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을 나온 신연우는 고개를 돌려 유월영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우리 밥 먹으러 갈까요? 샤브샤브 어때요?”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태연했다.유월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정말 이대로 가도 상관없어요?”신연우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답했다.“당연하죠. 안 될 게 뭐가 있어요?”“이번 프로젝트 제가 들어가서 두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하셨잖아요. 그랬는데 이건 너무…”“내가 감정에 휘둘려 공과 사 구분하지 못하고 뛰쳐나왔다고 생각해요?”신연우가 웃으며 물었다.유월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사실 이 프로젝트에 해운이 투자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어요. 연재준은 저를 쉽게 보내줄 리 없거든요. 어차피 사전 준비는 끝났으니 더 이상 제가 필요 없잖아요. 저 때문에 피해 보지 말고 제가 물러날게요.”“저 때문에 팀에서 오랜 시간 준비한 연구성과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지 말아요.”신연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장난 좀 치려고 했는데 이렇게 정색하니까 장난도 못 치겠네요. 그럼 나도 사실만 말할게요. 난 처음부터 해운의 투자에 관심이 없었어요. 아까 눈치 못 챘어요? 내가 항상 뚱한 표정으로 있었던 거?”그렇게 말하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유월영은 해운에서 제시한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그가 불편해하는 줄로만 생각했다.“사실 지금 해운이 진행하는 사업에 SK도 투자했거든요. 형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겠다고 했는데 협상이 결렬돼도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많아요. 오히려 월영 씨 덕분에 해운을 거절할 명분이 생긴 거죠.”신연우는 손을 뻗어 바람에 흩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었다.“다만 형은 내가 월영 씨 때문에 해운과의 협력을 포기했다고 생각할 테니 남자를 홀린 나쁜 여자로 생각하겠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미안해요.”유월영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제가 정말 전문성이 결여된 건 맞나 보네요. 교수님의 생각
유월영은 오늘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하며 이를 악물고 말에 오를 준비를 했다.그런데 말이 살짝 움직였는데도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게 되었다.이미 말 등에 오른 신연우는 아직도 주저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유월영 씨가 무서워하는 것도 있었군요.”유월영이 못 말린다는 듯이 물었다.“설마 교수님은 제가 천하에 두려울 게 없는 억센 여자로 보였나 봐요?”신연우가 웃으며 말했다.“좀 그런 이미지이긴 했죠.”그녀와 알게 된 순간부터 그녀는 홀로 모든 걸 감내하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유월영은 이를 악물고 말 등에 훌쩍 뛰어올랐다.말이 앞으로 가자 그녀는 겁에 질려 고삐를 확 잡아당겼다.“움직이지 마!”신연우는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두려울 거 없어요. 여기 있는 말들은 사전에 교육을 받은 말들이라 온순해요. 살짝 고삐를 잡아당기면 말이 앞으로 갈 거예요.”유월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고삐를 살짝 잡아당겼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말이 앞으로 걸었다.‘응? 조금 알 것 같기도 한데?’그녀가 말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멀리서 바람을 가르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자 두 마리의 흑마가 멀리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말을 탄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유월영의 두 눈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연재준?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검은색 기마복을 입은 연재준이 멋지게 머리를 흩날리며 달리고 있었다.그의 옆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신연우의 형인 신현우였다.그들도 사업 얘기도 할 겸, 이쪽으로 승마를 나온 것 같았다.하지만 왜 하필 이곳에서 마주친 것일까?신연우도 여기서 그들을 마주칠지 몰랐는지 유월영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형, 연 대표님이랑 승마장 간다더니 여기로 왔어?”신현우는 유월영과 동생을 번갈아 보며 동생에게 물었다.“그래. 너도 놀려왔어?”“응.”유월영은 다가가서 인사라도 건네려고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도 얌전히 걷던 말
