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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대 몸값 비서님의 모든 챕터: 챕터 91 - 챕터 100

966 챕터

제91화

30분 전으로 돌아가서 유월영은 홀로 연회장에 앉아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이마를 만져보니 뜨끈뜨끈했다.그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돌아가서 잠을 보충할 생각이었다.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취객들이 말다툼을 버리고 있었다.그녀는 인상을 찌푸리고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녀가 있는 곳이 3층이니까 1층만 올라가면 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층을 헷갈린 것이다.연회장은 2층에 있었다. 그래서 한층만 더 올라가면 4층이라고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사실 상 3층으로 올라간 것이다.그렇게 그녀는 방을 잘못 들어가게 되었다.계단에서 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어지럼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호흡이 가빠졌다.그녀는 비틀거리며 방 문 앞으로 다가가서 방 키를 꺼냈다.센서에서 잘못된 카드라는 알림음이 요란하게 들렸다.유월영은 그것도 듣지 못하고 살짝 열려 있는 방 문을 그대로 열었다.그녀는 당연히 룸 키로 열은 줄 알고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가서 소파에 몸을 뉘였다.방 안 환경이 기억과 좀 다르다는 건 느꼈지만 이미 그런 것에 더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깜빡 잠들어 버렸다.신연우는 홀로 나간 유월영이 걱정 돼서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오다가 소파에 누워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자세히 보니 그녀의 볼은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고 호흡도 고르지 않았다.신연우는 고개를 숙이고 주변의 냄새를 맡았다. 술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술에 취한 것 같지는 않았다. 손을 뻗어 이마를 만졌더니 불덩이였다.열 때문에 방을 잘못 들어온 게 분명했다.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유월영 씨?”하지만 유월영에게서는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그는 못 말린다는 듯이 웃으며 욕실로 가서 수건을 물에 적셔 그녀의 이마를 닦아 주었다.그리고 캐리어에서 비상약통을 꺼냈다. 그는 평소에도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었다. 멀리 여행을 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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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유월영은 연재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 그가 굉장히 화가 났다는 의미였다.연재준은 사실 감정을 잘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워낙 제멋대로인 성격이긴 하지만 워낙 그를 띄워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 굳이 화를 낼 일도 없었다. 짜증 나거나 거슬리는 사람이 있으면 부하직원에게 말해서 처리하게 하면 그만이었다.그러니 그가 이 정도로 화가 난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유월영은 담담한 목소리로 그에게 인사했다.“대표님.”연재준인 손을 뻗어 그녀의 팔목을 잡고 거칠게 침대에서 일으켰다.워낙 힘이 거세서 유월영은 중심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그의 품으로 무너졌다.그는 향수를 선호하지 않았다. 청량한 바디워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정말 은은한 향이었지만 아까 맡았던 소나무향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그녀에게는 자극적이었다.그에게 잡힌 팔목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유월영은 저도 모르게 가냘픈 신음을 흘렸다.“왜 이러세요?”연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팔목을 꽉 잡은 채, 밖으로 향했다.신연우가 문앞을 가로막고 서서 싸늘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이렇게 방까지 쳐들어와서 사람을 끌고 나가는 건 너무 무례한 처사 아닙니까?”아까부터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연재준은 이 남자를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둘이 욕실 가운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당장 달려가서 이 남자의 숨통을 비틀고 싶었다.그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네 형님도 감히 건들지 못하는 내 비서를 방까지 끌고 와서 그게 나한테 할 소리야?”참다못한 유월영이 차갑게 말했다.“대표님,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셔야죠!”