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 Chapter 161 - Chapter 170

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161 - Chapter 170

966 Chapters

제161화

연재준은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몸을 옆으로 비틀어 유월영의 손길을 피했다.유월영은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연재준은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잡아채고 벽에 밀쳤다.두 손을 그에게 제압당한 유월영이 거친 숨을 몰아 쉬며 협박하듯이 말했다.“당장 내 방에서 나가요! 그러지 않으면….”“그러지 않으면?”이미 취기에 이성이 약간 나가버린 연재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여기서 진짜 뭘 한다고 해도 넌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어.”유월영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신현우가 너희한테 뭘 약속했는지 맞춰볼까? 신연우 연구팀이 프로젝트에 가담하면서 SK는 이 사업에서 주도권을 챙겼어. 그리고 그 대가로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 너를 SK에 취직시켜 준다고 했겠지. 내 말이 틀려?”“그건 생각해 봤어? 지금이라도 내 말 한 마디면 SK는 이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걸? 다 된 밥을 빼앗기게 생겼는데 SK가 널 받아줄 것 같아? 그러면 넌 또 직장 잃은 백수가 되겠지.”공공연한 협박이었다.“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요?”유월영이 헛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협박인가요? 내가 대표님의 잠자리 요구를 거부하면 SK를 이 사업에서 물러나게 하겠다고요?”연재준은 잔뜩 실망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넌 꼭 나를 그렇게 치졸한 인간으로 말해야겠어?”유월영은 웃음을 터뜨렸다.“대표님이 치졸한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요!”연재준도 지지 않고 반박했다.“솔직히 치졸한 거로 치면 신 교수가 나보다 더할걸?”“여기서 신 교수님이 왜 나와요! 당신이 더러운 생각이 가득하니까 다른 사람도 더럽게 보이는 거죠!”“넌 신 교수를 그렇게 믿어? 걔 약혼녀가 있으면서 너랑 만나고 있는 거야. 처음부터 널 가지고 놀 생각이었다고. 이래도 그 놈 편만 들 거야?”연재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걔는 처음부터 네 몸뚱아리 노리고 접근했어. 신연우가 그렇게 좋은 사람 같았어?”“나와 신 교수 사이를 함부로 평가하지 마세요. 해운의 대표라는 사람이
Read more

제162화

짝!어두운 방안에서 아찔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연재준은 살면서 여자에게 귀뺨을 맞은 것이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리고 두 번 다 유월영에게 맞았다.처음에 그녀가 귀뺨을 때렸을 때는 그가 그녀를 두고 쓰다 버린 도구라고 말했을 때였다.그리고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 힘이 많이 들어갔다.유월영은 소파에 누워 씩씩거리며 어둠 속에서 그를 노려보았다.광선이 어두워서 그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차가운 기운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그들은 마치 폭발 직전의 야수처럼 아무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이때, 밖에서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카드로 문을 열었다.유월영은 급기야 연재준을 밀쳐내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옷깃을 여몄다.이 방은 그녀가 혼자 쓰는 방이었다.전등이 켜지고 광선이 쏟아지면서 유월영은 본능적으로 눈을 찌푸리며 문밖을 바라보았다.호텔 직원 두 명이 문 앞에 서 있었다.직원은 두 사람을 보고 당황한 표정으로 급기야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방에 두 분이 계신 줄은 몰랐어요! 조… 조금 전에 1702호 방 문이 안 열린다는 신고를 받고 알아보려 온 참이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두 분 볼 일 보세요!”유월영은 직원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여기 나 혼자 쓰는 방인데 누가 신고를 했다는 거예요?”“그게… 전화 거신 분은 남성분이었는데 1702방에 투숙하신다고 했어요. 성이 유씨라고 했는데….”직원이 더듬더듬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사이, 연재준은 일어나서 옷매무시를 정돈했다.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유월영을 빤히 바라보다가 말없이 직원을 지나쳐 밖으로 나가버렸다.그가 방을 나가자마자 모퉁이에서 누군가 핸드폰으로 떠나는 그의 모습을 사진 찍어 어딘가로 전송했다.[방해 작업 성공입니다.]갑작스러운 전화 신고는 누군가의 짖꿎은 장난으로 결론이 났다. 유월영 본인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다고 했고 직원은 거듭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에 문을 닫고 나갔다.유월영은 누군지는 모르나 신고자에
Read more

