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모?”그 이름을 듣게 되자 윤신우는 순간 온몸에서 홍수와도 같은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그 늙은 여우가 감히 우리 아들을 건드린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창현아, 지금 당장 우리 윤씨 일가 사람들을 전부 소집해. 바로 황성으로 가야겠다!”윤신우는 화가 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윤창현은 명령을 내릴 준비를 했다. 그는 윤씨 일가 고수들을 전부 소집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부하 한 명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가주님, 육도진 우상이 만남을 찾아오셨습니다!”육도진 우상?육도진이 갑자기 찾아왔다는 소식에 윤씨 일가 형제의 안색이 확 달라졌다.“육도진 우상이 왜 갑자기 우리 윤씨 일가를 찾은 거죠? 황성으로 간 거 아니었나요?”둘째 윤창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뭔가 일이 생긴 걸지도 몰라요.”셋째 윤정석이 말했다.오직 윤신우만이 싸늘한 눈빛으로 밖을 바라보며 잠깐 뜸을 들이다가 부하에게 말했다.“우상이 왔다고 했으니 일단 들어오라고 해.”“네!”잠시 뒤, 육도진 우상이 윤씨 일가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윤씨 일가의 세 형제는 육도진 우상을 보았다. 윤창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언제든 육도진을 공격하려는 듯 말이다.반대로 육도진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그는 안으로 들어간 뒤 미소 띤 얼굴로 웃었다.“가주님, 무턱대고 찾아와서 실례가 됐을까 걱정되는군요.”“육도진 우상, 이 늦은 시간에 갑자기 찾아오다니 무슨 일이시죠?”윤신우는 곧바로 물었다.“콜록콜록, 가주님도 황성 쪽 일을 전해 들으셨겠죠?”육도진이 어떤 사람인가? 그는 윤신우의 살기 가득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짐작이 갔다.“조금 전해 들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육도진 우상께서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윤신우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얘기하겠습니다. 한 시간 전, 윤구주 씨께서 황성 성벽에 검흔을 남기셨습니다. 황성에 한진모와 열 명의 절정 강자들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오늘 밤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겁니다.”육도진
육도진이 그렇게 얘기하자 윤씨 일가의 세 형제는 그제야 천천히 살기를 거두어들였다.특히 윤신우가 그랬다.그는 아버지로서 16년을 참았다.만약 오늘 밤 정말로 누군가 윤구주를 공격했더라면, 윤신우는 황성까지 찾아가서 상대방을 죽였을 것이다.그래서 육도진의 말을 들은 윤신우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오늘 밤 우리 아들이 황성까지 찾아갔는데 국주님께서도 그 사실을 아십니까?”윤신우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했다.“알죠...”육도진은 한숨을 쉬었다.“국주님께서는 어떤 태도를 보이셨습니까?”윤신우는 서둘러 물었다.윤창현, 그리고 윤정석도 육도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상대는 화진의 국주 아닌가?오늘 밤 윤구주는 황성에 침입하려고 했고 그것은 죽을죄였다.“가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국주님께서는 그 일을 묻어두려고 합니다. 그리고 감히 발설하는 자는 그 일족까지 전부 죽일 거라고 명령을 내리셨습니다.”육도진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그 말에 윤신우는 눈을 빛냈다.“국주님께서 우리 아들을 질책하지 않으신 겁니까?”“질책은 당연히 하셨겠죠. 하지만 국주님은 아량이 넓으신 분이고, 또 구주왕께서는 우리 화진을 위해 엄청난 공을 세우신 분이니 추궁하지 않으셨습니다.”육도진이 말했다.그 말에 윤신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밤 윤신우가 가장 걱정한 것은 황성의 얼마나 많은 절정 고수가 윤구주를 공격했는지도, 내각의 여덟 장로가 윤신우를 박해했는지도 아니었다.그가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은 국주 쪽이었다.국주가 화가 나서 16년 전 같은 사건이 반복된다면... 윤구주뿐만 아니라 윤씨 일가 전체가 끝장날 테니 말이다.“국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도 육도진 우상께도 감사드립니다.”윤신우는 육도진을 향해 예를 갖추려고 했다.오늘 밤 이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육도진이 많은 힘을 보태주었기 때문일 것이다.“별말씀을요.”육도진은 비록 겉으로는 겸손한 척했지만 사실 기분이 좋았다.