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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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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백유진은 반가운 표정으로 달려와서 그를 맞아주었다.“대표님, 오셨으면 안으로 들어오시지 그러셨어요.”잠옷차림에 패딩만 걸치고 달려 나온 것을 봐서 갑자기 방문한 연재준이 정말 반가운 모양이었다.연재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타.”백유진은 곧장 조수석으로 올라타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대표님.”연재준은 차를 운전해서 아파트 주변을 빙빙 돌았다.백유진은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살짝 긴장한 얼굴로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연재준이 속을 알 수 없는 담담한 어투로 물었다.“유월영 친구 사진을 인터넷에 뿌린 게 너야? 그리고 인터넷에 유월영을 공격하는 게시물들 그거 네가 올린 거야?”백유진은 듣자마자 바로 부인했다.“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인터넷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넌 정말 몰라?”“대표님….”연재준은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단서가 없이는 너한테 찾아와서 이런 말을 묻지도 않았을 거야.”유월영에게서 들었던 것과 비슷한 말이었다.백유진은 다소 긴장한 듯, 옷깃을 여몄다.‘세월이 참 무섭구나. 이미 남남으로 갈라졌는데도 이리 그 여자에게 신경을 쓰시다니.’그녀가 정신을 판 사이, 차는 아파트 입구로 돌아왔다.연재준이 말했다.“내려.”백유진은 그제야 연재준이 자신에게 변명할 기회를 줬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다짜고짜 아니라고만 했으니 아마 그는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리고 백유진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연재준의 옷깃을 잡으며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제 얼굴을 잘 봐주세요.”화장기 없이 하얀 얼굴에는 옅은 상처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대표님이 소개해 주신 유명 피부과 의사도 이 정도가 최선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가해자인 조서희 씨는 저한테 사과 한마디 없었죠. 그리고 제가 하지 않은 일을 저에게 덮어씌웠어요. 그날 울면서 집에 가니까 엄마가 보고 어쩐 일이냐고 물었고 저도 어쩔 수 없이 대략적인 얘기를 해드렸어요. 엄마도 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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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소리를 들은 유월영이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어둠 속에서 유유히 사라지는 차량의 후미밖에 보이지 않았다.신연우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발목을 살피며 물었다.“다친 건 아니죠?”그녀가 걱정이 되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온 신연우였다.그러다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유월영을 만났는데 계단에서 비틀거리는 그녀를 보고 다가와서 부축해 줬던 것이다.“괜찮아요. 하이힐을 신은 것도 아닌데요 뭘.”“친구는 좀 어때요?”“회사에서는 자진 사퇴하라는 압력이 내려왔어요. 경찰이나 변호사 쪽도 별다른 해결방법이 없다고 하네요. 서희는 그냥 포기하기로 했어요.”신연우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조사를 포기한다고요?”유월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범인을 알고 있지만 누군가가 떡 버티고 지켜주고 있으니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뿐이었다.신연우가 물었다.“억울하지도 않아요?”유월영의 예쁜 눈망울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억울해도 일단은 참아야죠.”언젠가는 이 모든 것을 돌려줄 날이 올 것이다.한편, 연재준은 서덕궁으로 돌아갔다. 이혁재와 노현재가 어디를 다녀왔냐고 물었지만 그는 말없이 술만 들이켰다.술이 점점 들어갈수록 가슴에 사무치는 분노는 커져만 갔다.이때, 핸드폰으로 낯선 번호에서 문자가 왔다.확인해 보니 두 장의 사진이었다.화질을 보아 몇 년 전에 찍은 것 같은데 사진 속 인물을 알아볼 수는 있었다.백유진과 한 청년이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연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을 노려보았다.인터넷 전화로 보낸 문자였기에 다시 통화를 걸 수도 없었다. 그는 전화번호를 노현재에게 보냈다.“이 번호 위치 추적 좀 부탁해.”노현재는 이유를 묻지도 않고 흔쾌히 동의했다.“알았어.”백유진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잘 들어갔냐는 안부의 말이었다.연재준은 홧김에 그녀를 블랙리스트에 넣어버렸다.한편, 조서희는 다 포기하겠다고 말했지만 끝내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임영웅의 회사로 찾아갔다.