제163화

그나마 분풀이라도 하니 솟구치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느 정도는 갈무리할 수 있었다.그녀는 긴 한숨을 쉬며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조급해 하지 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자. 할 수 있어.그녀는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했다.연재준은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에 서지욱이 서 있었다.서지욱은 친구의 얼굴이 뻘겋게 부은 것을 보고 층수를 확인하고는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유 비서 찾아왔었어?”해운에서 사직한지 몇 달이나 지났는데도 서지욱은 여전히 습관처럼 유 비서라고 불렀다.3년이나 불렀던 호칭이었기에 바꾸려니 쉽지 않았다.연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서지욱이 다 안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둘이 또 싸웠어? 얼굴은 유 비서한테 맞은 거야?”연재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자기가 뭐 대단한 놈 만난 줄 알고 아주 기고만장하더라고.”서지욱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준아, 너 요즘 부쩍….”“내가 뭐?”“유 지서가 신연우랑 가깝게 지낸 뒤로 네가 요즘 부쩍 유 비서한테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서 말이야.”연재준은 시큰둥한 얼굴로 답했다.“거슬려서 그래. 거슬려서.”서재욱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연재준은 그런 친구를 불쾌한 눈으로 쳐다보았다.‘자기가 여자 하나에 목 매다니까 나도 그런 줄 아나 보네.’그는 유월영을 굳이 정의하자면 그녀가 자신에게 많은 걸 빚졌고 자신은 지금 빚 독촉을 하는 중이라고 단정지었다.“정말 거슬려.”서재욱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누구? 신연우? 함부로 걔 건들지 마. 걔 별로 대단한 것 같지 않아도 SK회장이 애지중지하는 막내아들이라고.”연재준은 피식 비웃음을 머금었다.다음 날 아침, 신연우는 신주 실험실에 문제가 생겨 돌아가야 할 일이 생겼다.하지만 오늘은 고찰이 시작되는 첫날이고 기술팀은 남아서 데이터를 수집해야 했기에 유월영은 여기 계속 남아 있어야 할 상황이었다.유월영은 처음
Read more

제164화

지배인이 난감한 기색으로 말했다.“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그 층에 다른 손님들도 있고 다른 분들이 사생활 침해라고 문제 삼을 수도 있는 부분이라서요. 상부에 한번 요청은 드려보겠습니다.”“그건 지배인님이 알아서 하세요. 다만 제가 언제든 이 일을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는 것만 명심해요. 어쨌든 저는 스토킹으로 피해를 입었으니까요. 형사들이 수사에 착수하면 당연히 CCTV를 조사하려 하겠죠?”지배인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실질적으로 피해를 본 건 없잖아요. 그리고 미행도 고객님 추측일 뿐이지 증거도 없고요. 경찰에 신고해도 사건 접수가 힘들 수 있어요.”“그래요? 하지만 어제 그 시간에 19층에 투숙 중이신 연 대표님이 17층에 오셨다가 스토커로 오해 받고 하마터면 피해를 당할 뻔했는데 이래도 상관 없나요?”연재준 이름이 나오자 지배인의 표정이 바뀌더니 고개를 돌려 직원에게 눈짓했다.직원이 다가와서 그의 귓가에 대고 뭐라 하자, 지배인은 유월영에게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간 지배인은 노현재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재준이까지 거기 엮였단 말이지?”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급하게 연락을 드린 거지요. 영상을 보여줘야 할까요?”“그 여자 이름이 뭐야?”“유씨 성을 가진 손님이라고 들었는데 지금이라도 가서 성함을 물어볼까요?”곧이어 남자의 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유씨? 유월영? 그 여자였네.”지배인은 갑자기 미묘하게 바뀐 그의 말투에 고개를 갸웃했다.“그 여자라면 보여줘도 돼.”“알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노현재는 기분 좋게 노천 수영장에 뛰어들어 신나게 수영을 즐겼다.한편, 로비로 돌아간 지배인은 유월영에게 소식을 전했다.“저희 대표님께 여쭤봤는데 손님의 요구는 무조건 들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저랑 함께 보안실로 가시죠.”유월영은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지배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Read more

