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천억대 몸값 비서님: Bab 181 - Bab 190

966 Bab

제181화

여 비서는 백미러를 통해 상사의 찌푸린 얼굴을 확인했다.무릎에 놓인 사내의 손에는 하얀색 라이터가 들려 있었다.순백의 라이터는 명품 브랜드도 아닌 아주 평범한 디자인의 구식 라이터였다.특별한 점이 있다면 밑부분에 붉은색 보석으로 포인트를 주었다는 점이었다.사내가 가지고 다니기엔 너무 저가 브랜드였는데 사내는 줄곧 이 라이터만 몸에 꼭 지니고 다녔다.마스크남은 주변에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며 수림으로 질주했다.수림 입구는 무성한 초목으로 뒤덮여 있어 차량 진입이 쉽지 않았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여 비서의 이름은 한세인, 검은색 가죽바지에 단화를 신고 단발머리가 무척이나 어울리는 전형적인 일개미 스타일의 여자였다. 그녀는 마스크남과 함께 손전등을 챙기고 안으로 들어갔다.앞에서 걷던 그녀가 고개를 돌려 사내에게 말했다.“대표님, 저랑 지남이가 갈게요. 대표님은 차에서 기다리고 계세요.”하지만 남자는 그 말을 무시하고 그들을 앞질러서 앞으로 걸어갔다.유월영 미행남이었던 지남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상사를 따라 수림 안으로 들어갔다.수림 속 길은 평탄하지 않아서 손전등으로 비추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그럼에도 남자는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었다. 나뭇가지가 그의 옷깃에 흠집을 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여자인 한세인은 뒤처지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그들의 뒤를 따라 걸었다.사내는 성큼성큼 걸으며 그녀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던 때를 떠올렸다.“나 두고 가버리면 나도 오빠에 대한 마음 포기할 거야.”싸늘한 바람이 불어와서 추억에 잠긴 그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전방을 주시했다.유월영이 그곳에 있을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초목이 우거진 수림 속은 달빛도 통과하지 못해 어둡고 음산하기 그지없었다.유월영은 어둠 속을 더듬으며 앞으로 정처 없이 걸었다.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문제는 추위였다.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챙기지 않아 얇은 니트 한 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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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유월영은 벌떡 일어서서 나뭇가지로 주변을 휘적거렸지만 아무것도 잡히는 게 없었다.바람이 불면서 주변 초목들이 섬뜩한 소리를 내며 춤을 추었다. 어둠 속에서 그것을 지켜보니 마치 사람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오래 보고 있으니 여자의 처참한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봤던 공포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현실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두려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유월영은 나무를 끌어안으며 혹시 높이 올라가면 나갈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하고 고민했다.하지만 가지가 고공에서부터 뻗어 있어서 타고 올라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녀는 나무타기를 시도했지만 얼마 못 가 바닥에 굴러떨어지고 말았다.그녀가 헛짓거리를 하고 있을 때, 멀리서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여기, 여기야!”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저편에서 플래시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이 시간에 사람이?’유월영은 기쁜 마음에 도움을 요청하러 가야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이 밤중에 사람이 깊은 수림에는 무슨 일이지?그녀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몸을 숨겼다. 그녀의 작은 움직임을 들은 건지, 그쪽에서 플래시를 이쪽으로 비추었다.“거기 누구야?”유월영은 불빛에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머리 위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응? 여기 여자가 있는데?”유월영이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 두 남자가 가까이 다가왔다.키 작고 몸집이 비대한 남자가 유월영을 깐깐히 훑어보더니 말했다.“진짜 여자네? 밤 중에 여기서 길을 잃었나 봐.”유월영은 온몸에 흙을 묻히고 있는 그들의 차림새를 자세히 살폈다. 설마 이 밤중에 땅이라도 팠나?그녀의 머릿속에는 온갖 살인현장의 장면들이 떠오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만약 추측이 사실이라면 이들의 손에서 살아나갈 가능성은 희박했다.“젠장. 꽤 예쁘잖아?”키 작은 사내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관찰하자 옆에 있던 사내가 욕설을 퍼부었다.“또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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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그 순간 들려온 또 다른 사내의 목소리에 달리던 사내가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었다.