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 삼촌이라는 한 마디에 윤신우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걸어 나오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혹시 공주... 전하십니까???”이홍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신우 삼촌, 아직도 절 알아보시네요?”이 말은 윤신우를 당황하게 했다.“윤신우, 공주 전하를 뵙습니다!”이홍연의 신분을 알아본 순간, 윤신우는 바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뒤에 있던 윤창현과 윤정석 역시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그들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황급히 윤신우를 따라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공주 전하를 뵙습니다!”그들이 전부 무릎을 꿇는 걸 보자, 이홍연은 급히 다가가 윤신우를 일으키며 말했다.“신우 삼촌, 저는 막 변새에서 돌아왔어요. 이렇게까지 예를 차릴 필요 없어요. 얼른 일어나세요.”이홍연은 말하면서 서둘러 윤신우를 부축해 일으켰다.일어난 윤신우는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이홍연을 바라봤다.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기에 그는 하마터면 이 왕실의 여섯째 공주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방금 ‘신우 삼촌’그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길거리에서 만나도 십여 년 전 윤씨 일가에 머물렀던 왕실의 여섯째 공주님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신우 삼촌, 십수 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젊으시네요!”이홍연은 미소를 지으며 윤신우를 바라봤다.“아닙니다...전 이미 나이가 들었어요. 오히려 공주 전하께서, 방금 저를 부르지 않았다면 정말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윤신우가 감회에 젖어 말했다.“그렇죠, 눈 깜짝할 사이에 십수 년이 흘렀네요!”이홍연도 말했다.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윤창현과 윤정석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이 사람이 바로 어렸을 때부터 계속 윤씨 일가에 있던 왕실의 여섯 번째 공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공주 전하께서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밖에서 두루 돌아다니신다고 들었는데, 언제 돌아오신 건가요?”윤신우가 물었다.“방금 막 돌아왔어요.”이홍연이 대답했다.“그렇군요! 공주 전하께서 갑자기 왕
윤씨 일가의 대문을 나서자, 이홍연은 번화한 거리 한복판에 서서 고층 빌딩들을 바라보며 감탄했다.“오랜만에 돌아왔더니, 서울은 정말 더 번화해졌네!”곁에 서 있던 육도 주도는 그녀가 지난 과거를 떠올리고 있다는 걸 알고 별다른 말 없이 묵묵히 서 있었다.“갑시다! 그를 찾아가서 제대로 따져봐야죠.”이홍연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디로요?”주도가 잠시 당황하며 물었다.“어디긴 어디예요? 당연히 그 배신자, 나를 몇 년 동안이나 애태우게 한 그 자식에게 가야죠!”이홍연은 투덜거리며 여섯 마리 용과 봉황이 그려진 마차에 올라탔다.그녀의 말에 주도는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날려 마차에 올라탔다.“이랴!”그는 채찍을 휘두르며 마차를 먼 곳으로 질주해 갔다....윤구주는 서울로 돌아온 이후, 줄곧 형제들과 함께 16년 전 어머니와 의지하며 살던 작은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이 집은 윤구주의 어린 시절 추억과 어머니와의 깊은 정을 간직한 곳이었다.정태웅과 천현수 두 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청룡과 유명전에 대한 정보를 비밀리에 조사하러 나갔고 다른 이들은 집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재이야, 또 무슨 생각 하고 있어? 도련님을 모신 뒤로 너 많이 변한 것 같아.”마당에서 건장한 체격의 철영이 붉은 옷을 입은 아름다운 재이를 보며 물었다.재이는 철영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매혹적인 눈으로 윤구주의 방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보아하니, 재이는 상사병에 걸린 모양인데!”용민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뭐라고요? 상사병?”“재이가 설마 정말로 우리 도련님께 반한 건 아니겠죠?”철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안 반할 수 있겠냐? 우리 도련님은 당대의 인왕으로 실력도 수단도 천하제일이거니와 용모 또한 출중하시잖아! 그러니 누가 우리 도련님을 좋아하지 않겠어?”“맞아요, 맞아요.”용민과 철영이 재이를 놀리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매섭게 째려보았다.“둘 다 입 좀 다물어요! 전 한낱 여종인데, 어찌
