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난 후 B 시 구치소.진안영이 높은 벽을 건너 나오던 때 검은 차량이 그녀의 옆에 멈춰 섰다.그녀의 두 눈은 피로감으로 가득했다.진안영이 다급히 달려와 물었다.“언니, 엄마는 어떻게 되었어?”진은영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변호사에게 자문해 봤어. 이번 안건은 너의 정당방위야. 하지만 엄마는 정당방위가 아니야.”진안영은 한참이나 멍해졌다.진은영이 목 멘 소리로 입을 열었다.“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변호사가 엄마를 위해 변호해 줄 거야. 하지만 안영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야. 4년 정도 나올 수 있어.”4년…엄마는 이미 나이가 들었다.4년 동안 감옥에 들어가서 나올 때는 더 초췌해질 것이다.진안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언니 진은영의 팔을 감싸 쥐고 말했다.“내가 엄마를 대신해 감옥에 들어갈 수 있어.”진은영이 고개를 저었다.하연이 칼로 진철수에게 치명상을 입은 건 법치의가 명백히 밝혀낸 사실이다.지금 할 수 있는 건 형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진철수가 죽고 하연이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남은 이는 진씨 자매 둘 뿐이다.진은영은 동생에게 이미 하연을 보고 왔다고 알려주지 않았다.하연은 자신이 변호사를 부를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 진안영더러 조진범을 찾으면 안된다고 당부했다.하연은 이렇게 말했었다.“더 이상 신세를 지면 안 돼.”“안영이 말은 안 했지만 아이를 출산할 때 나를 부르지 않은 것만 봐도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을 거야. 진철수가 죽고 내가 감옥에 들어가게 생겼는데 형량이 몇 년 늘어난다고 해도 괜찮아… 은영아, 안영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자.”…진은영은 눈물을 머금고 동의했다.그녀는 동생에게 이 모든 걸 알려주지 않고 변호사를 찾는 일은 자신이 준비할 것이며, 제일 뛰어난 변호사인 도가희를 부를 것이라고 했다.도가희는 도문철의 딸로 두 부녀는 법정에서 전승하는 유능한 변호사다.그제야 진안영은 마음을 놓았다.이후 그녀와 조진범도 평화롭게 이혼 수속을 밟았다.차 안으로 들
조은혁 부부는 진안영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조진범이 귀국하려 하자 그들은 큰일이 났음을 알아차렸다.조은혁은 조진범과 함께 귀국했지만 이미 모든 건 늦어버렸다.…조진범이 귀국하던 날 진철수의 장례는 이미 끝났다.밤이 어두워졌다.조진범은 차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왔다.차 문이 열리고 조진범이 현관으로 들어갔다.집사가 그의 심각한 표정을 알아차렸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사모님은 지금 돌아와서 자수를 하시고 계십니다… 사모님은 요새 처가의 일 때문에 집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밤새 자수만 하고 계십니다. 몸이 너무 힘들까 봐 걱정이 됩니다. 대표님이 사모님을 잘 위로해 주시길 바랍니다.”조진범은 알겠다고 답했다.그는 짐을 들고 2층으로 올라왔다.진안영은 자수실이 아닌 안방에서 자수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찻잔을 들고 멍 때리고 있었다.조진범이 들어오자 진안영은 눈을 들었다.못 본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진안영은 많이 야위어 있었다.원래도 통통하지 않은 그녀의 얼굴은 더욱 핼쑥해졌다.불도 켜지 않은 채로 어두운 안방에 앉은 그녀의 모습을 더욱 초췌해보였다.진안영의 눈동자는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조진범은 짐을 내려놓고 불을 켜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왜 불도 켜지 않고 앉아 있어?”진안영은 손에 들린 찻잔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켜 조진범의 트렁크를 옷방에 옮겨 주었다.그녀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짐을 정리했다.“안영아.”조진범이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나랑 얘기 좀 해.”진안영의 손엔 그의 셔츠가 쥐어 있었다.갑자기 그녀의 손과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그녀는 눈을 들어 남편을 바라보며 입술을 떨었다.“진범 씨, 나는 계속 당신을 기다렸어요.”조진범은 흠칫 놀랐다.한참 후 그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나 돌아왔어.”그가 돌아왔지만 진안영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마음이 이미 떠나버렸다.그들은 원래도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고 진안영은 떠나려고 했다.그녀가 제일 힘들 때 조진범은 그
