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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대 몸값 비서님의 모든 챕터: 챕터 201 - 챕터 210

966 챕터

제201화

연재준은 담배를 비벼끄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시간도 늦었으니 일찍 자.”“그래.”전화를 끊은 뒤, 그는 방으로 돌아가서 잠든 여자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자리에 누웠다.다음 날 아침, 유월영은 갑갑한 느낌에 잠에서 깼다.고개를 돌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그녀는 손에 잡히는 대로 남자에게 물건을 집어던졌다.“꺼져!”연재준은 자다가 봉변을 당한 격이었다. 무거운 담배 재떨이가 그의 이마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피는 흐르지 않았지만 이마가 빨갛게 부어올랐다.그는 발광하는 그녀의 손을 침대머리에 고정했다. 유월영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연재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겨우 살려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이게 무슨 짓이야? 나 아니었으면 너도 지금쯤 산에 묻혔을지도 몰라.”유월영은 씩씩거리며 그에게 말했다.“나가.”연재준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너 폭력에 재미라도 들렸어? 내가 그랬지? 다시 내 몸에 손대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거라고.”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놀란 유월영은 힘껏 고개를 비틀며 반항했다.하지만 연재준의 한 마디에 그녀는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다.“어제 사진 잊었어?”유월영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어젯밤 주영문의 손에서 그녀를 구해준 감사함도 그 한마디로 전부 사라져 버렸다.그녀가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연재준,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연재준은 그녀가 욕설을 뱉든 말든 입술로 그녀의 목덜미를 탐했다.유월영은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쩌면 연재준은 처음부터 그녀와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마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3년을 그의 옆을 지켰지만 그는 한 번도 그녀에게 명분을 준 적이 없었다. 연 회장 부부가 결혼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는 온갖 짜증을 부렸다.그리고 친구 생일 파티에서 대놓고 그녀는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말한 사람이었다.그러면서도 헤어진 뒤에도 그녀를 찾아와 더러운 욕망만 채웠다.‘처음부터 당신은 나를 욕망을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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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유월영은 사진첩을 열심히 뒤졌지만 사진을 찾을 수 없었다.그녀는 연재준의 카톡을 클릭하고 자신의 연락처를 찾았다.하지만 대화창구는 공백으로 되어 있었다.설마 처음부터 사진은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유월영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속으면 안 돼. 수 틀리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인간이야. 어쩌면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은밀히 보관했을 수도 있어.’욕실에서 물소리가 멈추자 유월영은 핸드폰을 벽에 패대기쳤다.탁!욕실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온 연재준은 바닥에 두 동강이 난 핸드폰과 유월영을 번갈아보며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미련하게 핸드폰에 사진을 숨겼겠어? 클라우드 저장공간도 있는데?”유월영은 분노를 참으며 그에게 물었다.“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됐잖아요. 아직도 뭐가 부족한데요?”연재준은 욕실가운을 걸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느긋하게 말했다.“부족하지 않아. 우리 유 비서가 해주는 서비스는 항상 날 즐겁게 해줬으니까.”그 말이 유월영에게는 굉장히 굴욕적으로 들렸다.“사진 삭제해요.”연재준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이 즐거움을 더 오래 가져가고 싶은데 내가 왜 굳이 그래야 할까?”설마 그 사진으로 협박해서 잠자리를 가지겠다는 걸까?유월영은 갑자기 숨이 막혔다.“정말 고소할 수도 있어요.”연재준은 가소롭다는 듯이 그녀를 힐끗 보고는 소파에 앉아 하정은에게 전화를 걸어 옷을 가져오라고 했다.유월영이 말했다.“제가 입을 옷도 좀 부탁한다고 해줘요.”하정은은 유월영이 비서실에서 일할 때 사이가 꽤 돈독했던 동료였기에 그녀와 연재준의 애매모호한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물론 눈치 빠른 하정은은 한 번도 그들의 앞에서 티를 낸 적 없었다. 유월영은 그녀의 그런 점이 매우 고마웠다.그렇게 조심스럽게 지켜온 비밀인데 연재준이 수 틀리면 당장 사진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혀왔다.