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구주, 왕의 귀환: Chapter 1091 - Chapter 1100

1104 Chapters

제1091화

“영감, 쓸데없는 소리는 작작 해. 난 두 번 말할 생각 없으니까 얼른 꺼져주지?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마차를 부숴버릴 거니까.” 우람한 체구를 가진 남자가 매서운 눈길로 마차를 바라보았다. 허름한 차림을 한 노인이 자신의 코를 만지며 대답했다. “뭐라? 내 마차를 부숴버리겠다고? 그럴 담이 있다면 한번 해보게. 이 영감탱이가 기른 한혈마가 자네를 차 죽일 수 있는지 나도 궁금하군.”“미친 영감탱이가 죽고 싶어 안달이 났나?”우람한 체구를 가진 남자는 평소에도 오만방자하게 굴었다. 그래서 허름한 차림을 한 노인이 그 남자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으니 그는 포호 소리와 함께 쏜살같이 마차를 향해 돌진했다. 그는 두 손에 기운을 모으고 마치 한 주먹에 이 마차를 부숴버릴 것처럼 내력으로 커다란 바람을 만들었다. 마차 앞에 앉아있는 노인은 이 남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고삐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마차를 끌고 있던 세 마리의 새빨간 갈기를 가진 한혈마가 갑자기 천지를 뒤흔들며 길게 울부짖었다. 이어서 그중 제일 사납고 커다란 한혈마가 기괴한 자세로 두 발을 걷어찼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아무런 징조 없이 발로 남자의 가슴을 습격했다.그 우람한 체구를 가진 남자는 말발굽에 제대로 차여 몸이 땅에 내리박혔다. 그는 입과 코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져 더는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 화면을 목격한 정양문의 모든 무인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육신을 횡련하는 무도 대가가 한 마리 열마에게 차여 쓰러질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육신을 횡련하는 대가는 두 주먹만으로 비석을 깨뜨릴 수 있고, 온몸의 힘으로 총포와 화기까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말발굽에 차여 날아가다니.이런. “망할 놈의 영감탱이가 감히 우리 셋째 아우를 다치게 하다니. 네놈의 목숨을 끊어주마!”우람한 체구를 가진 남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본 동행자들이 모두 날아와 그 노인을 공격하려 했다. “당장 멈추어라!”바로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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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2화

