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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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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왜 항상 이런 식일까?매번 그녀는 가장 비참한 모습을 그에게 보였다. 마치 그의 그림자를 벗어나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처럼.연재준은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을 덮었다.남자의 외투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향기에 유월영의 의식은 점점 흐릿해졌다.연재준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곧장 왕 대표에게로 다가갔다.왕덕호는 욕설을 퍼부으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누구야! 누가 감히 내 일을 방해하는 거야? 죽고 싶어? 악!”옆에 있던 노현재가 다리를 들어 왕덕호의 복부를 걷어차며 말했다.“건방지게 누구 안전이라고 욕설이야? 죽고 싶어?”왕덕호는 싸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노현재와 시선이 마주치자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노… 노 사장….”연재준은 담배를 입에 물고 왕덕호에게로 다가갔다.그리고 담뱃재를 왕덕호의 얼굴에 털어냈다.그를 알아본 왕덕호는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연 대표님이 왜 여기에….”노현재는 발끝으로 왕덕호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내 가게에서 술을 마시면서 우리 재준이 여자를 건드려 놓고 왜 여기 있냐고 묻는 건 너무 멍청한 질문 아닌가?”왕덕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 아닙니다! 연 대표님, 제 말씀 한 번만 들어보세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저도 김우희 그 여자한테 속아서 왔단 말입니다!”“마침 안성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만났는데 김우희가 젊은 여자랑 놀아보지 않겠냐고 해서 나온 거예요.”“유… 유 비서가 해운에서 퇴사했다고 더 이상 해운의 직원이 아니라고 그 여자가 그랬단 말입니다. 그래서 좀 데리고 놀아도 아무 문제 없다고 하길래 한 순간 정신이 나가서 그러겠다고 했어요. 유 비서가 대표님 사람인 줄 알았으면 절대 안 건드렸을 겁니다!”연재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김우희 그 여자는 지금 어디 있지?”왕 대표는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아까까지도 여기 있었는데….”“도망갔다는 얘기네. 그럼 왕 대표 한 사람 말만 듣고 우리가 그걸 어떻게 믿어? 증거 있어?”노현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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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연재준은 유월영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손을 내밀었다.“일어나.”유월영은 그가 내민 손을 잡지 않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아 다시 주저앉았다.연재준은 거칠게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고 잡아서 일으켰다. 유월영은 일어서자마자 그의 어깨를 밀치며 차갑게 말했다.“연재준,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이었어!”연재준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것도 병이야.”그는 이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말이었다.“끼리끼리 모인다고 전에는 내가 너무 어려서 사람을 잘못 봤어.”“당신 정말 치졸한 거 알아? 대기업에 압력을 넣어 날 취직 못하게 하고, 중소기업 시켜서 날 면접 보러 오라고 뺑뺑이 돌게 만들고, 백유진이랑 다시 만나면서도 날 놓아줄 생각이 없잖아. 당신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내가 이런 자리에 나올 일도 없었어!”연재준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네가 먼저 날 배신했어.”유월영이 소리쳤다.“내가 언제 배신했어?”“하! 발뺌하는 거야?”연재준은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그녀에게 바짝 가까이 다가섰다. 남자에게서 풍기는 싸늘한 기운에 유월영이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3년 전에 널 살려준 사람이 누구지? 갈 곳도 없는 너를 거두어 주고 일자리까지 줬어. 내 여자가 되겠다고 한 사람도 너야. 평생 배신하지 않고 내 옆을 지키겠다고 말한 사람도 너야. 우리야 말로 진짜 가족이라고 평생 함께하자고 했잖아!”“그만!”유월영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연재준이 싸늘하게 말했다.“날 먼저 버린 사람도 너야.”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지금도 그에게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생생했다.그날 폭우가 내리던 밤에 연재준은 건달들에게 둘러싸인 그녀를 구해주고 차에 태웠다. 지금도 그 따뜻한 온도를 잊을 수 없었다.연재준은 홀딱 젖은 그녀를 보고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이제 괜찮을 거야. 