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진이 국주령을 받자 비단 장포를 입은 노인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이제 국주령을 전달했으니 이만 다들 돌아가세요.”그렇게 말하자 내각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문부상서가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안형준 총관님, 국주님께서는 윤구주를 엄벌할 생각이 없으신 겁니까?”안형준이라고 불린 황궁 총관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문부상서께서는 국주님의 결정에 의문을 품으시는 겁니까?”“아니,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지안수는 몸을 흠칫 떨더니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흥! 그래야 할 겁니다.”비단옷을 입은 노인은 곧바로 황성으로 돌아갔다.한진모와 다른 열 명의 황성의 절정 강자들은 육도진을 향해 예를 갖춘 뒤 빠르게 황성으로 돌아갔다.다들 떠난 뒤 육도진은 그제야 내각의 여덟 장로를 쓱 둘러보았다.“다들 뭘 넋 놓고 계시는 겁니까? 국주령을 듣지 못한 겁니까? 귀가 먹기라도 했습니까?”육도진의 모욕에 내각의 여덟 장로는 분통을 터뜨리면서 떠났다.그들은 비록 윤구주를 엄하게 처벌하고 싶었으나 국주가 책임을 묻지 말라고 명령까지 내렸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그렇게 그들은 모두 철수했다.3대 금위군도 마찬가지였다.다들 떠난 뒤 육도진은 그제야 눈을 가늘게 뜨고 윤구주가 황성 성벽에 남긴 검흔을 바라보면서 코를 훌쩍였다.“정말로 아버지보다도 더 강해졌구나. 휴, 그래도 다행이야. 국주님께서 추궁하지 말라고 하셨으니 말이야. 그렇지 않았으면...”육도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은 뒤 황성을 떠났다....윤씨 일가.윤구주가 오늘 밤 황성에서 소동을 일으킨 것과 황성 성벽에 검흔을 남긴 것을 윤씨 일가의 윤신우는 몰랐다.한참 뒤 갑자기 윤창현과 윤정석이 부랴부랴 대청으로 달려 들어왔다.“형님, 큰일입니다!”두 형제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소리쳤다.정중앙에 앉아 있던 윤신우는 두 형제의 말을 듣고 서둘러 물었다.“무슨 일이야?”“조카가...”윤창현은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할지 몰랐다.“
“한진모?”그 이름을 듣게 되자 윤신우는 순간 온몸에서 홍수와도 같은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그 늙은 여우가 감히 우리 아들을 건드린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창현아, 지금 당장 우리 윤씨 일가 사람들을 전부 소집해. 바로 황성으로 가야겠다!”윤신우는 화가 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윤창현은 명령을 내릴 준비를 했다. 그는 윤씨 일가 고수들을 전부 소집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부하 한 명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가주님, 육도진 우상이 만남을 찾아오셨습니다!”육도진 우상?육도진이 갑자기 찾아왔다는 소식에 윤씨 일가 형제의 안색이 확 달라졌다.“육도진 우상이 왜 갑자기 우리 윤씨 일가를 찾은 거죠? 황성으로 간 거 아니었나요?”둘째 윤창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뭔가 일이 생긴 걸지도 몰라요.”셋째 윤정석이 말했다.오직 윤신우만이 싸늘한 눈빛으로 밖을 바라보며 잠깐 뜸을 들이다가 부하에게 말했다.“우상이 왔다고 했으니 일단 들어오라고 해.”“네!”잠시 뒤, 육도진 우상이 윤씨 일가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윤씨 일가의 세 형제는 육도진 우상을 보았다. 윤창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언제든 육도진을 공격하려는 듯 말이다.반대로 육도진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그는 안으로 들어간 뒤 미소 띤 얼굴로 웃었다.“가주님, 무턱대고 찾아와서 실례가 됐을까 걱정되는군요.”“육도진 우상, 이 늦은 시간에 갑자기 찾아오다니 무슨 일이시죠?”윤신우는 곧바로 물었다.“콜록콜록, 가주님도 황성 쪽 일을 전해 들으셨겠죠?”육도진이 어떤 사람인가? 그는 윤신우의 살기 가득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짐작이 갔다.“조금 전해 들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육도진 우상께서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윤신우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얘기하겠습니다. 한 시간 전, 윤구주 씨께서 황성 성벽에 검흔을 남기셨습니다. 황성에 한진모와 열 명의 절정 강자들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오늘 밤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겁니다.”육도진