문벌 사람들은 장백웅이 모든 이를 처리해 버리겠다는 말에 놀라 어찌할 바 몰랐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장백웅이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입에 올리지 않았다. 말을 끄는 허름한 노인 하나 때문에 그들을 죽이려 하다니! “됐구만, 마차 안의 아가씨께서 피 냄새를 싫어하시니 길을 내주고 우릴 보내주면 돼.”허름한 차림의 노인이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선배님께서 도량이 넓으시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장백웅이 말을 마친 뒤 문벌을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모두 자리를 비켜라!”그러자 모든 문벌 멤버들이 주동적으로 정양문에서 큰고 넓은 길을 내어주었다. 그리고서야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 마차를 끌고 천천히 경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는 마차를 향해 장씨 가문의 절정 강자 장백웅이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작별 인사를 건넸다. “선배님 잘 다녀오세요.”달그락! 달그락! 마차는 장백웅과 다른 사람들의 놀라운 시선 속에서 천천히 정양문을 지나 경성으로 들어갔다. 마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장백웅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장백웅 님,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저 마부가 누구기에 장백웅 님처럼 존귀하신 분이 이처럼 존경스러운 태도로 맞이해야 하는 겁니까?”이때 다른 절정 강자가 장백웅 곁으로 다가와 의아해하며 물었다.“모 선생은 저분을 알아 봤습니까?”모 씨 성을 가진 절정 강자가 고개를 저으며 장백웅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40년 전, 육도 절정에 다다른 한 명의 강자가 갑자기 나타나 천하를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실력을 보여줬다고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그는 술과 사랑에 미쳐 있다고 했습니다.”“그때 그는 곤륜하에 화진 제일 강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어느 때부터인지 아무도 그 강자의 소식을 알지 못했답니다.”장백웅의 말을 들은 그 모 씨 성을 가진 절정 강자는 눈동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육도 절정이라니! 신급의 정점이 바로 절정이다.하지만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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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이럴 수가!”“어쩐지, 장백웅 님마저도 공손히 대해주더니……이제야 알았습니다.”모 씨 성을 가진 절정 강자는 드디어 자초지종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가마가 사라진 쪽을 올려다보며 다시 한번 깊은 인사를 올리며 존경을 표시했다.장백웅은 멀어져 가는 마차 쪽을 그윽이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태평성세가 도래한 지금, 사십 년 전에 이미 천하를 뒤흔들었던 육도 주도가, 뜻밖에도 경성의 황성에 숨어 버리다니, 정말 생각지 못할 일이군.”...... 서울.마차 한 대가 많은 사람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마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그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었다. “주도님, 아까 그 사람들이 어르신을 알아본 것 같은데요?”은방울을 굴리는 듯 은은하고 듣기 좋은 나긋한 목소리가 가마 안에서 흘러나왔다. 손에 채찍을 들고 술을 마시면서 마차를 몰고 있는 주도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이 늙은이는 40여 년 동안이나 이름을 숨기고 살았으니, 설사 알아낸다고 해도 지금은 그때의 제가 아닙니다.”“허허!”“제 앞에서 시치미 떼지 마세요!”마차 안에 있는 사람이 대답했다.“허허, 이 늙은이는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강산은 수백 년 동안 대대로 인재를 배양해 왔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우리 화진의 소년 인왕, 이 녀석은 수많은 강자를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온몸의 내공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물론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당시 제가 어찌 그에게 마음을 줄 수 있겠습니까?”그 사람이라고 말할 때 가마 안의 목소리는 분명 원망하면서도 애정이 들어있었다.“여섯째 공주님이 참 부럽네요. 이 세상에 사랑할 만한 사람이 아직 존재하니까요.”주도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만 하세요!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나요?”가마 안의 사람이 호통을 치자 주도는 급히 말을 돌리며 사과했다. “예, 공주님의 말씀이 맞으십니다. 하지만 저도 공주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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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4화

“이봐요, 근데 문벌들이 왜 모두 서울에 모여있는 거죠?”가마 안에 있던 여섯째 공주님이 물었다. 마차를 몰고 있던 주도가 코끝을 만지며 대답했다. “아마도 공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인왕 때문인 것 같은데요.”“윤구주 말입니까?”“예, 제가 들은 바로는, 얼마 전, 서울의 문벌 절정이 제멋대로 뛰쳐나왔다가 정양문 아래에서 참살당했다고 합니다. 그 사건에 육도진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바로 그 소년 인왕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그가 곤륜에서 왕으로 봉해질 때 서열들은 세가를 비롯하여 종문까지 정치에 관여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게다가, 그의 사망 소식이 세상에 널리 퍼져서 3대 서열은 그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가 나서서 소란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그들은 이 소년 인왕이 살아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공주는 주도의 말을 듣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하죠. 제 남자는 쉽게 목숨을 잃을 사람이 아니에요.”“공주님 말씀이 맞으십니다.”“이 무식한 놈들이 감히 제 남자를 상대하다니 죽여야 마땅하지요.”공주는 화가 나는지 말투가 점점 거칠어졌다. “이 문벌들은 걱정할 게 못 됩니다. 하지만, 만약 세가와 종문이 참여한다면, 일이 번거로워질 것입니다.”“흥! 제 아버지는 너무 인자하세요. 그러니까 문벌, 세가와 종문이 이리 창궐하죠! 제 뜻대로라면 그들을 모두 죽여버릴 것입니다.”주도는 급히 공주를 말리며 대답했다. “공주님,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화진은 당시 3대 서열에 뒷받침받고 현재의 번화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공주님의 이 한마디는 천하의 무인들을 모두 단번에 때려죽이는 것입니다.”“안됩니까? 누가 그들더러 제 남자를 건드리라고 했습니까?”주도는 공주의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됐어요. 듣기 싫은 말은 그만하고 빨리 윤씨 일가로 가요.”마차 안의 공주가 말을 끝냈다.주도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차를 몰고 윤씨 일가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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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5화