그런데 그녀의 회사에서만 나돌던 사진이 어떤 연유에서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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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나한테 사진 보낸 거, 너야?”연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무슨 사진이요?”유월영이 차갑게 되물었다.“사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자친구 관리 좀 잘하셔야겠어요. 애가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그런 일을 하고도 단서가 전혀 안 남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던데요?”연재준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그래서 뭐? 넌 뭐 잘한 게 있다고?”“그래요. 백유진 뒤에는 항상 대표님이 계실 테니 단서 좀 남기면 어때요. 대표님이 알아서 해결해 주실 텐데. 하지만 벌레도 밟으면 꿈틀해요. 제가 비록 가진 건 없지만 내 가족이나 친구를 건드리는 건 못 참아요. 자꾸 저를 화나게 하면 저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표님을 공격할지도 모른다고요.”연재준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괜한 짓 했다가 오히려 다칠까 봐 걱정이군.”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유월영의 협박은 그에게 그냥 앙탈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유월영이 말했다.“대표님이라면 아실 텐데요. 제가 해운을 나온 그 순간부터 저한테 해운의 상업기밀을 사겠다고 접촉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것을요.”연재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그래서? 그걸 팔 용기는 있고?”그녀가 만약 해운에 관한 기밀을 조금이라도 누설한다면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할 자신이 있었다.유월영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지금이야 당연히 못하죠. 저에게도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고 살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대표님이랑 대표님 주변 사람들이 자꾸 제가 아끼는 사람들을 공격해서 그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면 저도 세상을 살아갈 의미가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다 같이 지옥에 떨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이거 대표님이 가르친 거잖아요. 사람을 너무 벼랑 끝까지 내몰다가는 오히려 다치는 수가 있다. 상대가 아무리 괘씸해도 숨쉴 구멍은 남겨줘야 후환이 안 생긴다.”벌써 저녁이라 광선이 어두워서 연재준이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제가 누설한 기밀이 해운을 무너뜨릴 수는 없겠지만 한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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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신주시는 연재준의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재준이 유월영 채용 금지 명령을 내린 뒤로 사람들은 그가 유월영을 적으로 생각한다고 여겨서 그녀에게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연재준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전했다.오늘도 고객사 임원과 같이 미팅을 가졌는데 갑자기 경찰서에서 유월영과 조서희를 봤다는 말을 꺼냈다. 연재준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그녀의 거처로 달려왔던 것이다.차가 이동하는 사이, 그는 노현재에게 문자를 보냈다.[6개월 전에 유월영이 어떻게 유산했는지 좀 알아봐 줘.]한편, 조서희는 잠시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다. 여론이 조금 잠잠해진 뒤에 다시 신주로 돌아와 새 직장을 구할 계획이었다.금요일 아침, 조서희는 짐을 싸서 KTX역으로 향했다. 유월영은 그녀를 바래다주고 해운그룹 본사로 향했다.내일이 영안으로 출장을 가는 날이었다. 그리하여 오늘은 프로젝트를 맡은 모든 인원들이 해운에 모여서 회의를 하기로 했다.유월영과 신연우는 본사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차에 오르자마자 일이 있어서 못 온다는 신연우의 문자를 받았다.유월영은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저는 괜찮으니까 편하게 일 보세요.”“조 교수 보낼 테니까 같이 들어가요.”“아니에요. 딱히 별일은 아닐 거예요. 출장 일정에 대해 의논하자고 부른 거겠죠. 회의 내용 기록해서 따로 메일로 보내드릴게요.”신연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렇게 하자고 했다.유월영은 서류가방을 들고 본사 대문으로 들어갔다. 몇 걸음 걷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대문을 바라보았다.옛 기억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조금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연재준은 아직 도착하기 전이었고 회의실에는 몇몇 직원들만 먼저 나와 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입구에 서지욱의 비서도 보였다. 이번에 서지욱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들었다.