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진과 대화를 나눈 뒤 윤구주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물론 16년 전 그 사건 때문이었다.그 사건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와 가장 미워하는 아버지가 연루된 일이었다.그동안 윤구주는 윤신우가 어머니와 자신을 쫓아낸 이유가 윤신우의 불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육도진의 말을 듣고 보니 그때 있었던 일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설마 윤신우에게 정말 무슨 고충이 있었던 걸까?그래서 그랬던 걸까?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는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윤구주는 방 안에 오랫동안 있다가 방에서 나왔다.밖에는 때마침 붉은색 치마를 입고 있는 재이가 서 있었다.윤신우가 키운 사사인 재이는 윤구주를 따르게 되면서 그를 도련님으로 생각했다.윤구주가 방에서 나오자 아름답고 섹시한 재이는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서 그를 불렀다.“도련님!”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재이를 힐끗 보았다.“안으로 들어와.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재이는 당황했다.윤구주를 오랫동안 따랐지만 그와 단둘이 얘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었다.재이는 얼굴을 붉히면서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곧 윤구주는 재이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재이는 안으로 들어간 뒤 조금 불안해했다.눈앞의 윤구주가 너무 잘생긴 탓도 있었지만 그녀가 줄곧 몰래 윤구주를 짝사랑한 탓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이는 감히 얘기할 수 없었다.오늘 윤구주는 왜 그녀만 따로 방으로 불러들인 걸까?재이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재이가 온갖 허튼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윤구주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얘기해 봐. 윤신우를 얼마나 오랫동안 따른 거지?”윤구주가 갑자기 윤신우에 대해 묻자 재이는 당황했다가 서둘러 대답했다.“도련님, 전 어렸을 때부터 가주님을 따랐습니다.”“그래?”“네!”“그렇다면 네가 보기에 윤신우는 어떤 사람이지?”윤구주가 다시 물었다.윤구주가 윤신우에 대한 인상을 묻자 재이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솔직히 얘기하자면 가주님은 제게 아버지 같은 분입니다.
윤구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충의 이유가 황성의 그 때문이 아닌 이상 말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는 저도 모르게 몸에서 음산한 한기를 내뿜었다.한동안 침묵하던 윤구주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나와 같이 나갔다 오자.”재이는 그 말을 듣자 더 묻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윤씨 일가는 한때 화진의 최고 일가였다.웅장한 윤씨 일가의 대문 앞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둘은 윤구주와 재이였다.윤구주는 재이를 데리고 윤씨 일가를 찾았다.“이곳이 어딘지 알아?”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화진의 국주가 직접 쓴 금빛 현판을 바라보며 물었다.재이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면서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네!”비록 재이는 윤신우가 직접 키운 사사였지만 윤씨 일가에 와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사사는 영원히 어둠 속에서만 존재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윤구주가 그녀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도련님, 설마 가주님을 뵈려는 겁니까?”재이는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궁금한 얼굴로 윤구주에게 물었다.윤구주는 고개를 저었다.“나와 그는 이제 아무 사이 아니야.”‘뭐?’“그러면 뭘 하시려는 겁니까?”재이는 조금 궁금해졌다.“할머니가 보고 싶거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윤씨 일가의 저택을 바라보았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재이는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자, 들어가자!”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순식간에 윤씨 일가 안으로 들어갔다.재이도 서둘러 그를 뒤따랐다.커다란 윤씨 일가는 무척 조용했다.과거 문하생과 하인들로 넘쳐났던 윤씨 일가는 오래된 하인들만 남아서 청소하고 있었다.윤씨 일가의 웅장한 뒷마당의 화원 쪽에서 들려오는 앳된 아이의 웃음소리가 윤구주 일행의 귓가에 선명히 울려 퍼졌다.자세히 살펴보니 양 갈래 머리를 한 여자아이가 꽃무늬 치마를 입고 화원에서 나비를 쫓아다니면서 웃고 있었다.아이의 곁에는 나이 든 노인이 한 명 있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조용히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가 바로 윤구주의 할머니였다.윤구주는