“그러나 한 가지 해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하께서는 단번에 황성 성벽을 갈랐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베었어. 앞으로 성가신 일이 점점 더 많아질까 봐 걱정되네.”민규현이 이때 갑자기 말했다.“형님, 왜 갑자기 걱정하는 겁니까?”옆에 있던 정태웅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넌 몰라. 지금은 화진의 고대 무술 3대 서열 중 문벌만이 나타났을 뿐이야. 진짜 무시무시한 건 세가와 종문이야. 그리고 하나는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민규현이 유유히 말했다.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정태웅, 천현수는 그 말을 듣고 침묵했다.그들은 민규현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흥, 세가와 종문, 그 자식들이 튀어나올 수 있겠어요?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에요!”정태웅이 말했다.민규현은 대꾸하지 않고 그저 먼 곳만을 바라볼 뿐이었다....서울, 서화 쪽 외곽.오래되고 얼룩덜룩한 성벽은 서울의 천 년 된 고대 성벽이었다.그곳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구역으로 중심가의 높게 치솟은 건물과는 완전히 상반되었다.과거 그곳은 아주 황량한 변경 지대였다.그곳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었다.이때 한 마차가 천천히 막북에서부터 왔다.자세히 보니 마차 주위에 여섯 개의 용봉이 수놓아져 있었다.소문에 따르면 고대 황제는 9개의 용봉이 있는 마차를 탄다고 한다.그리고 황자와 궁주는 6개의 용봉이 있는 마차를 탄다고 한다.이 마차는 천천히 막북에서부터 왔다.마차 앞에는 허리춤에 술이 든 조롱박을 찬 노인이 앉아 있었다.그 조롱박은 아주 컸다. 노인의 머리보다 더 컸다.노인은 머릿결이 좋지 않았고 또 머리가 헝클어져 아주 지저분해 보였다.그는 채찍을 휘두르면서 조롱박을 들고 술을 마셨다.“여섯째 공주님, 저희 드디어 도착했습니다!”조롱박을 든 노인은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마차에 대고 말했다.“드디어 도착했나요? 좋아요!”차 안에서 천상의 소리보다 더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가 정말 살아있는 건 맞나요?”여자의 목소리가 마차 안에서 들려왔다.왠지 모르게
서울 정양문, 그곳은 서울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이었다.지금 정양문에는 많은 사람이 싸늘한 얼굴로 서 있었다.“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이 당시 여기서 죽은 것입니까?”질문을 한 사람은 제일 앞에 서 있는 남색 옷을 입은 노인이었다.노인은 흰 수염이 있었고 아주 강한 절정의 기운을 내뿜고 있어서 상당한 압박감을 주었다.“그렇습니다, 장백웅 어르신!”한 중년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서울의 4대 문벌은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온 고대 문벌입니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모두 멸문당하다니, 우리 문벌에는 큰 불행이군요.”어르신이라고 불린 남색 옷을 입은 노인은 정양문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현재 각 문벌 모두 우리 문벌을 위해 정의를 실현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문벌의 대표인 장씨 일가에서, 어르신께서 저희를 위해 복수를 해주셨으면 합니다.”중년 남성이 말했다.장백웅은 음산한 눈빛을 드러냈다.“다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문벌은 비록 화진의 3대 서열 중 꼴찌이지만 천하 무인의 6할이 문벌 출신입니다. 그러니 감히 우리 문벌을 적으로 돌리는 사람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죠. 하지만 당시 곤륜의 금지령 때문에 절정 강자들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고 서울에 발을 들일 수가 없죠.”장씨 일가의 절정 고수 장백웅이 천천히 말했다.“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이것은 내각의 여덟 장로께서 친히 내리신 명령입니다. 여덟 장로께서 저희가 서울로 가는 걸 허락하셨습니다.”다른 한 절정 실력의 남자가 흰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그 옥패는 내각의 명령패였다.흰색 옥패를 본 장백웅은 미소를 띠었다.“좋군요. 금지령이 없어졌으니 우리 문벌의 절정 실력자들은 당당히 서울로 갈 수 있겠군요. 자, 너희들은 우리 장씨 일가의 명령을 전해. 문벌 출신의 절정 실력자들은 오늘 서울로 갈 거라고!”장백웅이 명령을 내리자 뒤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대답했다.“네!”탁.탁.장백웅이 명령을