허공에서 시선이 마주치자 둘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서지욱의 비서 뒤에는 한 여자가 뒤따르고 있었다.익숙한 얼굴이라 유월영은 흠칫 놀랐다.단정한 오피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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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유월영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떨구고 서류를 펼쳤다.연재준은 인상을 쓰며 손을 내렸다.“소 팀장, 앉지.”말을 마친 그는 무의식적으로 유월영이 있는 쪽을 살폈다.유월영은 연구팀 소속이었고 주로 데이터를 관리했기에 다른 업무는 그녀와 딱히 상관이 없었다.그래서 사업 목표와 방향을 결정하는 이번 회의에서 그녀에게 발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장장 세 시간 진행된 회의는 저녁 다섯 시가 되어 드디어 끝이 났다.유월영이 정리한 회의록을 챙기고 사무실을 나가려는데 연재준의 비서가 그녀에게 다가왔다.“유월영 씨, 대표님께서 잠깐 뵙자고 합니다. 프로젝트 관련해서 같이 의논할 게 있다네요.”유월영이 물었다.“사무실로 바로 가면 되나요?”“대표님은 지금 서 대표님이랑 이야기 중이니 손님 대기실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님 대기실로 향했다.그렇게 30분을 기다렸지만 연재준은 나타나지 않았다.처음에는 두 기업의 오너가 할 얘기가 많아 늦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후, 소은혜가 대표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짜증이 치밀었다.안으로 들어간 소은혜는 두 시간이 넘도록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았다.소은혜가 들어가고 한 시간이 되었을 때, 유월영은 서지욱의 비서에게 문자를 보내 서지욱이 아직 해운에 있는지 물었다.그런데 아이러니한 답장이 왔다. 회의 끝나고 바로 나갔다는 내용이었다.유월영은 비서실 직원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연재준이 그녀를 남기라고 했을 때는 서지욱과 함께 있었는데 간단히 얘기만 끝내고 돌아갔을 수도 있었다.기분이 나쁜 건 사람을 기다리게 해놓고 불러주지 않은 연재준의 처사였다.분명 할 말이 있다고 불러놓고 소은혜와 사무실에서 단둘이 두 시간이나 얘기를 나누다니!그날 선박에서 있었던 일과 아까 대놓고 그에게 추파를 던지던 소은혜의 모습을 생각하면 둘이 안에서 일 얘기를 하는지 다른 일을 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유월영은 저도 모르게 배로 손을 가져갔다. 조금 허기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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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어떤 의미에서 백유진은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둘이 얼굴 붉히며 싸운 것만 해도 여러 번인데 매번 만날 때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온화하게 인사를 건네왔다.물론 그녀가 얼굴만 예쁘고 단순한 사고를 가진 여자였다면 연재준의 옆에 오랜 시간 머무르지도 못했을 것이다.“언니, 여기서 뭐 해요?”분명 유월영이 먼저 말을 걸었는데 그녀는 안으로 들어온 백유진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먹기만 하고 있었다.백유진은 그녀가 왜 이러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퇴근 시간이라 직원들 다 퇴근했을 텐데 언니가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세요?”유월영이 말이 없자 백유진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언니는 직장 구했어요? 어디 출근해요?”왜 여기 있는지 계속 물어보는 걸 보면 그녀가 연재준을 찾아왔을까 봐 많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컵라면을 다 비운 유월영이 드디어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말했다.“넌 연 대표님 만나러 왔지? 어서 들어가 봐. 지금 가면 재미난 구경거리가 아직 진행 중일지도 몰라.”백유진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구경거리요?”유월영은 말없이 생수병을 땄다.백유진은 주먹을 꽉 쥐고 그녀를 노려보다가 결국 불안감을 참지 못하고 편의점을 뛰쳐나갔다.유월영은 이따가 연재준의 사무실에 가서 다른 여자랑 같이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백유진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했다.두 여자 사이에서 골치 아파할 연재준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재미 있었다.아무 이유도 없이 두 시간이나 허비한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였다.어차피 그에게서는 받아낼 것이 많았다.유월영은 쓰레기를 처리한 뒤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편의점을 나갔다.택시를 기다리는 길에 그녀는 신연우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회의 내용을 공유했다.길 건너편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해운 본사를 나오는 연재준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급하게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유월영은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수화기에 대고 신연우에게 말했다.