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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3화

조진범은 수조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재벌로서 B시에서도 셀 수 없이 많은 여자들이 그를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다. 하여 그와 소개팅할 수 있는 기회도 매우 흔치 않은 기회이다. 그리고 정지혜는 부잣집 귀부인이 되기 위한 기본 소양을 잘 알고 있다. 묵묵히듣고 생각하지 않고 철만 들면 된다.

김유연을 이야기하고 나서 화제는 또다시 끊어졌다.

정지혜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맞은편 남자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카페 밖으로 쏜살같이 뛰어나갔다. 어찌나 빠른지 정지혜도 당황할 지경이다.

“조 대표님, 왜 그러세요?”

정지혜는 다급하게 그를 불렀지만 조진범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조 대표가 이토록 추태를 부리는건지 정지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회사에 급한 일이라도 생긴건가?

...

카페 입구.

과거를 함께 했던 부부가 다시금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단지 몇 걸음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단지 석 달 동안 헤어졌을 뿐인데, 이미 수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조진범은 진안영의 배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진안영이 임신했다.

진안영이 임신했다니.

조진범은 아이를 가져본적이 없지만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진안영의 불러온 배 크기라면 확실히 임신 3~4개월 차이다, 즉 그들이 이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진안영은 바로 하도경과 함께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날 이혼 합의서에 서명한 후, 바로 사귀게 되었단 말인가?

진안영의 말이 사실이었다니.

진안영과 하도경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그런데 조진범은 그 와중에도 혹여나 진안영이 그를 속인건 아닐까 하는 환상에 빠져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뜻밖에 남겨진 그녀의 옷을 아련하게 바라보고 또 그녀에게 전화를 걸까, 핑계를 대며 그녀를 만나러 갈까 하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이나 했다... 같은 시각, 진안영은 이미 하도경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말이다.

정말 우습기 그지없군.

분노와 실망이 조진범의 모든 감정을 삼켜버렸다. 하여 그는 눈앞의 전처를 바라보며 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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