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1171 - 챕터 1180

1188 챕터

제1171화

조진범이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냥 잠깐 걷다 왔어요.”원래 조진범은 회사로 가 회의를 열어야 했지만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조진범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이지안에게 몇 마디 지시를 내린 후 곧장 혼자 차를 몰고는 집으로 돌아갔다.이혼 후, 그는 부모님이 계신 저택으로 들어가지 않고 여전히 신혼 때 아내와 살던 별장에서 지내고 있었다.차를 몰고 가던 중, 조진범은 갑자기 조미료 하나를 구할 수 없다며 불평하던 김 씨 아주머니를 떠올렸다. 조진범은 한 국제 마트에서 김 씨 아주머니가 원하던 그 조미료를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생각난 김에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조진범은 그 마트로 차를 돌렸다.부드럽고 얇은 눈송이가 세상에 내려앉았다.얇은 모직 코트에 키도 185cm가 넘는 준수한 남자가 마트 안에 들어서자 많은 여자의 시선이 집중됐다. 조진범은 이미 그런 시선들이 익숙하다는 듯 받아들이며 곧장 양념 코너로 가 토마토소스 두 병을 집어 들었다.계산을 마치고 마트를 나서려던 조진범의 두 눈이 미세하게 좁혀졌다.그와 3~4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임신한 여성이 서 있었는데 마침 등을 돌리고 있어 얼굴은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어깨를 살짝 숙인 채 수입 식자재를 고르고 있었다. 정면은 보지 못했지만 조진범은 그녀의 자태가 임신 4~5개월 정도라고 유추해낼 수 있었다.그는 임산부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몇 달 뒤면 새 생명이 태어나겠네.’그리고 그는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하고 뱃속에서 유산된 진안영의 아이를 떠올렸다. 만약 그 아이만 있었더라면 두 사람이 이혼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조진범은 곧 자신의 헛된 망상에 헛웃음이 나왔다. 진안영과 이혼하지 3개월이 다 지난 이제 와서 무슨 만약을 말한단 말인가?조진범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그는 계산대로 가 계산을 마쳤다.불과 1분 만에 그는 김 씨 아주머니가 원했던 토마토소스를 들고 마트를 나섰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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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전화를 끊고 조진범은 한참 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가 비로소 손끝의 담배가 꺼진 것을 발견했다. 담배의 절단된 부위로부터 담뱃재가 양복바지에 떨어져 내렸고 길쭉한 손끝은 영문도 모른 채 가볍게 떨려 났다.다시 눈을 들어보니 그 임산부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문득 조진범은 가속 페달을 밟은 후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뒤쫓아갔지만 백 미터 정도 달려나가더니 다시 급정거하며 차를 멈춰 세웠다. 온몸이 심하게 떨려 나고 그는 가볍게 숨을 헐떡이며 정신을 차렸다.조진범은 손가락을 떨며 담배 반 토막에 다시 불을 붙였다.뭘 하고 있는 거지?왜 미친 것마냥 처음 보는 임산부를 뒤쫓아 갔던 거지? 임산부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까지 감정제어가 안 된다고? 아니라면 어깨에 늘어뜨린 푸른 머리카락이 전처와 똑 닮았기 때문일까?만약...만약 진안영이 임신했다면 그녀도 풍만한 몸으로 이런 슈퍼마켓에 와서 어린아이들 물건을 사고 눈 오는 날 혼자 걷지 않았을까?그렇다면 남편은?여자의 남편은 왜 그녀를 데리러 오지 않았을까? 사이가 좋지 않은 걸까?조진범의 눈동자가 점차 흐릿해져 갔다.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왜 낯선 여자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있는 거지? 조진범은 이제 반드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그렇다. 조진범의 삶.조진범은 정지혜라는 여자와 선을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안영과 선을 본 지 이제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불과 1년 만에 그는 결국 또 실혼을 하고 또 선을 보러 간다... 모든 것은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았다.부드러운 가랑눈이 자동차 앞 유리에 푸슬푸슬 내려앉았다.조진범은 와이퍼를 작동시켰다. 끊임없이 좌우로 흔들리는 검은 와이퍼는 마치 이 아득한 세상 사이의 유일한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그는 조용히 그 와이퍼를 지켜보며 남은 담배를 천천히 피웠다.잠시 후, 차에 시동이 걸리고 조진범은 이 자욱한 눈 사이로 자취를 감춰버렸다.자동차의 바퀴 자국은 북쪽으로 향했고...조금 전 진안영의 발자국은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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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3화

