신 진단서를 가지고 심정이 복잡했다.그녀는 또 임신한 것이다.날자를 계산해 보니 조진범이 이탈리아로 가기 전 날 옷방에서의 관계 때문이었다.그날
JH 그룹의 대표실.진안영이 들어왔을 때 조진범은 두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는 고급스럽게 소파에 앉아 사업가의 기질을 풍겼다.그리고 두 변호사는 서로 부드럽게 밀을 이었다.이 비서가 작은 목소리로 낮게 알렸다.“대표님, 사모님이 도착했습니다.”조진범은 눈을 들어 진안영과 오랫동안 눈을 맞추었다.1달이나 만나지 못한 아내가 많이 야위고 초췌한 모습을 보자 조진범은 부드럽게 말했다.요새 잠을 잘 못 잔거야?“괜찮아요.”진안영은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며 조진범의 맞은 켠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았다.아마 그들의 이혼서류일 것이다.조진범은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잠시후, 조진범은 이 비서더러 진안영에게 커피를 타달라고 지시했지만 진안영은 거절했다.“괜찮아요.”그녀는 임신했기에 커피를 마시면 안 되었다.하지만 조진범은 진안영이 자신과 함께하기 싫어한다고 오해하여 옆의 변호사에게 입을 열었다.“진안영 씨에게 이혼협의서를 읽어주세요. 만약 문제없으면 싸인을 하고...추가 사항이 있으면 다시 작성하고요.”그는 진안영을 진안영 씨라고 불렀다.이 비서는 보기 거북했다.아직 이혼서류에 싸인도 하지 않았기에 법적으로 그들은 부부인데 진안영 씨라고 호칭을 부르는 건 너무 정이 앖다고 여겨졌다.하지만 이 비서는 조진범의 직원이었기에 그녀를 도울 수 없었다.진안영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변호사에게 입을 열었다.“시작하시죠.”...이혼서류를 같이 한번 훑었다.조진범이 주는 물건은 너무 많았다.JH 그룹의 주식 외에도 부동산과 현금도 많이 주었다.하지만 진안영은 시내의 별장과 100억가량의 현금만 요구했다.그녀는 단순한 삶을 원했기에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치 않았다.진은영에게 사업 자금을 준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치 않는다.조진범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가 변호사에게 눈짓을 주자 두 변호사는 사무실에서 나갔다.대표실에는 부부 두 사람만 남았다.외부인이 없을 때 조진범은 많이 부드러워졌고 아까의 까칠
그가 이혼을 제기했을 때 진안영이 끝까지 거부했다면 결말은 달라졌을가?조진범도 알 수 없었다.조용한 방에서 테이블 위에 놓아둔 핸드폰이 울렸다.조진범이 다가가 보니 조은혁이 걸어온 전화였다.조진범이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조은혁의 호통 소리가 들렸다.“조진범 이 자식! 아내더러 싸인을 하게 해?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이혼하고 다시 안영이 같은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을 것 깉아?”“예전에 안영이가 말을 잘 듣는다고 하셨잖아요.”...조진범은 핸드폰을 쥐고 밖의 석양을 바라보았다.그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아빠, 나랑 안영은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 지금 이혼 안 하고 아이가 생기고 이혼하면 더 큰 상처예요... 그럴 필요가 없죠!”조은혁이 냉정하게 말했다.“이혼, 이혼! 이혼밖에 모르지? 왜 좋은 일을 바라지 않는 거야?”조은혁은 전화를 끊었다.그는 박연희 몰래 담배에 불을 붙였지만 피울 생각이 없이 멍을 때렸다.조진범의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않는 건 그의 탓이다.조진범은 어렸을 때 유년시절이 없었고 동생들을 잘 보호해야 된다고 훈육했기에 조진범은 감정은 뒤로 놔두고 사업에 너무 몰입했다.그 점을 견디지 못하고 조민희와 진안영은 하나둘 떠나간 것이다.아비로서 조은혁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조진범은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들여보았다.그는 이 비서를 불러 영혼 없이 물었다.“아버지에게 안영이가 싸인한 걸 얘기했나요?”이 비서는 안절부절못했다.조진범은 알아차렸다.모든 건 그의 아버지 뜻이었다.그는 이 비서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나가라고 지시했다.이 비서가 나간 후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조진범이 익숙한 고요함이었다.하지만 오늘은 가슴이 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이유는 그도 잘 몰랐다.저녁이 된 후 조진범은 기사를 부르지 않고 직접 운전하여 아무 데나 돌아다녔다...정신을 차리니 진안영의 학교에 도착했다.가을에 들어서니 모든 나무들은 금빛을 띠었다.그의 아내는 손에 박스를 들고 학교 문 앞에서 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