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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유월영은 가만히 서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연재준이 짜증스럽게 말했다.“이게 다 너 때문에 화가 나서 상처가 다시 벌어진 건데 모른 척할 거야?”“뭘 해드려야 하죠? 나가서 꽃이라도 사올까요? 원하는 게 있으면 대놓고 말을 하세요. 예를 들면 물 안 떠다 주면 사진을 공개해 버리겠다든가. 그러면 제가 고분고분 말을 들을 것 아니에요.”결국 연재준은 황당함에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너 때문에 화병 나서 죽으면 그때 그 사진들을 인쇄해서 내 무덤에 붙일 거야. 사람들 다 보게.”유월영도 화가 치밀었다.“미친 거 아니에요?”연재준은 더 이상 입씨름하기 싫었는지 이불을 걷고 상처를 부여잡은 채,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유월영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이 다가가서 물컵에 물을 따라 건넸다. 노현재까지 여기 있는데 상처 또 벌어졌다고 찾아와서 난리를 부리면 주영문 같은 꼴이 되기 싫었다.“목 마르면 차라리 하 비서를 부르지 그래요? 밖에 대기하고 있는데.”연재준은 물컵을 받지 않고 그녀가 먹여줄 때까지 기다렸다.너무 자연스러워서 유월영은 황당함에 웃음이 나왔다.손이 다친 것도 아닌데 꼭 이래야만 할까?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내렸다.목을 충분히 축인 연재준은 만족스럽게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며 활짝 웃었다.“주영문 혼내줬어.”“알아요.”“그런데 주영문 다리는 누구 걸작일까?”유월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걸 제가 어떻게 아냐고요?’“사방에 적을 두었을 테니 누구한테 맞아도 이상하지 않죠.”연재준이 말했다.“난 누가 했는지 알겠는데.”“누군데요?”그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궁금해하지 않는 게 좋아.”유월영은 미친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침대로 돌아가려고 뒤돌아섰다.연재준은 그대로 손을 뻗어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고 유월영은 반사적으로 손길을 뿌리쳤다.본능적인 거부에 그는 잠깐 당황하는 듯하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몸에서도 냄새 나. 좀 닦아줘.”유월영이 그 부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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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유월영은 오만상을 찡그리며 다가가서 한 손으로 그의 옷을 벗겨주었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가슴으로 드리우면서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다.그는 그녀의 날렵한 콧날과 도톰한 입술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피부의 솜털마저 똑똑히 보였다.시선을 점점 아래로 내리던 연재준의 눈빛이 점점 혼탁해졌다.그는 최근에 마지막으로 사랑을 나누었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현시우가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일부러 약 올리려고 더 거칠게 다루었는데 전혀 성취감이 들지 않았다.조금 아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유월영은 점점 뜨거워지는 그의 체온을 느끼고 경계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연재준은 눈빛에 드리웠던 욕정을 순식간에 억누르고 싸늘한 표정으로 다가왔다.그러고는 일부러 여유 있는 척, 재촉했다.“빨리 좀 해. 내 맨 살을 그렇게 보고 싶었어? 아니면 내가 다쳐서 아무것도 못할 때에 보복이라도 하려는 거야?”유월영은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 하며 속으로 후회했다.그러면서도 깨끗한 환자복을 가져와서 입혀주었다. 연재준은 그녀가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지금은 욕구가 올라와도 참아야 할 때였다. 그녀에게 들키는 순간 도망갈 것이다.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옆에 붙잡아두려면 자제해야 했다.분명 응급 처치가 끝났을 때는 이틀만 입원해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3일째가 되자 갑자기 수액이 남았다면서 병원 측에서 퇴원을 거부했다.“퇴원이요? 안 되는데요. 모레까지 수액 남았어요.”유월영은 당황하며 간호사를 재촉했다.“수액이 어떻게 남을 수 있죠? 분명 심각한 상처도 아니고 이틀 있다가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는데요.”그녀의 추궁에도 간호사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잘 모르겠고 담당 선생님 지시예요. 어쩌면 염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수액을 더 처방했ㅆ을 수도 있거든요.”말을 마친 간호사는 바쁘다고 가버리고 유월영만 인상을 잔뜩 구긴 채로 있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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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유월영은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랩을 가져오게 했다. 