유월영은 신연우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그들의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먼저 신현우에게 인사를 건넸다.“잘 지내셨어요, 신 대표님?”신현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월영 씨, 오랜만이네요. 현우랑 같이 일한다고 들었는데 현우가 요즘 칭찬이 자자하더라고요. 역시 능력이 출중하니 어딜 가든 인정을 받는군요.”“신 교수님이 잘 가르쳐 주신 덕분이죠.”연재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신현우는 유월영에게서 시선을 돌려 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마사를 지나다가 전에 네가 기르던 망아지를 봤는데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사육사들에게 둘려싸여 있던데 가볼래?”신연우는 유월영을 혼자 두고 갈 수 없었기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월영 씨도 같이 가볼래요? 연 대표님,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우린 너희보다 훨씬 전에 와서 얘기도 거의 끝났어. 나랑 같이 가자.”신현우는 일부러 유월영을 빼고 신연우만 집요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눈치 빠른 유월영은 빠져야 할 때임을 인식하고 부드럽게 말했다.“가보세요. 망아지나 어린애나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많이 힘들어한다고 들었어요. 저도 혼자 마장을 둘러보고 싶군요.”신연우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형과 함께 마사로 향했다.그들이 떠나자 현장에는 연재준과 유월영만 남게 되었다.키가 커서 그런지 체구가 비슷한 말을 타고 있는데도 연재준이 유월영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애를 키워본 적 있어? 어린애가 아프면 힘들어한다는 것도 어찌 그리 잘 알아?”유월영은 아이 문제에 관해 그와 깊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즐기시는데 방해가 될 것 같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연재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말고삐를 잡았다. 그러자 놀란 말이 발을 굴렀고 유월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앙칼진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왜 이래요!”연재준이 온기 하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했네. 두 달 동안 시골에서 요양이나 하고 있을 줄 알았더니 신연우랑
유월영은 그와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둘이 같은 말을 타고 있다 보니 피하기도 쉽지 않았다.“대표님의 호의는 마음으로만 받을게요. 이만 내려주세요.”그녀가 이를 갈며 말했다.연재준은 그 말을 깔끔하게 씹고 말 뱃가죽을 힘껏 걷어찼다.유월영이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아까는 그녀가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가만히 있던 말이 연재준이 고삐를 잡자 마치 활력을 찾은 것처럼 질주하기 시작했다.승마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말 등에서 중심을 잡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유월영은 초보 중의 초보였기에 온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이 자식 일부러 이러는 거야!’물론 연재준도 진심으로 그녀에게 승마를 가르칠 마음은 없었다. 단순히 괘씸해서 혼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드넓은 초원과 언덕이 펼쳐진 승마장은 말을 타고 달리기에 아주 좋은 것이었다.유월영은 손을 뻗어 말고삐를 힘껏 잡았다.그러자 달리고 있던 말이 갑자기 고개를 틀며 울부짖더니 폭주하기 시작했다. 연재준은 인상을 확 쓰며 다급히 고삐를 꽉 잡았다.돌발 상황에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마저 가슴을 졸였다.연재준은 말과 10초 정도 대치 끝에 드디어 말을 진정시키고 폭주를 멈추었다.그가 갈린 목소리로 고함쳤다.“미쳤어? 죽고 싶어? 말이 달리고 있을 때 고삐를 갑자기 잡아당기면 말도 놀라서 폭주한다고! 오늘 낙마하지 않은 걸 우린 다행으로 알아야 해!”유월영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아요. 지난번에도 이래서 낙마했거든요. 그렇게 해서라도 연 대표님을 나한테서 떼어내고 싶다면 어떻게 생각하세요?”그렇게 되면 자신마저 중상을 입게 되겠지만 유월영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그의 이런 태도가 숨 막히고 자존심 상했다.연재준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너 진짜 간덩이가 부었구나?”“대표님은 항상 명령하고 사람들이 대표님에게 복종하는 것에 익숙하셔서 간과한 게 있어요.”유월영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했다.“해운과 신
