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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8화

분위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정지혜는 기분이 나빴지만 아버지의 생일이기도 했고 집 안에는 많은 친척이 조진범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탓에 지금 당장 그에게 따질 수도 없었고 다툴 수도 없었다.

정지헤는 애써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왔으면서 왜 안 들어오고 있어요? 다들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진범은 그 말에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저녁의 어스름 속에 서 있는 여인은 진안영이 아닌 이해심 많은 그의 약혼녀 정지혜였다. 그의 전 부인도 아니었고 지금 그가 모든 신경을 쏟고 있는 그 사람도 아니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던 조진범은 아무 말 없이 곧장 차에서 내렸다.

한 쌍의 남녀가 어스름한 저녁에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은 아주 보기 좋았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서 있던 정씨 가문의 하인들이 계속해서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아가씨, 사위님.”

조진범은 고결한 표정으로 하인들의 인사에 응답하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달콤해진 정지혜는 참지 못하고 조진범의 팔에 팔짱을 낀 채 그의 곁에 꼭 붙어 걸어갔다. 그러고는 자신의 얼굴을 넓은 조진범의 어깨에 살짝 기대자 부드러운 그녀의 피부가 고급스러운 재질의 옷감에 닿았다. 머리를 풀고 있었던 덕에 정지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웠지만 조진범은 여전히 그녀에게 자신의 다정함을 보여주지 않았다.

정지혜는 그런 조진범의 모습에 적잖이 실망한 모양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조진범이 다정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는 어느 여자에게나 다 이런 식으로 행동했다. 이런 남편이라면 먼 곳으로 출장을 가거나 외근을 나간다고 해도 정지헤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정지혜 역시 부부 사이가 지나치게 끈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진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 제일 높은 위치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거실로 들어서자 정지혜의 아버지가 직접 나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진범아.”

하지만 이런 식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정지헤의 부모뿐이었다. 다른 친척들은 조진범에게 ‘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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