육도진이 그렇게 얘기하자 윤씨 일가의 세 형제는 그제야 천천히 살기를 거두어들였다.특히 윤신우가 그랬다.그는 아버지로서 16년을 참았다.만약 오늘 밤 정말로 누군가 윤구주를 공격했더라면, 윤신우는 황성까지 찾아가서 상대방을 죽였을 것이다.그래서 육도진의 말을 들은 윤신우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오늘 밤 우리 아들이 황성까지 찾아갔는데 국주님께서도 그 사실을 아십니까?”윤신우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했다.“알죠...”육도진은 한숨을 쉬었다.“국주님께서는 어떤 태도를 보이셨습니까?”윤신우는 서둘러 물었다.윤창현, 그리고 윤정석도 육도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상대는 화진의 국주 아닌가?오늘 밤 윤구주는 황성에 침입하려고 했고 그것은 죽을죄였다.“가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국주님께서는 그 일을 묻어두려고 합니다. 그리고 감히 발설하는 자는 그 일족까지 전부 죽일 거라고 명령을 내리셨습니다.”육도진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그 말에 윤신우는 눈을 빛냈다.“국주님께서 우리 아들을 질책하지 않으신 겁니까?”“질책은 당연히 하셨겠죠. 하지만 국주님은 아량이 넓으신 분이고, 또 구주왕께서는 우리 화진을 위해 엄청난 공을 세우신 분이니 추궁하지 않으셨습니다.”육도진이 말했다.그 말에 윤신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밤 윤신우가 가장 걱정한 것은 황성의 얼마나 많은 절정 고수가 윤구주를 공격했는지도, 내각의 여덟 장로가 윤신우를 박해했는지도 아니었다.그가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은 국주 쪽이었다.국주가 화가 나서 16년 전 같은 사건이 반복된다면... 윤구주뿐만 아니라 윤씨 일가 전체가 끝장날 테니 말이다.“국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도 육도진 우상께도 감사드립니다.”윤신우는 육도진을 향해 예를 갖추려고 했다.오늘 밤 이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육도진이 많은 힘을 보태주었기 때문일 것이다.“별말씀을요.”육도진은 비록 겉으로는 겸손한 척했지만 사실 기분이 좋았다.“그러나 한 가지 해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하께서는 단번에 황성 성벽을 갈랐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베었어. 앞으로 성가신 일이 점점 더 많아질까 봐 걱정되네.”민규현이 이때 갑자기 말했다.“형님, 왜 갑자기 걱정하는 겁니까?”옆에 있던 정태웅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넌 몰라. 지금은 화진의 고대 무술 3대 서열 중 문벌만이 나타났을 뿐이야. 진짜 무시무시한 건 세가와 종문이야. 그리고 하나는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민규현이 유유히 말했다.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정태웅, 천현수는 그 말을 듣고 침묵했다.그들은 민규현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흥, 세가와 종문, 그 자식들이 튀어나올 수 있겠어요?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에요!”정태웅이 말했다.민규현은 대꾸하지 않고 그저 먼 곳만을 바라볼 뿐이었다....서울, 서화 쪽 외곽.오래되고 얼룩덜룩한 성벽은 서울의 천 년 된 고대 성벽이었다.그곳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구역으로 중심가의 높게 치솟은 건물과는 완전히 상반되었다.과거 그곳은 아주 황량한 변경 지대였다.그곳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었다.이때 한 마차가 천천히 막북에서부터 왔다.자세히 보니 마차 주위에 여섯 개의 용봉이 수놓아져 있었다.소문에 따르면 고대 황제는 9개의 용봉이 있는 마차를 탄다고 한다.그리고 황자와 궁주는 6개의 용봉이 있는 마차를 탄다고 한다.이 마차는 천천히 막북에서부터 왔다.마차 앞에는 허리춤에 술이 든 조롱박을 찬 노인이 앉아 있었다.그 조롱박은 아주 컸다. 노인의 머리보다 더 컸다.노인은 머릿결이 좋지 않았고 또 머리가 헝클어져 아주 지저분해 보였다.그는 채찍을 휘두르면서 조롱박을 들고 술을 마셨다.“여섯째 공주님, 저희 드디어 도착했습니다!”조롱박을 든 노인은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마차에 대고 말했다.“드디어 도착했나요? 좋아요!”차 안에서 천상의 소리보다 더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가 정말 살아있는 건 맞나요?”여자의 목소리가 마차 안에서 들려왔다.왠지 모르게
