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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그때, 그녀는 흑목국 국경에 있었다. 윤구주가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다는 비보를 처음 들은 순간, 그녀는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나중에 그녀는 주도의 덕에 깨어날 수 있었지만, 그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녀는 무려 사흘 밤낮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슬픔 속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주도의 따스한 위로와 설득 덕분에 그녀는 비로소 슬픔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서울에는 내란이 일어났고 수많은 문파의 절정 고수들이 참살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홍연은 그 소식을 듣고 서울로 돌아갈 결심을 굳혔고, 그 무렵 황성에서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윤구주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이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사랑 때문에 오랜 세월 서울을 떠났던 이홍연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러다 드디어 윤구주를 만나게 된 것이다.

과거 그의 죽음 소식에 관해 묻자, 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천천히 말했다.

“말하자면 길어. 나중에 말해줄게!”

“왜 지금은 말할 수 없는 건데?”

이홍연이 다시 물었다.

“지금은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

윤구주의 단호한 태도에 이홍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나중에 꼭 말해줘!”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마친 뒤, 이홍연은 갑자기 윤구주의 커다란 오른손을 움켜잡고 정다운 눈빛으로 물었다.

“이 나쁜 놈아,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나를 한 번이라도 그리워한 적은 있어?”

“했어... 당연히 그리워했지...”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나를 그리워하면서 한 번도 날 찾아오지 않았어?”

“16년 전의 그 일이 아바마마의 잘못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나를 외면할 수 있어? 평생토록 나를 지키고 돌봐주겠다고 했던 그 말을 잊은 거야?”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홍연의 눈가가 서서히 붉어졌다.

하지만 윤구주는 가볍게 그녀의 손을 떼어내며, 진지한 눈빛으로 이홍연을 바라보았다.

“홍연아, 어린 시절의 일들은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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