진씨 가문 일에 조진범이 개입했지만 이미 발생한 일의 결말을 바꿀 수 없었다.조진범은 특별히 변호사에게 식사를 대접했다.잘나가는 변호사는 그에게 1시간만 허락했다.조진범이 홀로 대접하는 식사 자리였다.장윤호가 돌아오지 않았기에 문가희는 아직 잘나가는 변호사였다.문씨와 유씨 가문에서 사랑을 한 건 유성밖에 없었다.비록 결과가 안 좋지만 말이다.클럽의 호화로운 룸 안.조진범은 문가희와 마주 보며 앉았다.조진범은 눈앞의 여자 변호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녀의 부친 도문철과 모친 가은설은 그녀에게 출중한 외모와 머리를 물려주었다.조진범은 사업을 하며 문가희의 뛰어난 능력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정치계와 연예계에서 많은 이들이 문가희를 탐내고 있었다.오피스룩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기품이 넘쳤다.그녀는 조진범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대표님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하연 사모님의 형량이겠죠! 말을 돌리고 싶지도 않고 되지도 않는 희망도 주고 싶지 않아요… 3년, 최소 3년이에요.”조진범은 손에 들린 잔을 내려놓고 이 비서를 힐끗 바라보았다.이 비서는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가방에서 미리 준비해 둔 수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200억가량 되는 수표였다.문가희는 수표를 쳐다보다가 웃음을 지었다.“대표님은 참 손이 크시네요. 200억으로 깨진 결혼생활을 구하는 건 의미가 있으나 이번 안건은 어떤 수단으로도 형량을 줄일 수 없어요. 검찰 측의 담당자분은 결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200억을 문가희는 받을 수 없었다.그녀는 수표를 다시 돌려주며 몸을 일으켰다.나가기 전에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당신의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어요. 그저 진안영 씨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예요. 사랑하지 않는다면 놓아줘요. 함께 하는 게 더 힘들어요.”이 비서는 그녀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불빛 아래에 앉은 조진범의 얼굴은 더욱 반짝거렸다.그의 모습을 보는 모든
진안영은 고개도 들지 않고 답했다.“입맛이 없어서요.”“그래도 먹어야지.”조진범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서적을 들어내고 아까보다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집사에게 저녁을 가지고 와달라고 했어. 조금이라도 먹어.”진안영은 그가 저녁을 먹었는지 물었다.조진범은 외투를 벗고 그녀의 맞은 켠에 앉았다.그는 자신이 저녁을 먹었고 변호사와 만났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조진범은 지금 이 순간 아내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어쩌면 결혼생활의 마지막 순간에 조금 더 발버둥을 치고 싶었다.하지만 이런 발버둥은 사랑이 아닌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조진범이 1층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을 때 안방에서 진안영은 다시 책을 읽고 있었다.이번에 그는 그녀의 책을 뺏어가지 않고 입을 열었다.“어머님 면회를 일주일 2번씩 해도 괜찮아.”진안영은 거절하지 않고 낮게 고맙다고 답했다.조진범은 멈칫했다.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말투에서 거리감이 느껴졌다. 마치 조진범의 허락이 하늘이 내린 은혜와도 같은 느낌이었다.하지만 그들은 부부였다.조진범은 하연의 사위였고 가족을 위해 마음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진안영은 그와 거리를 두었다.조진범은 흠칫하다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사실 그들의 결혼생활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그저 누구도 말하지 않은 것 뿐이었다.조진범은 왜 자신이 관계를 질질 끄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결과를 알면서도 좀 더 지내보고 싶었다.어쩌면 그는 어느날 진안영이 마음이 약해져 그가 잠을 자는 틈을 타 목을 감으며 다가와 관계를 회복하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러면 이 관계에 대해 자신감이 붙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안영은 항상 담담한 모습이었다.한달 후의 어느 날 밤.조진범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진안영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안았다.그녀는 흠칫 놀랐지만 거절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가만히 그의 욕정을 받아들였다.그렇게 정사가 끝났지만 조진범은 마