랩으로 상처 부위만 감싸면 간단한 샤워를 살 수 있었다.안 그래도 어제는 물수건으로 닦기만 해서 온몸이 찝찝했다.병실 공간은 컸지만 방음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연재준은 병상에 누워 해외 바이오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도무지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고 잔 실수의 연속이었다.바이오도 환자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이해한다며 다음에 통화하자고 했다.“괜찮습니다. 계속하시죠.”그는 단호하게 말했다.일에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점점 생각이 먼산으로 갈 것 같았다.남자는 본능이 앞서는 동물이었다.남녀관계에서 여자는 남자가 자신에게 해줬던 사소한 일상을 기억한다. 예를 들면 날이 더울 때 선물하는 아이스크림, 추울 때 챙겨주는 외투 같은 사소한 것들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다.하지만 연재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그녀와 사랑을 나누던 밤이었다.그와 유월영은 그런 쪽으로 아주 잘 맞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그의 취향에 맞춰주었다. 마치 그를 위해 만들어진 인형 같다는 느낌도 있었다.둘이 처음 만나고 1년이 지났을 때 그는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온 그는 딱히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유월영은 그가 흥미를 느낀 첫 존재였다.첫 잠자리가 끝나고 이어지는 한달 동안 그들은 매일 같이 출근하고 저녁이면 연재준의 오피스텔로 돌아가서 밤새 서로를 안았다.소녀였던 유월영은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가 다 가르쳐야 했다.업무적으로 그는 그녀에게 스승이었고 정사에서도 그랬다.그는 오늘 가르친 것을 내일 응용하도록 그녀에게 시켰다. 그가 그녀에게만 내준 숙제와도 같았다. 만약 그녀가 숙제를 완수하지 못하는 날이면 벌로 될 때까지 연습하게 했다. 매일 밤 그녀는 그의 품 안에서 그만 자자고 애원했다.‘그땐 그랬었지.’욕실에서 물소리가 끊어지고 연재준의 사색도 끊겼다.그는 담담히 시선을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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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유월영은 흠칫하며 그를 바라보았다.연재준은 물수건을 그녀에게 돌려주며 쌀쌀맞게 말했다.“난 안 급해. 너만 괜찮다면 말이지.”괜찮을 리가 없었다. 엄마의 병이 완쾌되기 전까지 그녀는 마음을 졸일 것이다.다만 매번 언니에게 전화할 때마다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하기에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하고 싶었다.연재준이 제시한 조건은 아주 매력적이지만 가능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다.그녀는 말없이 수건을 가지고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새 물수건을 가지고 돌아와 그에게 건넸다.연재준은 자세를 바꾸더니 당당하게 말했다.“잔등 좀 닦아줘. 피가 말라붙었는지 간지럽네.”“그건 좀….”“인공 심장 이식은 해외 전문가들이 우리 나라보다 더 숙련되었어. 다만 네 엄마 상황으로는 비행기를 탈 수 없을 거야. 그리고 너 해외로 건너간다고 해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유월영은 물수건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해외로 가는 걸 고민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엄마의 상태가 장시간 비행을 감당할 수 없었다.그녀는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다가가서 그의 등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었다.남성미 물씬 풍기는 앞모습에 비해 그의 잔등에는 두 갈래의 흉터가 있었다.그것은 두 개가 교차하여 X자 모양으로 생긴 채찍자국이었다.오래된 상처인데도 지금까지 흉터가 진하게 남아 있는 걸 보면 맞을 때 그가 얼마나 아팠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 상처의 근원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연재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누가 감히 채찍으로 그의 몸에 상처를 새길까?과거 둘이 사이가 좋을 때 신경 쓰여서 물어본 적 있었다. 혹시 어릴 때 뭘 잘못해서 연 회장이 때린 건 아닌지 물어봤다.그럴 때마다 연재준은 표정이 좋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가 그 정도로 모진 사람은 아니라고 답했다.연 회장이 아니면 누구냐고 물었을 때, 그는 끝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유월영은 갑자기 이 상처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졌다.