제165화

노현재가 대답했다.“아직.”“그럼 그 인터넷전화 위치는 추적해 봤어?”“그건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다는 얘기에 연재준이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CCTV 영상 쳐다보고 있을 시간에 조사를 했으면 벌써 끝났겠다.”수화기 너머로 노현재의 억울한 고함소리가 들려왔지만 연재준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유월영은 화장실로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다.“언니, 무슨 일이야?”“월영아, 지금 시간 괜찮아?”그래도 큰언니의 목소리가 편안해 보여서 그녀는 한시름을 놓았다.“시간 괜찮아. 무슨 일이야?”“엄마가 너 줄 목도리 다 완성하셨어. 모자도 만들어 주신다고 굳이 지금 너한테 좋아하는 색상 물어보라느니 거야.”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엄마는 옆에 계시지?”“응. 엄마 바꿔줄게. 둘이 얘기해. 우리 엄마 요즘 따라 성격이 급해지셨어. 저녁 때 물어본다니까 굳이 지금 물어보라잖아.”큰언니는 투덜거리며 엄마를 바꿔주었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인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시간이 얼마 남았는지도 모르는데 컨디션 괜찮을 때 뭐라도 더 해주고 싶어서 그러지.”유월영은 그 말을 듣고 있자니 가슴이 쓰렸다.“엄마.”이영화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월영아.”“엄마, 얘기해. 듣고 있어.”“목도리 완성했어. 모자도 떠주고 싶은데 넌 어떤 색상이 좋아?”“다 좋아. 목도리랑 같은 색상이면 돼.”유월영이 말했다.“엄마, 앞으로 시간은 많아. 급할 거 없어. 뜨개질한다고 밤 새고 그러면 안 돼.”“아니야. 오후에 좀 하고 지금은 쉬고 있어. 모자 하나 뜨는 건 빨라.”이영화가 말했다.“이웃집 혜민이 아빠가 올해 메밀 수확이 괜찮다고 메밀가루를 보내왔더라고. 그거로 나중에 냉면 만들어서 먹자.”여름에 먹는 냉면을 겨울에 얘기하시는 걸 보면 엄마는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유월영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냉면탕은 좀 달게 해줘. 나 신맛보다는
Read more

제166화

연재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지욱이 여기 특색 메뉴랍시고 매운 것만 시켰던데 그 상태로 매운 게 입에 들어가겠어?”유월영은 뭔 상관이냐는 듯이 눈을 매섭게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다.연재준은 그러거나 말거나 카운터로 전화를 걸었다.“10분 줄 테니까 간이 약하고 담백한 음식 8번 방으로 좀 올려줘.”유월영은 그를 빤히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갑작스러운 관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참 기분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어제 그렇게 다투고 이제 와서 아파한다고 음식을 챙겨주는 꼴이라니.연재준은 싸늘하게 그녀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그렇게 놀랄 거 없어. 먹으면서 내 질문에나 대답해.”‘목적이 있었구나.’유월영은 어차피 피할 수도 없는 거 도망가기를 포기하고 자리에 앉았다.연재준은 메뉴가 올라오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유산은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지겨운 질문에 유월영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안 믿는다면서요?”“내 질문에만 대답해.”강압적인 태도에 유월영은 고개를 들고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애매모호한 말투로 말했다.“납치당했어요.”연재준이 인상을 확 구겼다.“뭐라고?”“납치범들이 돈을 요구하길래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어요. 대표님은 제 전화를 끊어버렸고요. 그래서 화가 난 녀석들이 저를 차들이 오가는 길바닥에 떠밀었어요. 그래서 사고를 당했고요.”잠자코 듣고 있던 연재준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그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 없어. 난 네 전화 끊은 적이 없거든.”유월영은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대표님한테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잖아요.”“전화를 끊은 적 없으니까 하는 소리야.”연재준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유월영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가시 돋친 말에 연재준이 똥 씹은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유월영, 지금 나 놀리는 거지?”그는 그녀의 말을 믿지
Read more