진안영은 그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들의 결혼생활은 이로써 끝났다.그에 대한 감정도 이미 사라졌다.그가 전화에서 얘기한 [내가 있으니 무서워하지 말라]는 말은 그저 한 말이 틀림이 없었다.그녀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다.조진범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게 틀림없었다.분명했다!…진안영은 작은 방에서 잤고 안방은 조진범에게 남겨주었다.그 누구도 마음 편히 밤을 보낼 수 없었다.다음날, 조진범과 진안영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었다.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조진범은 가장 중간 위치에 앉아 귀공자의 분위기를 풍겼다.진안영도 가볍게 메이크업을 마쳤다.잠깐의 침묵 후 조진범이 아내를 바라보았다.“회사에도 알릴 시간이 필요하니 1달 동안 분가를 하지. 그리고 이혼 배상금은…”진안영이 그의 말을 잘랐다.“오늘 밤 집을 나갈 거예요. 돈은 알아서 주면 돼요. 진범 씨, 지금 출근하러 가야 해요. 더 지체하면 지각이에요.”그녀는 부드럽게 작별을 고했다.재빨리 떠나려는 그녀의 모습에 조진범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검은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나랑 아침 먹고 가. 학교에 데려다줄게.”진안영은 승낙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손을 붙잡은 그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조금 더 있는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빠르나 늦으나 결국 이혼할 거잖아요.”그녀는 깊게 심호흡했다.과거에 그들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이 있었으나 결국 헤어졌다는 말을 진안영은 내뱉지 않았다.서로 함께 한 시간보다는 진심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진안영은 조진범을 원망하진 않았다.그들이 함께한 건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진안영은 자신의 손을 빼냈다.그녀는 2층으로 올라가 열쇠와 외투를 가지고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왔다.걸음마다 외로움이 가득했다.그녀는 애당초 좋아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가 생각했다.그러면 미련도 남지 않고 밤새 조진범이 약속대로 돌아왔으면 어땠을 가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진안영은 눈물을 닦지 않고 손잡이를 잡고 계단을 올라갔
그의 아내는 성격이 조용해 마움속의 설렘과 실망은 한 번도 얘기해 본 적이 없다.하지만 그녀는 사랑에 빠졌을 때 정말 매력적이었다.조진범이 자신에게 다시 물었다.가짜로 지속한 결혼생활에서 정말 진안영에게 마음을 움직인 적이 없었나?집사는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아침 드시겠습니까?”조진범이 담담하게 말했다.“면 먹죠.”집사는 대표와 사모님이 이혼하는 일 때문에 조진범의 기분이 안 좋은 걸 알고 더 이상 간섭하지 않았다.하지만 집사가 몸을 돌렸을 때 조진범이 그녀를 불렀다.“안영이 가면서 뭐라고 얘기했나요?”집사는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말씀하지 않으셨어요.”조진범은 집사가 나가며 안방 문이 닫아졌을 때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었다.침대시트는 어제의 정사 때문에 금방 바뀌었기에 옅은 비누 향이 났다.진안영의 냄새는 조금도 없었다.조진범은 고개를 돌려 밖의 달을 바라보다가 이제야 진안영이 떠났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같은 달빛 아래.진안영은 이사하여 진은영과 함께 지냈다.진은영은 진씨 저택을 처분하고 500평짜리 별장을 새로 구입했다.현재 진씨 가문 상황이 좋지 않기에 모든 건 최소한으로 준비했다.별장에도 집사 두 명만 남겨두었고 진안영은 가끔 주방에서 음식을 하기도 했다.조진범을 떠난 생활은 평온했다.분가한 1달 동안 그는 진안영의 옷 스타일링에 대해 물어본 것 외에 따로 다른 연락은 없었다.조은혁 부부가 그녀를 불러 이혼하지 말라며 얘기를 나눈 적은 있었다.진안영은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그녀는 조은혁 부부에게 자신은 조진범을 원망하지 않으며 둘 사이에는 아무런 열정과 애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하지만 그녀는 조진범이 제기한 이혼임을 알리지는 않았다.1달 후. 진안영은 몸이 불편해 병원으로 향했다.그녀는 임신 진단서를 가지고 심정이 복잡했다.그녀는 또 임신한 것이다.날자를 계산해 보니 조진범이 이탈리아로 가기 전 날 옷방에서의 관계 때문이었다.그날
JH 그룹의 대표실.진안영이 들어왔을 때 조진범은 두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는 고급스럽게 소파에 앉아 사업가의 기질을 풍겼다.그리고 두 변호사는 서로 부드럽게 밀을 이었다.이 비서가 작은 목소리로 낮게 알렸다.“대표님, 사모님이 도착했습니다.”조진범은 눈을 들어 진안영과 오랫동안 눈을 맞추었다.1달이나 만나지 못한 아내가 많이 야위고 초췌한 모습을 보자 조진범은 부드럽게 말했다.요새 잠을 잘 못 잔거야?“괜찮아요.”진안영은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며 조진범의 맞은 켠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았다.아마 그들의 이혼서류일 것이다.조진범은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잠시후, 조진범은 이 비서더러 진안영에게 커피를 타달라고 지시했지만 진안영은 거절했다.