그는 황금빛 눈동자로 집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육도의 기운이 느껴지는군...”집 뜰안에서...용민과 철영, 재이 외에 꼬맹이 남궁서준은 마치 돌처럼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가부좌를 하고 있는 그의 무릎 위에는 한 자루 검이 놓여 있었다.윤구주를 따르기 시작한 이후로, 이 남궁세가의 검도 귀재는 줄곧 이런 모습이었다.그는 말수가 적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검도에 몰두하며, 검심을 갈고닦는 데 쏟고 있었다.민규현 또한 그러하였다.절정 이중천에 들어선 지금, 그의 내공은 이미 세가의 조상이라 불릴 만큼 뛰어났다.모두가 뜰 안에서 머물고 있을 때, 달그닥, 달그닥 마차 소리가 작은 뜰 앞에 멈춰 섰다.이홍연의 마차가 도착한 것이었다!“무슨 소리냐?”뜰 안에 있던 용민과 재이 그리고 철영은 마차 소리를 듣고 의아하게 밖으로 나왔다.“어머? 이게 웬 마차야? 요즘 같은 때에 마차라니, 혹시 촬영 중인가?”재이가 마차를 보고 신기해하며 말했다.“와, 이 마차 진짜 호화롭네! 저기 위에 있는 가마를 봐, 용과 봉황 무늬가 수놓아져 있잖아!”용민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마차를 바라보았다.“저기, 어르신. 무슨 일로 이 마차를 몰고 우리 뜰 앞에 멈추셨어요?”재이는 마차 위에 앉아 있는 너절한 주도에게 물었다.그 물음에 주도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이곳을 찾으러 온 거니까!”“엥? 누구를 찾으신단 말씀이세요?”재이가 계속 물었다.“윤구주라 불리는 소년을 찾으러 왔어.”마차에 앉은 주도가 입을 열었다.“뭐라고요? 우리 도련님을 찾으신다고요?”세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즉시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래!”“어르신, 어찌하여 우리 도련님을 찾으시는 겁니까?”용민이 차가운 눈으로 물었다.“그 녀석이 우리 아가씨에게 큰 빚을 졌거든! 그래서 오늘 내가 아가씨를 모시고 그 빚을 받으러 온 거다!”주도는 허리춤에 매달린 커다란 호리병을 들어 벌컥벌컥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그 말을 듣고 재이의 얼굴이 점차 어두워졌다.세 사
이것이 바로 진정한 육도 절정이었다.그의 몸에서 발산된 웅장한 기운이 순간적으로 퍼져나가자, 용민, 재이, 철영 이 세 명의 신급 강자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주도는 세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에야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라, 애송이들아. 난 너희 같은 후배를 해칠 생각이 전혀 없단다. 내가 말했듯이, 오늘은 오로지 우리 아가씨의 빚을 갚으러 왔을 뿐이다!”말을 마친 그는 발걸음을 옮겨 집 마당으로 향했다.그가 발을 막 작은 뜰에 들이려는 찰나, 천지를 울리는 검명이 천공을 찢으며 울려 퍼졌다.곧이어 한 줄기 번개 같은 검광이 주도를 향해 날아들었다.이 검의 위력은 압도적이었다.검기가 넘실대는 가운데, 주위에 살기 어린 검의 기운이 감돌았다.“어?”검이 날아오는 것을 보자, 주도의 눈이 번뜩이더니 두 손가락을 뻗어 허공을 집었다.짤랑!놀랍게도 그 무시무시한 검날은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고스란히 멈춰 섰다.이 검을 휘두른 이는 바로 남궁 세가의 천 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최고의 검도 귀재 남궁서준이었다.자신의 필살 검이 이 남루한 노인에게 잡히자, 남궁서준의 차가운 얼굴도 파르르 떨렸다.그 역시 이 노인이 자신의 검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꼬맹아! 조심해! 저 늙은 자는 초절정 고수야!”곁에서 외치는 목소리가 울렸다.민규현이었다!아까 주도가 마차에서 내리던 순간, 마당에 있던 민규현과 남궁서준은 그 강력한 절정의 기운을 감지했다.그래서 두 사람은 지체 없이 바로 공격을 개시했던 것이다.지금, 남궁서준의 검날이 주도의 두 손가락에 잡힌 것을 본 민규현은 말없이 온 기운을 끌어올렸다.이미 절정 이중천의 경지에 오른 민규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장 강력한 호마공을 펼쳐냈다.온몸에서 뿜어져 나온 현청색 기운은 하늘을 뚫을 듯 솟구치더니 그의 등 뒤에 삼 장 크기의 호랑이 형상이 갑자기 나타났다. 호랑이의 강렬한 포효와 함께 민규현은 하늘을 찢을 기세로 주먹을 내리쳤다.거대한
