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구주, 왕의 귀환: Chapter 1071 - Chapter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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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1화

문아름의 걱정 가득한 표정을 본 문창정은 기괴하게 웃었다.“괜찮다. 그게 내가 예상한 결과니까 말이야.”‘응?’“할아버지, 그 말씀은 윤구주를 말리지 않겠다는 뜻인가요?”문아름은 조금 궁금해졌다.“걱정하지 마. 지금 문벌 사람들이 도륙당했으니 분명 누군가 나설 거야. 잊지 마. 화진의 무도 중 6할은 문벌 출신이니까. 게다가 세가, 종문도 아직 나서지 않았어. 그게 뭘 의미하겠어?”문아름은 고개를 저었다.“다들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야.”문창정은 그렇게 말한 뒤 시선을 들어 어둠을 바라보았다.“6년 전, 윤구주는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무력으로 그들을 제압했어. 사실 다들 알고 있는 거야. 당시의 세가, 종문은 곤륜의 체면 때문에 일부러 참은 거란 걸 말이야. 그런데 윤구주는 이번에 공공연히 우리 3대 서열에 도전장을 내밀었어. 세가와 종문의 늙은 괴물들이 과연 그걸 참을 수 있을까?”문아름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반짝였다.화진의 무도는 문벌, 세가, 종문 3대 서열로 이루어졌다.그런데 윤구주는 문벌 사람들을 도륙했고 심지어 그들 가문의 절정 강자들까지 전부 죽였다.세가와 종문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역시 할아버지께서는 생각이 깊으시네요! 덕분에 가르침을 얻었습니다!”문아름이 말했다.가부좌를 틀고 있던 문창정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두고 봐. 서울은 곧 변할 테니까. 게다가 16년 전 그 사건도 이젠 밝혀져야 할 때가 왔어.”“16년 전이요?”문아름은 살짝 놀랐다.“맞아. 당시 윤씨 일가의 위엄은 우리 4대 고대 가문과 비슷한 수준이었어. 게다가 당시 국주님께서 직접 천하제일이라는 글을 써서 윤씨 일가에 하사해 주셨었지. 그런데 당시 천하제일 윤씨 일가가 무엇 때문에 그동안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세상사에 무관심했는지 아니?”문아름은 고개를 저었다.“바로 윤구주 때문이야! 당시 윤구주를 죽이라고 한 사람이 바로 국주님이었기 때문이지. 하하하하!”문창정은 크게 웃었다.“뭐라고요? 국주님이라고요?”그 말에 문아름의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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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윤창현의 말대로 윤씨 일가만으로도 문벌의 폭동을 막기에는 충분했다.하지만 윤신우가 걱정하는 건 다른 것이었다.“창현아, 넌 틀렸어. 처음부터 내가 걱정한 건 문벌이 아니야. 내가 걱정한 건 세가와 종문의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진짜 강자들이야!”윤신우는 천천히 말했다.화진의 3대 서열 중 종문이 첫 번째고 그다음이 세가, 그리고 마지막이 문벌이었다.윤신우는 처음부터 문벌이 안중에도 없었다. 그가 진짜 신경 쓰는 건 종문과 세가였다.특히 종문 말이다.종문은 아주 비밀스럽다. 종문에는 진정한 절정 강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절정보다 더욱 강한 수행자가 있었다.전설 속 오래된 인물들도 오랫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들이 이번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알 수 없었다.“형님 말이 맞아요. 일개 문벌은 우리 윤씨 일가에 아무런 위협도 안 되죠. 하지만 세가와 종문은 달라요.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우리는 언제든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셋째 윤정석이 입을 열었다.“흥! 난 상관없어! 누구든지 우리 조카를 해치려고 한다면 나 윤창현이 그놈을 죽여버릴 거니까!”난폭한 성정의 윤창현이 입을 열었다.그는 세가든 종문이든 상관없었다.그가 신경 쓰는 건 윤씨 일가와 윤구주뿐이었다.윤창현의 말을 들은 윤정석은 쓴웃음을 지었다.“창현아, 정석아. 너희는 구주 일로 지난 16년간 날 미워했지?”윤신우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윤창현과 윤정석을 바라보았다.윤신우가 갑자기 16년 전 일을 언급하자 윤창현과 윤정석은 흠칫했다.두 사람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형님, 오늘 왜 갑자기 16년 전 일을 언급하시는 거예요?”윤정석은 궁금해했다.그동안 윤구주 모자를 쫓아낸 일은 윤씨 일가에서 금기시되었다.아무도 그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특히 윤신우 앞에서 말이다.그런데 오늘은 윤신우가 직접 그 일을 언급했다.윤신우는 아주 평온한 얼굴로 밖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제 너희들에게 진실을 알려줄 때가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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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형님 말씀은 구주와 형수님을 내쫓았던 이유가 두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뜻인가요?”윤정석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신우에게 물었다.