유월영은 달리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분명 주변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유월영!”또 다시 들려온 목소리, 그녀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걸음을 멈춘 유월영은 차량 두 대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차에서 강렬한 불빛이 뿜어져 나와 그녀를 감쌌다.연재준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수림으로 들어오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었다. 누군가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지 않는다면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수림으로 통하는 도로를 발견한 그는 곧장 차를 끌고 유월영과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두 사내는 누군가가 온 것을 보고 서로 눈치를 주고받고는 어둠으로 사라졌다.유월영은 그제야 자신이 도심으로 향하는 길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차에서 내린 연재준은 성큼성큼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앞머리가 흩날리며 찰랑거렸고 코트도 바람 따라 날리고 있었다.누군가 와주기를 기대했지만 맨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였다는 사실이 약간 믿기지 않았다.유월영은 멍하니 서서 다가오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두려움 때문에 엉망이 되었던 머릿속이 갑자기 조금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그녀의 앞으로 다가온 연재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찬 기운이 느껴지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을 감싸주었다.“다친데는 없어?”그가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없어요.”다행히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도착해 줘서 다행이었다.연재준은 속을 알 수 없는 담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운이 좋았네.”말을 마친 그는 차가 있는 곳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유월영은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연재준은 그녀를 안아올렸다.유월영은 남자의 청량한 기운이 자신을 감싸자 당황함에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이러실 필요 없어요. 조금만 숨을 고르면 혼자 걸을 수 있어요.”“움직이지 마.”두려움에, 추위에, 배고픔에 기가 다 빨렸던 유월영은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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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마을 주민들이 우르르 달려오며 포위를 좁혀왔다.놀란 하정은이 소리쳤다.“오지 마! 더 다가오면 신고할 거야!”경찰에 신고한다는 말에 마을 주민들의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빨리 저것들 잡아!”놀란 유월영이 품에서 내려오려고 했지만 연재준은 그녀를 꽉 안은 채로 맨 앞에서 달려오는 주민을 발로 걷어찼다.“대표님, 저 좀 내려줘요.”다급한 그녀의 요청에 연재준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널 여기서 못 데리고 나갈 것 같아?”말을 마친 그는 또 다시 달려오는 주민의 공격을 몸을 비틀어 피했다.하지만 압도적인 인원수 앞에 그들도 계속 방어만 할 수는 없었다.유월영은 차 문을 잡으며 그에게 소리쳤다.“빨리 차에 타요!”연재준은 달려오는 주민에게 발길을 날리고 유월영을 안은 채, 뒷좌석 차 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하정은도 운전석에 올랐다.연재준이 뒷좌석에 유월영을 내려놓는 사이 등 뒤에서 몽둥이를 든 마을 주민이 그에게 달려들었다.놀란 유월영이 비명을 질렀다.“대표님!”연재준은 결국 주민이 휘두른 방망이에 어깨를 맞고 신음을 흘렸다. 그의 눈에 순간 살기가 스치더니 몸을 돌려 그 주민에게 발길을 날리고 차에 올랐다.그가 차 문을 닫으려는 순간 주민들이 달려들어 문고리를 잡고 매달렸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공포 영화에 나오는 좀비 무리가 떠올랐다.유월영이 소리쳤다.“빨리 가요!”정신을 차린 하정은은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고 반동에 문에 매달렸던 주민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 틈을 타서 연재준은 차 문을 힘껏 닫았다.그러자 주민들이 미친 사람처럼 차량의 앞을 막아섰다.그들은 아무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그리고 이때 멀리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놀란 주민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형사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지?”연재준은 그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라고 지시를 내렸다.하정은은 그의 지시대로 운전대를 좌측으로 꺾으며 비좁은 틈을 타서 도로를 빠져나갔다.수림에서 그들이 탈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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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그의 적나라한 도발에 유월영은 담담한 어투로 답했다.