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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윤구주는 윤씨 일가를 떠난 뒤 바로 거처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 서서 싸늘한 눈빛을 했다. 큰 고민이 있는 얼굴이었다.

그의 옆을 따르던 재이는 하인이라서 찍소리하지 못했다.

한참 뒤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

“재이야, 넌 먼저 돌아가.”

“네? 도련님은 돌아가시지 않을 건가요?”

재이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나는 따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로 걸음을 옮겼다.

재이는 멀어지는 윤구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자리를 떴다.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윤구주는 대충 답을 짐작할 수 있었다.

16년 전 그 사건에 대한 답을 말이다.

그리고 그와 그의 어머니가 무엇 때문에 집안에서 쫓겨났었는지도 대충 짐작이 갔다.

이 모든 일의 진짜 이유는 화진의 가장 장엄한 곳, 서울 황성 때문이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다.

황성은 서울의 중심에 세워졌다.

커다란 황성 안은 웅장하고 넓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금빛 찬란한 누각과 웅장한 대전, 그곳은 화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자 지난 천 년간 화진 권력의 중심이 있던 곳이었다.

밤하늘 아래 황성의 외곽은 10미터 정도 되는 높고 붉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외에도 황성 입구에는 8개의 거대한 기둥이 우뚝 솟아 있었다.

8개의 거대한 기둥을 지키는 사람은 없었지만 감히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는 행인은 없었다.

황성에 얼마나 많은 절세 강자가 숨어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밤이 되자 한 남자가 황성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윤구주였다.

그가 왔다.

6년 전 곤륜에서 왕이 됐을 때, 윤구주는 직접 이 황성으로 와서 국주를 뵌 적이 있었다.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주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속의 답을 위해서였다.

고개를 들어 싸늘하게 밤하늘 아래 황성을 바라본 윤구주의 눈동자에 서늘한 한기가 감돌았다. 그는 걸음을 옮겨 황성 정중앙으로 향했다.

황성 입구에 가까워지자 쿵 소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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