한참이 지나 호텔에 도착한 하정은은 옷만 전해주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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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언니가 말이 없자 유월영은 다급히 물었다.“언니? 듣고 있어? 엄마한테 무슨 일 생긴 거야?”조급한 목소리에 언니가 말했다.“괜찮아. 어제 엄마가 너 보고 싶다고 전화하셨는데 네가 안 받아서…. 모자 완성됐어. 또 뭐 필요하냐고 엄마가 물으셔.”그제야 굳었던 유월영의 표정이 풀렸다.그녀는 무슨 일이 있었으면 한번만 울리고 끊었을 리 없다며 스스로 위안했다.“난 괜찮으니까 엄마 무리하지 말라고 해. 뜨개질도 정력이 필요하잖아.”유월영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엄마는 깨셨어? 엄마 좀 바꿔줘.”“엄마 지금 수액 맞는 중이라 불편해. 수액 다 맞고 연락하신대.”“그래.”그 대화를 끝으로 유월영은 전화를 끊었다.언니는 괜찮다고 했지만 어쩐지 자꾸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어제 그런 일을 겪어서 놀란 탓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밖으로 나가면서 신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신연우의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월영 씨, 괜찮은 거죠?”유월영은 담담히 대답했다.“괜찮아요.”“어제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걱정했어요. 카톡으로 문자하니까 나를 차단했더라고요. 어제 그렇게 두고 가서 화난 줄 알았어요.”유월영은 그 말을 듣고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연아 때문에 기분이 안 풀린 거라면 내가 연아 많이 혼냈어요. 연아도 이제 잘못을 알았으니 오늘 직접 사과한대요.”유월영은 연재준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장난질 쳤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어제 술이 좀 취했는데 핸드폰 하다가 잘못 눌렸나 봐요. 이따가 다시 추가할게요.”“지금 어디예요? 아까 방으로 찾아갔는데 없더라고요.”신연우가 물었다.“네. 너무 취해서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하루 잤어요.”신연우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지만 더 물어볼 수는 없었다.“그럼 언제 돌아와요? 내가 데리러 갈까요?”이때,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손이 유월영의 허리를 감쌌다.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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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유월영은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헀다.“어젯밤에 수림에서 땅을 파던 2인조를 만났어요. 저도 하마터면 납치를 당할 뻔했고요.”형사는 그녀에게 자리를 권한 뒤, 정색한 표정으로 녹음기를 작동했다.유월영은 자신과 연재준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제외한 모든 과정을 형사들에게 진술했다.그녀는 형사들을 통해 며칠 전에 2인조를 잡으러 나갔다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그들은 수배범이었다.유월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형사에게 말했다.“놈들은 저한테 약물까지 사용했어요. 지금은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혹시 지금 피검사 하면 약성분을 검출할 수 있나요?”그 말을 들은 형사는 그녀를 혈액검사과로 데려가서 채혈을 진행했다.“클럽에 CCTV도 있을 거예요.”형사는 그녀에게 그 클럽이 주영문의 소유이며 지금 가도 그쪽에서 CCTV가 망가졌다는 답변을 내놓을 거라는 사실을 얘기해 주지는 않았다.대신 유월영의 협조에 감사하며 경찰서 문앞까지 그녀를 바래다주었다.“유월영 씨, 최근에는 혼자 외출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유월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경찰서를 나와 보니 연재준의 차가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쪽으로 다가갔다.차창이 내려지자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대표님 신고하러 간 게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어제 납치 당할 뻔한 일 때문에 온 거니까요.”만약 어젯밤 사건이 살인 사건의 연장선이라면 그녀는 혹시나 자신이 유용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온 것이었다.“나를 경찰에 신고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납치 당할 뻔한 널 구해준 거?”연재준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유월영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왜 따라왔어요?”“어제 그런 일을 겪고도 아무 차나 타고 다니는 걸 봐서 한심해서 따라왔어. 그 택시가 놈들이 위장한 차면 어떡할래?”유월영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대표님 말씀대로라면 저는 지금부터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겠네요? 