조진범은 수조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재벌로서 B시에서도 셀 수 없이 많은 여자들이 그를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다. 하여 그와 소개팅할 수 있는 기회도 매우 흔치 않은 기회이다. 그리고 정지혜는 부잣집 귀부인이 되기 위한 기본 소양을 잘 알고 있다. 묵묵히듣고 생각하지 않고 철만 들면 된다.김유연을 이야기하고 나서 화제는 또다시 끊어졌다.정지혜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맞은편 남자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카페 밖으로 쏜살같이 뛰어나갔다. 어찌나 빠른지 정지혜도 당황할 지경이다.“조 대표님, 왜 그러세요?”정지혜는 다급하게 그를 불렀지만 조진범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조 대표가 이토록 추태를 부리는건지 정지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회사에 급한 일이라도 생긴건가?...카페 입구.과거를 함께 했던 부부가 다시금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단지 몇 걸음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단지 석 달 동안 헤어졌을 뿐인데, 이미 수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그리고 조진범은 진안영의 배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진안영이 임신했다.진안영이 임신했다니.조진범은 아이를 가져본적이 없지만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진안영의 불러온 배 크기라면 확실히 임신 3~4개월 차이다, 즉 그들이 이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진안영은 바로 하도경과 함께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날 이혼 합의서에 서명한 후, 바로 사귀게 되었단 말인가?진안영의 말이 사실이었다니.진안영과 하도경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그런데 조진범은 그 와중에도 혹여나 진안영이 그를 속인건 아닐까 하는 환상에 빠져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뜻밖에 남겨진 그녀의 옷을 아련하게 바라보고 또 그녀에게 전화를 걸까, 핑계를 대며 그녀를 만나러 갈까 하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이나 했다... 같은 시각, 진안영은 이미 하도경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말이다.정말 우습기 그지없군.분노와 실망이 조진범의 모든 감정을 삼켜버렸다. 하여 그는 눈앞의 전처를 바라보며 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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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사실 진안영은 조진범과 재회할 생각이 없었다.조진범은 그녀에게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비아냥거리며 그녀를 조롱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여자친구도 데리고 와 그녀에게 보여주었다.그의 새 여자친구는 그와 함께 있으면 아주 잘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여자였다. 이에 진안영은 저도 모르게 문득 작년 회사 송년회에 그녀를 데려가길 원하지 않았던 조진범을 떠올렸다. 그렇다. 조진범은 늘 정지혜와 같이 똑똑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뿜어내는 여자를 좋아했다.씁쓸했지만 진안영은 애써 품격을 유지하며 예의를 차렸다.그녀는 조진범과 이미 이혼했고 과거의 일도 다 지나가 이제 과거일 뿐이다. 하여 말을 마치고 진안영은 정지혜를 향해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떠나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곧이어 조진범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이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남자의 엄청난 힘에 진안영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손목 통증이 참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에 퍼져서 심지어 약간의 연한 푸른빛이 비쳤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낮게 비명을 지른 후 그를 올려다보았는데 진안영의 눈빛 속에는 조진범을 향한 경고가 가득했다.‘조진범 씨, 우린 이미 이혼했어요.’‘당신의 새 여자친구가 아직 여기에 있는데 이렇게 내 손목을 잡고 있는 게 정말 적합하다고 생각하세요?’하지만 진안영은 끝내 그 말들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그렇지 않으면 결국 난처한 사람은 진안영뿐일 테니까.조진범 역시 당연히 부적합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진안영의 가는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단지 입에서 나온 말은 또다시 날카로운 바늘처럼 진안영의 심장을 쿡쿡 찔러댔다.“진안영 씨, 안심하세요. 만약 제가 언제 결혼하면 첫 번째로 가장 먼저 당신에게 청첩장을 보낼 거니까.”조진범과 두 눈을 마주했지만 그의 눈동자 속에 비친 감정은 한없이 싸늘했다.진안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진안영 씨.