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침묵이 길어졌다.조진범은 차열쇠를 내려놓고 아이의 엉덩이를 씻어내고 연고를 발라준 후 살짝 두드렸다.그리고 진안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2시간이면 돼."진안영은 더이상 그를 막지 않았다.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다가갔다.밖엔 여전히 하늘에 구멍이 뚤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그녀는 가느다랗고 하얀 손가락으로 창문을 두드리며 조심하라고 그에게 당부의 인사를 보냈다.하지만 소리가 너무 작아 조진범은 듣지 못한듯 싶었다.그는 검은색 바람막이를 걸쳤다.잠시후 진안영은 창가에서 그가 건물을 나와 차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았다.진안영은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건물 아래서 조진범이 차문을 열려던 때 그는 진안영의 눈빛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빗속에서 그의 바람막이가 모두 젖었다.하지만 조진범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그는 빗속에서 진안영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진안영이 그를 기다린다는 점은 확실했다...한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조진범은 마음이 울렁거렸다.그는 차문을 열고 들어갔다.조진범은 직접 운전하여 천기저귀를 찾으러 다니지 않고 이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고급 의류 공장에게 연락하여 최고급 순면으로 아이의 천기저귀를 만들게 했다.이 비서는 전화를 받고 어안이 벙벙해 속으로 생각했다.'지금 새벽 시간이고 밖엔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어디서 기저귀를 만든단 말인가!'하지만 어떤 어려움도 이 비서를 막을 순 없었다.1시간 후, 조진범은 공장으로 직접 운전하여 아현의 기저귀 생산 진도를 감시했다.기저귀 제작이 끝나고 한 고급 세탁점에 연락하여 아무런 화학물질도 남지 않게 깨끗하여 세탁을 했다.일을 마치고 조진범은 천기저귀 2박스를 차 트렁크에 싣고 병원으로 갈 준비를 했다.이 비서는 우산을 들고 눈앞에서 사라지는 검은색 차량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기저귀를 만드는데 1억이 넘게 들었다.뜨거운 아빠의 사랑에 진아현은 태어나자마자 복에 겨우는구자!...새벽
조진범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밖에 걸친 바람막이는 이미 절반 이상이 젖었다.그는 자연스럽게 진안영의 말에 대답했다."밖에 비가 계속 내려서 오다가다 조금 맞았을 뿐이야. 조금 있다가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 돼."조진범은 아이에게 냉기가 갈까봐 걸쳤던 바람막이를 벗어던졌다.안엔 새하얀 셔츠와 정장바지였다.깔끔한 옷을 입은 조진범의 수려한 외모는 더한층 빛났다.조진범은 간호사의 눈길을 무시하고 박스를 열어 깨끗한 천기저귀를 꺼냈다.그리고 자신의 손을 깨끗이 씼고 어린 딸을 안아 들고 익숙하게 기저귀를 갈아주었다...진아현은 편히 잠을 자다가 잠을 깨어 기분이 언짢았는지 아빠의 품에서 칭얼거리다가 울음을 터뜨렸다.그리고 두 다리를 힘있게 뻗었다.불빛 아래서 조진범의 눈길은 너무나 부드러웠다.그는 딸의 모습에 애간장이 녹을 지경이었다.옆에서 간호사가 그런 조진범의 모습에 칭찬을 퍼부었다."대표님은 참 대단하시네요. 야밤에 이렇게 많은 천기저귀를 가져오시다니. 이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인데요."조진범은 가만히 미소만 지었다.그는 오랫동안 아이를 안지 못했기에 더이상 참지 못하고 아이를 품안에 안아 사랑스러운 얼굴을 쳐다보았다.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았다...진아현은 그의 품에서 가만히 있으며 검은 눈동자로 조진범을 바라보았다.아빠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간호사는 아이와 장난을 쳤다."대표님, 따님이 너무 귀여워요."간호사는 조진범에게 아양을 떨었다.그녀는 진안영이 그의 전부인임을 알고 있었고 조진범의 결혼도 취소된 걸 알고 있었다.조진범은 지금 엄연한 솔로인 것이다.조진범 같은 특출난 사업가가 이를 모를리가 없었다.그는 진안영에게 눈길을 돌렸다.진안영도 간호사의 뜻을 알아차리렸지만 자신의 신분으로 뭐라 얘기하기도 어려웠다.하여 침대맡에서 육아 서적을 꺼내들어 어색함을 지워보려했다.조진범은 가볍게 웃었다.자리를 비켜달라는 조진범의 말에 간호사는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조진범의 권력에 복종하
