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홍연이라고 해. 꼬마야 너는 이름이 뭐야?”공주가 윤하율에게 물었다. “저는 윤하율이라고 해요.”윤하율은 물음에 대답하고 공주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언니 정말 예쁘세요. 하율이는 지금까지 언니처럼 예쁜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요.”이홍연은 윤하율의 칭찬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홍연은 윤하율에게서 아름답다는 칭찬을 받고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너는 입이 참 달콤한 꼬마구나.”“그러면 언니한테 하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는지 알려줄 수 있어?”“제 할머니 말씀하시는 거예요?”“그래 맞아.”“할머니께서는 지금 오빠 장난감 정리하고 계세요. 예쁜 언니, 제가 같이 찾아 줄게요.”윤하율은 대답하며 그네 위에서 뛰어내렸다. 이때 이홍연의 시선이 윤하율이 손에 쥐고 있던 흙인형에 꽂혔다. 그 흙인형을 보자 이홍연은 흠칫하더니 물었다. “하율아, 저 흙인형 어디서 가진 거야?”이홍연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윤하율은 오른손으로 흙인형을 들고 신이 나서 대답했다. “이 흙인형은 할머니께서 갖고 놀라고 주신 거에요.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건데 이 흙인형은 구주 오빠가 어렸을 때 소꿉친구랑 같이 놀던 거래요.”소꿉친구? 이 네 글자가 이홍연 머릿속에 들어가자 그녀가 갑자기 몸을 살짝 떨기 시작했다. 아주 오랫동안 입에 붙인 적 없는 네 글자였는데 지금 다시 들으니 이홍연의 어릴 적 기억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그녀는 넋을 놓은 채 윤하율 손에 있는 인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율아, 그 인형을 언니한테 보여줄 수 있어?”윤하율은 잠깐의 고민 뒤에 대답했다. “좋아요.”그리고 손에 있던 흙인형을 이홍연에게 건네주었다. 이홍연은 인형을 건네받고 복잡한 표정으로 인형을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그 인형은 이홍연이 어렸을 때 윤구주와 같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흙인형이 하나는 남자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이다. 남자는 윤구주를 뜻하고 여자는 이홍연을 뜻했다. 그들은 두 손을 맞
하미연은 뒤에 서 있는 이홍연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섯째 공주님이시죠?”이홍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늙은이가 공주님을 뵙습니다.”하미연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겨우 다섯 살 먹은 윤하율이 이 장면을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께서 왜 예쁜 언니를 만나자마자 갑자기 무릎을 꿇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할머니 이러지 마세요. 어서 일어나세요.”이홍연은 급히 말리며 하미연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이 늙은이가 이번 생에 다시 공주님을 뵐 수 있으리라 상상도 못 했습니다.”하미연이 일어선 뒤 흐릿한 눈을 뜨고 후들거리며 말했다. “할머니, 왜 이러십니까? 벌써 잊으셨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를 제 친할머니라고 생각했는걸요.”이홍연이 웃는 얼굴로 하미연의 팔을 껴안았다. 하미연은 매우 흥분했다. 그녀는 화진의 가장 아름다운 이홍연 만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십여 년 전, 이홍연이 황성으로 돌아간 뒤, 몇 년 동안 윤씨 일가에 한 번도 발길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오시다니!“공주님, 어서 들어오세요.”하미연은 감격에 겨워 이홍연을 끌어당기면서 대나무 의자를 들고 그녀를 앉혔다.이홍연도 사양하지 않고 의자 한쪽에 앉았다.“오랜 시간 못 뵈었더니 공주님께서는 정말 점점 예뻐지셨네요.”하미연은 한쪽 눈을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이것이 십여 년 전의 이홍연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할머니, 칭찬 감사해요. 근데 왼쪽 눈은 어떻게 되신 거예요?”이홍연은 그제야 하미연의 한쪽 눈이 실명했다는 것을 알았다. “괜찮아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눈이 나빠졌습니다.”하미연은 그녀의 눈이 윤구주를 위해 울어서 실명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더 묻지 않았다.“공주님.”하미연이 입을 열려 하는데 이홍연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 “할머니, 저를 홍연이라고 불러주세요. 어릴 적에 계속 이렇게 불러주셨잖아요.”“하지만.”하미연이
