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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6화

조진범의 손가락이 순간 멈칫했다.

반짝이는 크리스털 램프 아래서 그의 얼굴은 이상하리만치 안색이 좋지 않았고 긴 손끝은 가운을 꽉 잡은 채 한참 만에야 드레스룸을 나와 문 앞에 서서 조용히 아내를 바라보았다.

진안영은 이미 일어나 앉아 있었다.

어두운 불빛 아래 두 사람의 시선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한번 말했다.

“우리 이혼해요.”

“왜?”

조진범은 아내를 빤히 쳐다보는데 잘생긴 그의 얼굴에는 쉽사리 알아챌 수 없는 피로감이 느껴졌다.

“그날 일 때문에 그래? 그날 내 태도가 좀 난폭했다는 건 인정할게. 당신도 그 아이에게 미안하고... 하지만 안영아, 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어.”

그러나 진안영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반박했다.

“아니요. 만회할 필요 없어요. 전 이미 충분히 고민해봤어요. 이런 결혼은 제가 원하던 결혼이 아니에요. 사실 당신도 나에게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당신은 단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제가 원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 뿐이에요.”

...

근데 진짜 너무 많았나?

사랑 없는 혼인은 참을 수 있어도 남편의 가장 기본적인 보살핌은 필요한 것이다. 중요한 순간에 전화를 걸었는데 돌아오는 한마디가 언제 철드냐 라는 말이라니.

그 말에 진안영은 조진범과의 평생을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어졌다.

그녀의 눈빛이 촉촉하게 젖어갔다.

어쨌든 조진범과 정식으로 혼인을 한 관계인데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엄연히 따지면 두 사람의 아이도 낳은 셈이다. 너무 빨리 죽었을 뿐.

진안영은 사실 그들의 이혼은 매우 쉬우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보상을 원하지 않았고 게다가 조진범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으니 그들만큼 이혼이 쉬운 사람도 없을 것이다. 조진범이 결혼하는 것도 단지 합법적인 상속인을 원했을 뿐이고 사실 누구를 찾든 상관없는 데다 그녀와 이혼하면 더 나은 선택지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안영은 틀렸다.

조진범은 결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 조씨 가문과 진씨 가문 모두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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