진안영은 대답할 수 없었다. 조진범은 그녀를 곤란하게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모녀 곁을 지키며 그녀가 아이에게 젖을 다 먹일 때까지 기다렸다. 진안영이 젖을 다 먹이자, 그는 그녀의 옷을 다정하게 여며주었고, 진아현의 기저귀까지 갈아준 뒤, 아이를 작은 침대에 눕혀 재웠다.아기를 달래며, 조진범은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안영에게 말했다.“다른 사람이 돌보면 불안해.”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속엔 말로 다할 수 없는 친밀함이 담겨 있었다.진안영은 그를 쫓아낼 수 없었다. 그녀는 퇴원하고 나면 그가 더 이상 집에 머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저 이 시간을 견디면 될 것이라 여겼다...밤은 점점 더 고요해졌다.불은 하나씩 꺼지고, 따뜻한 노란색 조명 하나만 남아 빛을 비추고 있었다. 고요한 밤, 서로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잠이 들 무렵, 진안영은 조진범의 깊은 한숨 소리를 들었다.“당신이 날 기다려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진안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잠든 척했다.하얀 베개에 귀를 댄 채, 베개에서 은은하게 퍼져오는 약품 냄새를 맡으며 그녀는 천천히 꿈속으로 빠져들었다.이른 새벽, 하늘이 흐릿하게 밝아올 때, 조진범은 진아현을 다시 안아왔다.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진안영은 너무 피곤해서 조진범이 옆에 앉아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예전에 볼 건 다 봤다는 생각으로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뺐지만, 귓가에 따뜻한 남성의 숨결이 스쳤다.“부끄러워?”진안영은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조진범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웃을 때면 정말 멋있었고, 성숙한 남자의 매력이 넘쳤다. 그 순간 진안영은 어젯밤의 그 간호사를 떠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뭐가 부끄러울 게 있어요?”조진범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볼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침 8시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어와 정기 검진을 시작했지만, 진안영은 그 간호사를 보지 못했다. 나중에 조진범이 그녀에
진안영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가볍게 몸부림쳤다. “조진범?”그녀의 다급한 반응과 달리, 남자는 느긋해 보였다.그는 잘생긴 얼굴을 그녀의 얇은 어깨에 얹었다. 숄의 부드러운 촉감이 그에게 안락함을 주었다. 그는 팔을 더 단단히 감으며 그녀를 가까이 끌어안았고 목소리에는 더욱 낮고 거친 성숙한 남자의 매력이 깃들어 있었다.“나랑 B 시로 돌아가서 살자. B 시에는 최고의 병원과 학교가 있어. 아현이도 그곳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유리할 거야... 어때?”말을 마친 그는 검은 눈동자로 정안영을 가만히 응시했다.정안영은 속눈썹을 드리우고 나지막이 말했다.“먼저 나 좀 놔줘요.”하지만 남자는 그렇게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겨 두 사람의 몸은 과거 부부였을 때처럼 다정하게 밀착되어 있었다...정안영은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려 애쓰며, 창밖의 푸른 잎을 바라보며 조용히 진심을 털어놓았다.“앞으로 나는 아이를 데리고 여기서 살 거예요.”조진범은 추측했다.“어머님 때문이야?”정안영은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변했다.“진범 씨, 이 세상에 저에겐 가족이 별로 없어요. 엄마와 언니, 그리고 내 아이뿐이에요. 남은 인생 동안 나는 욕심부리지 않고 그들과 함께 잘 지내고 싶어요. 그러니 나는 당신과 함께 B 시로 돌아가지 않을 거고, 함께 살지도 않을 거예요.”“우린 이미 이혼했어요.”“당신은 정지혜와의 혼약이 끝났다고 말하겠지만 그건 당신들 둘 사이의 문제예요.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니까, 당신과 그녀가 헤어졌다고 해서 내가 당신과 다시 같이할 일은 없을 거예요... 진범 씨, 내 말 이해했어요?”...조진범이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그녀의 뜻은 분명했다. 그와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는 참을 수 없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안고 낮고 섹시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처음 엄마가 된 정안영은 자는 시간도 아까웠다.조금만 지나도 딸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침실 안의 조명이 어두워지자 조진범은 소파에 가서 누웠다. 그는 가볍게 눈을 감으며 나지막이 말했다.“빨리 자. 밤에 내가 아현을 안아다 줄게.”정안영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조진범은 이미 잠든 것 같았다.어두운 불빛 속에서 그는 소파에 조용히 누워 한쪽 팔을 아기 침대 위에 올려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그 부드러운 흔들림에 정안영의 마음은 먹먹해졌다.