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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육도진이 국주령을 받자 비단 장포를 입은 노인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 국주령을 전달했으니 이만 다들 돌아가세요.”

그렇게 말하자 내각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문부상서가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형준 총관님, 국주님께서는 윤구주를 엄벌할 생각이 없으신 겁니까?”

안형준이라고 불린 황궁 총관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문부상서께서는 국주님의 결정에 의문을 품으시는 겁니까?”

“아니,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지안수는 몸을 흠칫 떨더니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

“흥! 그래야 할 겁니다.”

비단옷을 입은 노인은 곧바로 황성으로 돌아갔다.

한진모와 다른 열 명의 황성의 절정 강자들은 육도진을 향해 예를 갖춘 뒤 빠르게 황성으로 돌아갔다.

다들 떠난 뒤 육도진은 그제야 내각의 여덟 장로를 쓱 둘러보았다.

“다들 뭘 넋 놓고 계시는 겁니까? 국주령을 듣지 못한 겁니까? 귀가 먹기라도 했습니까?”

육도진의 모욕에 내각의 여덟 장로는 분통을 터뜨리면서 떠났다.

그들은 비록 윤구주를 엄하게 처벌하고 싶었으나 국주가 책임을 묻지 말라고 명령까지 내렸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모두 철수했다.

3대 금위군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떠난 뒤 육도진은 그제야 눈을 가늘게 뜨고 윤구주가 황성 성벽에 남긴 검흔을 바라보면서 코를 훌쩍였다.

“정말로 아버지보다도 더 강해졌구나. 휴, 그래도 다행이야. 국주님께서 추궁하지 말라고 하셨으니 말이야. 그렇지 않았으면...”

육도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은 뒤 황성을 떠났다.

...

윤씨 일가.

윤구주가 오늘 밤 황성에서 소동을 일으킨 것과 황성 성벽에 검흔을 남긴 것을 윤씨 일가의 윤신우는 몰랐다.

한참 뒤 갑자기 윤창현과 윤정석이 부랴부랴 대청으로 달려 들어왔다.

“형님, 큰일입니다!”

두 형제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소리쳤다.

정중앙에 앉아 있던 윤신우는 두 형제의 말을 듣고 서둘러 물었다.

“무슨 일이야?”

“조카가...”

윤창현은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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