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충의 이유가 황성의 그 때문이 아닌 이상 말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는 저도 모르게 몸에서 음산한 한기를 내뿜었다.한동안 침묵하던 윤구주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나와 같이 나갔다 오자.”재이는 그 말을 듣자 더 묻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윤씨 일가는 한때 화진의 최고 일가였다.웅장한 윤씨 일가의 대문 앞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둘은 윤구주와 재이였다.윤구주는 재이를 데리고 윤씨 일가를 찾았다.“이곳이 어딘지 알아?”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화진의 국주가 직접 쓴 금빛 현판을 바라보며 물었다.재이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면서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네!”비록 재이는 윤신우가 직접 키운 사사였지만 윤씨 일가에 와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사사는 영원히 어둠 속에서만 존재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윤구주가 그녀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도련님, 설마 가주님을 뵈려는 겁니까?”재이는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궁금한 얼굴로 윤구주에게 물었다.윤구주는 고개를 저었다.“나와 그는 이제 아무 사이 아니야.”‘뭐?’“그러면 뭘 하시려는 겁니까?”재이는 조금 궁금해졌다.“할머니가 보고 싶거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윤씨 일가의 저택을 바라보았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재이는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자, 들어가자!”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순식간에 윤씨 일가 안으로 들어갔다.재이도 서둘러 그를 뒤따랐다.커다란 윤씨 일가는 무척 조용했다.과거 문하생과 하인들로 넘쳐났던 윤씨 일가는 오래된 하인들만 남아서 청소하고 있었다.윤씨 일가의 웅장한 뒷마당의 화원 쪽에서 들려오는 앳된 아이의 웃음소리가 윤구주 일행의 귓가에 선명히 울려 퍼졌다.자세히 살펴보니 양 갈래 머리를 한 여자아이가 꽃무늬 치마를 입고 화원에서 나비를 쫓아다니면서 웃고 있었다.아이의 곁에는 나이 든 노인이 한 명 있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조용히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가 바로 윤구주의 할머니였다.윤구주는
“어르신, 전 그저 시종일 뿐입니다. 도련님을 만날 자격이 없어요!”재이가 서둘러 해명했다.“바보 같긴. 자격 같은 게 어디 있다고. 예전에 구주 엄마랑 내 아들도...”노인은 거기까지 말한 뒤 갑자기 뭔가를 눈치채고 서둘러 말을 멈췄다.“콜록콜록, 할머니. 할머니랑 단둘이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윤구주가 말했다.“당연하지! 자,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노인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윤구주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재이야, 넌 일단 여기 남아있어.”윤구주는 한 마디 당부한 뒤 노인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조용하고 작은 방 안, 노인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윤구주를 위해 사탕을 한 움큼 집어주면서 어릴 때 그가 가장 좋아하던 사탕이라고 했다.윤구주는 미소 띤 얼굴로 사탕들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구주야, 대체 오늘 나한테 무슨 질문을 하려고 오늘 돌아온 거니?”노인은 자리에 앉으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솔직히 얘기할게요. 할머니께 16년 전 우리 윤씨 일가가 황성에 밉보인 적이 있나 묻고 싶어요.”그 말을 들은 노인은 몸을 흠칫 떨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할머니?”노인이 큰 반응을 보이자 윤구주는 16년 전 자신에게 있었던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노인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윤구주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는 거니?”“답이 알고 싶어서요. 그리고 16년 전 그 사람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가 알고 싶어요.”그 사람은 윤신우였다.윤씨 일가의 어르신인 노인은 당연히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노인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혹시 아직도 아버지가 미운 거니?”윤구주는 침묵했다.침묵은 묵인을 의미했다.“구주야, 사실 미워해서는 안 돼.”노인은 갑자기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16년 전 그 일 말이다. 사실 너희 아버지도 많은 고충이 있었고 많은 압력이 있었어. 그동안 신우는 내게 절대 너한테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었어, 널 보