화진 여섯째 공주가 마차에서 내린 뒤 그녀는 아름다운 눈으로 윤씨 일가의 금으로 쓰인 간판을 보았다. 예전에 이 금으로 된 간판은 윤씨 가문의 자랑이었다. 왜냐하면, 이 간판 위에 글을 쓴 사람이 바로 화진의 오늘날 국주이기 때문이다.하지만 16년 전에 사고가 난 뒤로 윤씨 일가는 간판에 대해 더 언급한 적이 없었다. “이게 바로 아버지께서 직접 하사하신 간판이군요. 참 아쉽게 됐네요.”공주는 윤씨 일가의 금으로 쓰인 간판을 보며 말했다. 옆에 서 있던 주도가 눈을 비스듬히 뜬 채 그 간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찌 되었든 국주님의 글은 아주 예술입니다.”공주가 쓴웃음을 지으며 어릴 적 기억에 빠져들어 갔다. “어렸을 때 저는 항상 그를 따라 대문 앞에 와서 함께 놀았어요.”“그는 저를 누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했고, 저는 구주 오빠라고 불렀어요.”윤씨 일가의 대문을 바라보는 공주는 마치 10여 년 전 윤구주와 함께 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공주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주도는 그녀가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서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공주가 드디어 기억 속에서 빠져나왔다. “들어가죠.”말을 마친 공주가 발걸음을 내디디며 먼저 윤씨 일가 안으로 들어가자 뒤에 있던 주도도 빠른 걸음으로 공주를 따라갔다. 윤씨 일가에 들어서자 갑자기 4줄기의 센 기운이 감돌았다.뒤이어 네 사람의 모습이 마당에 나타났다. 우두머리로 추정되는 사람은 50살 좌우지만 온몸에서 고위 신급 강자의 기운을 뿜어냈다.나머지 세 사람도 모두 윤씨 일가의 신급 강자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윤씨 일가의 안위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분이시다. “두 분이 말도 없이 무슨 일로 윤씨 일가를 침입하셨나요?”네 사람이 나타나기 바쁘게 성난 목소리로 물었다. 공주는 그 사람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대답했다. “하 할머니를 찾으러 왔는데요?”“하미연 님 말씀입니까?”“실례지만 그쪽 성함이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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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나는 이홍연이라고 해. 꼬마야 너는 이름이 뭐야?”공주가 윤하율에게 물었다. “저는 윤하율이라고 해요.”윤하율은 물음에 대답하고 공주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언니 정말 예쁘세요. 하율이는 지금까지 언니처럼 예쁜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요.”이홍연은 윤하율의 칭찬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홍연은 윤하율에게서 아름답다는 칭찬을 받고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너는 입이 참 달콤한 꼬마구나.”“그러면 언니한테 하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는지 알려줄 수 있어?”“제 할머니 말씀하시는 거예요?”“그래 맞아.”“할머니께서는 지금 오빠 장난감 정리하고 계세요. 예쁜 언니, 제가 같이 찾아 줄게요.”윤하율은 대답하며 그네 위에서 뛰어내렸다. 이때 이홍연의 시선이 윤하율이 손에 쥐고 있던 흙인형에 꽂혔다. 그 흙인형을 보자 이홍연은 흠칫하더니 물었다. “하율아, 저 흙인형 어디서 가진 거야?”이홍연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윤하율은 오른손으로 흙인형을 들고 신이 나서 대답했다. “이 흙인형은 할머니께서 갖고 놀라고 주신 거에요.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건데 이 흙인형은 구주 오빠가 어렸을 때 소꿉친구랑 같이 놀던 거래요.”소꿉친구? 이 네 글자가 이홍연 머릿속에 들어가자 그녀가 갑자기 몸을 살짝 떨기 시작했다. 아주 오랫동안 입에 붙인 적 없는 네 글자였는데 지금 다시 들으니 이홍연의 어릴 적 기억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그녀는 넋을 놓은 채 윤하율 손에 있는 인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율아, 그 인형을 언니한테 보여줄 수 있어?”윤하율은 잠깐의 고민 뒤에 대답했다. “좋아요.”그리고 손에 있던 흙인형을 이홍연에게 건네주었다. 이홍연은 인형을 건네받고 복잡한 표정으로 인형을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그 인형은 이홍연이 어렸을 때 윤구주와 같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흙인형이 하나는 남자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이다. 남자는 윤구주를 뜻하고 여자는 이홍연을 뜻했다. 그들은 두 손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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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7화