하늘 위에서 일곱 줄기의 별빛 같은 광채가 번쩍이더니 일곱 개의 칼날로 변해 주도를 향해 내리쳤다.“허? 칠성 금술인가?”하늘에서 떨어지는 일곱 개의 검 그림자를 바라보며 주도는 미소 지었다.“이 어린 나이에 칠성 금술을 펼치다니, 참으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검도 귀재로구나! 하지만 아쉽게도, 넌 아직 북두칠성의 참된 오의를 깨닫지 못했어! 만약 그랬다면, 이 공격으로 사상 절정에도 오를 수 있었을 텐데.”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도는 다시금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가볍게 두 번 찔렀다.그러자 어둠이 가득한 밤하늘은 순간 떨리기 시작했고 떨어지던 일곱 자루의 검 그림자는 주도의 머리 위에 닿기 직전에 차례대로 펑, 펑, 펑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났다.그렇게 칠성 금술은 주도의 손끝에서 허망하게 깨져버렸다.하지만 꼬맹이는 이 장면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검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다시금 공격을 시도하려 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집 안에서 윤구주의 차분한 음성이 흘러나왔다.“꼬맹아! 그만두거라. 너는 그의 상대가 아니다!”윤구주의 말이 떨어지자, 남궁서준은 그제야 콧방귀를 뀌며 검의 기운을 거두었다. 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주도를 매섭게 쏘아봤다.결코 굴복할 기세는 아니었다.집안에서 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육도 주도도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마당을 바라보았다.마당 안에서 무언의 경계가 감지되자 주도의 얼굴에는 서서히 긴장감이 스며들었다.그러나 순간 그의 눈은 번쩍이더니 다시금 맹렬한 광채를 뿜어냈다.“쯧쯧! 사십 년 만에 서울로 돌아왔더니 이 천하에 다시금 이 술귀신를 두려움에 떨게 할 기운이 존재할 줄이야! 과연 어떤 녀석의 솜씨인지 보고 싶구나!”그의 말이 끝나자, 방 안에서 다시 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보고 싶다면, 이 마당 안으로 들어와라!”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마치 천둥과도 같았다.“어허? 이리도 오만한가? 좋아, 좋아! 오늘은 내가 이 술 귀신의 손맛을 보여주마!”그 말과 함께 육도 주도는 한
생각만으로 상대를 멸하는 의념의 힘!이것은 오직 오악 절정에 도달한 자만이 펼칠 수 있는 신통한 능력이었다.지금, 이 순간, 윤구주와 주도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으나, 그들의 의념 전투는 열 명, 아니 백 명의 절정 고수를 상대하는 것보다도 더 공포적이었다.주도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희미한 백색 현기인 반면 마당을 덮고 있는 윤구주의 기운은 황금빛 광채였다.두 강력한 의념의 힘이 공중에서 격렬히 충돌하며 얽히는 순간, 쩍, 쩍하는 소리와 함께, 대지와 모든 사물은 이 강력한 신법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마치 조각난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세 번째 걸음!”주도가 세 번째 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의 얼굴은 점점 더 긴장감이 감돌았다! 두 발이 마치 천근의 쇳덩이로 눌린 듯 무겁고 떨려왔던 것이다.쿵!세 번째 걸음이 땅에 닿자, 작은 마당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이 막강한 힘에 주도의 온몸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오호, 정말 대단한 젊은이로다! 이 술 귀신이 사십 년간 오늘과 같은 상황은 처음 겪어보는구나! 하하하, 정말 통쾌하다!”그렇게 크게 웃음 지은 후, 주도는 갑자기 허리춤의 호리병을 꺼내어 크게 몇 모금 들이켰다,술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주도의 머리카락은 날리기 시작했고 기운은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상승했다.그 기운은 이전의 백색 현기와는 전혀 다르게, 차디찬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암흑의 기운으로 변해버렸다.이것은 ... 살기였다!!!전설에 따르면, 육도 절정을 넘어선 자만이 칠 살의 경지에 다다른다고 하지 않았는가.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십 년 전, 천하를 뒤흔들었던 육도주도가 이미 칠 살 절정에 도달하였음을!그의 진정한 실력이 드러나자, 지면에 벌어진 균열 속에서 암흑의 살기가 솟구치며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살기가 온몸에 스며들자, 주변의 기운은 순식간에 음침하고 뼈를 에는 듯한 냉기로 가득 찼다.심지어 달궈졌던 땅마저 검은 서리에 덮여가며 섬뜩한 기운을