“그리고 그날 네가 태어났지.”노인은 윤구주가 태어났을 때의 광경을 되짚어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복함과 흐뭇함이 어우러진 미소가 떠올랐다.윤구주는 점점 더 어리둥절해졌다.지금까지 그에게 이런 얘기를 해준 사람이 없었다. 대지진도 상서로운 무지개도.“그리고 그날 우리 윤씨 일가에 진용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단다.”노인은 거기까지 말한 뒤 한숨을 쉬었다.“네가 태어난 지 일곱 번째 날이 되었을 때, 검은 옷을 입은 승려가 우리 윤씨 일가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승려는 두 귀가 놀라울 정도로 컸고 길을 걸을 때는 바람이 일었어. 그날 그는 우리 윤씨 일가로 찾아와서 우리 뒷마당에 있는 화원의 천 년 된 고목 옆에 서 있었다. 그리고 기괴한 눈빛으로 너의 어머니와 너를 바라보았었지. 당시 우리 윤씨 일가는 그를 평범한 승려라 생각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단다. 그런데 그는 널 보자마자 그런 말을 했었다. 진용이 세상에 강림하였고 그가 천하를 다스릴 거라고 말이다.”노인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진용이 세상에 강림하였고 그가 천하를 다스릴 거라니.윤구주는 그 말이 어떤 무게를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할머니, 왜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해준 사람이 없는 거죠?”윤구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건 금기였으니까 누구도 감히 얘기할 수 없었어. 언급할 수조차 없었지. 네 아버지조차 마찬가지였어.”노인은 한숨을 쉬었다.윤구주는 그제야 이해했다.그동안 아무도 그의 어린 시절 때의 얘기를 해주지 않은 건, 지진도, 상서로운 구름에 대해서 얘기해주지 않은 건, 그걸 언급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구주야, 아까 우리 윤씨 일가가 황성에 밉보인 적이 없냐고 물었지? 그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대답해 주마. 우리 윤씨 일가는 밉보이려는 생각을 한 적도 없고 밉보일 짓을 한 적도 없어. 하지만 황성 쪽에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그들에게 달린 일이야. 우리 윤씨 일가는 화진에도, 이 세상에도 미안
밖에서 재이는 윤하율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따금 어린아이의 은방울 굴러가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때 윤구주가 안에서 나왔다.“도련님!”윤구주를 본 재이는 서둘러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이제 가야 해.”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재이를 데리고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언니, 이제 가는 거예요?”이때 양 갈래를 한 윤하율이 갑자기 미련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아쉬워하는 아이의 모습에 재이는 허리를 숙이고 윤하율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응, 언니 이제 가보려고! 다음에 시간 되면 또 같이 놀자!”윤하율은 실망한 기색이 가득한 채로 웅얼거리면서 말했다.“알겠어요.”윤구주가 재이를 데리고 떠나려는데 갑자기 윤하율이 뒤에서 그를 불렀다.“구주 오빠...”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몇 초 뒤 윤구주는 천천히 몸을 돌려 윤하율을 바라보았다.“할머니가 구주 오빠는 하율이 친오빠라고 했어요. 맞아요?”윤하율은 윤구주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했다.윤구주는 대답하지 않았다.윤하율의 곁으로 다가간 윤구주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았다.“맞아. 넌 내 친동생이야!”“진짜요?”윤하율은 아주 기뻤다.“응! 하지만 하율이 친오빠라면 왜 집에서 같이 지내지 않는 거예요? 아빠가 오빠 방은 영원히 오빠를 위해 비워둘 거라고 했는데요. 그리고 한 번도 절 안에 들여보내지 않았어요...”윤하율은 그렇게 말하면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윤구주는 순간 마음이 살짝 흔들렸지만 이렇게 말했다.“오빠는 지금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어서 당분간은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야.”“아, 그렇군요! 하지만 구주 오빠, 그러면 언제쯤 집에 돌아올 거예요?”윤하율은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고 윤구주는 애써 쓴웃음을 지었다.‘집으로 돌아온다고?’윤구주는 집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다.16년 전 그 사건이 있은 뒤로 그는 다시는 윤씨 일가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었다.그는 윤신우에게도 그만의 고충이 있었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를 용서하기는 힘들었다.윤구주는 윤하율