“어르신, 전 그저 시종일 뿐입니다. 도련님을 만날 자격이 없어요!”재이가 서둘러 해명했다.“바보 같긴. 자격 같은 게 어디 있다고. 예전에 구주 엄마랑 내 아들도...”노인은 거기까지 말한 뒤 갑자기 뭔가를 눈치채고 서둘러 말을 멈췄다.“콜록콜록, 할머니. 할머니랑 단둘이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윤구주가 말했다.“당연하지! 자,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노인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윤구주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재이야, 넌 일단 여기 남아있어.”윤구주는 한 마디 당부한 뒤 노인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조용하고 작은 방 안, 노인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윤구주를 위해 사탕을 한 움큼 집어주면서 어릴 때 그가 가장 좋아하던 사탕이라고 했다.윤구주는 미소 띤 얼굴로 사탕들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구주야, 대체 오늘 나한테 무슨 질문을 하려고 오늘 돌아온 거니?”노인은 자리에 앉으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솔직히 얘기할게요. 할머니께 16년 전 우리 윤씨 일가가 황성에 밉보인 적이 있나 묻고 싶어요.”그 말을 들은 노인은 몸을 흠칫 떨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할머니?”노인이 큰 반응을 보이자 윤구주는 16년 전 자신에게 있었던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노인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윤구주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는 거니?”“답이 알고 싶어서요. 그리고 16년 전 그 사람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가 알고 싶어요.”그 사람은 윤신우였다.윤씨 일가의 어르신인 노인은 당연히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노인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혹시 아직도 아버지가 미운 거니?”윤구주는 침묵했다.침묵은 묵인을 의미했다.“구주야, 사실 미워해서는 안 돼.”노인은 갑자기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16년 전 그 일 말이다. 사실 너희 아버지도 많은 고충이 있었고 많은 압력이 있었어. 그동안 신우는 내게 절대 너한테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었어, 널 보
“그리고 그날 네가 태어났지.”노인은 윤구주가 태어났을 때의 광경을 되짚어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복함과 흐뭇함이 어우러진 미소가 떠올랐다.윤구주는 점점 더 어리둥절해졌다.지금까지 그에게 이런 얘기를 해준 사람이 없었다. 대지진도 상서로운 무지개도.“그리고 그날 우리 윤씨 일가에 진용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단다.”노인은 거기까지 말한 뒤 한숨을 쉬었다.“네가 태어난 지 일곱 번째 날이 되었을 때, 검은 옷을 입은 승려가 우리 윤씨 일가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승려는 두 귀가 놀라울 정도로 컸고 길을 걸을 때는 바람이 일었어. 그날 그는 우리 윤씨 일가로 찾아와서 우리 뒷마당에 있는 화원의 천 년 된 고목 옆에 서 있었다. 그리고 기괴한 눈빛으로 너의 어머니와 너를 바라보았었지. 당시 우리 윤씨 일가는 그를 평범한 승려라 생각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단다. 그런데 그는 널 보자마자 그런 말을 했었다. 진용이 세상에 강림하였고 그가 천하를 다스릴 거라고 말이다.”노인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진용이 세상에 강림하였고 그가 천하를 다스릴 거라니.윤구주는 그 말이 어떤 무게를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할머니, 왜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해준 사람이 없는 거죠?”윤구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건 금기였으니까 누구도 감히 얘기할 수 없었어. 언급할 수조차 없었지. 네 아버지조차 마찬가지였어.”노인은 한숨을 쉬었다.윤구주는 그제야 이해했다.그동안 아무도 그의 어린 시절 때의 얘기를 해주지 않은 건, 지진도, 상서로운 구름에 대해서 얘기해주지 않은 건, 그걸 언급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구주야, 아까 우리 윤씨 일가가 황성에 밉보인 적이 없냐고 물었지? 그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대답해 주마. 우리 윤씨 일가는 밉보이려는 생각을 한 적도 없고 밉보일 짓을 한 적도 없어. 하지만 황성 쪽에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그들에게 달린 일이야. 우리 윤씨 일가는 화진에도, 이 세상에도 미안
