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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화

봄날의 밤.

밖에서는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무섭게 떨어지는 빗줄기가 장대 같았다. 거실에서는 아내가 자신의 동생을 위로하고 있었고 조진범은 검은 셔츠를 입은 채 발코니에 서서 담배를 치우며 저택 문 앞에 주차되어 있는 SUV 차량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차에서는 한 남자가 내렸다.

키와 체격으로 보아하니 아마 진석이라는 남자인 것 같았다.

진석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그는 10분 정도 서 있었다. 그러다가 진석은 곧이어 얼굴에 흐르는 빗물을 닦으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조진범은 그런 진석을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

진석은 전화를 끊고 다시 빗속에 서 있다가 1~2분 정도 지나자 다시 차에 올라타더니 자리를 떠났다. 조진범은 아마 진석에게 급한 일이 있어 떠나야만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석 또한 선생님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인 하도경을 떠올렸다.

조진범은 가느다란 손가락에 담배를 끼우고는 천천히 한 모금씩 빨아들였다. 준수한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조진범은 SUV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다시 거실에 있는 아내와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조명이 거실 안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조은희 역시 자신이 이탈리아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진안영에게 말했다.

“새언니, 저 진석 씨 진심으로 좋아해요. 저 사람은 그냥 가문에서 정해준 약혼자일 뿐이지, 단 한 번도 저 사람한테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저가 먼저 진석 씨 좋아한 거였단 말이에요. 처음에는 진석 씨도 저 멀리했다가 제가 하도 끈질기게 쫓아다니니까 결국 받아준 거예요.”

그때의 조은희는 꽃다운 나이 18살이었다.

진석은 대학교를 막 졸업하려던 참이었고 그의 지도교수는 조은혁과 꽤 깊은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조은희에게 가정 교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지도교수가 진석을 조은혁에게 추천해준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냉정하기도 유명한 진석이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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