제167화

오후 일정이 시작되었다.유월영이 패드로 데이터를 정리하는데 소은혜가 뒤에서 다가오더니 그녀에게 말했다.“여기 수치가 좀 틀린 것 같아요.”유월영은 그 말을 진짜로 믿고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그래요? 어디가 문제 있어요?”소은혜는 그 기회를 틈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어제 연 대표님 귀뺨 친 거 월영 씨가 했죠?”유월영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소은혜는 더 소리를 낮춰서 말했다.“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분에게 그런 짓을 한 거예요?”유월영은 그쪽이 먼저 술 마시고 진상을 부렸다고 쏘아주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소은혜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주제를 알아야지.”유월영은 고개를 들고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하룻밤이 지나서 그런지 얼굴의 붓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검은색 정장에 늠름한 풍채를 풍기는 모습과 어젯밤 술 마시고 진상을 부리던 모습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시선을 느낀 연재준이 고개를 돌리자 유월영은 급히 시선을 패드로 돌렸다.방대한 사업이었기에 각자 맡은 바 업무가 막중했다.유월영은 검측과 데이터 기록을 맡고 처음 프로젝트를 가동할 때 정부의 핵심 인력인 설 의원을 만났다.그 외에는 전문가의 영역이었기에 그녀는 더 이상 연재준의 일정에 동행하지 않았다.밤이 되어 호텔로 돌아온 유월영은 데이터를 정리해서 연구팀 단톡방에 전송했다.신연우에게서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문자가 왔고 유월영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실험실 상황을 물었다.“화재 때문에 대량의 데이터가 유실되었어요. 지금은 복구 중이고요.”유월영은 이번 일의 주모자인 연재준을 생각하면 짜증이 치밀었다.신연우가 물었다.“연 대표가 곤란하게 하지는 않았죠?”유월영은 전에 연재준이 했던 말이 떠올라 솔직하게 물어보기로 하고 입을 열었다.“신 교수님, 혹시 약혼했어요?”만약 연재준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이 지나치게 가깝게 지내는 건 자제하는 게 좋았다.신연우는 한참을 답이 없다가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물었다.“약혼이요?
Read more

제168화

유월영은 다급히 해명했다.“오해하지 마세요. 그런 뜻이 아니라….”“안 들을래요.”신연우가 억지를 부렸다.“어쨌든 월영 씨가 날 조금은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할래요. 다른 일 없으면 실험실 일 처리하고 영안에 내려가서 다시 얘기해요.”억지스러운 그의 발언에 유월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시간도 늦었으니 어서 쉬어요. 이만 끊을게요.”그 말을 끝으로 신연우는 정말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는 베란다로 가서 화분에 물을 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갑자기 며칠 전 강의실에서 남학생들이 싸우던 대화가 떠올랐다.“주영아, 너 어떻게 친구 여자친구를 빼앗을 수 있어?”신연우는 쓴웃음을 지었다.‘너 계속 질질 끌면 정말 내가 빼앗을지도 몰라.’다음 날 아침, 유월영은 신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신연우의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젯밤 일 때문에 따지려고 아침부터 전화한 거예요?”유월영이 말이 없자 신연우가 속상한 듯이 말했다.“정말 그런 거라면 나 너무 서운한데요?”유월영은 다급히 말했다.“그게 아니에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다른 일 때문에….”‘그런데 내가 왜 이걸 설명하고 있지?’수화기 너머로 신연우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러니까 조금은 나를 신경 쓴다는 거죠?”연애 경험이 없는 유월영은 그제야 자신이 그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겉으로는 진중해 보이는 신연우는 사실 상 이런 쪽으로는 고수가 따로 없었다.유월영은 대놓고 화제를 돌렸다.“급한 일이에요.”신연우도 장난을 멈추고 진지 모드로 돌아왔다.“알았어요. 무슨 일인데요?”“어제 일하다가 직원들이 의논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설 의원님이 신주시로 가신대요.”“알았어요.”“신 대표님한테 얘기해서 설 의원님 한번 만나보라고 하세요.”“그게 다예요?”두 사람은 이 일로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화를 끊기 전, 신연우가 말했다.“이 일이 성공하면 형한테 부탁해서 월영 씨한테 제대로 감사를 표하라고 할게요.”유월영은 기분
Read more

