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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사실 진안영은 조진범과 재회할 생각이 없었다.

조진범은 그녀에게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비아냥거리며 그녀를 조롱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여자친구도 데리고 와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의 새 여자친구는 그와 함께 있으면 아주 잘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여자였다. 이에 진안영은 저도 모르게 문득 작년 회사 송년회에 그녀를 데려가길 원하지 않았던 조진범을 떠올렸다. 그렇다. 조진범은 늘 정지혜와 같이 똑똑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뿜어내는 여자를 좋아했다.

씁쓸했지만 진안영은 애써 품격을 유지하며 예의를 차렸다.

그녀는 조진범과 이미 이혼했고 과거의 일도 다 지나가 이제 과거일 뿐이다. 하여 말을 마치고 진안영은 정지혜를 향해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떠나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곧이어 조진범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이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

남자의 엄청난 힘에 진안영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손목 통증이 참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에 퍼져서 심지어 약간의 연한 푸른빛이 비쳤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낮게 비명을 지른 후 그를 올려다보았는데 진안영의 눈빛 속에는 조진범을 향한 경고가 가득했다.

‘조진범 씨, 우린 이미 이혼했어요.’

‘당신의 새 여자친구가 아직 여기에 있는데 이렇게 내 손목을 잡고 있는 게 정말 적합하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진안영은 끝내 그 말들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난처한 사람은 진안영뿐일 테니까.

조진범 역시 당연히 부적합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진안영의 가는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단지 입에서 나온 말은 또다시 날카로운 바늘처럼 진안영의 심장을 쿡쿡 찔러댔다.

“진안영 씨, 안심하세요. 만약 제가 언제 결혼하면 첫 번째로 가장 먼저 당신에게 청첩장을 보낼 거니까.”

조진범과 두 눈을 마주했지만 그의 눈동자 속에 비친 감정은 한없이 싸늘했다.

진안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진안영 씨.

한 번의 사랑과 한 번의 결혼을 거쳐 돌아온 대답은 “진안영 씨”였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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