물론, 지금의 그녀는 그런 유치한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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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안으로 들어오려던 신연우는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방음 효과가 좋지 않은 병원 병실에서 그들의 대화가 똑똑히 들렸다.차분하게 시선을 내린 그의 주변에서 우울한 분위기가 풍겼다.최선을 다해 양분을 제공해서 곳 꽃이 필 거라고 기대했는데 모든 게 착각이었던 것 같았다.결국 그는 조용히 뒤돌아 섰다.연재준은 속으로 비웃음을 터뜨렸다.물수건을 내려놓은 유월영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저를 다 아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신 교수님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않은 건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진짜 필요한 때가 오면 굳이 제가 말하지 않아도 교수님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겠죠.”연재준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넌 걔가 정말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유월영은 솔직히 대답했다.“제가 만난 중에 가장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저한테 잘해주고도 보답을 바라지 않으니까요.”연재준은 대놓고 비웃었다. 그녀의 순진함에 웃음이 나왔다.유월영은 더 이상 그와 변론하기 싫어서 환자복을 던져준 뒤에 병실을 나왔다.신연아를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입원한지 이틀이나 됐는데 한 번도 찾아간 적 없었다.병실에 가보니 신연우도 거기 있었다.“교수님.”신연우는 그녀를 본 순간 얼굴에 복잡한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다시 부드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월영 씨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그는 병실에 못 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지금 오는 길이에요. 연아 밥 챙겨주고 가려고 했는데. 많이 배고파요?”신연아는 이상한 눈으로 오빠를 쳐다봤다.분명히 조금 전에 도시락만 내려놓고 나갔다 돌아오더니 딴소리를 하고 있었다.“배는 안 고파요. 연아 씨 보러 왔어요.”유월영은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신연아의 종아리를 바라보며 물었다.“연아 씨는 좀 괜찮아요?”신연우가 대신 대답했다.“통증은 많이 가셨대요. 연아야, 너 걱정돼서 문안까지 왔는데 넋 놓고 인사도 안 할 거야?”신연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인사를 건넸다.“왔어요?”유월영은 웃으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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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신연우가 매화 마을에서 채집한 데이터를 메일로 보내주었기에 유월영은 다음 날부터 노트북으로 데이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다친 손도 이제는 움직일 수 있어서 속도가 났다. 한바탕 일을 마친 뒤, 수액도 끝나고 간호사가 와서 링거를 거두어 갔다.유월영은 수액 병에 쓰인 약명이 이틀 전이랑 다른 것을 보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신연우에게서는 점심에 못 올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배달을 따로 시켜준다고 했지만 유월영은 간만에 내려가서 먹겠다고 하며 거절했다.점심 때가 되자 유월영은 기지개를 펴며 침대를 내려 외투를 챙겼다.연재준이 노트북에서 눈을 떼고 말했다.“내 것도 포장해 줘. 그 보답으로 오후에 재미난 거 보여줄게.”“깜빡할 것 같으니까 그냥 하 비서 시켜요.”유월영은 심드렁한 얼굴로 대꾸한 뒤 밖으로 나가버렸다.연재준은 침대에 등을 기댄 채, 바깥의 화창한 날씨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병원을 나온 유월영은 근처 칼국수 집으로 들어가서 칼국수를 주문했다.식사를 기다리는 동안에 그녀는 아까 찍어둔 약명을 인터넷으로 검색했다.갑자기 입원 날짜가 이틀이나 늘어난 게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그리고 그녀의 그런 추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약명을 검색한 결과 일반 비타민 주사였다.의료진이 당장 퇴원해도 되는 환자에게 영양제를 더 투여했을 리는 없었다.누군가 권력을 이용해서 의사와 짜고 행한 일이 틀림없었다.그리고 누군지는 안 봐도 뻔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유월영은 대충 식사를 마친 후에 싸늘한 얼굴을 하고 병원으로 돌아갔다.‘연재준! 대체 이 변태 같은 통제욕을 언제면 그만둘 거야!’그런데 안으로 들어가자 연재준이 정장을 갈아입고 앉아 있었다.그녀가 밥을 먹고 오는 사이에 그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환자에서 다시 냉철하고 철두철미한 연 대표로 돌아가 있었다.유월영이 당황해서 잠시 주저하는 사이,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안 사준다더니 진짜 아무것도 안 사왔네.”유월영이 물었다.