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78화

“그리고 그날 네가 태어났지.”

노인은 윤구주가 태어났을 때의 광경을 되짚어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복함과 흐뭇함이 어우러진 미소가 떠올랐다.

윤구주는 점점 더 어리둥절해졌다.

지금까지 그에게 이런 얘기를 해준 사람이 없었다. 대지진도 상서로운 무지개도.

“그리고 그날 우리 윤씨 일가에 진용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단다.”

노인은 거기까지 말한 뒤 한숨을 쉬었다.

“네가 태어난 지 일곱 번째 날이 되었을 때, 검은 옷을 입은 승려가 우리 윤씨 일가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승려는 두 귀가 놀라울 정도로 컸고 길을 걸을 때는 바람이 일었어. 그날 그는 우리 윤씨 일가로 찾아와서 우리 뒷마당에 있는 화원의 천 년 된 고목 옆에 서 있었다. 그리고 기괴한 눈빛으로 너의 어머니와 너를 바라보았었지. 당시 우리 윤씨 일가는 그를 평범한 승려라 생각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단다. 그런데 그는 널 보자마자 그런 말을 했었다. 진용이 세상에 강림하였고 그가 천하를 다스릴 거라고 말이다.”

노인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진용이 세상에 강림하였고 그가 천하를 다스릴 거라니.

윤구주는 그 말이 어떤 무게를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할머니, 왜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해준 사람이 없는 거죠?”

윤구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금기였으니까 누구도 감히 얘기할 수 없었어. 언급할 수조차 없었지. 네 아버지조차 마찬가지였어.”

노인은 한숨을 쉬었다.

윤구주는 그제야 이해했다.

그동안 아무도 그의 어린 시절 때의 얘기를 해주지 않은 건, 지진도, 상서로운 구름에 대해서 얘기해주지 않은 건, 그걸 언급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

“구주야, 아까 우리 윤씨 일가가 황성에 밉보인 적이 없냐고 물었지? 그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대답해 주마. 우리 윤씨 일가는 밉보이려는 생각을 한 적도 없고 밉보일 짓을 한 적도 없어. 하지만 황성 쪽에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그들에게 달린 일이야. 우리 윤씨 일가는 화진에도, 이 세상에도 미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