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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30분여 후.

남원 추모 공원.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 속에서 까마귀들이 나뭇가지 위를 맴돌며 이따금 괴이한 울음소리를 낸다. 마치 혼을 빼앗아 가려는 소리 같다.

하지만 이 괴이한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다. 일정하게 땅을 울리는 힘 있는 소리가 들려오자 까마귀들은 괴성을 지르며 날아갔다.

까마귀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멀리 떨어진 뒤, 겁먹은 듯 떼 지어 오는 사람들을 흔들리는 동공으로 바라보았다.

수척하지만 꼿꼿하게 어깨를 편 사내가 맨 앞에서 걷고 있었고, 그의 뒤로는 눈에 살기를 품은 기골 장대한 사내들이 따랐다.

최서준은 한성 보육원 사망자들의 묘비 앞에 서서 칠흑 같은 눈동자로 현장을 살펴보았다.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깊은 원한과 살기가 서려 있다.

“원장 할아버지, 그리고 친구들아. 나 왔어.”

“이번에 온 이유는 우리의 약속을 지키고 너희들이 편히 눈 감게 하기 위해서야.”

그는 최우빈이 건네주는 지폐 묶음을 받고는 하늘을 향해 던졌다. 지폐가 하늘에 흩뿌려져 하늘하늘 땅에 떨어졌다.

최서준이 원장을 위한 향을 피운 후, 최우빈이 입을 열었다.

“도련님, 조씨 가문의 사람들이 출발했답니다.”

“그래.”

최서준이 뒷짐을 지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조씨 가문 사람들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조씨 가문의 사당.

도선화가 관 뚜껑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안에 눈 감은 조명휘를 바라보았다.

“명휘야, 황천길은 천천히 가렴. 엄마가 곧 그 자식 보내서 복수해 줄게.”

이후 그녀는 몸을 돌려 냉랭한 얼굴로 동생 도선호를 응시했다.

“준비 다 됐어?”

“누나, 안심해요. 제 사람들 이미 남양 도착했고, 내 명령 한마디면 언제든 남원 추모 공원에 쳐들어갈 수 있어요.”

도선호가 가슴을 치며 장담하듯 말했다.

“그럼 바로 출발하자. 그 자식이 하루라도 더 목숨 붙이고 있게 하고 싶지 않아.”

도선화가 분부하자 두 사람 옆에 있던 조훈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선화야, 노조님 안 기다리게? 올 수 있다면 어떡하려고.”

“그 구렁이 같은 영감을 아직도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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