아무도 너 못 건드려.”그는 떨고 있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따뜻한 품으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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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유월영은 어쩔 수 없이 임영웅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려줬다. 임영웅은 전화를 끊자마자 차를 끌고 달려왔다.조서희는 그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그렇게 임영웅이 조서희를 데려가고 유월영도 집까지 갈 힘이 남아 있지 않았기에 서덕궁 맞은편에 있는 호텔로 들어갔다.그녀가 카운터로 가서 입주 수속을 마칠 때, 구석진 곳에서 누군가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방으로 간 유월영은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취직이 실패하고 엄마는 중병에, 일주일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면접을 보다 보니 그녀는 많이 지친 상태였다.잠이라도 자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무거운 돌이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갑갑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애써 불안을 잠재웠다. 내일은 엄마가 입원하는 날이니 푹 쉬어둬야 했다.그렇게 힘들게 잠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요란한 핸드폰 벨소리에 그녀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너무 급하게 일어나서인지 눈앞이 어지러웠다.그녀는 다급히 핸드폰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발신자는 그녀의 아버지였다.“아빠, 무슨 일이야?”유월영이 물었다.수화기 너머로 아버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월영아, 우리 병원에 도착했는데 이 사람들이 우리한테 돌아가래. 기증자의 심장을 다른 환자가 이식 받을 거라고 수술을 못한대. 월영아, 이를 어쩌면 좋니!”유월영은 순식간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녀는 곧 간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급한 마음에 그녀는 벽을 짚고 힘겹게 다시 몸을 일으켰다.거리로 나온 유월영은 곧바로 택시를 잡았다.“제일 병원으로 가주세요. 빨리요!”병원에 도착했더니 진료실 앞에서 아버지가 의사와 다투고 있었다.그는 손에 과도를 들고 간호사 한 명을 붙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어제 수술할 수 있다고 당신들이 먼저 연락했잖아! 그런데 오늘 갑자기 수술 일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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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유월영은 주먹을 꽉 쥐고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말했다.“아빠, 칼 내려놔요. 일단 칼부터 내려놔요.”유현석도 주변을 포위한 형사들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나도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어서 그런 건데… 월영아, 나 진짜 사람을 죽일 마음은 없었어….”“그 칼 어디서 났어?”유월영이 울며 물었다.“복도에서 한참 기다렸는데 의사가 오지 않는 거야. 그래서 네 엄마 사과 좀 먹인다고 사과를 깎고 있었어. 그런데 간호사가 오더니 수술이 취소됐다고 돌아가라는 거야. 기증자 심장은 다른 사람한테 넘어갔다고.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따지니까 저쪽에서도 자꾸 얼버무리더라고. 그래서 순간 이성이 날아가서 그만….”유월영은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아빠, 칼 내려놔. 그리고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유현석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부들부들 떨며 간호사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간호사는 바로 도망가고 형사들이 달려들어 유현석을 제압했다. 유월영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형사들은 유현석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 끌고 갔다. 유월영이 쫓아가려고 하는데 형사 한 명이 그녀를 불러세웠다.“가해자 가족분 되시죠?”유월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저희랑 같이 가시죠.”유월영은 다른 형사와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로 갔다.하지만 아버지를 만날 수는 없었다. 참고인 조사를 한다고 형사들이 그녀를 조사실로 불렀다.그녀는 형사들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객관적으로 대답했다.“우리 아빠 나쁜 사람 아니에요. 일부러 난동을 부린 건 아니고 엄마 상태가 너무 걱정돼서 충동적으로 저지른 것 같아요. 학교도 안 나온 분이라 선생님이 설명해 준 복잡한 절차에 대해서 잘 몰라서 오해한 것 같아요. 그 간호사분께는 적절한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여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희도 병원 관계자에게 상세한 내용을 들었습니다. 