서울 정양문, 그곳은 서울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이었다.지금 정양문에는 많은 사람이 싸늘한 얼굴로 서 있었다.“공씨, 제씨, 옥씨, 신씨 4대 문벌이 당시 여기서 죽은 것입니까?”질문을 한 사람은 제일 앞에 서 있는 남색 옷을 입은 노인이었다.노인은 흰 수염이 있었고 아주 강한 절정의 기운을 내뿜고 있어서 상당한 압박감을 주었다.“그렇습니다, 장백웅 어르신!”한 중년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서울의 4대 문벌은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온 고대 문벌입니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모두 멸문당하다니, 우리 문벌에는 큰 불행이군요.”어르신이라고 불린 남색 옷을 입은 노인은 정양문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현재 각 문벌 모두 우리 문벌을 위해 정의를 실현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문벌의 대표인 장씨 일가에서, 어르신께서 저희를 위해 복수를 해주셨으면 합니다.”중년 남성이 말했다.장백웅은 음산한 눈빛을 드러냈다.“다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문벌은 비록 화진의 3대 서열 중 꼴찌이지만 천하 무인의 6할이 문벌 출신입니다. 그러니 감히 우리 문벌을 적으로 돌리는 사람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죠. 하지만 당시 곤륜의 금지령 때문에 절정 강자들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고 서울에 발을 들일 수가 없죠.”장씨 일가의 절정 고수 장백웅이 천천히 말했다.“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이것은 내각의 여덟 장로께서 친히 내리신 명령입니다. 여덟 장로께서 저희가 서울로 가는 걸 허락하셨습니다.”다른 한 절정 실력의 남자가 흰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그 옥패는 내각의 명령패였다.흰색 옥패를 본 장백웅은 미소를 띠었다.“좋군요. 금지령이 없어졌으니 우리 문벌의 절정 실력자들은 당당히 서울로 갈 수 있겠군요. 자, 너희들은 우리 장씨 일가의 명령을 전해. 문벌 출신의 절정 실력자들은 오늘 서울로 갈 거라고!”장백웅이 명령을 내리자 뒤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대답했다.“네!”탁.탁.장백웅이 명령을
“영감, 쓸데없는 소리는 작작 해. 난 두 번 말할 생각 없으니까 얼른 꺼져주지?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마차를 부숴버릴 거니까.” 우람한 체구를 가진 남자가 매서운 눈길로 마차를 바라보았다. 허름한 차림을 한 노인이 자신의 코를 만지며 대답했다. “뭐라? 내 마차를 부숴버리겠다고? 그럴 담이 있다면 한번 해보게. 이 영감탱이가 기른 한혈마가 자네를 차 죽일 수 있는지 나도 궁금하군.”“미친 영감탱이가 죽고 싶어 안달이 났나?”우람한 체구를 가진 남자는 평소에도 오만방자하게 굴었다. 그래서 허름한 차림을 한 노인이 그 남자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으니 그는 포호 소리와 함께 쏜살같이 마차를 향해 돌진했다. 그는 두 손에 기운을 모으고 마치 한 주먹에 이 마차를 부숴버릴 것처럼 내력으로 커다란 바람을 만들었다. 마차 앞에 앉아있는 노인은 이 남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고삐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마차를 끌고 있던 세 마리의 새빨간 갈기를 가진 한혈마가 갑자기 천지를 뒤흔들며 길게 울부짖었다. 이어서 그중 제일 사납고 커다란 한혈마가 기괴한 자세로 두 발을 걷어찼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아무런 징조 없이 발로 남자의 가슴을 습격했다.그 우람한 체구를 가진 남자는 말발굽에 제대로 차여 몸이 땅에 내리박혔다. 그는 입과 코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져 더는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 화면을 목격한 정양문의 모든 무인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육신을 횡련하는 무도 대가가 한 마리 열마에게 차여 쓰러질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육신을 횡련하는 대가는 두 주먹만으로 비석을 깨뜨릴 수 있고, 온몸의 힘으로 총포와 화기까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말발굽에 차여 날아가다니.이런. “망할 놈의 영감탱이가 감히 우리 셋째 아우를 다치게 하다니. 네놈의 목숨을 끊어주마!”우람한 체구를 가진 남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본 동행자들이 모두 날아와 그 노인을 공격하려 했다. “당장 멈추어라!”바로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문벌 사람들은 장백웅이 모든 이를 처리해 버리겠다는 말에 놀라 어찌할 바 몰랐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장백웅이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입에 올리지 않았다. 