“괜찮아요.”그녀는 임신했기에 커피를 마시면 안 되었다.하지만 조진범은 진안영이 자신과 함께하기 싫어한다고 오해하여 옆의 변호사에게 입을 열었다.“진안영 씨에게 이혼협의서를 읽어주세요. 만약 문제없으면 싸인을 하고...추가 사항이 있으면 다시 작성하고요.”그는 진안영을 진안영 씨라고 불렀다.이 비서는 보기 거북했다.아직 이혼서류에 싸인도 하지 않았기에 법적으로 그들은 부부인데 진안영 씨라고 호칭을 부르는 건 너무 정이 앖다고 여겨졌다.하지만 이 비서는 조진범의 직원이었기에 그녀를 도울 수 없었다.진안영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변호사에게 입을 열었다.“시작하시죠.”...이혼서류를 같이 한번 훑었다.조진범이 주는 물건은 너무 많았다.JH 그룹의 주식 외에도 부동산과 현금도 많이 주었다.하지만 진안영은 시내의 별장과 100억가량의 현금만 요구했다.그녀는 단순한 삶을 원했기에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치 않았다.진은영에게 사업 자금을 준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치 않는다.조진범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가 변호사에게 눈짓을 주자 두 변호사는 사무실에서 나갔다.대표실에는 부부 두 사람만 남았다.외부인이 없을 때 조진범은 많이 부드러워졌고 아까의 까칠
그가 이혼을 제기했을 때 진안영이 끝까지 거부했다면 결말은 달라졌을가?조진범도 알 수 없었다.조용한 방에서 테이블 위에 놓아둔 핸드폰이 울렸다.조진범이 다가가 보니 조은혁이 걸어온 전화였다.조진범이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조은혁의 호통 소리가 들렸다.“조진범 이 자식! 아내더러 싸인을 하게 해?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이혼하고 다시 안영이 같은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을 것 깉아?”“예전에 안영이가 말을 잘 듣는다고 하셨잖아요.”...조진범은 핸드폰을 쥐고 밖의 석양을 바라보았다.그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아빠, 나랑 안영은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 지금 이혼 안 하고 아이가 생기고 이혼하면 더 큰 상처예요... 그럴 필요가 없죠!”조은혁이 냉정하게 말했다.“이혼, 이혼! 이혼밖에 모르지? 왜 좋은 일을 바라지 않는 거야?”조은혁은 전화를 끊었다.그는 박연희 몰래 담배에 불을 붙였지만 피울 생각이 없이 멍을 때렸다.조진범의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않는 건 그의 탓이다.조진범은 어렸을 때 유년시절이 없었고 동생들을 잘 보호해야 된다고 훈육했기에 조진범은 감정은 뒤로 놔두고 사업에 너무 몰입했다.그 점을 견디지 못하고 조민희와 진안영은 하나둘 떠나간 것이다.아비로서 조은혁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조진범은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들여보았다.그는 이 비서를 불러 영혼 없이 물었다.“아버지에게 안영이가 싸인한 걸 얘기했나요?”이 비서는 안절부절못했다.조진범은 알아차렸다.모든 건 그의 아버지 뜻이었다.그는 이 비서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나가라고 지시했다.이 비서가 나간 후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조진범이 익숙한 고요함이었다.하지만 오늘은 가슴이 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이유는 그도 잘 몰랐다.저녁이 된 후 조진범은 기사를 부르지 않고 직접 운전하여 아무 데나 돌아다녔다...정신을 차리니 진안영의 학교에 도착했다.가을에 들어서니 모든 나무들은 금빛을 띠었다.그의 아내는 손에 박스를 들고 학교 문 앞에서 키
순간 조은희의 생각이 멈추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조은희는 진석의 의도를 알 수 없었고 그가 굳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진석은 그녀를 차에서 이끌어 내리고 있었다.학교에서 준비한 식당은 학교 근처에 있었고 과거에 조은희가 진석과 함께 와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별도로 방을 예약하지 않았었다.익숙한 장소를 다시 찾으니 묘한 감회가 밀려왔다.진석과 조은희는 나란히 안으로 들어섰다. 키가 185cm인 남자와 170cm인 여자는 잘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의 조합으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들 사이의 과거를 아는 학교 관계자들은 자연스럽게 몇 마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다.조은희는 약간 불편한 기색을 띠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어린 시절엔 철이 없었죠.”반면 최근 몇 년간 사업을 통해 단련된 진석은 여유로운 미소로 담담하게 응대했다.“과거의 인연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것으로 보여요.”그 말이 나오자 학교 관계자들은 그 의미를 바로 알아챘다. 진석이 조은희 때문에 온 것임이 분명했다. 