“저는 의사가 아니에요. 상처를 확인해도 치료해 줄 수 없으니 차라리 의사를 따로 부르세요.”원했던 반응이 아니었기에 연재준은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불빛이 반사되어 차창에 그녀의 초라한 모습이 언뜻언뜻 비쳤다.머리는 이미 산발이 되고 창백하게 질린 얼굴은 3년 전 비오던 밤에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정말 변한 게 하나도 없네.”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그의 속도 모르는 유월영이 덤덤하게 말했다.“소 팀장이 일부러 산속에 저를 버리고 갔어요.”“그래서? 내가 나서서 소 팀장을 처벌하기를 바라나?”연재준은 싸늘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어찌 그런 걸 바라겠어요.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소은혜와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아마 낯선 사람이 그녀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을 사람이었다.유월영은 단지 사실만 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유월영이 물었다.“이번 일 혹시 대표님이랑 소 팀장이 짜고 일부러 저를 위험에 빠뜨린 건 아니죠?”합리적인 의심이었다.연재준이 정확히 그녀가 유기된 위치를 알고 찾아온 것도 아마 소은혜가 그에게 사실을 말했을 가능성이 컸다.연재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지금 뭐라고 했어?”유월영은 잠깐 스치는 생각이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하고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가 굳이 이런 수고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연재준이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왜? 내가 소 팀장 시켜서 널 일부러 산속에 유기하고 짠하고 나타나서 영웅행세를 한 것 같아?”소은혜의 의도는 그게 맞지만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만약 소은혜가 먼저 그에게 상의했더라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내가 뭐 때문에 시간과 공을 들여서 이딴 일을 설계했다고 생각해? 너한테 고맙다는 인사 한번 받으려고? 유월영, 네가 뭔데? 내가 네 감동을 바라고 이런 황당한 짓을 꾸몄다고 생각해?”유월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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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바깥으로 쏠린 가운데 소은혜가 머뭇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를 본 순간 유월영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소은혜는 유월영에게 다가가 진솔한 표정으로 사과했다.“월영 씨, 미안해요. 오늘 내가 장난이 지나쳤던 거 같아요. 대표님한테 이미 한소리 들었어요. 그래도 월영 씨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유월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에게 되물었다.“무사해서 다행이라고 했나요?”무사했던 게 아니라 사고가 생기기 전에 연재준이 나타나 주었기에 안전하게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유월영이 마을 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해서 단순히 장난으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었다.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은혜가 갑자기 자신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그녀의 돌발 행동에 유월영도 놀라서 연재준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태연한 얼굴로 소은혜를 바라보고 있었다.소은혜의 얼굴은 금세 빨갛게 부어 올랐다.“정말 미안해요, 월영 씨. 내가 가끔 경솔한 행동을 할 때가 있어요. 내가 어떻게 해야 용서해 주실 건가요?”“사과는 받을게요. 하지만 용서는 별개의 문제예요.”유월영이 말했다.“변호사한테 자문을 구했고 이 일을 가볍게 넘길 생각도 없어요. 난 소은혜 씨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생각이에요.”당사자가 아닌 이상 아무도 유월영의 처사가 과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소은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잘못을 인정할게요. 그리고 사적으로 합의를 봤으면 해요. 손해배상을 원한다면 액수만 말해줘요.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할게요. 바쁜 사람들끼리 법적 싸움으로 시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해요. 월영 씨는 어떻게 생각하나요?”유월영도 질질 끌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합의서 써주는 조건으로 천만 원에 끝내요.”소은혜는 흔쾌히 동의했다.“알겠어요.”“이 일은 SK상부에 전달할 거예요. 앞으로 난 소은혜 씨와 더 이상 같이 일할 수 없으니 회사의 결정에 맡겨야죠. 이제 얘기 끝났으니 이만 나가보세요.”소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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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그 말에 서지욱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마침 엘리베이터가 아래층에 도착하여 문이 열렸다.