윤신우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눈빛에서 괴로운 기색이 보였다. 그는 밖을 바라보았다.“그러지 않았더라면 구주와 우리 아내는 죽었을 거야.”그 말에 윤창현과 윤정석은 경악했다.그동안 두 사람은 줄곧 그 일로 윤신우에게 불만을 품었다.그들은 윤신우가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에게 이런 고충이 있을 줄은 몰랐다.“대체 어떤 빌어먹을 놈이 감히 우리 형수님과 구주를 해치려고 한 거죠? 도대체 무엇 때문이죠?”윤창현은 주먹을 꽉 쥐면서 화를 내며 살기를 내뿜었다.윤정석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신우를 바라보았다.“그게 누군지는 알 필요 없어. 너희가 알아야 하는 건 이 오래된 일을 다시는 언급하면 안 된다는 것뿐이야. 이걸 언급하는 건 우리 윤씨 일가에 도움은커녕 해가 될 뿐이야. 심지어 우리에게 멸문지화를 가져다줄 수도 있어.”‘뭐라고? 멸문지화?’“형님, 우리 윤씨 일가는 수백 년의 역사가 있어요. 우리가 언제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이 있나요?”윤창현은 불평했다.셋째 윤정석은 똑똑했다.그는 윤신우의 말을 듣고 이상함을 눈치챘다.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둘째 형님, 큰형님 말대로 합시다. 큰형님이 조사하지 말라고 하면 조사하지 않는 게 맞아요.”“하지만 그냥 이렇게 넘어가고 말 거야? 젠장. 믿을 수 없어. 이 세상에 감히 우리 윤씨 일가를 괴롭히는 놈이 있다고?”윤창현은 여전히 내키지 않아 했다.“형님!”윤정석은 윤창현의 옷깃을 힘껏 잡아당기면서 그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윤정석이 더는 묻지 말라고 손짓하자 윤창현은 그제야 코웃음을 치면서 조용히 했다.“구주와 아내가 떠난 뒤 난 그들을 감히 만날 수가 없었어. 다가갈 수도 없었고. 그저 두 사람이 온갖 고초를 겪는 걸 지켜봐야만 했었지. 그리고 결국... 우리 아내는 병으로 세상을 떴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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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진실을 모두 얘기하게 되었다.이 순간, 윤창현과 윤정석은 그제야 윤신우의 고충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지난 16년간 윤신우가 감당했어야 할 괴로움과 고통도 알게 되었다.“형님, 그 모든 게 구주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면 왜 구주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겁니까? 구주는 여전히 형님을 오해하고 있는데요.”윤창현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윤신우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구주에게는 알려줄 수 없어. 구주가 우리 윤씨 일가의 진용이라는 게 알려진다면 구주는 더욱 위험해질 거야. 그러니까 우리 셋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는 안 돼! 구주가 평생 날 미워한다고 해도 괜찮아!”윤신우의 말을 들은 윤창현과 윤정석은 침묵했다.아버지란 무엇인가?모든 걸 포기하면서도 자기 아이를 보호하는 게 아버지다.윤신우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형님, 그래도 묻고 싶습니다. 대체 어떤 빌어먹을 놈이 우리 구주와 형수님을 해치려고 한 겁니까?”윤창현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눈이 벌게서 물었다.그는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30년 전 서울의 최강이라고 불렸던 윤신우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사람이라니.“형님, 짐작 가는 사람이 없으십니까? 이 세상에서 한 나라의 우상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고, 황성의 3대 금위군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황성의 용상 위에 앉아 있는 그분을 제외하고 누가 있겠습니까?”윤정석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윤창현은 경악했다.황성?용상?‘설마...’윤창현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놀라움 때문인지 아니면 분노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윤창현은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혼잣말을 했다.“과거 황성에는 검은 옷을 입은 승려가 구주가 태어난 그해 우리 윤씨 일가에 찾아와서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어. 윤씨 일가의 진용이 천하를 다스릴 거라고. 그 검은 옷을 입은 승려는 그 말만을 남긴 채 떠났어. 그동안 난 줄곧 그를 찾았는데 결국 찾지 못했어.”윤창현은 다른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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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육도진과 대화를 나눈 뒤 윤구주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물론 16년 전 그 사건 때문이었다.그 사건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와 가장 미워하는 아버지가 연루된 일이었다.그동안 윤구주는 윤신우가 어머니와 자신을 쫓아낸 이유가 윤신우의 불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육도진의 말을 듣고 보니 그때 있었던 일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설마 윤신우에게 정말 무슨 고충이 있었던 걸까?