그 1억이 전부 조은희 덕분이었기에 학교 관계자들은 일부러 조은희를 진석의 옆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조은희에게 음료만 권하면서 농담을 건넸다. “잠시 후 진석이 취하시면 조은희가 집에 데려다줘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큰일 날 수도 있잖아.”조은희는 그들의 관계를 설명하려 했지만, 탁자 아래로 내려간 그녀의 손이 진석의 손에 잡혔다.진석의 손길은 매우 부드러웠고 남녀 간의 감정이 담긴 것 같지 않은 마치 어른이 아이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듯 따스한 느낌이었다.조은희의 붉은 입술이 약간 떨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후 손을 빼냈고 진석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는 학교 관계자들에게 술을 따라주며 먼저 한 잔을 마셨다.교장은 여전히 예전의 그 교장이었고 진석의 이런 모습을 보고 깊은 감회에 잠긴 듯 말했다.“많이 변했구나.”감상적인 분위
그날 밤 조은희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 후 며칠 동안 그녀는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 조은혁은 그 시간 동안 새로 들인 취미인 거북이들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박연희는 그 모습을 보며 농담을 던졌다. “늙으니까 이런 거나 만지고 있지.” 그날 밤 조은혁은 거북이들을 모두 방생하며 자신이 아직 늙지 않았음을 증명하려 들었다. 심지어 한 마리 거북이 등에 ‘진석’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으며 괜히 화풀이도 했다. 박연희는 그 모습을 보며 유치하다며 혀를 찼다. 조은희는 이 모든 일을 몰랐다. 그녀는 그저 아버지가 며칠째 자신에게 집에만 있지 말고 좀 나가보라며 걱정하고 있는 것만 알았다. 일주일이 지나며 휴가가 끝났고 조은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녀는 대학에서 미술학과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림 수업을 맡고 있었다. 가끔 그녀는 자신이 진석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었지만 딱히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일하는 게 나쁘지는 않았다. 저녁 해 질 녘이었다. 조은희는 차 열쇠를 챙겼다. 차를 몰고 가 간단한 간식을 사서 집에 돌아와 드라마를 보며 먹을 계획이었다. 그녀의 일상은 단순했고 굳이 그것을 깰 생각도 없었다. 며칠 전에 그 일은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저 진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조은희의 얼굴은 노을빛에 물들어 더욱 맑고 투명해 보였다. 그녀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차 문을 열려던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은희야.” 그 목소리는 진석이였다. 조은희는 천천히 돌아섰고 그곳에 서 있는 진석을 보았다. 그는 몇몇 교직원들과 함께 기부에 관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조은희는 학교의 오래된 도서관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한 기부를 논의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재회에 조은희는 순간적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진석의 눈빛은 깊고도 복잡했다. 이 학교는 그들이 과거에 함께 있었던 곳이었
휴게실에서 조은희는 진안영의 품에 안겨 억눌린 채로 울고 있었다. 진안영은 그녀의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정말 좋아한다면 내가 대신 가서 말해줄게요.” 조은희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빠가 언니를 대역죄인이라고 할 거예요.” 진안영은 잠시 멈칫한 뒤 부드럽게 말했다. “진범 씨가 도와줄 거예요.” 조은희는 진안영의 품에 더욱 몸을 기댄 채 계속 울었지만 오늘이 조우찬의 첫돌 날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조금만 울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누구나 젊은 시절에는 눈물을 흘리기 마련이니까. 그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이 온화하고 점잖은 사람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진안영은 그가 누군지는 몰라도 자기 남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문 열어볼게요.” 진안영이 문을 열었을 때 예상대로 문밖에는 진석이 서 있었다. 진안영은 그와 눈을 마주쳤지만 아무 감정 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가 조용히 말했다. “두 분이 얘기하세요.” 진석은 고개를 끄덕였고 진안영은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휴게실 안은 여전히 조은희의 울음소리만 가득했다. 그녀는 왜 이렇게 슬픈 걸까. 다시 그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 슬픈 일일까? 