이 장면을 보고 민규현, 꼬맹이 등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천상의 여신 같은 화진의 여섯째 공주가 눈물을 흘리며 윤구주를 때리고 있다니.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얼마나 때렸을까. 손이 아팠는지, 혹은 울다가 지쳤는지, 이홍연은 마침내 멈추었다.그녀가 멈추자, 윤구주는 그제야 부드럽게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물 어린 얼굴을 바라보았다.“홍연아, 너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이홍연은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당연하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못 봤는지 알아?”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오라버니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걸 아냐?”말하면서 이홍연은 서러움을 못 이겨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윤구주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닦아주었다.그 모습은 오빠가 여동생을 애틋하게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하긴 십여 년 전, 두 사람은 소꿉친구였으니까.그 시절, 이홍연은 언제나 윤구주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달콤한 목소리로 구주 오라버니라고 불렀다.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십수 년이 흘러가 버렸다.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으로 봉해진 후, 그는 몰래 이홍연을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 그는 이미 문 씨 세가와의 혼인을 강요받아, 더 이상 그녀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참으로 세월이란 알 수 없는 것이었다.그가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세월이 돌고 돌아 어릴 적 소꿉친구를 이렇게 다시 마주할 줄을.“가자. 들어가서 이야기 좀 나누자꾸나!”윤구주는 말을 마치고 이홍연의 가녀린 손을 살며시 잡았다.존귀한 공주였지만 그녀 역시 발그레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윤구주의 손에 이끌려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주도는 윤구주에게 끌려가는 이홍연을 보며 말했다.“쯧쯧, 좋겠다. 에효! 지금까지 이렇게 기뻐하는 공주는 처음 보네!”...조용한 마당으로 누구도 감히 들어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민규현도 꼬맹이도 심지어는 주도도 그저 발치에서 머뭇거릴 뿐
그때, 그녀는 흑목국 국경에 있었다. 윤구주가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다는 비보를 처음 들은 순간, 그녀는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중에 그녀는 주도의 덕에 깨어날 수 있었지만, 그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녀는 무려 사흘 밤낮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슬픔 속에 빠져 있었다.그러다가 주도의 따스한 위로와 설득 덕분에 그녀는 비로소 슬픔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그리고 바로 얼마 전, 서울에는 내란이 일어났고 수많은 문파의 절정 고수들이 참살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이홍연은 그 소식을 듣고 서울로 돌아갈 결심을 굳혔고, 그 무렵 황성에서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바로 윤구주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이었다.그 소식이 전해지자, 사랑 때문에 오랜 세월 서울을 떠났던 이홍연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서울로 돌아왔다.그러다 드디어 윤구주를 만나게 된 것이다.과거 그의 죽음 소식에 관해 묻자, 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천천히 말했다.“말하자면 길어. 나중에 말해줄게!”“왜 지금은 말할 수 없는 건데?”이홍연이 다시 물었다.“지금은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윤구주의 단호한 태도에 이홍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그럼, 나중에 꼭 말해줘!”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마친 뒤, 이홍연은 갑자기 윤구주의 커다란 오른손을 움켜잡고 정다운 눈빛으로 물었다.“이 나쁜 놈아,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나를 한 번이라도 그리워한 적은 있어?”“했어... 당연히 그리워했지...”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왜 나를 그리워하면서 한 번도 날 찾아오지 않았어?”“16년 전의 그 일이 아바마마의 잘못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나를 외면할 수 있어? 평생토록 나를 지키고 돌봐주겠다고 했던 그 말을 잊은 거야?”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홍연의 눈가가 서서히 붉어졌다.하지만 윤구주는 가볍게 그녀의 손을 떼어내며, 진지한 눈빛으로 이홍연을 바라보았다.“홍연아, 어린 시절의 일들은 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