하미연의 물음에 이홍연은 갑자기 침묵을 지켰다. 하미연도 자기의 말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는지 황급히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이 늙은이가 말을 잘못했네요.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이홍연은 당연히 조그마한 일에 화를 낼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손을 저으며 고개를 들고 물었다. “할머니,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무슨 일입니까? 물어보세요.”“할머니 구주 오빠 지금 서울에 있나요?”이홍연는 예쁜 눈으로 하미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미연은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구주는 지금 서울에 있어요.”이 말을 들은 이홍연은 순간 감격에 겨워 할머니의 투박한 두 손을 잡아끌었다. “진짜로 살아있어요? 죽지 않았어요?”“예, 살아있답니다.”이홍연의 가냘픈 몸이 가볍게 떨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아름다운 눈이 너무 흥분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쁜 놈! 살아있으면서 저에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어요.”이홍연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억울해져서 눈물이 줄 끊어진 진주처럼 흘러내렸다.화진의 공주님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 하미연이 얼른 말했다. “공주님 용서하소서. 확실히 구주가 잘못했습니다만 구주에게도 고초가 있습니다.”“알고 있어요.”“십여 년 전 그 일은 제 아버지 잘못이에요. 하지만 구주 오빠가 곤륜에서 왕이 된 후로부터 아버지께서 더는 책임을 묻지 않았잖아요.”이홍연도 사실 십 여년 전 사건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이홍연은 윤하율만한 아이였기 때문에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 “공주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공주님도 아시다시피 구주가 고집이 세요. 고생을 너무 많이 한 아이인지라, 제가 제멋대로 결정해줄 수는 없어요.”하미연의 말속에는 온통 윤구주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를 무시하면 안 되죠.”“예전에 저랑 결혼할 거라고, 저만 사랑할 거라고 약속했으면서 곤륜에서 왕이 되고는 문아름이랑 결혼했잖아요.”말하는 이홍연의 목소리가 분노로 가득 찼다. 그녀는 주먹
이홍연은 아버지 생각에 갑자기 안색이 나빠졌다. 왜냐하면, 이홍연의 아버지께서 확실히 그녀와 윤구주가 사귀는 것를 반대하며 막으려 했었다. 그가 이홍연을 황성에 가두어 윤구주를 만나지 못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이홍연은 순간 뭔가 깨달았다. “홍연아, 구주는 너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생각했어. 비록 너를 입에 올린 적은 없지만 그 애의 마음은 이 할머니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하미연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홍연은 하미연의 말에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렸을 적에 이홍연은 윤씨 일가를 찾아와 윤구주를 만나기 좋아했다. 윤하율이 가지고 놀던 흙인형마저 이홍연이 어릴 때 윤구주와 함께 만든 것이였다. 하지만 16년 전 윤구주 모자가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뒤로부터 이홍연은 윤구주를 만난 적이 없었다. 줄곧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될 때까지 말이다. 그때 화진의 공주인 이홍연은 멀리서 윤구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홍연은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왕을 배후하고 화진의 제1인왕이 되었는데 여전히 그와 상봉하지 못했다.윤구주가 문씨 가문과 결혼한 뒤에야 이홍연은 슬픈 나머지 홀로 화진을 떠나 세계 각지를 유람하게 되었다. 이제 그녀가 드디어 돌아왔다. 지난 일을 돌이켜보면, 이홍연의 마음속에는 온갖 신맛, 단맛, 쓴맛이 다 있었다. 다만 지금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지 그녀 자신도 모르고 있다. “할머니, 제발 구주 씨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이홍연은 깊은 생각에서 잠깐 빠져나와 눈물을 닦고 하미연을 바라보았다. “구주는 지금 예전에 엄마가 살던 곳에 머물러 있을 거야.”“할머니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이홍연은 하미연을 향해 큰 인사를 하며 감사를 표했다. “할머니, 저희가 만나면 구주 오빠가 저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이홍연이 갑자기 물었다. 어릴 적에 이홍연은 윤구주를 졸졸 따라다니던 여자아이였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면 윤구주가 이홍연을 알아볼 수 있을까? 하미연은
