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회장님의 생각인지 윤미숙 개인의 생각인지 분간할 수 없어 유월영은 당혹스러웠다.너무도 위험한 제안에 유월영은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사모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환경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바깥세상도 구경하고 싶고요. 저를 딸처럼 생각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새도 크면 둥지를 떠나듯이 자식은 언젠가는 부모의 품을 벗어나서 자립하기 마련이에요. 제 생각이 틀렸나요?”그녀는 감성을 호소하며 위험한 주제를 가까스로 피해갔다.그녀의 말에 윤미숙도 더 이상 그녀를 만류할 수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차나 마시자꾸나.”유월영은 더 오래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시간도 늦었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모님도 얼른 쉬세요.”윤미숙이 말했다.“회장님 2층 서재에 계셔. 가서 인사나 드리고 가. 둥지 떠난 새가 또 언제쯤 집에 돌아올지 모르잖아.”유월영이 물었다.“서재는 어디 있어요?”“2층 올라가서 좌측의 두 번째 방이야.”“알겠습니다.”유월영은 해운에 있을 때도 저택에 자주 방문했지만 1층에서 식사만 했을 뿐, 2층까지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윤미숙이 알려준 대로 좌측의 두 번째 방 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서재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고개를 돌려 보니 전신 거울 앞에서 연재준이 옷을 벗고 있었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회사로 돌아간 거 아니었나?’연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당황한 유월영은 다급히 시선을 돌리며 그에게 말했다.“죄송해요, 바로 나갈게요.”말을 마친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연재준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유월영.”그녀가 걸음을 멈추자 등 뒤에서 그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입구에 단추가 하나 떨어졌어. 그거 좀 주워서 갖다줘.”유월영이 시선을 아래로 내려 보니 바닥에 파란색 단추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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