밖에서 재이는 윤하율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따금 어린아이의 은방울 굴러가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때 윤구주가 안에서 나왔다.“도련님!”윤구주를 본 재이는 서둘러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이제 가야 해.”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재이를 데리고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언니, 이제 가는 거예요?”이때 양 갈래를 한 윤하율이 갑자기 미련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아쉬워하는 아이의 모습에 재이는 허리를 숙이고 윤하율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응, 언니 이제 가보려고! 다음에 시간 되면 또 같이 놀자!”윤하율은 실망한 기색이 가득한 채로 웅얼거리면서 말했다.“알겠어요.”윤구주가 재이를 데리고 떠나려는데 갑자기 윤하율이 뒤에서 그를 불렀다.“구주 오빠...”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몇 초 뒤 윤구주는 천천히 몸을 돌려 윤하율을 바라보았다.“할머니가 구주 오빠는 하율이 친오빠라고 했어요. 맞아요?”윤하율은 윤구주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했다.윤구주는 대답하지 않았다.윤하율의 곁으로 다가간 윤구주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았다.“맞아. 넌 내 친동생이야!”“진짜요?”윤하율은 아주 기뻤다.“응! 하지만 하율이 친오빠라면 왜 집에서 같이 지내지 않는 거예요? 아빠가 오빠 방은 영원히 오빠를 위해 비워둘 거라고 했는데요. 그리고 한 번도 절 안에 들여보내지 않았어요...”윤하율은 그렇게 말하면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윤구주는 순간 마음이 살짝 흔들렸지만 이렇게 말했다.“오빠는 지금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어서 당분간은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야.”“아, 그렇군요! 하지만 구주 오빠, 그러면 언제쯤 집에 돌아올 거예요?”윤하율은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고 윤구주는 애써 쓴웃음을 지었다.‘집으로 돌아온다고?’윤구주는 집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다.16년 전 그 사건이 있은 뒤로 그는 다시는 윤씨 일가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었다.그는 윤신우에게도 그만의 고충이 있었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를 용서하기는 힘들었다.윤구주는 윤하율
윤구주는 윤씨 일가를 떠난 뒤 바로 거처로 돌아가지 않았다.그는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 서서 싸늘한 눈빛을 했다. 큰 고민이 있는 얼굴이었다.그의 옆을 따르던 재이는 하인이라서 찍소리하지 못했다.한참 뒤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재이야, 넌 먼저 돌아가.”“네? 도련님은 돌아가시지 않을 건가요?”재이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나는 따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로 걸음을 옮겼다.재이는 멀어지는 윤구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자리를 떴다.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윤구주는 대충 답을 짐작할 수 있었다.16년 전 그 사건에 대한 답을 말이다.그리고 그와 그의 어머니가 무엇 때문에 집안에서 쫓겨났었는지도 대충 짐작이 갔다.이 모든 일의 진짜 이유는 화진의 가장 장엄한 곳, 서울 황성 때문이었다.날은 점점 어두워졌다.황성은 서울의 중심에 세워졌다.커다란 황성 안은 웅장하고 넓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금빛 찬란한 누각과 웅장한 대전, 그곳은 화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자 지난 천 년간 화진 권력의 중심이 있던 곳이었다.밤하늘 아래 황성의 외곽은 10미터 정도 되는 높고 붉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그 외에도 황성 입구에는 8개의 거대한 기둥이 우뚝 솟아 있었다.8개의 거대한 기둥을 지키는 사람은 없었지만 감히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는 행인은 없었다.황성에 얼마나 많은 절세 강자가 숨어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밤이 되자 한 남자가 황성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윤구주였다.그가 왔다.6년 전 곤륜에서 왕이 됐을 때, 윤구주는 직접 이 황성으로 와서 국주를 뵌 적이 있었다.이번이 두 번째였다.그러나 이번에는 국주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속의 답을 위해서였다.고개를 들어 싸늘하게 밤하늘 아래 황성을 바라본 윤구주의 눈동자에 서늘한 한기가 감돌았다. 그는 걸음을 옮겨 황성 정중앙으로 향했다.황성 입구에 가까워지자 쿵 소리와