“얼른 어머니를 보호해야 해요.”둘째 윤창현이 급히 소리쳤다. 윤신우는 갑자기 동생을 말리며 말했다. “창현아, 조급해하지 마. 내 느낌으로 상대방의 절정 기운은 아마 오약을 넘었을 거야. 설마 그가 어머니에게 해를 입힌다 해도 우리 셋의 힘으로는 그를 막을 수 없어.”윤신우의 말에 윤창현과 윤정석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오약 절정을 뛰어넘는 강자라니! 이는 오약 절정을 넘어 육도 절정에 이르렀다는 뜻이 아닌가?이런. 이 얼마나 다단한 강자인가! “형님, 이 서울에 언제부터 이처럼 강한 절정 강자가 나타났습니까? 혹시 황성 안에 있는 늙은 내시 한진모 일가요?”윤창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윤신우에게 물었다. 윤신우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그 어마어마한 절정 기운을 한참 느낀 뒤 고개를 저었다. “아니.”“한진모는 아닐 거야. 내가 전에 한짐모와 겨뤄본 적이 있는데 이 기운이 아니었어.”“그러면 누구죠?”이번에는 윤정석이 물었다. “비록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악감정이 없다는 것이 느껴져. 그러니 모두 시름 놓아도 돼.”윤신우의 말을 듣고서야 윤창현과 윤정석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 보지.”“어떤 강자가 윤씨 일가를 방문했는지 함께 가서 만나보지.”윤신우는 말을 마친 뒤 뒤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윤창현과 윤정석이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뒤를 따랐다. 뒤뜰. 이홍연과 하미연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문밖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허름한 차림의 주도가 조롱박을 들고 술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한가하게 앉아 있었다.바로 이때.세 사람이 윤씨 일가 뒤뜰에 갑자기 나타났다. 윤신우, 윤창현, 윤정석. 세 사람이 뒤뜰에 들어온 뒤 윤신우의 시선이 주도에게 쏠렸다. 주도는 누더기 옷을 입고 있었고 아주 지저분해 보였다. 온몸이 구질구질한 모습이 마치 몇백 년 동안 목욕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더러운 늙은이가 윤신우의 표정을 약간 굳게 했다.한동안 바라보고 윤신우는 주도에게
신우 삼촌이라는 한 마디에 윤신우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걸어 나오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혹시 공주... 전하십니까???”이홍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신우 삼촌, 아직도 절 알아보시네요?”이 말은 윤신우를 당황하게 했다.“윤신우, 공주 전하를 뵙습니다!”이홍연의 신분을 알아본 순간, 윤신우는 바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뒤에 있던 윤창현과 윤정석 역시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그들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황급히 윤신우를 따라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공주 전하를 뵙습니다!”그들이 전부 무릎을 꿇는 걸 보자, 이홍연은 급히 다가가 윤신우를 일으키며 말했다.“신우 삼촌, 저는 막 변새에서 돌아왔어요. 이렇게까지 예를 차릴 필요 없어요. 얼른 일어나세요.”이홍연은 말하면서 서둘러 윤신우를 부축해 일으켰다.일어난 윤신우는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이홍연을 바라봤다.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기에 그는 하마터면 이 왕실의 여섯째 공주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방금 ‘신우 삼촌’그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길거리에서 만나도 십여 년 전 윤씨 일가에 머물렀던 왕실의 여섯째 공주님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신우 삼촌, 십수 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젊으시네요!”이홍연은 미소를 지으며 윤신우를 바라봤다.“아닙니다...전 이미 나이가 들었어요. 오히려 공주 전하께서, 방금 저를 부르지 않았다면 정말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윤신우가 감회에 젖어 말했다.“그렇죠, 눈 깜짝할 사이에 십수 년이 흘렀네요!”이홍연도 말했다.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윤창현과 윤정석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이 사람이 바로 어렸을 때부터 계속 윤씨 일가에 있던 왕실의 여섯 번째 공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공주 전하께서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밖에서 두루 돌아다니신다고 들었는데, 언제 돌아오신 건가요?”윤신우가 물었다.“방금 막 돌아왔어요.”이홍연이 대답했다.“그렇군요! 공주 전하께서 갑자기 왕