윤구주는 윤씨 일가를 떠난 뒤 바로 거처로 돌아가지 않았다.그는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 서서 싸늘한 눈빛을 했다. 큰 고민이 있는 얼굴이었다.그의 옆을 따르던 재이는 하인이라서 찍소리하지 못했다.한참 뒤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재이야, 넌 먼저 돌아가.”“네? 도련님은 돌아가시지 않을 건가요?”재이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나는 따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로 걸음을 옮겼다.재이는 멀어지는 윤구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자리를 떴다.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윤구주는 대충 답을 짐작할 수 있었다.16년 전 그 사건에 대한 답을 말이다.그리고 그와 그의 어머니가 무엇 때문에 집안에서 쫓겨났었는지도 대충 짐작이 갔다.이 모든 일의 진짜 이유는 화진의 가장 장엄한 곳, 서울 황성 때문이었다.날은 점점 어두워졌다.황성은 서울의 중심에 세워졌다.커다란 황성 안은 웅장하고 넓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금빛 찬란한 누각과 웅장한 대전, 그곳은 화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자 지난 천 년간 화진 권력의 중심이 있던 곳이었다.밤하늘 아래 황성의 외곽은 10미터 정도 되는 높고 붉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그 외에도 황성 입구에는 8개의 거대한 기둥이 우뚝 솟아 있었다.8개의 거대한 기둥을 지키는 사람은 없었지만 감히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는 행인은 없었다.황성에 얼마나 많은 절세 강자가 숨어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밤이 되자 한 남자가 황성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윤구주였다.그가 왔다.6년 전 곤륜에서 왕이 됐을 때, 윤구주는 직접 이 황성으로 와서 국주를 뵌 적이 있었다.이번이 두 번째였다.그러나 이번에는 국주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속의 답을 위해서였다.고개를 들어 싸늘하게 밤하늘 아래 황성을 바라본 윤구주의 눈동자에 서늘한 한기가 감돌았다. 그는 걸음을 옮겨 황성 정중앙으로 향했다.황성 입구에 가까워지자 쿵 소리와
특히 중간의 붉은색 옷을 입은 내시는 실력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그에게서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의 곁에 있는 열 명의 절정 강자들보다 훨씬 더 강한 듯했다.“구주왕을 뵙습니다! 오랜만에 뵙는데도 저하께서는 여전히 젊고 위풍당당하시군요!”날카롭고 거슬리는 목소리가 붉은 옷을 입은 내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능글맞은 여우 같은 당신이 날 알 줄은 몰랐는데.”윤구주는 뒷짐을 진 채로 자신만만하게 황성 벽 위에 서 있는 붉은 옷을 입은 늙은 내시를 바라보며 말했다.뜻밖에도 그들은 서로 아는 사이였다.“저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십니까? 저하는 저희 화진의 군신인데 제가 아무리 눈이 좋지 않아도 어찌 감히 저하를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다만 저하께서 이 늦은 시간에 갑자기 황성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내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국주를 만나야겠다.”윤구주는 직접적이고 간단하게 말했다.“그렇군요! 하지만 저하, 최근 국주님께서는 건강이 좋지 않으십니다. 오늘 만나기는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내시가 또 말했다.“한진모, 날 막으려는 것이냐?”화진 황성 제일의 내시 총관 한진모는 이미 삼대 국주를 보좌했으며 그의 실제 나이는 아무도 몰랐다.유일하게 알려진 것은 백 년 전 화진에 폭동이 일었고 다른 나라의 육중천 절정 실력의 초강자 여러 명이 황성에 침입하려고 했는데 다음 날 타국 강자 6명의 머리가 성벽에 걸렸다는 사실이다.그동안 사람들은 황성에 한진모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가 얼마나 강한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가 손을 쓰는 모습을 본 사람 중 다음 날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그 인물이 바로 현재 황성 성벽 위에 한진모였다.윤구주의 말에 붉은 옷을 입은 한진모는 서둘러 말했다.“그럴 리가요. 제가 어찌 감히 저하를 막겠습니까? 저하는 저희 화진의 군신이고, 항상 백성을 염두에 두시는 왕이신데 제가 아무리 간이 커도 저하를 감히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국주님께서 편찮으시다는