유현석 씨의 마음도 이해는 해요. 하지만 병원 의료진을 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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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한 시간 뒤, 회의가 끝나 연재준은 사무실로 돌아갔다.조 비서가 그의 사무실로 찾아왔다.“대표님, 백유진 씨 아버님은 무사히 수술실로 들어가셨습니다. 아직 수술이 진행 중이지만 순조롭게 끝날 것 같아요.”연재준이 오만상을 쓰고 말했다.“유월영한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알아봐.”조 비서는 움찔했지만 이내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경찰서를 나온 유월영은 봉현군으로 돌아갔다.사고가 날 조짐이 보이자 형부는 바로 이영화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안 그래도 상태가 안 좋은데 그런 상황을 눈앞에서 목격하면 병세만 악화될 것 같아서였다.유월영이 집에 들어서자 큰언니 유은영이 다급히 물었다.“월영아, 어떻게 됐어?”“구속됐어.”유은영이 털썩 의자에 주저앉으며 물었다.“그… 그럼 감옥에 가야 하는 거야?”유월영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그럴지도.”유은영이 자책하며 말했다.“다 내 잘못이야. 아빠 성격 알면서 내가 거기 남아 있어야 했는데!”“언지 잘못 아니니까 이상한 생각하지 마. 내가 변호사를 알아볼게. 무슨 방법이 있겠지.”유월영은 물컵에 물을 따라 마신 뒤, 화제를 돌렸다.“엄마는 좀 어때?”유은영은 침실을 가리키며 말했다.“많이 걱정하셨지. 그래도 발작은 안 하셨어. 지금은 침대에서 쉬고 계셔.”유월영은 엄마를 보러 침실로 들어갔다.그녀를 보자 엄마의 두 눈이 기대로 반짝였다.“월영아, 네 아빠는….”유월영은 얼른 다가가서 엄마를 다시 눕혔다.“아빠 걱정은 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나 믿어줘.”이영화가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차라리 돌아오지 말지 그랬어. 집이랑 연을 끊겠다고 나갔으면 끝까지 독하게 뒤돌아보지 말았어야지. 우리가 결국 또 네 발목을 잡았구나.”“그런 말을 왜 해? 하늘이 무너져도 벗어날 구멍이 있겠지.”유월영은 담담히 말했다.“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되면 어쩔 수 없어. 잘못을 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뭐. 아빠 들어갔다 나오면 우리가 또 반갑게 맞아주면 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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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유월영은 감정을 추스르고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 괜찮은 변호사나 로펌을 아는지 물어봤다.다행히 해운에서 일하면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에 어려울 때 돕겠다고 나설 지인은 많았다.한 친구가 그녀에게 승형 로펌을 추천했다.“이승연 변호사, 승률이 꽤 높은 실력 있는 변호사야. 형사 사건이든 민사 소송이든 패소를 거의 하지 않아. 지난 주에도 비슷한 사건을 맡아서 담당했는데 형이 가장 낮게 나왔대.”유월영은 그 친구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연락처를 받았다.그날 밤, 그녀는 부모님의 집에서 밤을 보냈다. 그녀가 원래 쓰던 방에 가서 누웠더니 다섯 명이 같이 찍은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유월영은 밤잠을 설치다가 아침 일찍 큰언니에게 엄마를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떠나기 전 그녀는 어제 엄마와 했던 이야기를 큰언니에게 말하며 다른 생각하지 않게 좀 더 신경 쓰라고 부탁했다.큰언니는 엄마 옆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고 장담했다.유월영은 그 길로 택시를 타고 승형 로펌으로 왔다.친구가 미리 연락을 주었기에 이승연 변호사를 바로 만날 수 있었다.“이 변호사님은 지금 의뢰인을 만나고 계시니까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감사합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문이 열리고 30대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반듯한 검은색 정장에 깔끔하게 머리를 위로 묶은 날카로운 인상의 여자였다.엄청난 미인이었지만 왠지 믿음직하고 지적인 인상마저 주었다.유월영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인사를 건넸다.“이 변호사님이시죠? 유월영이라고 합니다. 신가희가 소개해서 왔어요.”이승연은 그녀와 악수를 나눈 뒤, 자리를 권했다.“이승연입니다. 상황은 대충 가희 씨한테서 전해 들었어요. 자세한 상황은 지금부터 천천히 얘기해 봐요.”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고 유월영도 아는 대로 상황을 다시 진술했다.이승연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런 감정표현도 하지 않았다.이야기를 다 들은 뒤에 그녀가 말했다.“양형의 기준에 범행의 동기나 가해자의 어려운 사정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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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유 비서?”