그래서 그랬던 걸까?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는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윤구주는 방 안에 오랫동안 있다가 방에서 나왔다.밖에는 때마침 붉은색 치마를 입고 있는 재이가 서 있었다.윤신우가 키운 사사인 재이는 윤구주를 따르게 되면서 그를 도련님으로 생각했다.윤구주가 방에서 나오자 아름답고 섹시한 재이는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서 그를 불렀다.“도련님!”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재이를 힐끗 보았다.“안으로 들어와.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재이는 당황했다.윤구주를 오랫동안 따랐지만 그와 단둘이 얘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었다.재이는 얼굴을 붉히면서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곧 윤구주는 재이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재이는 안으로 들어간 뒤 조금 불안해했다.눈앞의 윤구주가 너무 잘생긴 탓도 있었지만 그녀가 줄곧 몰래 윤구주를 짝사랑한 탓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이는 감히 얘기할 수 없었다.오늘 윤구주는 왜 그녀만 따로 방으로 불러들인 걸까?재이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재이가 온갖 허튼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윤구주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얘기해 봐. 윤신우를 얼마나 오랫동안 따른 거지?”윤구주가 갑자기 윤신우에 대해 묻자 재이는 당황했다가 서둘러 대답했다.“도련님, 전 어렸을 때부터 가주님을 따랐습니다.”“그래?”“네!”“그렇다면 네가 보기에 윤신우는 어떤 사람이지?”윤구주가 다시 물었다.윤구주가 윤신우에 대한 인상을 묻자 재이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솔직히 얘기하자면 가주님은 제게 아버지 같은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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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윤구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충의 이유가 황성의 그 때문이 아닌 이상 말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는 저도 모르게 몸에서 음산한 한기를 내뿜었다.한동안 침묵하던 윤구주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나와 같이 나갔다 오자.”재이는 그 말을 듣자 더 묻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윤씨 일가는 한때 화진의 최고 일가였다.웅장한 윤씨 일가의 대문 앞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둘은 윤구주와 재이였다.윤구주는 재이를 데리고 윤씨 일가를 찾았다.“이곳이 어딘지 알아?”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화진의 국주가 직접 쓴 금빛 현판을 바라보며 물었다.재이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면서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네!”비록 재이는 윤신우가 직접 키운 사사였지만 윤씨 일가에 와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사사는 영원히 어둠 속에서만 존재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윤구주가 그녀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도련님, 설마 가주님을 뵈려는 겁니까?”재이는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궁금한 얼굴로 윤구주에게 물었다.윤구주는 고개를 저었다.“나와 그는 이제 아무 사이 아니야.”‘뭐?’“그러면 뭘 하시려는 겁니까?”재이는 조금 궁금해졌다.“할머니가 보고 싶거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윤씨 일가의 저택을 바라보았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재이는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자, 들어가자!”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순식간에 윤씨 일가 안으로 들어갔다.재이도 서둘러 그를 뒤따랐다.커다란 윤씨 일가는 무척 조용했다.과거 문하생과 하인들로 넘쳐났던 윤씨 일가는 오래된 하인들만 남아서 청소하고 있었다.윤씨 일가의 웅장한 뒷마당의 화원 쪽에서 들려오는 앳된 아이의 웃음소리가 윤구주 일행의 귓가에 선명히 울려 퍼졌다.자세히 살펴보니 양 갈래 머리를 한 여자아이가 꽃무늬 치마를 입고 화원에서 나비를 쫓아다니면서 웃고 있었다.아이의 곁에는 나이 든 노인이 한 명 있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조용히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가 바로 윤구주의 할머니였다.윤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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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어르신, 전 그저 시종일 뿐입니다. 