특히 중간의 붉은색 옷을 입은 내시는 실력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그에게서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의 곁에 있는 열 명의 절정 강자들보다 훨씬 더 강한 듯했다.“구주왕을 뵙습니다! 오랜만에 뵙는데도 저하께서는 여전히 젊고 위풍당당하시군요!”날카롭고 거슬리는 목소리가 붉은 옷을 입은 내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능글맞은 여우 같은 당신이 날 알 줄은 몰랐는데.”윤구주는 뒷짐을 진 채로 자신만만하게 황성 벽 위에 서 있는 붉은 옷을 입은 늙은 내시를 바라보며 말했다.뜻밖에도 그들은 서로 아는 사이였다.“저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십니까? 저하는 저희 화진의 군신인데 제가 아무리 눈이 좋지 않아도 어찌 감히 저하를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다만 저하께서 이 늦은 시간에 갑자기 황성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내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국주를 만나야겠다.”윤구주는 직접적이고 간단하게 말했다.“그렇군요! 하지만 저하, 최근 국주님께서는 건강이 좋지 않으십니다. 오늘 만나기는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내시가 또 말했다.“한진모, 날 막으려는 것이냐?”화진 황성 제일의 내시 총관 한진모는 이미 삼대 국주를 보좌했으며 그의 실제 나이는 아무도 몰랐다.유일하게 알려진 것은 백 년 전 화진에 폭동이 일었고 다른 나라의 육중천 절정 실력의 초강자 여러 명이 황성에 침입하려고 했는데 다음 날 타국 강자 6명의 머리가 성벽에 걸렸다는 사실이다.그동안 사람들은 황성에 한진모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가 얼마나 강한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가 손을 쓰는 모습을 본 사람 중 다음 날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그 인물이 바로 현재 황성 성벽 위에 한진모였다.윤구주의 말에 붉은 옷을 입은 한진모는 서둘러 말했다.“그럴 리가요. 제가 어찌 감히 저하를 막겠습니까? 저하는 저희 화진의 군신이고, 항상 백성을 염두에 두시는 왕이신데 제가 아무리 간이 커도 저하를 감히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국주님께서 편찮으시다는
윤구주는 황성 아래서 마치 부처처럼 서 있었다.그는 살기 어린 시선으로 황성을 차갑게 노려보았다.“나 윤구주는 평생을 종횡무진하며 나라를 위해 10국을 정복하고 평정했어. 오늘 난 답을 얻어야겠어. 바로 16년 전 우리 윤씨 일가에 관한 사건의 답 말이야! 한진모, 경고하는데 감히 내 앞을 가로막는다면 당신부터 죽여주겠어!”무시무시한 말과 함께 윤구주의 머리 위에서 금빛 용 9마리가 포효했다.마치 윤구주가 말 한마디만 하면 금빛 용 9마리가 당장 내시 총관인 한진모를 집어삼킬 듯했다.윤구주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황성 제일이라고 불리는 한진모는 참지 못하고 탄식했다.“저하, 왜 굳이 그러시는 겁니까... 화진 사람들은 저하가 나라와 백성을 위해 헌신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렇게 강제로 황성에 침입하려 한다면...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하시면 앞으로 국주님과 백성들이 저하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저하,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16년 전 윤씨 일가에 있었던 일에 관해 저하께서 명확한 답변을 바란다고 제가 국주님께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일단 돌아가 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한진모는 윤구주를 달래기 시작했다.그는 윤구주가 정말로 손을 쓸까 봐 진심으로 두려웠다.이곳은 화진의 가장 중요한 권력 중심지 황성이었다.한 나라의 군신이 이곳을 공격하고 그 일이 알려진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저하, 돌아가 주십시오!”옆에 있던 절정 강자 10명 또한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그를 설득했다.9마리의 금빛 용이 흰옷을 입은 윤구주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윤구주는 당당히 황성 앞에 서서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황성을 죽어라 노려보았다.물러날 것인가?물러나지 않을 것인가?윤구주는 화진의 훌륭한 군신이었다.만약 오늘 정말로 이곳에서 손을 쓴다면 화진의 국위에 영향이 갈 수도 있었다.