이혁재가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는 연재준이 유월영 취직을 방해한 것 때문에 변호사 상담을 받으러 온 줄 알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유 비서도 가만 보면 참 고집 있어. 그냥 재준이 찾아가서 잘못했다고 다시 받아달라고 한마디만 하면 끝나는 걸 일을 왜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유월영은 더 이상 연재준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이승연과 간단히 작별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이승연도 이혁재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뒤돌아섰다.이혁재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남자친구가 왔는데 인사도 없어?”이승연이 잠깐 움찔하더니 말했다.“나 지금 일하는 중이야. 의뢰인 만나고 올 테니까 기다려.”이혁재가 손을 풀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래. 바쁜 사람인데 내가 양보해야지 어쩌겠어.”이승연이 의뢰인 상담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이혁재는 안내데스크 직원과 시시덕거리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여직원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게 달아올랐다.이승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이혁재, 들어와.”이혁재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알았어, 고모.”그 말을 끝으로 그는 이승연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안내데스크 여직원이 놀란 표정으로 수군거렸다.“저 사람 이 변호사님 조카였어?”그런데 그들이 조카라고 말했던 남자는 사무실에 들어간 뒤로 맹수로 변하더니 이승연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그가 거침없이 들어오자 이승연은 가쁜 숨을 헐떡이며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화장 다 지워져.”이혁재는 그녀의 이마에 이마를 맞대고 장난스럽게 말했다.“괜찮아. 립스틱 먹은 게 한두 번도 아니고.”소문난 바람둥이인 이혁재답게 그의 손은 어느새 이승연의 민감한 곳을 지분거리고 있었다.이승연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단호한 얼굴로 그를 밀어냈다.이혁재는 약간 자존심이 상한 얼굴로 그녀를 놓아주고는 소파로 가서 그녀의 물컵에 물을 받아 마셨다.이승연은 옷매무시를 정리한 뒤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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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로펌을 나온 이혁재는 차에 올라 연재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재준아, 나 로펌에 왔다가 누구 만났는지 알아?”“누구?”“나 유 비서 만났어.”이혁재가 재미 있다는 듯이 피식거렸다.“무슨 일로 이승연한테 상담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너 계속 남의 앞길 방해하다가 소송 당할지도 몰라. 조심해.”연재준은 싸늘한 얼굴로 의자 등받이에 고개를 기댔다.이혁재가 계속해서 떠들었다.“다른 변호사면 모르겠는데 이승연 그 여자면 골치 아파질 거야.”연재준은 대답하기도 귀찮아서 듣고만 있었다.이혁재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도 내 친구 일인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귀찮아지면 얘기해. 내가 도와줄게.”연재준이 화제를 돌렸다.“그래서 너희 결혼식은 언제야?”“우리 엄마 성격이 급하셔. 다음 달 5일에 할 거야. 사실 신랑 측 들러리를 너한테 부탁하려 했는데 우리 엄마가 너 모태 솔로라고 마음에 안 든대. 그래서 지욱이를 추천하더라고.”이혁재가 감탄하듯 말을 이었다.“지욱이 걔는 고등학교 때 첫사랑이랑 지금까지 열애 중이잖아. 10년이나 장기 연애를 했는데도 안 헤어진 게 대단해.”그렇게 잡다한 얘기를 나누다가 그들은 전화를 끊었다. 연재준은 조 비서한테 전해 들은 말을 떠올리고 회사를 나섰다.한편, 유월영은 백화점으로 가서 과일바구니와 보건품을 사가지고 병원으로 왔다.그녀는 안내 데스크를 찾아 어제 다친 간호사가 있는 병실을 물었다.지나가던 간호가가 그녀를 알아보고 물었다.“어제 난동 부린 사람 가족이죠?”유월영은 잠깐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말했다.“피해자분께 사과 드리고 싶어서 들렀습니다. 혹시 그 간호사분이 어느 병실에 입원해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진심으로 사과하러 왔는지 형량 낮추려고 수작을 부리는 건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당신 같은 사람 많이 봤으니까 이만 돌아가세요!”그 간호사가 싸늘하게 말했다.유월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외과 병동으로 찾아갔다.칼끝에 목을 다쳤으니 아마 외과 병동에 입원했을 거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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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그는 바닥에 뒹구는 과일들을 주워 바구니에 담았다.