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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이지안은 그런 조진범의 눈빛에 방금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물론 진은영이 청첩장을 찢고 조진범에게 죽지도 않냐는 저주를 내렸다는 일은 생략했다. 모든 것을 알려준 이지안이 조용히 물었다.

“대표님, 안영 씨 행방, 계속 찾아볼까요?”

조진범은 다시 등을 돌렸다.

그는 창밖의 석양을 계속 바라보았다. 이지안이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느꼈던 그 설렘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조진범은 진안영이 B 시에 없다면 분명 H 시에 있는 하도경을 찾아가 함께 살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다만 그 둘이 왜 아직도 결혼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하도경의 집안에서 반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조진범은 눈이 시큰해질 때까지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결국, 생각 정리를 마친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그만둬요.”

조진범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지안은 그가 새신랑이라기보다는 실연당한 남자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조진범과 정지혜의 지난 6개월간의 교제를 떠올려 보았지만 정말 싱겁기 그지없었다. 조진범이 진심으로 정지혜를 사랑하는 것 같은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지안은 하려던 말을 가까스로 삼켜냈다.

이지안이 자리를 뜨고 나서도 조진범은 다시 한참 동안 홀로 서 있었다. 책상 위의 휴대폰이 울릴 때가 되어서야 그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정지혜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오늘 밤에 그녀 아버지의 생신 축하파티가 있을 예정이니 예비 사위로서 반드시 참석해 체면을 세워달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정지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조진범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알겠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한 시간 후, 조진범은 차를 몰고 약혼녀의 집에 도착했다. 그는 특별히 희귀 와인 두 병도 따로 챙겨와 정지혜의 아버지와 함께 나눌 생각을 했다.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정지혜의 집 앞에 멈추자 안에 있던 조진범은 고개를 들어 정씨 가문의 저택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전 부인의 본가가 떠올랐다. 솔직히 말하면 정지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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