하지만 손을 쓰지 않는다면 16년 전 그 사건의 진실이 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그래, 내 부하인 네 명의 군신 중에서 현모가 왕실과 가장 가까운 관계야. 임세현 선배가 현모를 구한 것도 예상했던 일이지. 만약 사해에서의 전투에서 내가 정말로 죽었다면 왕실은 다른 세 명의 군신을 움직일 수 없어서 현모를 대장으로 삼아 국주를 보필했을 거야.”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말하자면 네 부하인 현모는 정말 운이 좋은 놈이야. 행운은 불행을 따라오는 법이지. 임세현이 현모를 가르쳐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르게 했고 이 천옥에서 평생의 철학을 전수했어. 그 노인은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까지 전해주어서 현모가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거야!” 수옥인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말을 나누는 사이에 천옥의 전법 중심에 도착했다. 전법은 수백 개의 법기로 구성되어 있다. 수만 개의 부적이 연결되어 대진을 이루고 있었다. 수옥인은 중심에 앉아 전법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윤구주는 도착하자마자 진기의 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악한 기운이 침투한 것이 분명했다. 잠시 관찰한 후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결국 문씨 가문이 무력으로 전법을 깨뜨려서 전법이 손상된 거로군. 곤륜 구역의 이 자식들, 이렇게 큰 전법을 만들어 놓고는 전법의 비밀을 철저히 감추고 있어. 같은 곤륜 구역 출신인데도 이렇게 경계하는 걸 보니 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 윤구주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조상님, 그런 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위치에서는 그런 걸 알 자격도 없어. 어쨌든 곤륜 구역은 예전부터 그랬지. 아무도 진정으로 곤륜 구역을 통일할 수 없었어. 잠시 딴소리를 하자면 예전에 일이 너무 커졌었어. 천술을 남용하고 천지의 기운이 혼란에 빠져 모두가 고통받는 것을 막기 위해 봉신방을 만들어 인간계와 신계를 나눈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이 세상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상상이 안 가.” 수옥인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윤구주는 이 말을 듣고 더욱 불쾌해졌다.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수옥인에
수옥인은 천옥 전법의 핵심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며 농담 식으로 말했다. “조상님, 아까 그 군신은 정말 인재 중의 인재네.” 윤구주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 감옥 지기 녀석, 나를 빗대어 욕하는 건가?’ 수옥인은 재빨리 손을 저으며 말했다. “조상님을 욕하는 거 아니야. 나는 그저 현모가 몸집은 커서 문신처럼 생겼는데 얼굴은 여자처럼 고와서 정말 이상하다는 뜻이었어.”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너희 곤륜 구역 출신들은 온실 속에서 자라 고생을 모르니 세상사에 대해 알 턱이 없지. 현모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아 쓰레기통에 버려졌다가 착한 사람이 발견해 고아원으로 보냈지. 조금 자라서는 입양을 갔지만 노역을 시키거나 학대를 당하기 일쑤였어. 여러 가정을 전전했지만 어느 집에서도 사람대우를 받지 못했지. 결국 좋은 집에 입양되었는데 그 집은 장사를 해서 재산이 많았고 그를 친자식처럼 대해주었어. 하지만 그 집안은 지역의 문벌에게 모함을 받아 집안이 망했지. 현모는 그 집안의 딸을 데리고 도망쳐 방랑하다가 서로 정이 들었어. 하지만 고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 문벌이 그들을 찾아냈고 그 집안의 아들이 현모의 눈앞에서 그의 유일한 가족을 능욕하고 죽였어. 현모도 폭행을 당하고 폐인이 되어 거리의 거지가 되었지.” 현모가 겪은 이런 고통은 윤구주도 겪어봤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수옥인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걸 세속을 벗어난다고 하지. 곤륜 구역에서 신규를 어겨 가장 무거운 벌을 받으면 신격을 깨뜨려 인간으로 강등당하는 거야.” 윤구주는 어이없어했다.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구나.’ “그럼 그 후는 어땠어? 거지가 어떻게 부하로 들어가 4대 군신까지 오를 수 있었지?” 현모는 비록 군신 중 가장 서열이 낮지만 우물 속의 용도 용이었다. 꿩이 아무리 귀해도 봉황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윤구주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어떻게 구주왕의 부하가 되었을까?’ “이런
