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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1화

조진범이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냥 잠깐 걷다 왔어요.”

원래 조진범은 회사로 가 회의를 열어야 했지만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조진범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이지안에게 몇 마디 지시를 내린 후 곧장 혼자 차를 몰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혼 후, 그는 부모님이 계신 저택으로 들어가지 않고 여전히 신혼 때 아내와 살던 별장에서 지내고 있었다.

차를 몰고 가던 중, 조진범은 갑자기 조미료 하나를 구할 수 없다며 불평하던 김 씨 아주머니를 떠올렸다. 조진범은 한 국제 마트에서 김 씨 아주머니가 원하던 그 조미료를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생각난 김에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조진범은 그 마트로 차를 돌렸다.

부드럽고 얇은 눈송이가 세상에 내려앉았다.

얇은 모직 코트에 키도 185cm가 넘는 준수한 남자가 마트 안에 들어서자 많은 여자의 시선이 집중됐다. 조진범은 이미 그런 시선들이 익숙하다는 듯 받아들이며 곧장 양념 코너로 가 토마토소스 두 병을 집어 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마트를 나서려던 조진범의 두 눈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그와 3~4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임신한 여성이 서 있었는데 마침 등을 돌리고 있어 얼굴은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어깨를 살짝 숙인 채 수입 식자재를 고르고 있었다. 정면은 보지 못했지만 조진범은 그녀의 자태가 임신 4~5개월 정도라고 유추해낼 수 있었다.

그는 임산부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몇 달 뒤면 새 생명이 태어나겠네.’

그리고 그는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하고 뱃속에서 유산된 진안영의 아이를 떠올렸다. 만약 그 아이만 있었더라면 두 사람이 이혼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조진범은 곧 자신의 헛된 망상에 헛웃음이 나왔다. 진안영과 이혼하지 3개월이 다 지난 이제 와서 무슨 만약을 말한단 말인가?

조진범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계산대로 가 계산을 마쳤다.

불과 1분 만에 그는 김 씨 아주머니가 원했던 토마토소스를 들고 마트를 나섰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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