“영감, 쓸데없는 소리는 작작 해. 난 두 번 말할 생각 없으니까 얼른 꺼져주지?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마차를 부숴버릴 거니까.” 우람한 체구를 가진 남자가 매서운 눈길로 마차를 바라보았다. 허름한 차림을 한 노인이 자신의 코를 만지며 대답했다. “뭐라? 내 마차를 부숴버리겠다고? 그럴 담이 있다면 한번 해보게. 이 영감탱이가 기른 한혈마가 자네를 차 죽일 수 있는지 나도 궁금하군.”“미친 영감탱이가 죽고 싶어 안달이 났나?”우람한 체구를 가진 남자는 평소에도 오만방자하게 굴었다. 그래서 허름한 차림을 한 노인이 그 남자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으니 그는 포호 소리와 함께 쏜살같이 마차를 향해 돌진했다. 그는 두 손에 기운을 모으고 마치 한 주먹에 이 마차를 부숴버릴 것처럼 내력으로 커다란 바람을 만들었다. 마차 앞에 앉아있는 노인은 이 남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고삐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마차를 끌고 있던 세 마리의 새빨간 갈기를 가진 한혈마가 갑자기 천지를 뒤흔들며 길게 울부짖었다. 이어서 그중 제일 사납고 커다란 한혈마가 기괴한 자세로 두 발을 걷어찼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아무런 징조 없이 발로 남자의 가슴을 습격했다.그 우람한 체구를 가진 남자는 말발굽에 제대로 차여 몸이 땅에 내리박혔다. 그는 입과 코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져 더는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 화면을 목격한 정양문의 모든 무인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육신을 횡련하는 무도 대가가 한 마리 열마에게 차여 쓰러질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육신을 횡련하는 대가는 두 주먹만으로 비석을 깨뜨릴 수 있고, 온몸의 힘으로 총포와 화기까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말발굽에 차여 날아가다니.이런. “망할 놈의 영감탱이가 감히 우리 셋째 아우를 다치게 하다니. 네놈의 목숨을 끊어주마!”우람한 체구를 가진 남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본 동행자들이 모두 날아와 그 노인을 공격하려 했다. “당장 멈추어라!”바로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문벌 사람들은 장백웅이 모든 이를 처리해 버리겠다는 말에 놀라 어찌할 바 몰랐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장백웅이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입에 올리지 않았다. 말을 끄는 허름한 노인 하나 때문에 그들을 죽이려 하다니! “됐구만, 마차 안의 아가씨께서 피 냄새를 싫어하시니 길을 내주고 우릴 보내주면 돼.”허름한 차림의 노인이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선배님께서 도량이 넓으시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장백웅이 말을 마친 뒤 문벌을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모두 자리를 비켜라!”그러자 모든 문벌 멤버들이 주동적으로 정양문에서 큰고 넓은 길을 내어주었다. 그리고서야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 마차를 끌고 천천히 경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는 마차를 향해 장씨 가문의 절정 강자 장백웅이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작별 인사를 건넸다. “선배님 잘 다녀오세요.”달그락! 달그락! 마차는 장백웅과 다른 사람들의 놀라운 시선 속에서 천천히 정양문을 지나 경성으로 들어갔다. 마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장백웅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장백웅 님,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저 마부가 누구기에 장백웅 님처럼 존귀하신 분이 이처럼 존경스러운 태도로 맞이해야 하는 겁니까?”이때 다른 절정 강자가 장백웅 곁으로 다가와 의아해하며 물었다.“모 선생은 저분을 알아 봤습니까?”모 씨 성을 가진 절정 강자가 고개를 저으며 장백웅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40년 전, 육도 절정에 다다른 한 명의 강자가 갑자기 나타나 천하를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실력을 보여줬다고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그는 술과 사랑에 미쳐 있다고 했습니다.”“그때 그는 곤륜하에 화진 제일 강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어느 때부터인지 아무도 그 강자의 소식을 알지 못했답니다.”장백웅의 말을 들은 그 모 씨 성을 가진 절정 강자는 눈동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육도 절정이라니! 신급의 정점이 바로 절정이다.하지만 절