연재준이 웃으며 말했다.“안 믿으니까 구체적인 걸 물어보는 거 아니야. 네가 또 어떤 거짓말을 지어낼지 궁금해지니까.”“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만담하는 사람을 찾아가셔야죠.”유월영은 힘겹게 고개를 돌리며 그의 손아귀를 떨쳐냈다.연재준은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다물고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서늘한 말투로 말했다.“두 손으로 고삐를 이렇게 잡고 좌우 방향을 조절하는 거야. 말고삐를 세게 잡을수록 말은 빨리 달려. 자꾸 말 뱃가죽을 차지 마. 그런 동작이 말의 심기를 자극할 거야.”이게 지금 뭐 하는 거지?진짜로 승마를 가르쳐 주려는 걸까?연재준은 그녀의 종아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굳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꼭 발걸이를 꽉 디디고 있을 필요는 없어. 이런다고 안전한 건 아니니까. 만약 낙마하다가 발걸이에 발이 걸리면 더 크게 다칠 거야.”갑자기 너무 많은 걸 이야기해서 당황스러웠지만 유월영은 대충 알았다고 대답했다.그의 성격은 날이 갈수록 종잡을 수 없어지는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사납게 화를 냈다가 갑자기 차분하게 승마를 가르치는 모습이 그녀에게는 정신병자로 비춰졌다.연재준은 강의를 마친 뒤에 말을 타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돌아가는 길에서 그는 일부러 그녀를 겁주려고 빠르게 달리지는 않았다.한편, 신연우는 신현우와 함께 마사로 갔다.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하자 신연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형,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나 여기 말 맡긴 적 없잖아.”신현우가 말고삐를 당기며 그에게 물었다.“유월영 씨랑 둘이 사귀니?”신연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난 호감이 있어. 잘해보고 싶어. 설마 이 일 때문에 나를 따로 부른 거야?”신현우가 말했다.“SK랑 해운이 협력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네가 안 한다고 했다면서?”신연우가 말했다.“나도 형을 돕고 싶지. 하지만 난 팀도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잖아. 해운에서 제시한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차라리 다른 투자자들이 제시한 조건이 더 좋았어.”“이 프로
신현우의 말에 신연우가 흔들린 것은 사실이었다. 비록 회사에 출근하지는 않지만 가족으로서 형이 그렇게까지 부탁을 하는데 거절하기는 힘들었다.신연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가서 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예전부터 월영 씨를 SK에 취직시키고 싶었어요. 하지만 최근 월영 씨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다가 새 직장에 취직하면 적응 기간도 힘드니까 부담 주기 싫어서 얘기 안 했던 거예요.”사실 조교 업무는 그리 힘들지 않으면서 두둑한 보수를 줄 수도 있었다. 신연우는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휴식 기간을 주고 싶었다.유월영은 자신을 이렇게까지 배려하는 신연우에게 감동했다.게다가 SK에 취직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제안이었다.SK에 입사하면 안정적인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고 대우도 좋았다.인공심장에 대해 조사해 봤는데 수술비와 인공심장 자체의 가격을 다 합산하면 최소 5억이 필요했다.게다가 나중에 기증자가 나타나서 수술하는 과정까지 합하면 또 3억이 나가야 할 판이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제가 전에도 얘기했잖아요. 이제는 해운 사람들을 만나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고요. 신 교수님은 팀의 중심이니까 교수님만 원하면 저는 문제없어요.”그 시각, 연재준과 신현우는 승마장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앉아 창문을 통해 드넓은 승마장을 바라보고 있었다.멀리서 보이는 두 남녀의 모습은 그렇듯 즐거워 보였다.감정을 얼굴에 잘 드러내지 않는 연재준이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에서 울화가 치밀었다.내가 그렇게 경고했는데 그걸 무시해?한편, 승마장을 나온 유월영은 약국으로 가서 소독약과 연고를 구매했다.초보자라서 그런지 말을 타고 내려온 뒤에 허벅지 안쪽이 쓰리고 아팠다. 옷을 갈아입으며 확인해 봤더니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솔직히 아까 그녀가 일부러 말을 자극한 건 그가 말을 진정시킬 실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면 믿지는 장사는 아니었다.연재준은 할 줄 아는 것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그가