서지욱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그런데 1층은 왜 오자고 한 거야?”연재준은 엘리베이터를 나서며 담담히 대꾸했다.“카운터에 뭐 좀 가지러 가는 길이야.”서지욱은 곧 돌아올 줄 알고 엘리베이터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돌아온 연재준의 손에는 의약품 박스가 들려 있었다.“너 다쳤어?”연재준은 말없이 17층 버튼을 꾹 눌렀다. 서지욱이 웃으며 물었다.“유 비서가 다친 거야? 그래서 상처 소독해 주려고?”연재준은 대답하기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서지욱이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유 비서 방에는 신연우 씨가 있잖아. 아마 네가 가면 안 반겨줄 것 같은데?”“그러니까 네가 걔 좀 다른데로 유인해 봐.”서지욱은 황당함에 할 말을 잃었다.17층에 도착하자 서지욱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충고했다.“사람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으면 네 태도부터 바꿔야 해.”연재준이 담담히 대꾸했다.“난 너처럼 한 여자랑 일편단심 평생 함께할 인내심이 없어.”서지욱은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그러고 보면 연재준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처음에는 백유진에게 진심인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연재준은 백유진을 총애하지만 뭔가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오히려 총애라면 과거 유월영을 데려왔을 때 더 애정을 쏟았던 것 같았다.유월영이 밥 한 그릇을 다 비운 뒤에야 신연우는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소은혜 씨한테 형사책임을 묻고 싶으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아무리 그래도 SK의 경영사업팀 팀장이에요.”이 일이 밖에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는 얘기였다.신연우는 그녀에게 티슈를 챙겨주며 말했다.“그건 월영 씨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에요. 나도 그런 걸 따지고 싶지 않고요.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한 거죠.”유월영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이미 사과도 받았고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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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연재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는 소독약을 솜에 묻혀 손바닥에 발라주었다.알싸한 느낌에 유월영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연재준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보고는 연고를 발라주었다.아까 나무를 타다가 떨어지면서 생긴 상처였다.심하지 않은 찰과상이라 그녀 본인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건 또 언제 본 걸까?신연우도 방에 오래 머물렀지만 전혀 그녀가 다친 것을 모르고 있었다.“다쳤으면 밴드라도 붙였어야지.”“심각하지도 않고 그냥 둬도 나을 상처예요.”연재준은 연고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싸늘하게 대꾸했다.“그러다 파상풍 걸려서 죽을 때가 되어서야 후회하겠지.”저주에 가까운 말에 유월영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한쪽 손을 마무리한 그는 다시 손을 내밀었다. 유월영은 소독약을 솜에 묻히며 담담히 말했다.“이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연재준도 덤덤히 손을 닦으며 말했다.“얌전히 구조를 기다렸으면 얼마나 좋아.”“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그러니까 친구가 없는 거야.”고까운 소리에 유월영이 인상을 찌푸렸다.“굳이 누구한테 기대지 않아도 되니까요.”그 말에 연재준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유월영은 약을 바르는데 집중하느라 그 표정을 보지 못했다.상처 소독을 마친 그녀는 바로 축객령을 내렸다.“신경 써 주셔서 감사했어요. 이제 괜찮으니 이만 돌아가 보세요.”연재준이 셔츠 단추를 풀며 말했다.“넌 치료 끝났는데 난 아직 안 끝났어.”그녀는 싸늘한 얼굴로 거절했다.“아까 차 안에서 병원에 가자고 했을 때 거절한 건 대표님이세요. 이제 와서 이런 일을 저한테 시키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차라리 서 대표님이나 신 교수님한테 가서 도와달라고 하세요.”연재준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내가 서지욱이나 신 교수 구하다가 다쳤어?”“정확히 말하면 저 때문에 다쳤다고 할 수는 없죠.”유월영이 싸늘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저를 겨냥하고 몽둥이 휘두른 것도 아니고 대표님이 제때 피하지 못해서 맞은 거잖아요. 제가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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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유월영은 긴 한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사건이 있은지 고작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고 기억에 문제가 생겼을 리는 없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바로 그는 그녀를 SK에 넘기는 조건으로 이번 사업의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 이제 와서 왜 아니라고 하는 걸까?