하미연은 뒤에 서 있는 이홍연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섯째 공주님이시죠?”이홍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늙은이가 공주님을 뵙습니다.”하미연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겨우 다섯 살 먹은 윤하율이 이 장면을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께서 왜 예쁜 언니를 만나자마자 갑자기 무릎을 꿇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할머니 이러지 마세요. 어서 일어나세요.”이홍연은 급히 말리며 하미연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이 늙은이가 이번 생에 다시 공주님을 뵐 수 있으리라 상상도 못 했습니다.”하미연이 일어선 뒤 흐릿한 눈을 뜨고 후들거리며 말했다. “할머니, 왜 이러십니까? 벌써 잊으셨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를 제 친할머니라고 생각했는걸요.”이홍연이 웃는 얼굴로 하미연의 팔을 껴안았다. 하미연은 매우 흥분했다. 그녀는 화진의 가장 아름다운 이홍연 만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십여 년 전, 이홍연이 황성으로 돌아간 뒤, 몇 년 동안 윤씨 일가에 한 번도 발길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오시다니!“공주님, 어서 들어오세요.”하미연은 감격에 겨워 이홍연을 끌어당기면서 대나무 의자를 들고 그녀를 앉혔다.이홍연도 사양하지 않고 의자 한쪽에 앉았다.“오랜 시간 못 뵈었더니 공주님께서는 정말 점점 예뻐지셨네요.”하미연은 한쪽 눈을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이것이 십여 년 전의 이홍연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할머니, 칭찬 감사해요. 근데 왼쪽 눈은 어떻게 되신 거예요?”이홍연은 그제야 하미연의 한쪽 눈이 실명했다는 것을 알았다. “괜찮아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눈이 나빠졌습니다.”하미연은 그녀의 눈이 윤구주를 위해 울어서 실명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더 묻지 않았다.“공주님.”하미연이 입을 열려 하는데 이홍연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 “할머니, 저를 홍연이라고 불러주세요. 어릴 적에 계속 이렇게 불러주셨잖아요.”“하지만.”하미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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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하미연의 물음에 이홍연은 갑자기 침묵을 지켰다. 하미연도 자기의 말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는지 황급히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이 늙은이가 말을 잘못했네요.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이홍연은 당연히 조그마한 일에 화를 낼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손을 저으며 고개를 들고 물었다. “할머니,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무슨 일입니까? 물어보세요.”“할머니 구주 오빠 지금 서울에 있나요?”이홍연는 예쁜 눈으로 하미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미연은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구주는 지금 서울에 있어요.”이 말을 들은 이홍연은 순간 감격에 겨워 할머니의 투박한 두 손을 잡아끌었다. “진짜로 살아있어요? 죽지 않았어요?”“예, 살아있답니다.”이홍연의 가냘픈 몸이 가볍게 떨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아름다운 눈이 너무 흥분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쁜 놈! 살아있으면서 저에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어요.”이홍연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억울해져서 눈물이 줄 끊어진 진주처럼 흘러내렸다.화진의 공주님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 하미연이 얼른 말했다. “공주님 용서하소서. 확실히 구주가 잘못했습니다만 구주에게도 고초가 있습니다.”“알고 있어요.”“십여 년 전 그 일은 제 아버지 잘못이에요. 하지만 구주 오빠가 곤륜에서 왕이 된 후로부터 아버지께서 더는 책임을 묻지 않았잖아요.”이홍연도 사실 십 여년 전 사건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이홍연은 윤하율만한 아이였기 때문에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 “공주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공주님도 아시다시피 구주가 고집이 세요. 고생을 너무 많이 한 아이인지라, 제가 제멋대로 결정해줄 수는 없어요.”하미연의 말속에는 온통 윤구주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를 무시하면 안 되죠.”“예전에 저랑 결혼할 거라고, 저만 사랑할 거라고 약속했으면서 곤륜에서 왕이 되고는 문아름이랑 결혼했잖아요.”말하는 이홍연의 목소리가 분노로 가득 찼다. 그녀는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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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9화