유월영도 바닥에 쭈그려 앉아 쏟아진 과일들을 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안내 데스크로 찾아가서 나중에 강 간호사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그쪽에서 거부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어쨌든 성의 표시는 꼭 필요했다.유월영은 신연우와 함께 입원 병동을 나와 엘리베이터에 탔다.신연우가 그녀에게 말했다.“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저 괜찮아요. 그분도 딸을 생각하는 마음에 화가 나서 그런 거잖아요. 이해해요. 저였어도 아마 화를 참지 못했을 거예요.”신연우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피해자 가족들을 더 이상 찾아가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그래도 만나야죠. 그쪽에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합의서를 받아야 아빠가 재판 때 형량을 적게 받을 수 있어요.”엘리베이터가 일층에 도착하고 둘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유월영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힘들 거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여러 번 찾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제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까요? 그쪽에서 용서만 해주면 적절한 보상이나 탄원서에 대해 얘기를 꺼내기도 수월해지겠죠.”신연우는 그녀의 처지가 안타까워서 표정을 풀 수가 없었다.“그래서 이제는 뭐 할 거예요?”“병원 관계자를 만나서 병원 측 합의서도 받아내야죠.”신연우가 말했다.“워낙 여론이 좋지 않아서 그쪽에서 만나주지 않을 거예요.”유월영도 그 말에 동의했다.“알아요. 그래도 친구 중에 병원 관계자를 아는 사람이 있어서 만나게 해준다고 했어요. 일단 만나서 얘기는 들어보려고요.”그들은 병원 후문에서 조용히 만나기로 했다.그 병원 관계자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다가와서 말했다.“이미 사건 동영상이 인터넷에 쫙 퍼진 상황이라 병원 측도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지금은 뭐라고 확답을 드릴 수 없어요.”그 말인 즉, 여론이 유현석에게 우호적으로 흘러가면 합의를 해줄 의향이 있지만 여론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면 단호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였다.유월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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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그녀는 생각도 안 하고 바로 거절했다.“필요 없어.”백유진은 고집스럽게 우산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고 말했다.“그래도 쓰고 가요. 이런 날씨에 비까지 맞으면 감기 걸려요.”유월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백유진을 빤히 바라봤다.백유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감기 몸살 쉽게 보다가 큰일 나요. 우리 아빠도 처음에는 그냥 감기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하도 안 나아서 병원에 갔다가 심장병 진단을 받았잖아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다행히 위급한 상황에서 심장 이식을 받아서 망정이지 다시는 아빠를 못 보는 줄 알았어요.”유월영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심장 이식이라니?”백유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말 그대로예요. 위급한 환자에게 건강한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이죠. 기증자가 안 나타나서 고생한다던데 아빠는 행운이었어요. 어제 금방 수술을 받았거든요. 연 대표님이 최고의 흉부외과 의사를 추천해 줘서 아빠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그러니까 엄마보다 위급해서 먼저 수술 들어갔다던 환자가 백유진 아버지였어?’유월영은 갑자기 온몸에 피가 얼어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게 과연 우연일까?의심은 했지만 그래도 애써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병원 관계자의 말을 들어 보면 그 환자는 이식을 못 받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숨을 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해하려고 했다.하지만 그 관계자 말이 과연 사실일까?아니면 단지 환자가 백유진 아버지라서 연재준의 입김에 의해 수술 대상자가 바뀐 것일까?연재준은 자신이 이 일과 관련이 없다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이미 싹 트기 시작한 의심의 씨앗은 분노가 되어 활활 타올랐다.백유진이 계속해서 말했다.“그 얘기도 들었어요. 어제 수술 취소된 환자 가족이 병원 관계자들에게 난동을 부렸다면서요? 좀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모든 게 다 운명이고 순서가 있는 게 아니겠어요? 무조건 떼 쓰고 강요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모든 걸 다 앗아간 주제에 어떻게 저 순진한 얼굴로 저런 뻔뻔한 말을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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