‘아니야! 끌려 다니지 말자.’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의약품 상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간단한 정리를 마친 뒤, 그녀는 이 비서가 챙겨준 가습기에 물을 채워 넣은 뒤, 침대에 누었다.소은혜의 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2천만 원이나 되는 돈을 흔쾌히 내놓은 걸 봐서 그는 주변의 모든 여자들에게 친절하다고 생각했다.유독 자신만 그의 옆에서 온갖 이용만 당했다고 생각하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유월영은 시간을 확인하고 큰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평소라면 이 시간에 전화를 받았을 언니인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받자마자 끊어버렸다.유월영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 시각, 신주병원.조용했던 병실에 바이탈 기계의 급박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소식을 들은 의료진들이 병실로 달려왔다.이영화의 상태를 확인한 진 박사가 다급히 전기 충격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간호사가 무거운 기기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비켜주세요!”유은영은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옆으로 비켜섰다.간호사는 전기 충격기에 전원을 연결하고 의사가 그것을 받아들고 이영화의 가슴 부위에 충격을 가했다.이영화의 야윈 몸이 위로 갑자기 솟구쳤다가 다시 원래대로 주저앉기를 반복했지만 바이탈 기계의 수치는 올라갈 줄을 몰랐다.“다시!”의사가 다급히 소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이영화의 몸이 다시 허공으로 솟구쳤고 그때에야 비로소 바이탈 기계에 파장이 돌아왔다.의료진도 안도의 숨을 내쉬며 땀을 닦았다.진 박사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유은영에게 다가가서 말했다.“지금은 고비를 넘겼지만 수술을 더 이상 지체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인공심장 이식에 대해 고민은 해보셨나요?”유은영은 정신 없이 고개만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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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아로마오일을 함유한 가습기가 돌아가고 있어서 방 안에서는 상쾌한 라벤더향이 풍겼다.여자는 이미 침대에 잠들어 있었는데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는 모습도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현시우는 침대로 다가가서 그녀의 얼굴을 가린 이불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그는 마치 이 방의 주인인 것처럼 모든 게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했다.그는 이불을 걷고 그녀의 몸에 상처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리고 대왕 밴드가 붙여진 그녀의 손바닥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한참이 지난 뒤, 그는 손을 내려놓고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월영아.”현시우는 그녀의 방에서 오래 머무르지는 않고 10분 정도 더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엘리베이터를 탈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연재준과 현시우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다음 날, 유월영은 간만에 상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다.가습기 전원을 끈 그녀는 나중에 이 비서한테 어디서 샀는지 알아봐야겠고 생각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벌써 열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계좌에는 어제 연재준이 약속했던 2천만 원이 입금되어 있었다.소은혜에게 처벌 대신 돈을 요구했던 건 달리 처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가장 실질적인 배상을 요구한 건데 연재준은 그것에 돈을 더 얹어서 소은혜 대신 지불했다.물론 그가 원해서 한 일이니 굳이 따질 생각은 없었다.신연우에게서 아침 아홉 시쯤에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소은혜 팀장은 몸이 안 좋다고 먼저 돌아갔어요. 회사 측에서 아마 소 팀장의 작업을 대신할 사람을 올려 보낼 것 같아요.]문자를 확인한 그녀는 그냥 알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굳이 이 일을 크게 벌려봐야 그녀에게 득이 돌 것도 없었다.서지욱은 그녀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지만 유월영은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해서 신연우에게 문자를 보냈다.[지금 어디예요?][강북로 기지에 있어요. 이쪽으로 오려고요?][지금 가면 점심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겠네요. 일도 안 하고 밥을 얻어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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