“그럼 내일 아침 공항에서 만나는 거죠?”“월영 씨는 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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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유월영은 고개를 들고 그를 힐끗 바라보고는 입을 다물었다.백유진이 벌써 얘기한 걸까?자초지종을 모르는 신연우가 작게 물었다.“구경거리가 뭐예요?”유월영은 태연하게 대꾸했다.“몰라요, 저도.”“그 말이 사실이어야 할 거야.”연재준은 읽던 신문을 내려놓으며 싸늘하게 말했다.“어제 회의 끝나고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았어?”유월영은 그제야 핸드폰을 꺼내며 짐짓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네? 전화하셨어요? 몇 시에요? 지금 확인해 볼게요.”그녀는 연재준이 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저녁 여덟 시라는 얘기는 이 자리에서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아니나 다를까, 연재준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영문을 모르는 서지욱은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마지막에 도착한 게 아마 소 팀장이었죠?”“저는 직원 여러분께 드릴 밀크티를 사오느라 늦은 거잖아요. 공항 근처에 유명 프랜차이즈점이 들어섰더라고요. 그래서 다 같이 마시려고 줄을 서다 보니 좀 늦었어요.”소은혜는 와인색을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오늘도 그녀는 와인색상의 V라인 드레스를 입고 위에 하얀 코트를 걸치고 나왔다. 유월영과 신연우는 묵묵히 길을 비켜주었다.소은혜는 밀크티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연 대표님은 이런 거 싫어하시니까 대표님 건 안 챙겼어요.”그녀는 일부러 연재준에 대해 잘 안다는 듯한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연재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서지욱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도 단 건 싫어하니까 여직원들이나 많이 마셔요.”비서실 직원은 감사를 표하며 소은혜에게서 밀크티를 받았다.소은혜는 밀크티 하나를 두 손으로 유월영에게 건넸다.“이 집 밀크티 정말 맛있어요. 월영 씨도 드셔보세요.”유월영도 고맙다고 인사하고 밀크티를 받았다. 소은혜는 그 잠깐의 시간에 유월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어보았다.한듯 안 한듯한 옅은 화장을 하고 있었지만 본판이 예뻐서 유월영은 어디를 가든 빛이 났다.탑승수속이 곧 시작될 거라는 안내방송이 울리자 그들은 질서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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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소은혜가 말했다.“어제 백유진 씨를 대표님 사무실로 오게 만든 사람이 월영 씨였죠? 하마터면 저나 대표님이 곤란해질 뻔했어요.”유월영은 담담한 얼굴로 창가 가림막을 내렸다.소은혜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사실 좀 놀랐어요. 소문에 월영 씨는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연 대표님에 대한 소유욕이 그토록 강할 줄은 몰랐네요. 난 그냥 오랜만에 만난 대표님이 반가워서 얘기가 좀 길어진 것뿐인데 그것마저 월영 씨는 마음에 안 들었나 보네요.”과연 둘이 안에서 얘기만 했을까?유월영은 백유진이 갔을 때쯤이면 현장이 거의 정리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그녀는 그 장면을 생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스튜어디스가 다가와서 음료수 주문 여부를 물었다.“레몬에이드 한 병 주세요.”유월영은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스튜어디스가 레몬에이드를 건네자 그녀는 단숨에 마셔버렸다.소은혜가 작은 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유월영 씨는 내가 대표님과 가깝게 지내는 게 별로 마음에 안 드나 봐요. 혹시 질투인가요?”유월영은 안대를 꺼내며 그녀에게 말했다.“죄송한데 제가 너무 졸려서요.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해요.”소은혜가 당황한 사이, 유월영은 안대를 착용하고 좌석 등받이 각도를 조절한 뒤에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대놓고 무시당한 소은혜는 헛웃음만 나왔다.그렇게 많은 말을 걸었는데 머리 묶는 거 가르쳐 준 것 말고는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았다.정말 여러모로 대단한 여자였다.대략 세 시간 뒤, 비행기가 영안 공항에 착륙했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는 이미 공항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유월영과 신연우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차를 향해 걸어갔다.신연우가 핸드폰을 꺼내더니 사진첩을 열고 그녀에게 말했다.“이거 좀 봐볼래요?”그들의 뒤에서 2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걷고 있던 연재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둘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유월영은 가까이 다가가서 신연우가 내민 핸드폰을 바라봤다.