“제 입원날짜 연기하게 시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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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신연우의 비싼 구두가 주영문의 머리를 짓밟고 있었고 주영문은 얼굴이 진흙탕에 처박힌 채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개 같은 자식! 차라리 여기서 날 죽여! 안 그러면 나중에 나도 네 놈의 다리를 분질러버릴 테니까!”신연우는 태연한 표정으로 다리에 힘을 주었고 주영문의 얼굴은 점점 깊은 진흙탕으로 빠지고 있었다.데이터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구석진 곳에서 주영문이 기습해 왔다.하지만 이미 다리가 골절된 주영문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신연우는 아주 손쉽게 주영문을 발 밑에 놓고 짓밟을 수 있었다.평소였다면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이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는 현재 굉장히 짜증이 난 상태였다.어젯밤 연재준과 유월영의 대화를 들은 뒤로 안 그래도 저기압인데 주영문이 마침 나타났던 것이다. 그날 밤에 주영문이 유월영을 납치하고 약을 먹이지만 않았어도 그 뒤에 일련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하루종일 부아가 치밀었다.“그건 다 네가 자초한 거잖아.”신연우는 쭈그려 앉아 주영문의 귓가에 대고 부드럽게 말했다.“널 죽여서 뭐해? 차라리 살려두고 천천히 괴롭히는 게 더 재밌지.”차와는 거리가 있었기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유월영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 광기 어린 저 표정을 보았을 때 평소에 그녀가 알던 신연우와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그녀는 갑자기 주영문의 다리를 누가 부러뜨렸냐고 묻던 연재준의 얼굴이 떠올랐다.“설마 주영문 다리를 부러뜨린 사람이….”재미난 구경을 보여준다고 안 간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나온 것 치고는 연재준의 표정은 시큰둥했다.“신연우가 한 거야.”그는 처음 만날 때부터 신연우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주영문 다리 사건을 보고 받았을 때 본능적으로 가장 먼저 신연우와 현시우를 떠올렸다.그래서 이쪽 전문가인 노현재에게 부탁해서 이미 도망간 주영문을 붙잡아다가 매화 마을에 풀어놓았던 것이다.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속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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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하정은은 조용히 뒷좌석 가림막을 올렸다.유월영은 그와 가림막 사이에 갇힌 자세가 되었다.공간이 비좁아서 도망갈 수도 없었다.유월영은 울먹이며 그를 밀어냈다.“왜 이래요! 놔요!”연재준은 한 손으로 그녀를 받치고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움켜잡은 채, 눈을 직시했다.“신연우를 위해서는 되지도 않은 핑계까지 갖다 붙이며 널 속인 것조차 용서하고, 나한테는 온갖 있지도 않은 죄명을 같아 붙이다니. 유월영 너 참 대단하다.”남자의 얼음장 같은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싸며 도망가지 못하게 그녀를 옥죄었다.“소은혜가 나 때문에 너를 수림에 갖다 버렸다고 했지? 하지만 우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왜 그걸 해명을 하고 있지?유월영은 웃음이 나왔다.“둘이 어떤 관계인지 나는 관심 없어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유월영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그의 손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 억세게 그녀를 압박했다.“넌 항상 소문만 듣고 너 혼자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나를 천하에 악인으로 만들었어. 내가 그랬지. 네가 보는 게 다가 아니라고. 선박에서 내가 언제 너를 내주는 조건으로 프로젝트를 손에 넣겠다고 말한 적 있어?”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유월영도 화가 치밀었다.“그런 얘기 하셨잖아요!”“내가 양보한다고 한 건 가면 무도회 파트너를 이야기한 거야.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으면 뭘 어떻게 말해야 하지?”“결국 난 양보도 하지 않았잖아. 처음부터 너한테 왼쪽으로 가라고 했지? 그런데 너는 어땠지?”“그건!”유월영은 이를 갈고 울먹이며 말했다.“증거도 없고 시간도 많이 흘렀으니 거짓말을 해도 아는 사람이 없겠죠. 물론 핑계를 댈 거면 그냥 대세요. 어차피 지금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으니까요. 이거나 빨리 풀어줘요.”연재준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신경 안 써도 내가 신경 쓰여. 네가 뭔데 날 원망해?”유월영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결국 그녀는 속에서 참았던 말을 입밖으로 뱉고 말았다.“3년 동안 저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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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유월영은 본능적으로 그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격했다.