사람의 마음이란 결국 살로 이루어진 것이다—조진범이 진아현을 얼마나 아끼고 자신에게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그녀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관계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아이로 이어진 관계는 ㅁㅁ았다. 어떻게든 그와 잘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그들 사이에는 일종의 경계가 있어야 했다... 예를 들어 그가 아이를 보고 싶다면 아이가 조금 더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주 두 번씩 데려가는 것이다.정안영은 마음이 복잡해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한밤중에 진아현이 깨어나 아주 낮은 소리로 두어 번 울었다... 조진범은 너무 피곤했던 건지 깨지 않았다. 정안영은 일어나 아기를 달래고 기저귀를 갈아준 뒤 젖을 먹였다. 그러자 아기는 만족한 듯이 아기 침대에서 다시 잠들었다.이렇게 착한 아기라면 누구의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을까. 정안영은 아기 침대를 붙들고 오랫동안 딸애를 바라보았다.잠자리에 들려다 정안영은 조진범이 아무것도 덮지 않은 채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방 안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기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얇은 양모 담요를 가져와 그에게 덮어주려 했다. 그녀를 가까이 오게 하려고 조진범이 일부러 잠든 척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그녀가 담요를 덮어주려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 조진범의 한 팔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그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다음 순간, 그녀는 뜨거운 남성의 품에 안겨 그의 몸과 밀착되었다.정안영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어둠 속에서 그를
진안영은 자신이 조금 흔들렸다는 걸 인정했다.조진범 같은 남자가 모든 일과 체면을 내려놓고 그녀와 함께 출산하고 산후조리를 도우며, 밤낮 없이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반달 동안 진안영은 거의 고생도 하지 않았고, 몸도 많이 회복됐다.솔직히 말해, 이런 남자의 다정함은 어느 여자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진안영도 마찬가지였다.조진범과 얼굴을 맞대고 그의 품 안에서 그의 체온을 느끼며, 그가 속삭이는 달콤한 말을 듣고 있는데 어떻게 아무런 느낌도 없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진안영은 여전히 이성을 유지하고 살짝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지금은 좋아하지 않아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조진범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이번에는 진안영이 그를 저지했다. 그녀는 하얀 손으로 그의 입술을 막으며, 낮은 목소리로 그를 밀어냈다.“진범 씨, 자꾸 이러면 나 이사 갈 수밖에 없어요. 당신이 볼 수 없는 곳으로요.”조진범은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그녀가 장난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그는 조금 실망했다. 이제야 그는 진심으로 그녀와 부부가 되어 아이를 키우며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는데.그가 멍하니 있는 틈을 타 진안영은 재빨리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아침부터 그녀는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조진범은 모를 리 없었지만, 그는 굳이 드러내지 않고 뒤의 일들을 처리했다. 그는 진안영의 맞은편 집을 사서 진안영과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육아 전문가팀을 그곳에 배치했다. 그뿐만 아니라 B 시에 있던 도우미 아주머니도 남겨 두어 진안영을 위해 매일 보양식을 끓이게 했다... 다른 것들도 조진범은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겼다.그가 이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정은영은 팔짱을 끼고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참으로 강압적인 아빠 같으니라고!’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조진범, 이제 와서 이런 걸 해봤자 뭐 하겠어?”만약 이전에 그가 진안영에게 조