신연우를 감싸는 듯한 그녀의 발언에 연재준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신연우는 여전히 여우만만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지금 내가 유월영 씨를 끌고 방까지 들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유월영 씨가 원해서 내 방까지 왔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대표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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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유월영은 수치심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그녀는 그의 개인 소장품이 아니었다. 그녀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대접받고 싶었다.이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자신을 추궁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더 이상 참고 싶지 않았다.유월영은 안간힘을 써서 그를 밀쳐내고 가운을 여민 뒤에 침대를 내려왔다.연재준이 뒤에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유월영은 주저하지 않고 손을 들어 그의 귀뺨을 치려 했지만 실패했다.남자의 큰 손이 그녀의 팔목을 낚아채더니 일어서서 그녀를 벽으로 밀쳤다.유월영은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발길질을 했지만 남자가 허벅지로 그녀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간덩이가 부었네. 나한테 손찌검을 다 시도하고?”연재준이 음침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유월영은 분노이 씩씩거리며 소리쳤다.“연재준, 당신은 인간도 아니야! 이 변태 같은 자식아!”연재준이 냉소를 지었다.“정말 믿는 구석이 있나 보네. 이제 나한테 대들기까지 하고.”유월영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다.“이거 놔!”연재준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당신이 바다에 빠진 줄 알고 선원들 다 불러서 난리를 치고 있을 때, 당신은 뭐 하고 있었어? 신연우랑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어? 유월영, 너 죽고 싶어?”유월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반박했다.“내가 찾아달라고 했어? 나를 왜 찾아?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또 나 팔아서 어떤 거래를 성사하려고 그러는데?”너무 웃겨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내 몸인데 당신이 누구랑 자라면 자고 내가 같이 잘 남자를 선택할 수는 없는 거야?”연재준이 주저없이 말했다.“그래. 넌 그럴 자격 없어.”유월영은 입술에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물었다.그녀는 증오로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또 계약서로 나 협박하려고? 지금 밤 열두 시 넘었어. 주말이라고. 주말은 쉬는 날이야. 아, 그리고 나랑 해운의 계약은 어제 이미 끝났어!”“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다고.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내 일에 간섭해?”넌 자유를 가질 자격도 없다는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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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신현우가 그녀에게 휴지를 건넸다.유월영은 한숨을 쉬고는 고맙다고 인사한 뒤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신현우는 그녀에게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들보다 나이가 많은 그는 경험한 것도 많았기에 남녀 사이의 일에 무감각한 편이었다.사랑을 많이 준 쪽이 상처받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처음부터 사랑을 멀리했다.“연우한테 문자 넣었어요. 연우가 데리러 올 거예요.”유월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예요. 시간도 늦었는데 교수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아요.”신현우가 말했다.“어쨌든 오늘 밤 묵을 곳은 있어야 하잖아요.”유월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곳은 육지가 아닌 선박이었다. 집에서 쫓겨났다고 딱히 갈 곳도 없었다. 그렇다고 신현우의 방에서 밤을 보낼 수는 없었다.그들 사이에 무언가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그녀와 신연우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지만 연재준은 그들이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단언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연재준은 가면서 소은혜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겉으로만 봤을 때 연재준은 소은혜를 딱히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소은혜는 백유진 과는 아니었지만 연재준이 꼭 백유진 같은 여자만 좋아할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물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건 유월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갑판이나 연회장에서 밤을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잠시 후, 신연우가 도착했다.