“이럴 수가!”“어쩐지, 장백웅 님마저도 공손히 대해주더니……이제야 알았습니다.”모 씨 성을 가진 절정 강자는 드디어 자초지종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가마가 사라진 쪽을 올려다보며 다시 한번 깊은 인사를 올리며 존경을 표시했다.장백웅은 멀어져 가는 마차 쪽을 그윽이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태평성세가 도래한 지금, 사십 년 전에 이미 천하를 뒤흔들었던 육도 주도가, 뜻밖에도 경성의 황성에 숨어 버리다니, 정말 생각지 못할 일이군.”...... 서울.마차 한 대가 많은 사람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마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그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었다. “주도님, 아까 그 사람들이 어르신을 알아본 것 같은데요?”은방울을 굴리는 듯 은은하고 듣기 좋은 나긋한 목소리가 가마 안에서 흘러나왔다. 손에 채찍을 들고 술을 마시면서 마차를 몰고 있는 주도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이 늙은이는 40여 년 동안이나 이름을 숨기고 살았으니, 설사 알아낸다고 해도 지금은 그때의 제가 아닙니다.”“허허!”“제 앞에서 시치미 떼지 마세요!”마차 안에 있는 사람이 대답했다.“허허, 이 늙은이는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강산은 수백 년 동안 대대로 인재를 배양해 왔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우리 화진의 소년 인왕, 이 녀석은 수많은 강자를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온몸의 내공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물론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당시 제가 어찌 그에게 마음을 줄 수 있겠습니까?”그 사람이라고 말할 때 가마 안의 목소리는 분명 원망하면서도 애정이 들어있었다.“여섯째 공주님이 참 부럽네요. 이 세상에 사랑할 만한 사람이 아직 존재하니까요.”주도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만 하세요!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나요?”가마 안의 사람이 호통을 치자 주도는 급히 말을 돌리며 사과했다. “예, 공주님의 말씀이 맞으십니다. 하지만 저도 공주님이
“이봐요, 근데 문벌들이 왜 모두 서울에 모여있는 거죠?”가마 안에 있던 여섯째 공주님이 물었다. 마차를 몰고 있던 주도가 코끝을 만지며 대답했다. “아마도 공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인왕 때문인 것 같은데요.”“윤구주 말입니까?”“예, 제가 들은 바로는, 얼마 전, 서울의 문벌 절정이 제멋대로 뛰쳐나왔다가 정양문 아래에서 참살당했다고 합니다. 그 사건에 육도진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바로 그 소년 인왕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그가 곤륜에서 왕으로 봉해질 때 서열들은 세가를 비롯하여 종문까지 정치에 관여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게다가, 그의 사망 소식이 세상에 널리 퍼져서 3대 서열은 그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가 나서서 소란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그들은 이 소년 인왕이 살아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공주는 주도의 말을 듣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하죠. 제 남자는 쉽게 목숨을 잃을 사람이 아니에요.”“공주님 말씀이 맞으십니다.”“이 무식한 놈들이 감히 제 남자를 상대하다니 죽여야 마땅하지요.”공주는 화가 나는지 말투가 점점 거칠어졌다. “이 문벌들은 걱정할 게 못 됩니다. 하지만, 만약 세가와 종문이 참여한다면, 일이 번거로워질 것입니다.”“흥! 제 아버지는 너무 인자하세요. 그러니까 문벌, 세가와 종문이 이리 창궐하죠! 제 뜻대로라면 그들을 모두 죽여버릴 것입니다.”주도는 급히 공주를 말리며 대답했다. “공주님,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화진은 당시 3대 서열에 뒷받침받고 현재의 번화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공주님의 이 한마디는 천하의 무인들을 모두 단번에 때려죽이는 것입니다.”“안됩니까? 누가 그들더러 제 남자를 건드리라고 했습니까?”주도는 공주의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됐어요. 듣기 싫은 말은 그만하고 빨리 윤씨 일가로 가요.”마차 안의 공주가 말을 끝냈다.주도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차를 몰고 윤씨 일가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