한 번의 사랑과 한 번의 결혼을 거쳐 돌아온 대답은 “진안영 씨”였다.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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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5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랜드로버가 조진범의 별장을 떠났다...유이준이 떠난 후, 별장의 고용인들은 바쁘게 돌아치며 일하기 시작했다. 해장국을 끓이는 사람과 조진범의 얼굴을 닦아주는 사람, 그리고 조진범이 편안할 수 있도록 그의 몸에 걸쳐진 얇은 모직 코트를 조심스럽게 벗겨주는 사람까지 사람들은 늦은 시간까지 쉴 틈 없이 돌아쳤다.김씨 아주머니는 조진범의 목을 닦아주고 있었는데 그녀는 물수건으로 그를 닦아주면서도 계속하여 구시렁거렸다. 아내가 없으니 정말 꼴불견이다. 예전의 사모님은 정말 괜찮은 분이셨는데... 가정을 돌볼 줄도 알고 남자를 살뜰히 챙길 줄도 알고 말이다.예전의 사모님이라면 진안영을 말하는 걸까?조진범은 소파에 벌렁 드러누웠다. 사방의 모든 것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머리 위의 크리스털 램프가 심하게 흔들거렸는데 조진범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났다...한편, 김씨 아주머니는 아직도 쉬지 않고 재잘거리고 있었다.반박하기도 귀찮았던 조진범은 이제 위층으로 올라가 진안영과 함께 잤던 침대에 눕고 싶어졌다. 진안영의 냄새는 더 이상 나지 않았지만 그 위에는 그녀만의 추억이 여전히 남아 있다.하여 조진범은 애써 비틀거리며 일어나 계단을 짚고 올라갔다.그러자 김씨 아주머니는 아래에 서서 그를 불렀다.“해장국 다 끓였으니 일단 다 마시고 올라가서 주무세요.”그러나 조진범은 손사래를 치며 상관하지 말라며 허튼소리를 했다.“전 부인이 보살펴 줄 테니까 먼저 주무세요.”뜬금없는 헛소리에 고용인들은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이 집에 웬 부인이란 말인가. 사모님은 벌써 대표님과 이혼했는데. 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알아차렸다. 조 대표님은 사모님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한편, 조진범은 2층으로 올라가 안방 침대를 어루만졌다.이윽고 몸이 축 늘어지며 침대 위에 쓰러졌다.불을 켜지 않아 사방이 어두웠지만 조진범은 여전히 눈이 부시고 아파 났다. 손으로 눈을 가려보았지만 눈가의 뜨거운 열기를 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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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회장실 문 앞에서는 이지안 비서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대표님, 부르셨습니까?”조진범은 시선을 살짝 내리깐 채 여전히 그 초대장을 바라보며 이지안 비서에게 말했다.“이 초대장 직접 갖고 가서 꼭 진안영에게 손수 전달해주세요. 저와 안영이 사이의 약속이니까요.“초대장을 받아든 이지안 비서는 꽤 놀란 기색을 보였다.조진범과 진안영이 이혼한 지 벌써 8개월이나 되었다. 원래라면 이제 서로 완전한 남남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의 대표님은 아직도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듯 보였다. 굳이 이 결혼식 초대장을 보내는 이유가 상대를 자극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을 자극하기 위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남녀 사이에 갑자기 어느 한쪽이 승부욕을 품는 순간, 이미 진 게임이나 다름없다.부하직원이었던 이지안은 딱히 뭐라 말도 못 하고 초대장을 직접 진안영에게 전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미 진안영 자매가 함께 사는 집을 알고 있었고 그 집을 찾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진안영의 집안일을 도와주던 둘째 아가씨는 몇 달 전 이사를 하더니 설날에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그 말에 이지안은 멍해졌다.몇 달 전에 이사했는데 설날에 오지도 않았다니?친절한 진씨 가문의 가정부는 그녀에게 다른 방법을 하나 제시해주었다.“차라리 큰 아가씨네 회사로 가보시는 게 어때요? 큰 아가씨께서는 틀림없이 둘째 아가씨의 행방을 알고 계실 거예요. 그것도 아니라면, 큰 아가씨께서 이 초대장을 둘째 아가씨한테 대신 전해줄 수도 있고요.”이지안 비서는 그녀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그녀는 진은영의 회사로 찾아갔고 다행히도 진은영이 이지안 비서를 만나주었다.진은영은 매우 바빠 보였다. 이지안 비서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을 때도 진은영은 여전히 서류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고 발소리를 들었음에도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진범 씨가 보낸 사람이에요?”이지안은 민망한 듯 대답했다.“네.”진은영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이지안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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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이지안은 그런 조진범의 눈빛에 방금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물론 진은영이 청첩장을 찢고 조진범에게 죽지도 않냐는 저주를 내렸다는 일은 생략했다. 