차만 봐도 납치범이 아닌지 의심해야 하고 식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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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그렇게 급하면 신 교수 혼자 돌아가. 유 조교는 여기 남고.”신연우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왜 그러는지 여쭤봐도 됩니까?”“매화산 기지의 데이터 수집이 완료되지 않았잖아. 연구팀에 한 명은 남아야지. 신 교수는 신주에 할 일이 많으니까 돌아가고 조교만 남으라는데 내 말이 그렇게 어려웠나?”두 남자는 책상을 사이에 두고 기싸움을 벌였다.같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뒤로 그들이 일적으로 마찰을 빚었던 적은 없었다. 물론 여기에는 연재준이 일부러 신연우를 신주 실험실로 돌려보낸 것도 한몫 했다.둘이 부딪힐 일이 없으니 조용했는데 이제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한 것이다.“그런 생각이라면 조 조교가 남는 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제외하면 이 프로젝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유월영 씨는 조교가 아니라 제 개인비서입니다. 저랑 같이 돌아가서 제가 하는 업무를 보좌해야 해요.”신연우도 날을 세워서 말했다.연재준은 의자 등받이에 편안히 허리를 기대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유월영 씨와 같이 일하면서 느낀 건데 유월영 씨가 남는 게 맞아. 유월영 씨, 혼자 남아서 데이터 기록하는데 문제없겠지?”유월영과 연재준은 멀리 떨어져 앉았다.그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자신의 손을 들어줄 거라 확신하는 모양이었다.‘저 자신감의 근거는 아마 그 사진이겠지.’유월영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연 대표님 말씀대로라면 매화산 데이터 작업이 끝나면 돌아가도 된다는 말씀인가요?”“당연하지. 설마 여기 계속 남아서 우리랑 같이 일하고 싶어?”유월영은 쥐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신 교수님, 제가 비록 조 조교님보다는 전문성이 떨어지지만 데이터 수집은 줄곧 제가 했던 일이니 제가 남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신연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유월영을 바라봤고 유월영은 의식적으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나도 그리 급하게 돌아갈 필요는 없습니다.”신연우가 말했다.“우린 팀이고 같이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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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유월영은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저항했다.“대표님이 뻔뻔한 거죠.”연재준은 그녀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말했다.“겉으로는 그렇게 챙겨주는 척하면서 사실 상 제대로 한 일이 하나도 없잖아. 그건 고상한 게 아니라 무능한 자의 핑계야. 그런 것도 몰라? 너 해운 나가고 갑자기 동화 속에라도 들어갔다 나왔어?”유월영은 그가 회의에서 신연우가 자신의 의견에 대립한 것을 두고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해운을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게 있죠. 진짜 남자는 어떤 사람이라는 거. 예전에는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요.”‘그러니까 지금 내가 진짜 남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거야?’연재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유월영은 당당하게 그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신 교수님은 무능해서 못한 게 아니라 파트너의 의사를 존중한 거예요. 협박밖에 모르는 누구랑은 달리 정직한 사람이거든요.”연재준이 기가 차다는 듯이 물었다.“내가 너 협박했어? 언제? 어떻게 협박했는데?”유월영은 차갑게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협박이 아니라면 돌아가게 해주세요.”“빨리 돌아가서 신연우랑 데이트나 즐기고 싶어?”연재준은 차갑게 입꼬리를 비틀었다.“SK가 널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한 조건은 네가 이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하는 거야. 해운에서 요구할 때마다 너희 연구팀은 상응한 데이터를 제출할 의무가 있어. 너희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여기 있어야 한다고. 이거 최소 2년짜리 프로젝트인데 영안에서 2년 정도 살아보는 건 어때?”유월영은 분노가 치밀었다.“대표님은 협박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요?”“네 남자친구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시험하기 좋은 기회잖아. 이런 상황에서도 신연우가 여전히 네 곁에 남겠다고 할지 궁금하지 않아?”유월영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항상 마음 가는 대로 모든 걸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진행되지 않는 모든 일을 증오했다.