윤씨 일가의 대문을 나서자, 이홍연은 번화한 거리 한복판에 서서 고층 빌딩들을 바라보며 감탄했다.“오랜만에 돌아왔더니, 서울은 정말 더 번화해졌네!”곁에 서 있던 육도 주도는 그녀가 지난 과거를 떠올리고 있다는 걸 알고 별다른 말 없이 묵묵히 서 있었다.“갑시다! 그를 찾아가서 제대로 따져봐야죠.”이홍연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디로요?”주도가 잠시 당황하며 물었다.“어디긴 어디예요? 당연히 그 배신자, 나를 몇 년 동안이나 애태우게 한 그 자식에게 가야죠!”이홍연은 투덜거리며 여섯 마리 용과 봉황이 그려진 마차에 올라탔다.그녀의 말에 주도는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날려 마차에 올라탔다.“이랴!”그는 채찍을 휘두르며 마차를 먼 곳으로 질주해 갔다....윤구주는 서울로 돌아온 이후, 줄곧 형제들과 함께 16년 전 어머니와 의지하며 살던 작은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이 집은 윤구주의 어린 시절 추억과 어머니와의 깊은 정을 간직한 곳이었다.정태웅과 천현수 두 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청룡과 유명전에 대한 정보를 비밀리에 조사하러 나갔고 다른 이들은 집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재이야, 또 무슨 생각 하고 있어? 도련님을 모신 뒤로 너 많이 변한 것 같아.”마당에서 건장한 체격의 철영이 붉은 옷을 입은 아름다운 재이를 보며 물었다.재이는 철영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매혹적인 눈으로 윤구주의 방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보아하니, 재이는 상사병에 걸린 모양인데!”용민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뭐라고요? 상사병?”“재이가 설마 정말로 우리 도련님께 반한 건 아니겠죠?”철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안 반할 수 있겠냐? 우리 도련님은 당대의 인왕으로 실력도 수단도 천하제일이거니와 용모 또한 출중하시잖아! 그러니 누가 우리 도련님을 좋아하지 않겠어?”“맞아요, 맞아요.”용민과 철영이 재이를 놀리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매섭게 째려보았다.“둘 다 입 좀 다물어요! 전 한낱 여종인데, 어찌
그는 황금빛 눈동자로 집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육도의 기운이 느껴지는군...”집 뜰안에서...용민과 철영, 재이 외에 꼬맹이 남궁서준은 마치 돌처럼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가부좌를 하고 있는 그의 무릎 위에는 한 자루 검이 놓여 있었다.윤구주를 따르기 시작한 이후로, 이 남궁세가의 검도 귀재는 줄곧 이런 모습이었다.그는 말수가 적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검도에 몰두하며, 검심을 갈고닦는 데 쏟고 있었다.민규현 또한 그러하였다.절정 이중천에 들어선 지금, 그의 내공은 이미 세가의 조상이라 불릴 만큼 뛰어났다.모두가 뜰 안에서 머물고 있을 때, 달그닥, 달그닥 마차 소리가 작은 뜰 앞에 멈춰 섰다.이홍연의 마차가 도착한 것이었다!“무슨 소리냐?”뜰 안에 있던 용민과 재이 그리고 철영은 마차 소리를 듣고 의아하게 밖으로 나왔다.“어머? 이게 웬 마차야? 요즘 같은 때에 마차라니, 혹시 촬영 중인가?”재이가 마차를 보고 신기해하며 말했다.“와, 이 마차 진짜 호화롭네! 저기 위에 있는 가마를 봐, 용과 봉황 무늬가 수놓아져 있잖아!”용민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마차를 바라보았다.“저기, 어르신. 무슨 일로 이 마차를 몰고 우리 뜰 앞에 멈추셨어요?”재이는 마차 위에 앉아 있는 너절한 주도에게 물었다.그 물음에 주도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이곳을 찾으러 온 거니까!”“엥? 누구를 찾으신단 말씀이세요?”재이가 계속 물었다.“윤구주라 불리는 소년을 찾으러 왔어.”마차에 앉은 주도가 입을 열었다.“뭐라고요? 우리 도련님을 찾으신다고요?”세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즉시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래!”“어르신, 어찌하여 우리 도련님을 찾으시는 겁니까?”용민이 차가운 눈으로 물었다.“그 녀석이 우리 아가씨에게 큰 빚을 졌거든! 그래서 오늘 내가 아가씨를 모시고 그 빚을 받으러 온 거다!”주도는 허리춤에 매달린 커다란 호리병을 들어 벌컥벌컥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그 말을 듣고 재이의 얼굴이 점차 어두워졌다.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