조진범이 차 문을 열고 나섰다. 조진범의 단정하고 고상한 모습은 형형색색의 네온 불빛 아래서 더욱 빛났다. 이 비서는 조수석에서 내려 조진범 곁으로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조 대표님, 들어가시죠. 회장님과 정씨 집안 분들이 모두 와 계십니다.”조진범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조용히 계단을 올랐다.길고 화려한 클럽 복도 위로 내려오는 크리스탈 조명이 일행의 그림자를 부드럽게 감싸며 은은하게 반짝였다. 매니저가 나서서 두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여깁니다, 조 대표님.”조진범은 안쪽을 바라보았다. 조진법의 부모님과 정씨 가족들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분위기는 성벽처럼 차갑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테이블 위에는 몇 가지 음식이 놓여 있었으나 아무도 식사할 마음이 없는 듯했다.이 순간 조진범이 등장하자 조은혁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지혜의 가냘픈 몸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정지혜는 문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신과 결혼할 뻔했던 그 남자를 바라보며 조진범이 C성에 갔던 긴 시간 동안 자신을 전혀 그리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과의 혼약을 파기하려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졌다.정지혜는 계속해서 조진범을 바라보았다. 조진범이 들어와 앉는 모습을 눈으로 따라가며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고였다.문이 부드럽게 닫혔다.조진범은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와인 잔을 들어 정씨 부모님께 경의를 표하며 차분히 사과했다. 정지혜에게 미안하다고,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정지혜의 부모님은 여전히 탐탁지 않다는 눈빛으로 조진범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조진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조진범은 사업가였고 오늘 저녁의 이 자리 역시 사실상 사업을 논하는 자리였다. 조진범은 홀로 술을 한 잔 들이켜고 나서 거액의 현금 보상과 함께 20조 원 상당의 계약을 정씨 가족에게 제안했다.정지혜의 부모는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이 계약은 정씨 가족에게는 커다란 유혹이었고 몇백억 원의 현금 보상까지 더해져 있었으니 조씨 집안이 이 정도로 배려해 준 것은 충
정지혜는 취해 있었다.정지혜는 몸매가 드러나는 섹시한 원피스를 입고 두 팔을 벌려 캠핑카 앞을 막으며 마지막으로 차 안에 있는 남자를 붙잡으려 애썼다.검은 롤스로이스 안에서 조진범은 조용히 바깥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조진범은 사실 정지혜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할 뻔한 사이였고 비록 이제 모든 것이 끝났어도 조진범은 차에서 내려 정지혜를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정지혜는 기뻐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지혜는 참지 못하고 조진범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뻗어 조진범을 만지려 했지만 조진범의 눈 속에 담긴 차가운 무관심이 정지혜를 멈추게 했다. 정지혜는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저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정지혜는 어두운 밤 속의 저택을 한 번 바라보고 이내 시선을 다시 조진범의 얼굴로 돌렸다. 정지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시 이곳으로 이사한 거죠? 진범 씨, 사실 처음부터 당신은 진안영 씨와 헤어질 생각이 없었던 거죠? 당신의 자존심 때문에 진안영 씨가 당신에게 실망할까 봐 두려웠던 거잖아요. 이제 진안영 씨가 당신의 아이를 낳았으니 당신은 아이를 핑계로 떳떳하게 진안영 씨에게 다가가서 다시 잡으려 하는 거고요. 하지만 우리 결혼할 예정이었잖아요. 나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C성으로 가서 그 사람과 며칠이나 함께 있었다니.”“조진범 씨, 정말 웃기지 않나요? 저는 그저 당신들 사이의 희생양일 뿐이에요.”...조진범은 고개를 숙여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한 대를 뽑아 불을 붙였다.연한 청색의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자 조진범은 정지혜를 보며 가볍게 말했다.“정지혜, 너 많이 취했어. 기사에게 너를 집에 데려다주라고 할게.”“저 안 취했어요.”정지혜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조진범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정말 당신을 좋아해요! 진범 씨, 왜 나를 받아주지 않는 거예요? 왜 당신이 저버렸던 여자를 다시 잡으려고 하는 거죠? 진범 씨, 당신은 내가 정신이 온전치 않다고 생각하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