“현모, 진짜로 잘못이 있다면 그건 내 잘못이야. 내가 처음에 너를 남부로 배정했을 때 군령을 내렸잖아. 누가 무슨 일이 생기든, 하늘이 무너져도 남부에 있어야 한다고.” 윤구주가 말했다. 수옥인은 곁에서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었다. 윤구주는 좋은 말로 달래고 있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매우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윤구주가 사람을 달랠 줄도 알다니?’ 하지만 윤구주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현모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윤구주는 엄격하게 꾸짖었다. “현모, 네 군직을 박탈하고 대장 계급을 빼앗을 테니 공을 세워 죄를 갚아!” 말을 마친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이렇게 하는 게 어때? 어쨌든 난 네 상관인데 내 체면을 좀 봐줘.” 이 말을 듣고서야 현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구주왕님, 이렇게 해야만 제가 국사를 내려놓고 구주왕님의 곁에 머물며 전심으로 구주왕님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군직을 잃고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이제 무슨 일이 생기면 현모가 윤구주를 해치려는 자들과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 “알았어, 내가 너를 모르겠어?” 윤구주는 앞으로 나아가 현모를 토닥였다. 그리고 선우진웅을 가리켰다. “공을 세워 죄를 갚고 싶다면 선우진웅부터 처리해. 저놈의 목은 네게 맡길게. 어휴, 사해 사변으로 너까지 연루되어 억울하게 고생했구나.” 현모의 시선이 선우진웅에게 집중되자 얼음처럼 차가운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 선우진웅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겁에 질렸다. “와우, 그런 생각을 했구나. 이 늙은 놈은 화진의 큰 원수야. 선우진웅을 처단한 공은 절대 작지 않을 거야. 이 늙은 놈은 그에게 맡길게. 조상님은 내가 할 일을 좀 찾아줄까?” 수옥인은 윤구주 앞을 떠다니며 약을 올렸다. 윤구주가 말하기 전에 수옥인이 먼저 말했다. “그 천옥 전법에 문제가 생겼어. 천옥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해. 내가 길을 안내해 준 걸 생각해서 좀
한 마리의 절세 살수가 깨어났다. 살기가 가득 찼고 천상의 이변이 일어났다. 천옥의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밖의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그 먹구름은 네 발 달린 천수의 형상을 이루었고 네 발로 천지를 밟고 있어 꽤 무서웠다. “출관했군.” 윤구주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네.’ 키가 2미터 20센티미터 정도 되는 한 사람이 동굴에서 걸어 나왔다. 온몸이 푸른색이며 폭발적인 근육은 현철처럼 견고하고 부서지지 않을 듯했다. 이 사람은 단지 모습만 봐도 사람을 겁먹게 할 만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다소 청초했다. 그리고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에는 약간의 음기가 느껴졌다. 그 사람은 한 걸음 내디뎌 동굴을 빠져나오더니 ‘쿵’ 소리와 함께 백 미터 절벽에서 떨어졌다. 그는 땅에 부딪혀 수 미터의 큰 구멍을 냈다.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살아있을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구덩이에서 세 걸음 만에 빠르게 걸어 나왔다. 그가 지나가며 일으킨 비린내 나는 바람과 그 살기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게 했다. 천옥 전법의 핵심에 있던 수옥인도 너무 놀라서 바지에 지릴 뻔했다. “젠장! 윤구주의 부하들은 다 살수야. 윤구주만이 이런 괴물들을 다룰 수 있어.” 수옥인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쿵!’ 그 사람은 윤구주 앞에 멈추었다. 이 거인과 비교하자면 윤구주는 키나 체형 모두 그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보였고 약해 보였다. 심지어 기세조차 윤구주를 압도했다. 하지만 그렇게 서 있기만 해도 사람을 겁먹게 할 만한 살수가 윤구주를 보자 주저 없이 한쪽 무릎을 꿇어 경의를 표했다. “구주왕님! 현모가 무능하여 왕께서 직접 나서셔야 했습니다. 제가 발목을 잡았어요.” 현모, 윤구주의 부하인 4대 군신. 전에 윤구주가 왕으로 봉해졌을 때 현모는 화진 남부 전역의 부총장으로 승진하여 대장 계급을 달았다. 그리고 남양 제국들을 견제하는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윤구주가 사고를 당한 후 현모도 연
