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여 후.남원 추모 공원.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 속에서 까마귀들이 나뭇가지 위를 맴돌며 이따금 괴이한 울음소리를 낸다. 마치 혼을 빼앗아 가려는 소리 같다.하지만 이 괴이한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다. 일정하게 땅을 울리는 힘 있는 소리가 들려오자 까마귀들은 괴성을 지르며 날아갔다.까마귀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멀리 떨어진 뒤, 겁먹은 듯 떼 지어 오는 사람들을 흔들리는 동공으로 바라보았다.수척하지만 꼿꼿하게 어깨를 편 사내가 맨 앞에서 걷고 있었고, 그의 뒤로는 눈에 살기를 품은 기골 장대한 사내들이 따랐다.최서준은 한성 보육원 사망자들의 묘비 앞에 서서 칠흑 같은 눈동자로 현장을 살펴보았다.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깊은 원한과 살기가 서려 있다.“원장 할아버지, 그리고 친구들아. 나 왔어.”“이번에 온 이유는 우리의 약속을 지키고 너희들이 편히 눈 감게 하기 위해서야.”그는 최우빈이 건네주는 지폐 묶음을 받고는 하늘을 향해 던졌다. 지폐가 하늘에 흩뿌려져 하늘하늘 땅에 떨어졌다.최서준이 원장을 위한 향을 피운 후, 최우빈이 입을 열었다.“도련님, 조씨 가문의 사람들이 출발했답니다.”“그래.”최서준이 뒷짐을 지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조씨 가문 사람들을 기다리는 듯했다.그리고 같은 시각 조씨 가문의 사당.도선화가 관 뚜껑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안에 눈 감은 조명휘를 바라보았다.“명휘야, 황천길은 천천히 가렴. 엄마가 곧 그 자식 보내서 복수해 줄게.”이후 그녀는 몸을 돌려 냉랭한 얼굴로 동생 도선호를 응시했다.“준비 다 됐어?”“누나, 안심해요. 제 사람들 이미 남양 도착했고, 내 명령 한마디면 언제든 남원 추모 공원에 쳐들어갈 수 있어요.”도선호가 가슴을 치며 장담하듯 말했다.“그럼 바로 출발하자. 그 자식이 하루라도 더 목숨 붙이고 있게 하고 싶지 않아.”도선화가 분부하자 두 사람 옆에 있던 조훈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선화야, 노조님 안 기다리게? 올 수 있다면 어떡하려고.”“그 구렁이 같은 영감을 아직도 믿어
Last Updated : 2024-03-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