이홍연은 아버지 생각에 갑자기 안색이 나빠졌다. 왜냐하면, 이홍연의 아버지께서 확실히 그녀와 윤구주가 사귀는 것를 반대하며 막으려 했었다. 그가 이홍연을 황성에 가두어 윤구주를 만나지 못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이홍연은 순간 뭔가 깨달았다. “홍연아, 구주는 너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생각했어. 비록 너를 입에 올린 적은 없지만 그 애의 마음은 이 할머니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하미연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홍연은 하미연의 말에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렸을 적에 이홍연은 윤씨 일가를 찾아와 윤구주를 만나기 좋아했다. 윤하율이 가지고 놀던 흙인형마저 이홍연이 어릴 때 윤구주와 함께 만든 것이였다. 하지만 16년 전 윤구주 모자가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뒤로부터 이홍연은 윤구주를 만난 적이 없었다. 줄곧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될 때까지 말이다. 그때 화진의 공주인 이홍연은 멀리서 윤구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홍연은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왕을 배후하고 화진의 제1인왕이 되었는데 여전히 그와 상봉하지 못했다.윤구주가 문씨 가문과 결혼한 뒤에야 이홍연은 슬픈 나머지 홀로 화진을 떠나 세계 각지를 유람하게 되었다. 이제 그녀가 드디어 돌아왔다. 지난 일을 돌이켜보면, 이홍연의 마음속에는 온갖 신맛, 단맛, 쓴맛이 다 있었다. 다만 지금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지 그녀 자신도 모르고 있다. “할머니, 제발 구주 씨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이홍연은 깊은 생각에서 잠깐 빠져나와 눈물을 닦고 하미연을 바라보았다. “구주는 지금 예전에 엄마가 살던 곳에 머물러 있을 거야.”“할머니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이홍연은 하미연을 향해 큰 인사를 하며 감사를 표했다. “할머니, 저희가 만나면 구주 오빠가 저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이홍연이 갑자기 물었다. 어릴 적에 이홍연은 윤구주를 졸졸 따라다니던 여자아이였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면 윤구주가 이홍연을 알아볼 수 있을까? 하미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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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0화

“얼른 어머니를 보호해야 해요.”둘째 윤창현이 급히 소리쳤다. 윤신우는 갑자기 동생을 말리며 말했다. “창현아, 조급해하지 마. 내 느낌으로 상대방의 절정 기운은 아마 오약을 넘었을 거야. 설마 그가 어머니에게 해를 입힌다 해도 우리 셋의 힘으로는 그를 막을 수 없어.”윤신우의 말에 윤창현과 윤정석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오약 절정을 뛰어넘는 강자라니! 이는 오약 절정을 넘어 육도 절정에 이르렀다는 뜻이 아닌가?이런. 이 얼마나 다단한 강자인가! “형님, 이 서울에 언제부터 이처럼 강한 절정 강자가 나타났습니까? 혹시 황성 안에 있는 늙은 내시 한진모 일가요?”윤창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윤신우에게 물었다. 윤신우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그 어마어마한 절정 기운을 한참 느낀 뒤 고개를 저었다. “아니.”“한진모는 아닐 거야. 내가 전에 한짐모와 겨뤄본 적이 있는데 이 기운이 아니었어.”“그러면 누구죠?”이번에는 윤정석이 물었다. “비록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악감정이 없다는 것이 느껴져. 그러니 모두 시름 놓아도 돼.”윤신우의 말을 듣고서야 윤창현과 윤정석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 보지.”“어떤 강자가 윤씨 일가를 방문했는지 함께 가서 만나보지.”윤신우는 말을 마친 뒤 뒤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윤창현과 윤정석이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뒤를 따랐다. 뒤뜰. 이홍연과 하미연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문밖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허름한 차림의 주도가 조롱박을 들고 술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한가하게 앉아 있었다.바로 이때.세 사람이 윤씨 일가 뒤뜰에 갑자기 나타났다. 윤신우, 윤창현, 윤정석. 세 사람이 뒤뜰에 들어온 뒤 윤신우의 시선이 주도에게 쏠렸다. 주도는 누더기 옷을 입고 있었고 아주 지저분해 보였다. 온몸이 구질구질한 모습이 마치 몇백 년 동안 목욕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더러운 늙은이가 윤신우의 표정을 약간 굳게 했다.한동안 바라보고 윤신우는 주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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