“네가 하늘의 뜻을 거슬러 오늘 나를 죽인다면 곤륜 구역이 너를 천옥에서 살려둘 것 같아?” 깨어난 선우진웅은 곤륜 구역과 문씨 가문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곤륜 구역과 문씨 가문은 네가 욕할 대상이 아니야. 지금 당장 엎드려 반성해!” 윤구주는 손을 내리쳤다. 선우진웅은 전성기 때도 윤구주에게 제압을 당했던 터라 지금 같은 상태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쿵 소리와 함께 땅에 얼굴을 박았다. “날 죽이진 말아줘! 복수를 원하는 거 아니었어? 난 문씨 가문이 무슨 꿍꿍이인지 알고 있어. 저 빌어먹을 문씨 가문이 너를 죽인 후 우리 부성국이 화진에 진출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어. 이제 보니 모두 거짓말이었어! 문아름은 이미 우리 부성국 군사 정권의 절반을 장악했어. 그 여자는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지. 너를 죽이고 나를 제거해 우리 부성국의 국운을 빼앗으려는 거야. 내 목숨만 살려줘. 나도 어느 정도 막강한 실력을 갖췄으니 내가 너의 복수를 도울 수 있어.” 선우진웅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윤구주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그 말을 듣고 윤구주는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 부성국은 무사도를 숭상한다며? 항복을 수치로 여기지 않아? 왜 네놈의 의지는 이렇게 약해? 아직 죽이지도 않았는데 벌써 겁을 먹었네? 이미 없는 목숨인 주제에 아직도 죽음을 두려워하다니. 넌 원래부터 겁쟁이였어. 약한 자를 괴롭히고 강한 자를 두려워하지.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 바로 너희 부성국의 상류층이다. 게다가 부성국은 백 년 전에 전패한 이후로 국운이 남아있기나 해? 온 세상이 너희 부성국이 어떤 놈들인지 알고 있어. 화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너희를 용납하지 않을 거야. 한 나라가 이 지경까지 몰려 세상의 멸시를 받는 건 너희 부성국뿐일 거야.” 선우진웅은 치욕스러웠지만 목숨을 걸고 분노를 억눌렀다. 하지만 윤구주가 말을 마치고 검의 기운을 거두며 더 이상 그를 공격하지 않자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흥, 말로는 그럴듯하게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선우진웅의 동공은 갑자기 삼각형 모양의 뱀 눈동자처럼 변하며 신비로운 빛을 뿜어냈다. 커다란 검은 기운은 하늘로 빠르게 뿜어져 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윤구주 앞에 도달했다. 윤구주가 검은 기운의 영향으로 공중에 멈춰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본 선우진웅은 매우 흥분했다. ‘됐다.’ “이런! 이 늙은 자식, 무덕을 안 지키다니! 검술만 쓰기로 했잖아? 이렇게 비겁한 수를 쓰다니!” 수옥인은 화가 나서 욕을 퍼부었다. ‘이렇게 나온다는 거지?’ “멍청한 놈, 전쟁에서는 속임수를 써도 괜찮아! 이건 너희 화진 사람들의 병법이잖아!” 선우진웅은 낮은 목소리로 외치며 거의 모든 음령사체를 검도로 만들었다. 칠흑 같은 무시무시한 검도가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 이 공격에 명중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존재라도 죽을 것이다. “구주왕님, 조심해!” 천옥 전법을 지키고 있는 수옥인은 매우 긴장했다. ‘반드시 막아내야 해.’ 검도가 가까워지는데도 윤구주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마치 정말로 이 요술에 묶여 있는 것 같았다. “이건 내 부성 금지술이야. 이 술법은 3분간만 가둘 수 있지. 3분은 짧지만 윤구주를 죽이기에는 충분해!” 선우진웅은 크게 웃었다. 그때 갑자기 음체가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혼체는 거의 투명해져 매우 약해졌다. 이 일격이 성공적으로 윤구주를 죽인다 해도 선우진웅 역시 반쯤 죽은 상태가 될 것이다. “거의 모든 음체를 소모했지만 그 정도의 가치는 있어. 우리 부성국의 무술이 최고야. 화진의 무술은 개돼지만도 못해!” 선우진웅은 윤구주를 빤히 응시하며 그가 죽는 것을 직접 보려고 했다. 검도가 몸에 가까워져 차가운 칼날이 윤구주의 명문에 거의 닿을 때쯤이었다. ‘슈웅!’ 윤구주는 갑자기 손을 들어 선우진웅이 대부분의 음체를 사용해 발사한 검도를 아주 가볍게 막아냈다. 그리고 한쪽으로 튕겨내어 검도를 절벽 쪽으로 날려 보냈다. 폭발음과 함께 100미터 크기의 구덩이가 생겼다. 검도는 윤구주의 부하인 장군이 폐관 중인 곳에서
“임세현도 이것때문에 패배했거든. 너는 이제 구오 지존에 불과한데 어떻게 막으려고 그래? 지금 다른 기술을 사용하려고 해도 이미 늦었어!”선우진웅은 음흉한 눈빛을 하고서 크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검술만 사용할 거니까! 어검술! 인검합일!”위잉!갑자기 윤구주가 격렬하게 떨기 시작하더니 주변 공간이 어떤 힘에 의해 왜곡되는 것 같았다.샤샥!이어 윤구주의 형체가 흐릿해지면서 수많은 검기가 몸을 뚫고 나왔다.이 장면에 선우진웅을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이게 뭐야! 검으로 변신한 거야? 검의를 장악한 거냐고!”“그것도 알고 있어? 맞아. 이것이 바로 화진 검도에서 말하는 진정한 인검합일이야!”이때 깊은 산속 천옥 진법의 중심에 앉아있던 수옥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무서운 놈이네. 비록 내가 저 현장에 있는 건 아니지만 검의에 압도당할 정도야. 검술이 나오는 순간 나는 이미 죽은 사람으로 변한 기분이었어. 견민기가 자신감이 넘쳤던 이유가 있었어. 윤구주가 바로 믿을 구석이었네! 현재까지 진정으로 검과 하나가 된 사람은 단 세 명뿐인데 한 명은 검도의 검주인 김도현, 다른 한 명은 서해의 검신인 류경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구주왕인 윤구주. 그런데 제일 무서운 것은 앞서 두 사람은 최소 오백 년을 수련하여 이미 천하무적이 되어 신들을 조롱할 정도의 인물이잖아. 윤구주가 수련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배 속에 있었던 시간까지 계산해도 30년은 초과하지 않잖아!”견민기는 어떻게 윤구주를 복종하게 되었을까?바로 윤구주와 김도현이 한 판 붙었을 때였다.그때 곤륜 구역을 발칵 뒤집어 수많은 신들이 윤구주의 검의에 겁을 먹었었다.그 결과는 더욱 놀라웠는데 김도현이 미세한 차이로 승리하게 되었다.비록 김도현이 승리하긴 했지만 윤구주가 수련한지 얼마나 되었는가? 윤구주는 패배했어도 영광스러운 패배였다.현재 윤구주가 검과 하나가 된 순간 이미 천하무적이었다.검술이 아직 발휘되지도 않았는데 선우진웅은 이미 패배한 거나 마찬가지였다.“윤구주! 내가 졌어