풍성하게 잘 자란 허브를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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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해변 도시인 영안은 신주시보다 기온이 찼다. 유월영은 가져온 옷이 너무 얇아서 패딩이나 사려고 밖으로 나왔다.로비로 내려오는데 마침 신연우와 마주쳤다. 그 역시 두터운 옷을 안 가져와서 백화점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웃고는 함께 백화점으로 향했다.유월영은 베이지톤의 패딩을 골랐고 신연우는 같은 디자인의 검은색을 골랐다.유월영은 신연우가 괜히 사준다고 나설까 봐 그가 다른 옷을 보러 온 사이, 패딩을 계산해 버렸다.“월영 씨.”신연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는 목도리 하나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며 말했다.“이거 엄청 따뜻해 보여요.”그가 손수 목도리를 매주자 유월영은 느슨해진 머리를 다시 묶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그들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이때, 연재준과 소은혜가 백화점으로 들어오다가 그 모습을 보았다.소은혜가 웃으며 말했다.“돌아가서 대표님한테 할 얘기가 더 늘었네요. 우리 대표님은 분발 좀 하셔야겠어요. 동생이 저리도 앞서 나가는데 우리 대표님은 여태 솔로이시니.”유월영과 신연우도 고개를 돌렸다가 그들을 발견했다.와인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정장을 입은 남자가 팔짱일 끼며 들어오고 있었다.신연우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여기서 두 분을 뵐 줄은 몰랐네요. 두 분도 쇼핑을 나왔나 봐요?”유월영은 더 이상 연재준과 엮이기 싫었기에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희는 살 거 다 샀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같이 가요. 사실 저희도 다 샀거든요.”그렇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넷은 함께 카운터로 향했다.소은혜는 아까 마트에서 고른 간식과 일용품을 카운터에 내놓았다. 귀찮은 걸 싫어하는 연재준이 여자와 같이 쇼핑을 나오다니, 둘의 관계가 평범해 보이지는 않았다.소은혜는 카운터에 진열된 콘돔을 가리키며 연재준에게 애교를 부렸다.“오빠, 이거도 살까요?”연재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갑작스럽게 바뀐 호칭으로 인해 둘의 사이가 더 이상해 보였다.소은혜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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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대체 넌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연재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여기서 문자 좀 보내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어?”그의 말에는 모순이 있었다.서지욱은 20층을 사용하고 있었고 연재준과 그의 비서 하정은, 그리고 소은혜는 19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17층이었다.17층에는 어쩐 일로 왔을까?신연우나 그녀를 찾아왔다고 하기엔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둘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백화점에서 돌아온 뒤로 술 마시러 나갔던 걸까?유월영이 말했다.“연 대표님, 이거 좀 놓고 얘기해요.”연재준은 신연우가 걸어주었던 목도리를 빤히 바라보았다.이렇게 보고 있자니 최근 둘이 부쩍 붙어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본 것 같았다.바닥을 내려다보니 그녀의 가방에서 내용물이 쏟아져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맨 위에는 그녀의 분홍색 레이스 브래지어도 있었다.그의 시선을 눈치챈 유월영이 이를 갈며 말했다.“이거 좀 놓으시라고요!”연재준은 시선을 다시 그녀의 얼굴로 돌리고 말했다.“나이도 적지 않은데 취향은 여전히 소녀 같네.”유월영은 치미는 분노를 꾹 참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연 대표님 그거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이에요. 자중하세요!”“내가 뭘 했다고 성희롱이야? 난 그냥 네 취향이 괜찮다고 칭찬한 것뿐인데?”그가 비아냥거리듯 말을 이었다.“다른 사람이 하는 건 칭찬이고 내가 하면 성희롱이야?”유월영이 바둥거리자 그는 손에 힘을 꽉 주며 계속해서 말했다.“신연우랑 둘이 백화점에 가서 커플 패딩을 맞추더니 속옷까지 세트로 맞췄어?”그러고 신연우의 방에서 세 시간을 같이 보낸 걸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었다.유월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기온 때문에 속옷이 부족할 것 같아서 몇 벌 더 구매한 것인데 왜 이걸 연재준에게 설명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녀는 생각을 굴리다가 갑자기 그의 등 뒤를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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