도련님을 만날 자격이 없어요!”재이가 서둘러 해명했다.“바보 같긴. 자격 같은 게 어디 있다고. 예전에 구주 엄마랑 내 아들도...”노인은 거기까지 말한 뒤 갑자기 뭔가를 눈치채고 서둘러 말을 멈췄다.“콜록콜록, 할머니. 할머니랑 단둘이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윤구주가 말했다.“당연하지! 자,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노인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윤구주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재이야, 넌 일단 여기 남아있어.”윤구주는 한 마디 당부한 뒤 노인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조용하고 작은 방 안, 노인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윤구주를 위해 사탕을 한 움큼 집어주면서 어릴 때 그가 가장 좋아하던 사탕이라고 했다.윤구주는 미소 띤 얼굴로 사탕들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구주야, 대체 오늘 나한테 무슨 질문을 하려고 오늘 돌아온 거니?”노인은 자리에 앉으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솔직히 얘기할게요. 할머니께 16년 전 우리 윤씨 일가가 황성에 밉보인 적이 있나 묻고 싶어요.”그 말을 들은 노인은 몸을 흠칫 떨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할머니?”노인이 큰 반응을 보이자 윤구주는 16년 전 자신에게 있었던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노인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윤구주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는 거니?”“답이 알고 싶어서요. 그리고 16년 전 그 사람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가 알고 싶어요.”그 사람은 윤신우였다.윤씨 일가의 어르신인 노인은 당연히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노인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혹시 아직도 아버지가 미운 거니?”윤구주는 침묵했다.침묵은 묵인을 의미했다.“구주야, 사실 미워해서는 안 돼.”노인은 갑자기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16년 전 그 일 말이다. 사실 너희 아버지도 많은 고충이 있었고 많은 압력이 있었어. 그동안 신우는 내게 절대 너한테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었어, 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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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화

“그리고 그날 네가 태어났지.”노인은 윤구주가 태어났을 때의 광경을 되짚어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복함과 흐뭇함이 어우러진 미소가 떠올랐다.윤구주는 점점 더 어리둥절해졌다.지금까지 그에게 이런 얘기를 해준 사람이 없었다. 대지진도 상서로운 무지개도.“그리고 그날 우리 윤씨 일가에 진용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단다.”노인은 거기까지 말한 뒤 한숨을 쉬었다.“네가 태어난 지 일곱 번째 날이 되었을 때, 검은 옷을 입은 승려가 우리 윤씨 일가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승려는 두 귀가 놀라울 정도로 컸고 길을 걸을 때는 바람이 일었어. 그날 그는 우리 윤씨 일가로 찾아와서 우리 뒷마당에 있는 화원의 천 년 된 고목 옆에 서 있었다. 그리고 기괴한 눈빛으로 너의 어머니와 너를 바라보았었지. 당시 우리 윤씨 일가는 그를 평범한 승려라 생각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단다. 그런데 그는 널 보자마자 그런 말을 했었다. 진용이 세상에 강림하였고 그가 천하를 다스릴 거라고 말이다.”노인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진용이 세상에 강림하였고 그가 천하를 다스릴 거라니.윤구주는 그 말이 어떤 무게를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할머니, 왜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해준 사람이 없는 거죠?”윤구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건 금기였으니까 누구도 감히 얘기할 수 없었어. 언급할 수조차 없었지. 네 아버지조차 마찬가지였어.”노인은 한숨을 쉬었다.윤구주는 그제야 이해했다.그동안 아무도 그의 어린 시절 때의 얘기를 해주지 않은 건, 지진도, 상서로운 구름에 대해서 얘기해주지 않은 건, 그걸 언급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구주야, 아까 우리 윤씨 일가가 황성에 밉보인 적이 없냐고 물었지? 그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대답해 주마. 우리 윤씨 일가는 밉보이려는 생각을 한 적도 없고 밉보일 짓을 한 적도 없어. 하지만 황성 쪽에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그들에게 달린 일이야. 우리 윤씨 일가는 화진에도, 이 세상에도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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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밖에서 재이는 윤하율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따금 어린아이의 은방울 굴러가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때 윤구주가 안에서 나왔다.