모든 것을 알려준 이지안이 조용히 물었다.“대표님, 안영 씨 행방, 계속 찾아볼까요?”조진범은 다시 등을 돌렸다.그는 창밖의 석양을 계속 바라보았다. 이지안이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느꼈던 그 설렘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조진범은 진안영이 B 시에 없다면 분명 H 시에 있는 하도경을 찾아가 함께 살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다만 그 둘이 왜 아직도 결혼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하도경의 집안에서 반대했기 때문이 아닐까.조진범은 눈이 시큰해질 때까지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결국, 생각 정리를 마친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그만둬요.”조진범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지안은 그가 새신랑이라기보다는 실연당한 남자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조진범과 정지혜의 지난 6개월간의 교제를 떠올려 보았지만 정말 싱겁기 그지없었다. 조진범이 진심으로 정지혜를 사랑하는 것 같은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이지안은 하려던 말을 가까스로 삼켜냈다.이지안이 자리를 뜨고 나서도 조진범은 다시 한참 동안 홀로 서 있었다. 책상 위의 휴대폰이 울릴 때가 되어서야 그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정지혜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오늘 밤에 그녀 아버지의 생신 축하파티가 있을 예정이니 예비 사위로서 반드시 참석해 체면을 세워달라는 내용의 전화였다.정지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조진범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알겠다는 대답을 내놓았다.한 시간 후, 조진범은 차를 몰고 약혼녀의 집에 도착했다. 그는 특별히 희귀 와인 두 병도 따로 챙겨와 정지혜의 아버지와 함께 나눌 생각을 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정지혜의 집 앞에 멈추자 안에 있던 조진범은 고개를 들어 정씨 가문의 저택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전 부인의 본가가 떠올랐다. 솔직히 말하면 정지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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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8화

분위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정지혜는 기분이 나빴지만 아버지의 생일이기도 했고 집 안에는 많은 친척이 조진범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탓에 지금 당장 그에게 따질 수도 없었고 다툴 수도 없었다.정지헤는 애써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왔으면서 왜 안 들어오고 있어요? 다들 기다리고 있었는데.”조진범은 그 말에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저녁의 어스름 속에 서 있는 여인은 진안영이 아닌 이해심 많은 그의 약혼녀 정지혜였다. 그의 전 부인도 아니었고 지금 그가 모든 신경을 쏟고 있는 그 사람도 아니었다.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던 조진범은 아무 말 없이 곧장 차에서 내렸다.한 쌍의 남녀가 어스름한 저녁에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은 아주 보기 좋았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서 있던 정씨 가문의 하인들이 계속해서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아가씨, 사위님.”조진범은 고결한 표정으로 하인들의 인사에 응답하지 않았다.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달콤해진 정지혜는 참지 못하고 조진범의 팔에 팔짱을 낀 채 그의 곁에 꼭 붙어 걸어갔다. 그러고는 자신의 얼굴을 넓은 조진범의 어깨에 살짝 기대자 부드러운 그녀의 피부가 고급스러운 재질의 옷감에 닿았다. 머리를 풀고 있었던 덕에 정지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웠지만 조진범은 여전히 그녀에게 자신의 다정함을 보여주지 않았다.정지혜는 그런 조진범의 모습에 적잖이 실망한 모양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조진범이 다정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는 어느 여자에게나 다 이런 식으로 행동했다. 이런 남편이라면 먼 곳으로 출장을 가거나 외근을 나간다고 해도 정지헤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정지혜 역시 부부 사이가 지나치게 끈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진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 제일 높은 위치에서 만나는 것이었다.두 사람이 거실로 들어서자 정지혜의 아버지가 직접 나와 두 사람을 맞이했다.“진범아.”하지만 이런 식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정지헤의 부모뿐이었다. 다른 친척들은 조진범에게 ‘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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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9화