아니면 이 몇 년 동안 계속 슬픔에 잠겨 있었던 걸까? 진석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5년 동안 떨어져 지낸 그녀에게 다가갔다. 사실 그들이 처음 함께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첫 만남 이후 바로 헤어졌으니까. 조은희는 그때 겨우 18살의 어린 소녀였고 5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많이 성숙해졌지만 여전히 그때의 소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언니...” 조은희는 그를 품에 안으며 애교를 부렸다. 처음엔 진안영인 줄 알았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진안영의 허리는 이렇게 강건하지 않았다. 분명히 남자의 허리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름답고 온화한 듯하면서도 차가운 기운을 풍기
다음 해 8월. 조우현과 방유설의 아기가 첫돌을 맞았다. 방유설은 조우현에게 아들을 낳아주었고 그 아이의 이름은 조우찬으로 지어졌다. 이 이름은 큰아버지인 조진범이 지어준 것이었고 방유설은 이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편 조진범과 진안영의 막내아들의 이름은 조우진이었다. 조우찬과 조우진, 이 두 아이는 조씨 가문의 차세대 남자아이들이었다. 하지만 가문에서 첫 아이는 여전히 진아현이었다. 현재로서는 유일무이한 작은 공주님으로서 이 작은 소녀는 조은희 고모를 따라다니는 걸 좋아했다. 올해로 세 살 반이 된 진아현은 곧 유치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다. 조우찬의 돌잔치 날 조은희는 여전히 진아현을 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예상치 못한 옛사람을 마주쳤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해 그녀가 타국으로 떠난 이후로 가끔 스쳐 지나갈 뿐 이렇게 제대로 얼굴을 마주한 적은 없었다. 몇 년이 지났을까. 조은희는 차마 생각하기조차 두려웠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이 흐른 듯했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벌써 4, 5년이 된 것 같았다. 진석은 옆에 아무도 없이 홀로 서 있었다. 그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행사장의 중앙에서 다른 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조씨 가문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예전의 일은 잊은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조은희 진아현의 손을 잡고 있었고 저절로 눈물이 고였다. 진아현은 고개를 들어 고모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모, 저 사람 좋아해요?” “아니야.” 조은희는 순간 당황하며 빠르게 대답했다. 하지만 진아현은 그 말을 믿지 않는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럼 왜 자꾸 그 사람만 보고 있어요? 물론 잘생겼긴 하지만 여자애들은 좀 더 절제해야 해요.” 조은희는 잠시 놀라며 물었다. “어디서 그런 걸 배웠어?” 진아현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아빠가 그랬어요! 아빠가 항상 엄마한테 말했어요. 잘생겼어도 자기만 보면 안 된다고. 여
유이안의 말이 끝나자 조씨 가문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박연희였다. 그녀는 서둘러 유이안에 물었다. “유설이 상태는 괜찮아?” 유이안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외숙모, 걱정하지 마세요! 유설 씨 상태는 좋아요. 그냥 조금 놀란 것 같아요. 우현이가 안에서 곁에 있어 주고 있어요.” 박연희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서 조은혁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뜻밖에 아이라니. 그게 좋은 거지! 좋은 거야.” 두 사람의 부부 사이는 원래도 좋았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손주를 보고 싶어 하는 법이다. 게다가 조우현과 방유설의 외모가 워낙 출중하니 그 아이 역시 틀림없이 예쁠 거라는 생각에 조은혁은 그저 상상만으로도 격동되었다. 방유설을 닮은 귀여운 딸일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한참 지난 후 조우현이 방유설을 부축하며 나왔다. 방유설은 설탕물을 조금 마신 덕분에 정신을 차렸지만 집에 돌아가 며칠은 충분히 쉬어야 했다. 특히 임신 초기 3개월 동안은 모든 일을 미루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뜻밖에 찾아온 아이였지만 방유설은 그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아직 평평한 아랫배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조우현의 목을 끌어안으며 마음속 깊이 행복이 가득 차올랐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 방유설도 한 번쯤은 행복을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꿈에서조차 감히 바랄 수 없을 정도의 행복이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조우현이 깊은 애정을 담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목소리가 약간 잠긴 채 말했다. “유설아, 우리에게 아이가 생겼어.” 결혼한 지 오래됐지만 조우현은 가끔은 철없고 유치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성숙했고 갈수록 더욱 성숙해졌다. 가끔 방유설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우현은 젊은 나이에 결혼한 편이었고 자신의 가장 빛나는 시기를 모두 그녀에게 쏟아부은 것 같다고. 밤에 문득 잠에서 깨어날 때면 그는