말을 끄는 허름한 노인 하나 때문에 그들을 죽이려 하다니! “됐구만, 마차 안의 아가씨께서 피 냄새를 싫어하시니 길을 내주고 우릴 보내주면 돼.”허름한 차림의 노인이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선배님께서 도량이 넓으시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장백웅이 말을 마친 뒤 문벌을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모두 자리를 비켜라!”그러자 모든 문벌 멤버들이 주동적으로 정양문에서 큰고 넓은 길을 내어주었다. 그리고서야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 마차를 끌고 천천히 경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는 마차를 향해 장씨 가문의 절정 강자 장백웅이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작별 인사를 건넸다. “선배님 잘 다녀오세요.”달그락! 달그락! 마차는 장백웅과 다른 사람들의 놀라운 시선 속에서 천천히 정양문을 지나 경성으로 들어갔다. 마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장백웅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장백웅 님,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저 마부가 누구기에 장백웅 님처럼 존귀하신 분이 이처럼 존경스러운 태도로 맞이해야 하는 겁니까?”이때 다른 절정 강자가 장백웅 곁으로 다가와 의아해하며 물었다.“모 선생은 저분을 알아 봤습니까?”모 씨 성을 가진 절정 강자가 고개를 저으며 장백웅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40년 전, 육도 절정에 다다른 한 명의 강자가 갑자기 나타나 천하를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실력을 보여줬다고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그는 술과 사랑에 미쳐 있다고 했습니다.”“그때 그는 곤륜하에 화진 제일 강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어느 때부터인지 아무도 그 강자의 소식을 알지 못했답니다.”장백웅의 말을 들은 그 모 씨 성을 가진 절정 강자는 눈동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육도 절정이라니! 신급의 정점이 바로 절정이다.하지만 절
“이럴 수가!”“어쩐지, 장백웅 님마저도 공손히 대해주더니……이제야 알았습니다.”모 씨 성을 가진 절정 강자는 드디어 자초지종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가마가 사라진 쪽을 올려다보며 다시 한번 깊은 인사를 올리며 존경을 표시했다.장백웅은 멀어져 가는 마차 쪽을 그윽이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태평성세가 도래한 지금, 사십 년 전에 이미 천하를 뒤흔들었던 육도 주도가, 뜻밖에도 경성의 황성에 숨어 버리다니, 정말 생각지 못할 일이군.”...... 서울.마차 한 대가 많은 사람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마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그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었다. “주도님, 아까 그 사람들이 어르신을 알아본 것 같은데요?”은방울을 굴리는 듯 은은하고 듣기 좋은 나긋한 목소리가 가마 안에서 흘러나왔다. 손에 채찍을 들고 술을 마시면서 마차를 몰고 있는 주도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이 늙은이는 40여 년 동안이나 이름을 숨기고 살았으니, 설사 알아낸다고 해도 지금은 그때의 제가 아닙니다.”“허허!”“제 앞에서 시치미 떼지 마세요!”마차 안에 있는 사람이 대답했다.“허허, 이 늙은이는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강산은 수백 년 동안 대대로 인재를 배양해 왔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우리 화진의 소년 인왕, 이 녀석은 수많은 강자를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온몸의 내공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물론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당시 제가 어찌 그에게 마음을 줄 수 있겠습니까?”그 사람이라고 말할 때 가마 안의 목소리는 분명 원망하면서도 애정이 들어있었다.“여섯째 공주님이 참 부럽네요. 이 세상에 사랑할 만한 사람이 아직 존재하니까요.”주도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만 하세요!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나요?”가마 안의 사람이 호통을 치자 주도는 급히 말을 돌리며 사과했다. “예, 공주님의 말씀이 맞으십니다. 하지만 저도 공주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