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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유월영은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랩을 가져오게 했다. 랩으로 상처 부위만 감싸면 간단한 샤워를 살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어제는 물수건으로 닦기만 해서 온몸이 찝찝했다.

병실 공간은 컸지만 방음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연재준은 병상에 누워 해외 바이오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도무지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고 잔 실수의 연속이었다.

바이오도 환자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이해한다며 다음에 통화하자고 했다.

“괜찮습니다. 계속하시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일에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점점 생각이 먼산으로 갈 것 같았다.

남자는 본능이 앞서는 동물이었다.

남녀관계에서 여자는 남자가 자신에게 해줬던 사소한 일상을 기억한다. 예를 들면 날이 더울 때 선물하는 아이스크림, 추울 때 챙겨주는 외투 같은 사소한 것들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연재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그녀와 사랑을 나누던 밤이었다.

그와 유월영은 그런 쪽으로 아주 잘 맞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그의 취향에 맞춰주었다. 마치 그를 위해 만들어진 인형 같다는 느낌도 있었다.

둘이 처음 만나고 1년이 지났을 때 그는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온 그는 딱히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유월영은 그가 흥미를 느낀 첫 존재였다.

첫 잠자리가 끝나고 이어지는 한달 동안 그들은 매일 같이 출근하고 저녁이면 연재준의 오피스텔로 돌아가서 밤새 서로를 안았다.

소녀였던 유월영은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가 다 가르쳐야 했다.

업무적으로 그는 그녀에게 스승이었고 정사에서도 그랬다.

그는 오늘 가르친 것을 내일 응용하도록 그녀에게 시켰다. 그가 그녀에게만 내준 숙제와도 같았다. 만약 그녀가 숙제를 완수하지 못하는 날이면 벌로 될 때까지 연습하게 했다. 매일 밤 그녀는 그의 품 안에서 그만 자자고 애원했다.

‘그땐 그랬었지.’

욕실에서 물소리가 끊어지고 연재준의 사색도 끊겼다.

그는 담담히 시선을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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