몇 달 후 가을 10월쯤.방유설이 주연한 《청홍》이 대히트를 치며 영화 글러브 최우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시상식 당일 날 조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모여 방유설을 응원하고 있었다. 진안영은 그녀가 부담을 느낄까 봐 다음에 받으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의 말을 계속 전했다. 방유설은 매우 감동했다. 진안영이 갓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마친 후 이렇게 와서 자신을 응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방유설은 진안영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난 이미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상을 받았어요.” 진안영은 원래 차분한 성격인데 방유설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너는 우현이랑 있으면 사람이 이렇게 활발해져! 우현이가 사람을 잘 챙긴다고 네 아주버님이 자주 칭찬하셔.” 방유설은 조금 부끄러워하며 작은 목소리로 진안영과 얘기했다. 조은희는 사탕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평소에 연기하면서 다이어트해도 이럴 때는 사탕 하나 드세요. 나중에 여우주연상 받고 저혈당으로 쓰러지면 안 되잖아요.” 방유설은 사탕을 받아서 입에 넣었다. 우유사탕이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았다. 조은희는 살짝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딱 봐도 언니예요! 다른 여배우들보다 언니가 훨씬 이뻐요.” 조우현은 여동생을 흘깃 보며 말했다. “이건 외모로 결정되는 게 아니야. 외모만 보고 결정되면 긴장감이 없잖아.” 조은희는 달콤한 사랑을 떠먹은 기분에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이때 최우수 남자주연상이 발표되었고 다른 영화의 남자 주연이 받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박도원이었다. 그는 국내에 없어서 촬영 감독이 대신 상을 받으며 발언 중 여러 번 방유설을 언급했다. 갑자기 설원 커플 팬들이 들썩이며 이 장면을 모든 플랫폼에 퍼뜨렸다. 설원 커플 팬클럽에서 활동 중인 팬들은 102만 명에 달한다. 그렇게 인기 있는 커플이었다. 조우현은 아내의 직업을 존중하는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그저 코를 머쓱할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방유설은 가장 떠들썩한 설날을 보냈다. 3월쯤 그녀는 조우현과 결혼했다. 그녀의 웨딩드레스와 베일은 무려 3미터 길이였고 어르신들은 베일이 길수록 결혼이 오래 지속된다고 했기에 조우현은 3미터 길이의 베일을 디자인하게 했다. 그는 그녀에게 평생을 함께할 거라고 약속했다. 교회 종소리가 울리자 방유설은 조진범의 손에 이끌려 천천히 조우현에게 다가갔다. 이제부터 그들은 하나가 되었고 그의 가족도 그녀의 가족이 되어 함께 기쁨과 고난을 나누게 되었다. 10여 미터의 거리. 그 길은 마치 그들이 걸어온 4년과 닮아 있었다. 순백의 제단 앞에서 조진범은 방유설을 동생에게 넘기며 가볍게 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 대해라.” 조우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베일 너머로 방유설을 바라보았다. 오늘에 그녀는 순백의 모란꽃 같았다. 조우현은 부드럽게 방유설의 베일을 올리며 그녀에게 그의 눈을 바라보게 하며 결혼식을 마치려 했다. 그들은 이 감동적인 순간을 함께 목격할 것이고 잠시 후 서약을 마치면 그들은 진정한 부부가 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백발이 될 때까지 그것이 그가 그녀에게 약속한 평생의 로맨스였다.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그들의 감정은 깊었고 후회는 없었다! 방유설은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생중계가 이루어졌고 그녀는 생중계 수익은 모두 산간 지역의 아이들에게 기부했다. 네티즌들은 광고비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렸고 한 번의 생중계에서만 160억 정도의 이익을 얻었다. 네티즌들은 생중계를 보며 신나서 토론했다. [와! 조우현의 큰형도 잘생겼네.] [너무 아쉬워. 결혼을 너무 일찍 했어.] [여동생도 엄청 이쁘네! 이 가족은 다들 왜 이렇게 훈훈하지?] [저런 부모님이라니. 