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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그녀는 생각도 안 하고 바로 거절했다.

“필요 없어.”

백유진은 고집스럽게 우산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고 말했다.

“그래도 쓰고 가요. 이런 날씨에 비까지 맞으면 감기 걸려요.”

유월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백유진을 빤히 바라봤다.

백유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감기 몸살 쉽게 보다가 큰일 나요. 우리 아빠도 처음에는 그냥 감기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하도 안 나아서 병원에 갔다가 심장병 진단을 받았잖아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다행히 위급한 상황에서 심장 이식을 받아서 망정이지 다시는 아빠를 못 보는 줄 알았어요.”

유월영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심장 이식이라니?”

백유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 그대로예요. 위급한 환자에게 건강한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이죠. 기증자가 안 나타나서 고생한다던데 아빠는 행운이었어요. 어제 금방 수술을 받았거든요. 연 대표님이 최고의 흉부외과 의사를 추천해 줘서 아빠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엄마보다 위급해서 먼저 수술 들어갔다던 환자가 백유진 아버지였어?’

유월영은 갑자기 온몸에 피가 얼어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의심은 했지만 그래도 애써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병원 관계자의 말을 들어 보면 그 환자는 이식을 못 받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숨을 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관계자 말이 과연 사실일까?

아니면 단지 환자가 백유진 아버지라서 연재준의 입김에 의해 수술 대상자가 바뀐 것일까?

연재준은 자신이 이 일과 관련이 없다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이미 싹 트기 시작한 의심의 씨앗은 분노가 되어 활활 타올랐다.

백유진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 얘기도 들었어요. 어제 수술 취소된 환자 가족이 병원 관계자들에게 난동을 부렸다면서요? 좀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모든 게 다 운명이고 순서가 있는 게 아니겠어요? 무조건 떼 쓰고 강요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모든 걸 다 앗아간 주제에 어떻게 저 순진한 얼굴로 저런 뻔뻔한 말을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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