밤이 깊었다.진은영은 잠자리에 들었다...진안영은 수면 가운을 걸친 채 테라스 밖으로 나가 C 시의 야경을 감상했다. C 시는 B 시만큼 번화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파트의 테라스에서조차 멀리 이어진 산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산 너머에는 진안영의 어머니가 복역 중인 교도소가 있었다. 모범수로 인정받은 그녀는 3개월 감형을 받아 형량이 줄어든 상태였다.진안영은 고개를 숙여 손에 쥐어진 청첩장을 바라보았다.[신랑 조진범, 신부 정지혜][백년해로]...조진범이 결혼을 한단다.그리고 일부러 진안영에게까지 청첩장을 보냈다. 보나 마나 그는 지금 진안영을 마음속 깊이 증오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녀가 자신의 입으로 하도경의 아이를 가졌다고 말했던 그 순간, 진안영은 조진범과 했던 결혼 생활, 그와 함께 나눴던 사랑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이 청첩장이라는 존재가 잠잠하던 그녀의 마음에 돌을 던져버렸다.진안영은 오랫동안 밤하늘 아래에 서 있었다.다음 날 아침, 진은영은 일찍 집을 나섰다.진안영은 진은영을 차까지 바래다주었다.검은색 차의 뒷좌석에 탔다가 다시 차에서 내린 진은영은 동생의 불룩한 배를 살살 어루만지더니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예정일 일주일 남으면 네 곁에 계속 있어 줄게. 아기 태어나면 엄마도 정말 기뻐하실 거야. 아이가 태어난 지 두 달이 되면 우리 같이 엄마한테 아기 보여드리러 가자.”그 말에 진안영도 조용히 자신의 배를 살살 어루만졌다.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어 대답했다.“그래...”...5월 20일은 조진범과 정지혜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그리고 진안영은 예정일보다 3일이나 빨리 출산하게 되었다.(조이서가 좋은 곳에서 태어날 수 있게 하려고 진안영이 이를 악문 것이었다.)C 시 제1 산부인과의 고급 산후조리원에는 진은영이 B 시에서 특별히 초청해온 최고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진안영의 출산 과정에는 문제가 생겼다.난산이었다. 산모가 피를 지나치게 많이 흘리고 있었다.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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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0화

B시, 가장 럭셔리한 호텔 안.조진범은 정지혜와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오늘 밤 가장 성대한 날, B시의 유명인사들이 거의 모두 JH그룹 회장의 재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했다. 하지만 떠들썩한 분위기와는 달리 신랑은 줄곧 건성으로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별로 기뻐 보이지 않는 눈치였다.그런데 그때, 진은영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진은영은 원래 냉정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인데 통화가 연결되고 건너편에서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세계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가 이토록 무너지는 것도 정상이었다. 그런 가정에서 딸로 태어나 태어날 때부터 썰렁한 대우를 받으며 자랐고 이제 엄마까지 감옥에 갇혀버렸다. 게다가 현재 그녀의 여동생은 피를 쏟아내고 있다. 그녀는 지금 거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서 싸우고 있다.휴대폰에서 진은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안영이 임신한 거 당신 애라고요. 그러니까 오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휴대폰이 조진범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지만 다행히 카펫이 깔려있어 깨지지는 않았다. 조진범은 즉시 휴대폰을 주워들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진은영에게 다시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당장 갈게요.”“C시 XX 산부인과병원.”...전화를 끊은 조진범은 곧바로 옆에 있던 이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지금 당장 전용기를 준비해 주세요. C시로 가겠습니다.”그 말에 이 비서는 잠깐 넋을 잃고 말았다.오늘 밤 여주인공인 정지혜도 덩달아 넋을 잃고 말았다. 사실 그녀는 방금 조진범의 통화 소리를 전부 다 들었다.진안영이 조진범의 아이를 임신했다.그리고 현재 진안영이 아이를 낳고 있다.그런데 조진범이 지금 C시에 가면 그들의 결혼식은? 남겨진 정지혜는?다시 정신을 차린 정지혜가 다급히 조진범의 팔을 잡아당겼다.정교한 메이크업은 현재 거의 일그러져버렸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날카로움을 띠고 있었다.“조진범 씨, 30분 후에 우리는 결혼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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