윤구주는 황성 아래서 마치 부처처럼 서 있었다.그는 살기 어린 시선으로 황성을 차갑게 노려보았다.“나 윤구주는 평생을 종횡무진하며 나라를 위해 10국을 정복하고 평정했어. 오늘 난 답을 얻어야겠어. 바로 16년 전 우리 윤씨 일가에 관한 사건의 답 말이야! 한진모, 경고하는데 감히 내 앞을 가로막는다면 당신부터 죽여주겠어!”무시무시한 말과 함께 윤구주의 머리 위에서 금빛 용 9마리가 포효했다.마치 윤구주가 말 한마디만 하면 금빛 용 9마리가 당장 내시 총관인 한진모를 집어삼킬 듯했다.윤구주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황성 제일이라고 불리는 한진모는 참지 못하고 탄식했다.“저하, 왜 굳이 그러시는 겁니까... 화진 사람들은 저하가 나라와 백성을 위해 헌신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렇게 강제로 황성에 침입하려 한다면...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하시면 앞으로 국주님과 백성들이 저하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저하,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16년 전 윤씨 일가에 있었던 일에 관해 저하께서 명확한 답변을 바란다고 제가 국주님께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일단 돌아가 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한진모는 윤구주를 달래기 시작했다.그는 윤구주가 정말로 손을 쓸까 봐 진심으로 두려웠다.이곳은 화진의 가장 중요한 권력 중심지 황성이었다.한 나라의 군신이 이곳을 공격하고 그 일이 알려진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저하, 돌아가 주십시오!”옆에 있던 절정 강자 10명 또한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그를 설득했다.9마리의 금빛 용이 흰옷을 입은 윤구주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윤구주는 당당히 황성 앞에 서서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황성을 죽어라 노려보았다.물러날 것인가?물러나지 않을 것인가?윤구주는 화진의 훌륭한 군신이었다.만약 오늘 정말로 이곳에서 손을 쓴다면 화진의 국위에 영향이 갈 수도 있었다.하지만 손을 쓰지 않는다면 16년 전 그 사건의 진실이 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네!”...우상 저택.화진의 우상 육도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저녁에 정자에 앉아서 차를 즐기는 것이었다.그동안 그는 줄곧 그 습관을 유지했다.오늘 밤도 육도진은그곳에서 판인국에서 선물로 가져온 상급 차를 마시고 있을 때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부하가 육도진의 앞에 왔다.“어르신, 황성 쪽에 움직임을 보였습니다.”‘뭐라고?’황성이라는 말에 찻잔을 들고 있던 육도진은 하마터면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눈을 커다랗게 뜨고 말했다.“황성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조금 전 저는 황성 쪽에서 엄청난 살기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용의 울음소리도 끊임없이 들려왔습니다...”‘뭐라고?’육도진은 그 말을 듣자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살기? 어떤 놈이 감히 황성 앞에서 살기를 드러냈다는 거냐?”육도진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모르겠습니다. 황성 내각 어르신들 8명 모두 소집되었고 3대 금위군도 전부 황성에 집합했습니다.”검은 옷을 입은 부하가 말했다.그 말에 육도진은 안색이 달라졌다.황성 내각 8명의 구성원은 비록 직위상으로는 우상만큼 중요치 않았지만 그들은 화진의 군사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어서, 어서 황성으로 가봐야겠어!”육도진은 그렇게 말하더니 곧바로 황성으로 향했다.이때 황성에서는 갑옷을 입은 금위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그 수가 엄청 많았다.그중에는 흑기 금위군, 황기 금위군, 홍기 금위군도 있었다.3대 금위군은 병사 30만 명을 통솔하며 황성의 보안을 담당했다.3대 금위군을 제외하고 가장 앞에는 8명의 표정이 좋지 않은 노인이 있었다. 그들 모두 황성 앞에 서 있었다.그 8명은 바로 황성 내각 여덟 장로였다.내각 여덟 장로와 함께 서 있는 사람은 황성의 내시 총관 한진모였다.“한진모 씨, 말해보세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떤 간덩이가 부은 놈이 감히 황성 앞에서 난동을 부린단 말입니까?”한 내각 장로가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그의 이름은 지안수, 내각의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