“도련님!”윤구주를 본 재이는 서둘러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이제 가야 해.”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재이를 데리고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언니, 이제 가는 거예요?”이때 양 갈래를 한 윤하율이 갑자기 미련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아쉬워하는 아이의 모습에 재이는 허리를 숙이고 윤하율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응, 언니 이제 가보려고! 다음에 시간 되면 또 같이 놀자!”윤하율은 실망한 기색이 가득한 채로 웅얼거리면서 말했다.“알겠어요.”윤구주가 재이를 데리고 떠나려는데 갑자기 윤하율이 뒤에서 그를 불렀다.“구주 오빠...”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몇 초 뒤 윤구주는 천천히 몸을 돌려 윤하율을 바라보았다.“할머니가 구주 오빠는 하율이 친오빠라고 했어요. 맞아요?”윤하율은 윤구주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했다.윤구주는 대답하지 않았다.윤하율의 곁으로 다가간 윤구주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았다.“맞아. 넌 내 친동생이야!”“진짜요?”윤하율은 아주 기뻤다.“응! 하지만 하율이 친오빠라면 왜 집에서 같이 지내지 않는 거예요? 아빠가 오빠 방은 영원히 오빠를 위해 비워둘 거라고 했는데요. 그리고 한 번도 절 안에 들여보내지 않았어요...”윤하율은 그렇게 말하면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윤구주는 순간 마음이 살짝 흔들렸지만 이렇게 말했다.“오빠는 지금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어서 당분간은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야.”“아, 그렇군요! 하지만 구주 오빠, 그러면 언제쯤 집에 돌아올 거예요?”윤하율은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고 윤구주는 애써 쓴웃음을 지었다.‘집으로 돌아온다고?’윤구주는 집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다.16년 전 그 사건이 있은 뒤로 그는 다시는 윤씨 일가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었다.그는 윤신우에게도 그만의 고충이 있었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를 용서하기는 힘들었다.윤구주는 윤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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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윤구주는 윤씨 일가를 떠난 뒤 바로 거처로 돌아가지 않았다.그는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 서서 싸늘한 눈빛을 했다. 큰 고민이 있는 얼굴이었다.그의 옆을 따르던 재이는 하인이라서 찍소리하지 못했다.한참 뒤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재이야, 넌 먼저 돌아가.”“네? 도련님은 돌아가시지 않을 건가요?”재이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나는 따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로 걸음을 옮겼다.재이는 멀어지는 윤구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자리를 떴다.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윤구주는 대충 답을 짐작할 수 있었다.16년 전 그 사건에 대한 답을 말이다.그리고 그와 그의 어머니가 무엇 때문에 집안에서 쫓겨났었는지도 대충 짐작이 갔다.이 모든 일의 진짜 이유는 화진의 가장 장엄한 곳, 서울 황성 때문이었다.날은 점점 어두워졌다.황성은 서울의 중심에 세워졌다.커다란 황성 안은 웅장하고 넓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금빛 찬란한 누각과 웅장한 대전, 그곳은 화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자 지난 천 년간 화진 권력의 중심이 있던 곳이었다.밤하늘 아래 황성의 외곽은 10미터 정도 되는 높고 붉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그 외에도 황성 입구에는 8개의 거대한 기둥이 우뚝 솟아 있었다.8개의 거대한 기둥을 지키는 사람은 없었지만 감히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는 행인은 없었다.황성에 얼마나 많은 절세 강자가 숨어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밤이 되자 한 남자가 황성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윤구주였다.그가 왔다.6년 전 곤륜에서 왕이 됐을 때, 윤구주는 직접 이 황성으로 와서 국주를 뵌 적이 있었다.이번이 두 번째였다.그러나 이번에는 국주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속의 답을 위해서였다.고개를 들어 싸늘하게 밤하늘 아래 황성을 바라본 윤구주의 눈동자에 서늘한 한기가 감돌았다. 그는 걸음을 옮겨 황성 정중앙으로 향했다.황성 입구에 가까워지자 쿵 소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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