잠깐 인사를 나눈 뒤, 신현우가 말했다.“유월영 씨랑 같이 가서 쉬어. 월영 씨, 나랑 했던 약속 잊지 않았으면 해요.”유월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신연우와 함께 돌아갔다.복도를 걸을 때, 신연우는 외투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아직 감기기운도 안 나았는데 더 심해지면 곤란해요.”“교수님께는 자꾸 폐만 끼치게 되네요.”“민폐 정도는 아니니까 너무 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친구 사이에 어려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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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유월영은 어쩌면 연재준과 좋게 끝낼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예감했지만 이렇게 최악으로 끝날 줄은 몰랐다.결국 그는 그녀를 상품처럼 거래의 조건으로 남한테 건넸다. 유월영은 갑자기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그녀는 정이 많은 사람이라 끊어내지 못한 미련을 연재준이 단칼에 잘라버린 것이다.유월영은 머리핀을 침대머리에 내려놓았다.연재준이 선물한 값어치가 어마어마한 물건이었다. 내일이면 돌려줄 것이다.이것을 핑계로 그와 다시 엮이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전등을 켰다. 그리고 신연우가 줬던 외투를 잘 개어서 소파에 놓았다.그리고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서 몸을 웅크렸다.그렇게 눈을 감고 있자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기분도 안 좋은데 컨디션도 최악이라 그런지 편하게 잠들지는 못했다.아까는 연회장에서 감기약을 이미 먹고 신연우의 방에 잘못 들어가서 해열제까지 먹었는데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약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속이 울렁거렸다.바로 신연우를 밀치고 화장실로 달려들어가려 했지만 그대로 먹은 것을 토해버렸다.그래서 두 사람의 옷이 다 엉망이 되어 연재준이 들어갔을 때 욕실가운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신연우는 타고난 매너인지 아무런 원망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쓰레기통을 들고 와서 그녀가 편히 토할 수 있게 등까지 다독여 주었다.먹은 게 없어서 신물만 다 게워냈는데 그러면서 정신도 잠깐 돌아왔다.그녀는 미안한 얼굴로 그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신 교수님.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어떡해요….”신연우는 따뜻한 물 한잔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괜찮아요.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거잖아요. 입가심 좀 하고 있어요. 의사 불러올게요.”유월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신연우는 의사에게 연락한 뒤, 직접 대걸레로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했다.유월영이 미안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제가 할게요.”신연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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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유월영은 자신의 실수를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여직원에게 물었다.“혹시 제가 입을 수 있는 옷이 있으면 좀 빌려줄 수 있어요? 아무거나 괜찮아요.”어쨌거나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로 신연우의 앞에 나설 수는 없었다.여직원이 잠시 당황하며 말했다.“유니폼밖에 없는데 괜찮겠어요?”“괜찮아요.”“그럼 10분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가지러 갈게요.”“감사해요.”여직원은 욕실을 나와 옷을 가지러 갔다.유월영은 간단히 몸에 뭇은 토사물만 정리한 뒤에 욕실가운을 입고 나왔다.감기기운 탓인지 계속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비틀 거리며 걷다가 그대로 침대로 고꾸라졌다.그리고 그녀가 다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연재준이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감기 한번 걸렸다가 모든 게 꼬여버린 상황이었다.물론, 유월영은 연재준에게 가서 해명할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그는 믿어주지도 않을 거고 오해를 푸는 것보다는 이대로 내버려 둬야 순조롭게 퇴사할 수 있었다.유월영은 밤새 악몽을 꾸었다. 다음 날 일어났을 때도 어지러운 증상은 여전했지만 어제보다는 많이 나았다.한 번도 이렇게 큰 몸살을 앓은 적 없었다. 아마 유산한 뒤에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진 것 같았다.그녀는 땀 범벅이 된 몸을 끌고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캐리어는 여전히 연재준의 방에 있었다. 