하지만 이미 한번 당했던 연재준이 두 번 기회를 줄 리 없었다.그는 그녀의 손목을 벽에 꽉 붙이고 다리를 들자 그래도 그녀의 다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유월영도 그가 많이 화가 난 상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물론 그는 화를 안 내고 있을 때가 더 드물었다.그는 원망을 쏟아내듯이 거칠게 그녀의 숨결을 탐했다.‘왜 나를 이토록 미워하지?’딩동 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문이 열리자 연재준은 재빨리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너무 물 흐르듯이 진행되어서 유월영은 미처 반항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꼭두각시처럼 끌려 다니는 자신의 처지에 화가 났다.“왜 이래요? 이거 놓으라고요!”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연재준은 더 이상 정욕을 숨기지 않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절대 안 놔줘.”그 말에 유월영은 소름이 돋았다.“하! 처음부터 이러려고 모든 걸 꾸민 거였죠?”연재준이 웃으며 답했다.“응. 안고 싶은지 한참 됐거든.”유월영은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소리쳤다.“내가 싫다고 하면요? 또 사진 따위로 날 협박할 건가요!”방 안은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어차피 넌 나한테 호응할 수밖에 없어.”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연재준은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 가지고 싶은 건 수단 방법 다 동원해서 가지는 거.유월영은 감정에 벅차 씩씩거리며 손으로 그의 가슴을 쳤다.연재준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녀를 빤히 내려다 보고만 있었다.결국 반항하다 지친 그녀가 먼저 힘을 풀었다. 그리고 자포자기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사진 지워요.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사진 얘기 내 앞에서 꺼내지 말아요.”이가 갈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방 안에 싸늘하게 울려퍼졌다.연재준은 그녀를 안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어차피 상처에는 방수 밴드를 붙였기에 샤워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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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하늘에서 마지막 한줄기 빛마저 사라지고 실내에는 무거운 어둠이 뒤덮였다.오후 다섯 시가 좀 지났는데 벌써 하늘은 시커멓게 어두워졌다.유월영은 피로를 느끼며 이불로 몸을 돌돌 말았다.눈가는 뻘겋게 부었고 얼굴에는 마르지 않는 눈물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연재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찡그린 미간을 펴주었다. 너무 피곤해서 그가 자신을 만지는데도 전혀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연재준은 그녀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만족감이었다. 수억에 달하는 계약서에 사인했을 때도 가질 수 없었던 만족감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유월영이 퇴사한 후로 성격이 완전히 변하고 그에게서 멀어지려고 하면서 없던 정복 욕구가 생긴 것 같았다.자신의 앞에서 무너지는 그녀를 보면서 그는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담배를 다 피우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이 깜빡거렸다.그는 벨이 울리기 전에 다가가서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꿔버렸다.발신자는 신연우였다.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수화기 너머로 신연우의 온화한 목소리가 전해졌다.“월영 씨, 병실에 갔는데 자리에 없어서요. 혹시 주변에 산책 나갔어요?”연재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아니. 유월영 지금 자고 있어.”잠시 긴 침묵이 흘렀고 연재준의 입꼬리가 괴이하게 올라갔다.수화기 너머로 신연우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재준, 유월영 씨 너 아니라도 힘든 사람이야. 대체 왜 잡고 놓아주지 않는 거지? 왜 그렇게 사람을 피 말리게 하는 거야? 너 주변에 여자들 많잖아. 혼자 조용히 지내고 싶은 사람을 가만히 놔두면 안 돼?”연재준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그래서 걔가 원하는 조용한 삶을 너는 줄 수 있어?”“너만 가만히 놔두면 스스로 안정적인 삶을 찾아갈 거야!”“그랬군. 그래서 유월영 모르게 주영문을 처리해 버린 거군.”연재준의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싸늘했다.“의도는 좋지만 넌 유월영에 대해서 몰라. 개는 잔혹한 진실보다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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