그녀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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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연재준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유월영이 말했다.“처음에 저한테 돌아오라고 했던 게 아마 제가 SK를 도와서 계약에서 우위를 점했을 때였죠? 그때 저는 SK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고요. 그냥 제가 대표님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게 싫어서 돌아오라고 하는 거예요?”그녀는 줄곧 그의 신변에서 새장 속의 새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새가 자유롭게 하늘로 날아가는 게 불편했던 걸까?안 좋게 말하면 연재준은 그녀의 행복보다는 그냥 그녀가 자신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기를 원했다.연재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를 쥐었다.마치 애완견을 대하는 듯한 그의 몸짓은 유월영에게 치욕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피하려고 했지만 남자는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 네가 아무리 높게 날아도 나보다 높게 올라갈 수 있어? 네가 어디를 가든 난 네가 거슬리면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어. 내가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잊었어?”유월영은 이런 의미 없는 입씨름을 끝내고 싶었다.“대체 이유가 뭐예요?”연재준은 대답 대신 입술을 부딪혀왔다.참다못한 유월영이 소리쳤다.“대표님은 뉴스도 안 봐요? 대다수의 유명인들은 사무실이나 회의실에서 여자와 밀회를 즐기다가 사진이 유포돼서 이미지가 추락해요! 여기 CCTV도 다 있다고요!”“우리 유 비서는 상상력도 풍부하군.”그가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공공장소에서 그런 짓을 하는 악취미는 없었다.“약은 챙겨먹었어?”유월영은 잠깐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뒤늦게 알아차렸다.‘피임약?’너무 오랜만이라 꼭 챙겨야 하는 절차인데도 잊고 있었다. 연재준이 부루퉁한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덜렁대니까 자기만 다치지.”자연유산을 가리키는 듯한 말에 유월영은 짜증이 울컥 치밀었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허리를 숙여서 책상 밑을 통해 빠져나갔다.그러고는 떨어진 서류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연재준은 더 이상 그녀를 잡지 않고 떠나는 그녀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난 내 사람 몸에 다른 놈의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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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유월영은 그제야 윤미숙의 옆에 임신한 여자가 같이 걷고 있는 모습을 주의해서 보았다.선글라스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어서 누군지 알아볼 수는 없지만 배가 나온 걸 봐서 6개월 이상은 되어 보였다.[휴대폰이 흔들려서 제대로 안 보일지 모르겠는데 둘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아주 가까워 보였어. 설마 연재준이 밖에서 사생아라도 만든 건 아니겠지?]유월영은 한참을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봤지만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전에 백화점 육아용품 코너에서 윤미숙 여자와 마주쳤던 것을 떠올렸다. 나중에 산부인과에서도 만난 적 있는데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었다.유월영은 윤미숙이 임신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임산부가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누굴까?윤미숙이 이 정도로 관심을 갖고 보살피는 여자라면 아주 중요한 사람일 것이다.설마 정말 연재준 옛 애인 중에 누가 임신했나?아니면 연 회장님?전자에 비해 후자일 가능성이 컸다.연재준과 윤미숙의 사이는 거의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다. 연재준이 사생아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윤미숙에게 부탁할 리는 없었다.만약 후자라면 정실부인이 남편이 바람나서 임신한 여자를 돌보는 격이었다.그것도 현실과 괴리감이 있었다.유월영은 잠깐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윤미숙 여사님 맞아. 옆에 여자는 나도 모르는 얼굴이야. 윤 여사님 지인이겠지.]조서희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괜찮아. 여긴 시골 마을이라 한집 건너 다 아는 사람들이야. 나중에 엄마한테 알아보라고 하면 뭔가 나올지도 몰라. 알아내면 소식 전해줄게.]유월영은 친구가 그래도 씩씩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그래. 난 지금 영안으로 출장 중이야. 지역 특산물 좀 사서 보낼 거니까 주소나 보내줘.]조서희는 기뻐서 춤 추는 이모티콘과 함께 주소를 보내왔다.핸드폰을 내려놓은 유월영은 방 안을 왔다갔다 하며 고민에 잠겼다. 뭔가 엄청난 일을 알아낸 것 같은 기분이었다.