“윤구주! 네까짓 게 나를 굴복시키려고? 이런 제기랄! 어디 한번 부성국 무술을 보여줘야겠어! 부성국의 무술은 천하무적이거든!”선우진웅은 귀신 소리를 내면서 억지로 음령 사체의 절반을 벗겨냈다.악체를 칼로 삼아 윤구주를 향해 휘둘렀다.“귀무참!”이때 냉기가 몰아치고 차가운 빛이 스며들었다.윤구주는 여전히 검의로 반격했고, 손가락을 휘두르자 검 빛이 반짝거렸다.칼과 검이 맞닿아 청량한 금속 소리를 냈다.쨍그랑!칼과 검이 충돌하는 사이 불꽃이 튀었다.선우진웅의 검도로 만만치 않았으면 확실히 검법은 화진에서 최상급으로 여겨질 정도였다.샤샥!두 사람은 지면에서 하늘로 날아올랐고, 윤구주의 검기는 용처럼 휘몰아치며 긴 무지개를 그렸다.선우진웅의 칼은 독사처럼 잔인했고, 필살기마다 살기가 느껴졌다.두 사람의 움직임 속도가 빠르다면 검과 칼의 속도는 그보다도 더 빨랐다. 심지어 수옥인조차도 두 사람의 움직임을 전혀 볼 수 없을 정도였다.사방의 절벽에서는 계속해서 낙석이 굴러떨어졌고, 절벽에는 수만 개의 칼과 검의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선우결, 질풍참!”선우진웅은 다시 한번 칼 기술을 펼쳤고, 그 기운은 광풍을 일으켰다. 이 폭풍은 순순히 칼의 기운으로 형성된 것으로 한번 폭풍에 휘말리면 순식간에 조각날 수 있었다.“어검술!”윤구주가 손가락을 위로 튕기자 순간적으로 기류를 일으켰다.불타는 기류가 선우진웅의 칼 기술을 막는 동시에 윤구주가 검을 휘두르자 폭풍을 두 동강 내고 말았다.두 동강 난 폭풍 중에 위로 올라간 폭풍은 진법에 의해 막혀버렸고, 아래로 내려간 폭풍은 높이가 10미터 가까이 되는 바위를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이런 제기랄! 귀륜참!”선우진웅이 한마디 외치자 수백 개의 환영이 나타나 하나같이 칼을 들고 윤구주를 향해 덮쳤다.“이번엔 어떻게 막을지 지켜볼 거야!”선우진웅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그는 바로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윤구주의 검술을 막을 수 없다면 충분히 다른 기술을 사용할 수 있
“이걸로 돌파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넌 곤륜 구역의 어떤 구오 지존도 이길 수 없어. 가장 황당한 것은 네가 돌파하기 전에는 육신도 없었다는 거야. 봉신 시대였다면 너 같은 놈은 산신 중에서도 최하급 신이었을 거야.”수옥인은 무지막지하게 선우진웅을 조롱했다.선우진웅은 그의 말에 철저히 정신을 놓고 말았다.“이런 제기랄! 너 같은 수옥인 주제에 날 평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선우진웅은 재빨리 잔소리하는 수옥인부터 죽이려 했다.“윤구주! 날 살려줘!”수옥인은 겁을 먹고 윤구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하지만 윤구주는 꿈쩍도 하지 않고 수옥인이 찢기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선우진웅이 분풀이하려고 할때, 조각으로 찢긴 수옥인은 거품으로 변해 사라지고 말았다.“분신인가?”선우진웅은 어안이 벙벙했다.“아니. 그럴만한 실력이 어디 있다고. 이 진법에 의해 펼쳐진 그림자일 뿐이야.”윤구주가 담담하게 말했다.이때 수옥인의 그림자가 다시 모이면서 윤구주가 자신을 외면했다고 탓했다.“첫째, 내가 몇번을 말해. 나를 조상님이라고 부르라고. 둘째, 너의 본체가 진법의 핵심 쪽에 있어서 너를 죽이려면 먼저 진법부터 풀어야 해. 짐승보다도 못한 자식이 너를 해칠 수 있겠어?”윤구주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수옥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뻘쭘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진웅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아무리 그래도 내가 무신인데 인정하지 못할망정 나를 짐승보다도 못한 놈이라고 했어?’“윤구주! 이 도덕도 없는 자식! 화진 사람들은 도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선우진웅은 긴장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조용히 해! 너 같은 짐승보다도 못한 놈이 나랑 도덕을 논해? 30만 백성을 학살할 때는 도덕을 개나 줘버렸어?”윤구주의 천둥 같은 외침에 선우진웅을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제대로 서지 못했다.그러더니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잡종 같은 인간들. 우리 용사들도 얼마나 죽었는데 도리를 따질 거 뭐 있어. 이미 항복할 기회를 줬는데 그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