제169화

상대는 얼굴이 검게 그을린 사내였다.유월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괜찮…아요?”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같았다.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괜찮으세요?”“저는 괜찮아요. 어디 다친데 없어요?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정신을 차린 유월영이 인부에게 물었다.철근이 무너지며 그는 어깨를 다쳤기에 그는 곧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구급차로 향했다.사람들이 달려와서 유월영의 안부를 물었다.연재준은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철근이 무너진 순간 뛰어가려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손이 닿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그때 보트 공장에서 있었던 사고가 떠올랐다.그때 그는 유월영이 그를 구해주려고 뛰어오는 모습을 보면서도 백유진에게 달려갔다.그때는 딱히 문제삼지 않았는데 지금 방관자의 입장에서 보니 그녀는 그 사고에서 충분히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구하려다가 다친 것이었다.오늘도 그녀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는데도 먼저 소은혜를 위기의 현장에서 밀어냈다.이번에는 인부가 달려들어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때 당시 유월영은 다리 부상 때문에 한 달을 바깥 출입을 하지 못했다.연재준은 무언가 불편한 감정이 치솟았지만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멍청하긴. 다른 사람을 구하다가 자기가 죽을 수도 있었는데.’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소은혜에게 다가갔다. 소은혜는 하이힐 때문에 발목이 삐어서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연재준은 다가가서 소은혜를 안아올렸다.고개를 돌린 유월영은 소은혜를 안고 현장을 떠나는 연재준의 모습을 발견했다.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연 대표님이 소 팀장한테 유난히 신경 써주는 것 같지 않아요?”“처음부터 그랬어요. 다친 사람이 소 팀장님 말고도 더 있는데 소 팀장님만 챙기는 것 좀 봐요.”이번 사고로 오늘 일정은 하루 연기되었다.유월영은 돌아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빨리 데이터 기록을 마치면 신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
Read more

제170화

유월영은 카메라를 켜고 안에 있는 사진첩을 확인했다. 수백 장의 사진 속에 전부 그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리고 뒤로가기를 했더니 보트 공장을 방문했을 때 사진도 찍혀 있었다.유월영은 그제야 왜 카메라가 눈에 익었는지 알아채고 남자에게 말했다.“몇 달 전에 선박 공장에서 나한테 카메라를 빌려준 사람도 너지?”처음 백유진이 그녀에게 선박 추락 사고를 뒤집어씌웠던 때였다.사건이 마무리된 후 그녀는 카메라를 공장장에게 맡겨서 원주인에게 돌려주도록 했다. 나중에 연락해 봤더니 이미 카메라는 원주인에게 돌아갔다고 하여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그런데 그는 블로거로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던 게 아니라 일찍 전부터 그녀를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유월영이 카메라를 흔들며 그에게 물었다.“너 대체 누구야?”남자는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감싸며 대답을 아꼈다.“오늘 공사 현장에서 날 구해준 사람도 너지? 나 그 눈매 기억해. 대체 누구 사주를 받고 날 미행하고 다니는 거야?”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은 한 명뿐이었다.그녀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시우 오빠? 현시우?”그 말에 남자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 반응으로부터 유월영은 자신의 추측이 정확했다는 것을 직감했다.입안이 쓰고 착잡한 감정이 목구멍을 통해 일렁였다.“그날 커피숍 입구에서 비슷한 사람을 봤었어. 귀국한 거야? 돌아왔으면서 왜 바로 나를 찾아오지 않았대?”유월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서운한 감정을 쏟아냈다.“만나러 오지 않을 거면 왜 사람을 시켜서 날 미행하게 한 거야?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대?”“보러 오지도 않을 거면서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왜 궁금하대?”울분을 참지 못한 그녀는 카메라를 힘껏 밖으로 던졌다.남자가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유월영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현시우 그 사람한테 가서 배상해 달라고 해.”그 말을 끝으로 유월영은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남자는 바닥에 추락하여 산산조각이 난 카메라
Read more
PREV
1
...
1516171819
...
9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