다음 날, 신연우의 연구팀은 해운그룹과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주말에 있을 영안 출장에 연구팀이 동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연구팀도 탐사와 관측이 필요했으니 합리적인 요구였다. 신연우가 가기로 했으니 자연히 유월영도 따라가야 했다.계약이 끝난 뒤, 유월영은 사무실을 나오면서 핸드폰으로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큰언니에게서 온 연락이었다.그녀는 곧장 다시 전화를 걸었다.“언니.”“월영아, 지금 바빠?”“지금은 괜찮아. 무슨 일이야?”“엄마 병세에 관해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큰언니가 말했다.“엄마가 요즘 들어 계속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진다네? 게다가 식욕도 떨어져서 끼니를 거의 안 드셔. 안색도 안 좋으시고. 병이 또 도진 게 아닌지 너무 걱정돼.”유월영은 주저 없이 말했다.“내가 지금 갈게. 엄마 모시고 병원에 한번 다녀와야겠어.”큰언니가 말했다.“나도 같이 가.”“언니는 서우도 돌봐야 하잖아. 별일 없을 거야.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할게.”큰언니는 그녀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했다.유월영은 신연우를 찾아가서 차를 좀 빌리고 싶다고 부탁했다.신연우는 주저 없이 그녀에게 차키를 건넸다.“급한 일인가 봐요?”“그렇게 큰일은 아니에요. 내일 차는 학교에 끌고 가서 주차할게요.”유월영은 그가 걱정할까 봐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지금이 신연우에게는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신연우가 고개를 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차는 급하지 않으니까 운전만 조심해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하고요.”연재준이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다급히 복도를 빠져 나가는 유월영의 뒷모습을 발견했다.신연우가 뒤돌아서며 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신연우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꾸벅 숙였고 연재준도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갈 길을 갔다.봉현군으로 돌아간 유월영은 엄마를 모시고 시내에 있는 신주병원으로 왔다. 나중에 그 일이 있고 그들은 병원을 옮겼다.검사 결과는 심장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나왔다.의사가 정색한 얼굴로
“나랑 네 아빠는 마트를 운영하고 너희 셋이 마당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았어. 하교하면 마트에 와서 간식을 훔쳐먹었다가 아빠한테 크게 혼나기도 하고. 그때마다 너희는 내 뒤로 숨었어. 그러다가 아빠 화가 좀 누그러지면 또 마당에 나가서 신나게 놀았지.”“사실 네 아빠도 진심으로 너희들을 혼낼 생각은 없었어. 그랬으니까 내가 말린다고 그만뒀지. 간식을 많이 먹으면 저녁을 못 먹는다고 걱정하셨던 거야. 그때는 참 좋았었는데….”유월영도 지난날을 회상했다.아빠가 사기를 당하기 전까지는 그들도 참 활력 충만한 삶을 살았던 것 같았다. 그 사기 사건은 그들의 가정을 완전히 무너지게 만들었다.유월영은 지금도 일이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나중에 해운에서 자리를 잡고 사람을 통해 알아봤는데 그 사건에 연루되었던 인간들은 나중에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다고 했다.그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고는 했다. 그때 그 사기 사건이 아니었으면 나 삶도 이 모양은 아니지 않았을까?“월영아, 엄마한테 약속 하나만 해. 정말 가망이 없다면 엄마 위해 돈 쓰지 말고 나중을 위해서 남겨둬. 엄마는 죽을 때까지 너한테 부담 끼치기 싫어.”유월영은 울먹이며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절대 그렇게 못해, 엄마.’“하지만 신영이는 꼭 찾아줘. 걔 누구한테 사기 당했어….”이어지는 이틀 동안 유월영은 신연우에게 양해를 구하고 병원에서 엄마를 돌봤다.이영화는 겨울에 춥다며 유월영을 위해 목도리를 직접 짜주겠다고 했다.유월영은 어차피 힘이 드는 일도 아니니 뭐라도 할 일을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에 실과 뜨개바늘을 사다주었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영화는 예쁜 목도리를 만들어냈다.엄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으로 문자가 들어왔다.조서희였다.[월영아, 너랑 연재준이 승마자에서 말 타는 장면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어. 벌써 인기검색어까지 올라갔더라.]유월영은 조서희가 보낸 링크를 클릭하고 기사에 접속했다. 연재준이 그녀를 앞에 태우고 달리다가 그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