해운 같은 대기업 가문에서 사생아가 등장했다면 곧 승계권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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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서지욱은 신속히 약을 손수건으로 감싸는 신연우를 바라보며 그가 교수님이 아니고 가정교육을 잘 받고 자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연재준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을 거라고 생각했다.차에 오른 서지욱이 야릇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너 일부러 신 교수 도발한 거지?”“내가?”모르는 척하고 있지만 연재준은 확실히 아까보다 기분이 좋아보였다.“아니야? 넌 둘이 사귀는 사이인 거 알면서 그런 걸 유 비서한테 전해주라고 하면 어떡해.”서지욱은 친구지만 참 나쁜 인간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유 비서가 그렇게 미워?”연재준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봤다.서지욱이 말했다.“신연우 씨가 남자친구가 아니고 그냥 일반 친구나 썸을 타는 사이였어도 아까 네 처사는 너무했어. 유 비서 입장을 전혀 고민하지 않았잖아. 솔직히 원수 사이가 아니고는 일부러 그럴 이유는 없었어.”연재준이 담담히 말했다.“미운 건 아니야.”솔직히 미운 감정보다는 소유욕에 가까웠다.유월영은 내일 업무를 준비하며 배달이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었더니 밖에 신연우가 서 있었다.“교수님이 어쩐 일이세요?”베이지톤의 니트는 그의 분위기를 더 부드럽게 보이게 했다.“연아 약 가지러 내려갔는데 하필 월영 씨도 배달을 시켰더라고요. 그래서 내려갔던 김에 가져왔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유월영은 가슴이 철렁했다.신연우는 봉다리를 그녀에게 건넸다. 유월영은 포장이 그대로인 것을 보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감사합니다….”하지만 그녀의 눈에 찢어진 봉다리 입구가 들어왔다.그 순간 그녀는 신연우가 내용물을 보았다고 확신했다.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저녁은 먹었어요?”“네. 룸 서비스 시켰어요.”“그래요. 다른 일 없으면 일찍 쉬어요. 오늘 일정 앞당긴다고 무리했으니 피곤했을 거잖아요.”유월영은 착잡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교수님도 쉬세요.”신연우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돌아갔다.문을 닫은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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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유월영은 차분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사람을 잘못 보셨네요. 저는 미연이가 아니에요.”“아, 잘못 본 거구나.”주영문은 일부러 크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미연이가 아니라 모범시민 유월영 씨였네? 경찰에 적극적으로 단서를 제공하는 모범시민. 유월영 씨 한 마디에 우리 클럽이 지금도 영업 정지 상태야.”유월영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일관했다.주영문은 협박이 안 먹히자 냉소를 지으며 연재준에게 말했다.“매화 마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대표님. 오늘은 제가 가이드 해드릴게요. 이 마을은 제가 가장 잘 알거든요.”“그래, 그럼.”연재준이 담담히 답했다.주영문은 연재준의 얼굴에서 놀라거나 경계하는 표정이 안 보이자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했다.그는 애먼 개들에게 화풀이를 했다.“멍청한 것들! 당장 안 꺼져? 손님들이 무섭다잖아!”그의 목소리에 조금 전까지도 으르렁거리던 개들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하지만 도망가거나 자리를 뜨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주변을 어슬렁거렸다.주영문은 약속 대로 그들을 거느리고 마을 주변을 돌며 이곳 저곳을 소개헀다.신연우는 유월영과 함께 걷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그날 월영 씨 납치를 시도한 녀석이 저 녀석이에요?”유월영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그 말을 들은 순간 안경 너머로 신연우의 두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마을 도로는 흙탕길에 주변이 온통 초목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짧은 치마를 입고 온 신연아는 벌써 모기에게 다리를 물렸다.그녀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연재준의 팔을 잡아당겼다.“재준 오빠, 다 봤어요? 여기 볼 것도 없는데 그냥 돌아가면 안 돼요?”연재준은 신연아가 무슨 말을 하든 줄곧 무시로 응대했다. 그는 틈만 나면 자신에게 손을 뻗는 그녀의 이런 행위가 무척 불쾌했다.전에는 SK그룹에 대한 예의 때문에 불편해도 몇 번 받아준 건데 지금은 SK에 관련된 사람은 그게 누구든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는 담담한 얼굴로 손을 빼내며 말했다.“신연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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