부러워!] 조씨 가문에 대한 댓글이 잠잠해지고 이번에는 유씨 가문으로 넘어갔다. [YS 그룹 대표도 너무 잘생겼잖아!] [영국에 모델 같아. 혼혈인가?] [100% 순수 본토! 얼굴이 완벽할 뿐!]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저택 앞 계단에서 조우현과 방유설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박도원이 차에서 내렸다. 오늘 밤 그는 유난히 단정하고 멋져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조우현은 곧바로 얼굴을 찌푸렸다. 박도원이 공작새처럼 너무 화려하게 꾸미고 왔기 때문이다. 조우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유설이에게 물어봐야겠다. 나랑 박도원중에 누가 더 잘생겼는지. 박도원은 저물어가는 노을 속을 걸어왔다. 방유설은 앞으로 나가 그를 꼭 안아주었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이제 그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조우현은 그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꼭 그렇게까지 친밀해야 해?” 방유설과 박도원의 포옹이 끝나자 조우현은 자신도 박도원과 포옹하겠다고 나섰다. 박도원은 당황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리고 순간 조우현의 힘에 거의 날아갈 뻔했다! 조우현은 다가가 박도원을 단단히 끌어안고 그의 등을 세차게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떠난다니 정말 많이 보고 싶을 거 같아.” 박도원은 말문이 막혔다. 방유설은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한숨을 쉬었다. 도저히 조우현이 자기 집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났는데 어쩜 아직도 저렇게 유치할까? 밥은 다 먹은 후에도 조우현은 여전히 소심하고 질투가 많았다. 그러나 박도원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조우현 같은 사람만이 방유설의 차가운 삶을 따뜻하게 채워줄 수 있었다. 박도원은 자신이 방유설을 온전히 채워줄 수 없음을 느꼈다. 박도원은 방유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부족했고 방유설에 대한 감정도 너무 단순했다. 하지만 조우현은 달랐다. 그에게는 든든한 형제자매와 부모님이 있었다. 박도원은 씁쓸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이번엔 질투 좀 해도 되겠지. 그날 밤은 박도원이 B시에 머무는 마지막 밤이었다. 다음 날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P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식사 중 몇 잔의 술이 오갔고 모두 조금씩 취기가 올라왔다. 두 남자는
조우현은 설날 전에 본가를 나와 방유설과 함께 살겠다고 했고 조은혁은 찬성하며 말했다.“그래. 서둘러서 나가거라. 나와 네 엄마가 좀 오붓하게 살아보자.”조우현은 큰 짐을 능숙하게 옮긴 후 동생을 내세우며 말했다“아버지, 그러게 왜 셋이나 낳았어요.”조은혁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네 여동생까지 데려가지 그러냐?”조우현은 큰 짐을 어깨에 메고 말했다“아버지도 참, 저랑 유설이도 신혼이라고요. 두 분이 좀 더 참으세요. 은희가 시집가고 나면 진짜 두 분만 오붓하게 보내실 수 있어요. 저희 애들도 나중에 두 분 게 맡기지 않을게요.”아들을 나무라던 조은혁은 서둘러 예비 며느리한테 달려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약간 감상에 젖었다. 조우현이 태어났을 때 집안은 꽤 어려웠고 그도 심지철이랑 싸우느라 아들을 많이 돌보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러던 그 작은 아들이 어느덧 결혼을 한다니.조은혁이 방유설에게 준 별장은 명의도 그녀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나중에 부부싸움 하더라도 집을 나가야 하는 사람은 조우현이었다. 가족이 없는 방유설을 조은혁 부부는 더 많이 아껴주고 싶었다.조은혁은 문득 생각에 잠겼다. 두 며느리는 모두 참 고생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도 자신의 아들들을 만났고 그 덕분에 며느리들은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생각하면서 그는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그런 조은혁의 생각을 박연희는 한눈에 알아챘다.…겨울 저녁, 조우현의 차가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별장은 이미 인테리어가 거의 끝났지만 아직 가정부를 들이지 않아 지금은 그와 방유설 두 사람만 살고 있었다. 가끔 조우현의 비서가 임시 가정부를 부르기도 했지만 그 외의 식사는 모두 방유설이 준비했고 조우현은 집안일을 도와주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맛있는 밥 냄새가 코를 찔렀다.조우현은 차에서 내린 후, 짐을 현관 쪽에 대충 던져두고 방유설한테 바로 다가갔다. 그녀는 앞치마를 두르고 긴 머리를 간단히 집게 핀으로 고정한 채 요리를 하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