어제 나올 때 가지고 나오는 것을 깜빡한 탓이었다.하지만 괜찮았다. 신연우는 어제 세탁을 맡긴 옷이 오늘 도착한다고 했으니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유월영은 카운터 직원에게 전화해서 옷을 이 방으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 새 속옷 세트도 주문했다.카운터 직원이 공손히 말했다.“네, 지금 준비해서 가지고 가겠습니다.”유월영은 욕실 가운을 입고 잠시 기다렸다가 초인종이 울리자 문을 열었다.직원이 옷과 속옷 세트를 가져왔다.그 직원의 뒤에 신연우도 있었다.그가 살짝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옷부터 갈아입는 게 좋겠어요.”유월영은 손님을 문밖에서 기다리게 하기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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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그의 걱정을 알기에 유월영도 숨기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걱정 마세요. 이상한 거래는 안 했어요.”“제가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게 해주면 SK로 가서 일하는 조건이었어요. 5년 고용계약서에 사인하고 제 능력으로 별동네 프로젝트보다 더 큰 실적을 따낼 수 있다고 말했어요.”그녀가 퇴사한다는 소문이 돌 때, 그녀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보내온 기업 중에는 SK도 있었다.단지 자신과 어울리는 기업 이미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쪽이 내민 손을 잡지 않았을 뿐이었다.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결국 신현우를 찾아가서 담판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신현우는 거듭 고민 끝에 그녀의 제안에 동의했다.다만 SK에서 일하는 동안은 기본급만 지급하고 각종 보너스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더 붙었다.신현우는 철두철미한 사업가였다.밑지는 장사는 절대 안 한다는 주의였다.이번 거래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한 사람은 연재준이었다. 반면 유월영은 손해가 막심했다.물론 이런 얘기를 신연우 앞에서 할 생각은 없었다.“사실 SK에서 일해 보고 싶기는 했어요.”신연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게 말하니까 안심이 되네요.”유월영이 주문한 세트에는 오징어가 들어간 요리도 있었다. 신연우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오고 해산물이 안 들어간 자신의 요리를 그녀의 앞으로 밀어놓았다.“이거 야채 튀김인데 먹어봐요.”유월영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교수님 많이 드세요.”뒤에서 그들의 모습을 주시하던 연재준의 각도에서는 그들의 이런 소통 방식이 무척 친밀하게 보였다.유월영이 저렇게 환한 얼굴로 웃고 있는 모습만 봐도 속이 뒤틀렸다.SK나 해운이나 사실 직원 대우 방면에서는 비슷비슷했다. 그녀가 그쪽으로 옮겨간 건 어쩌면 그녀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물론 연재준은 그녀의 탄탄대로를 축하해 줄 마음은 없었다.그는 티슈로 손을 닦고 담담한 말투로 소은혜에게 물었다.“다 드셨어요? 다 드셨으면 가요. 데려다줄게요.”“어디로요?”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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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유월영은 의아한 얼굴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분명 거래를 제안했을 때 신현우는 그녀의 입사를 환영하는 태도를 보였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서로의 약속을 잊지 말라고까지 주의를 주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걸까?그리고 그녀의 고난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유월영은 택시를 타고 오피스텔로 돌아왔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축포가 터지는 소리에 그녀는 움찔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조서희가 두 손 들어 그녀를 환영했다.“드디어 그 악마에게서 벗어난 것을 축하해!”유월영이 실소하며 말했다.“이건 좀 너무 과했어. 축포는 대체 왜 샀어? 난 뭐가 폭발한 줄 알았잖아.”조서희가 웃으며 말했다.“미리 계산했지. 내일은 주말이고 너희 계약기간도 끝나가니까 오늘 축하 파티라도 해야지?”그녀는 손을 내밀어 유월영의 캐리어를 받으며 물었다.“연재준이랑은 얘기가 잘 끝났지? 이제 서로 각자 갈 길을 가면 되는 거지?”“그렇게 된 셈이지 뭐.”유월영은 선박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지 않았다.“거기 욕실 세트 괜찮은 것 같아서 네 몫으로 한 세트 챙겨왔어.”조서희가 활짝 웃었다.“역시 내 친구야! 넌 일단 들어가서 쉬고 있어. 내가 저녁 금방 차릴게.”유월영이 오기 전부터 삼계탕을 끓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식자재는 이미 준비해 두었기에 조서희는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유월영은 캐리어를 정리하고 약을 먹은 뒤,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열었다.신연우에게서 약을 제때 챙겨 먹으라는 당부 문자가 와 있었다.유월영은 그러겠다고 답장했다.SNS에 접속했더니 신연우가 갑판에서 찍은 달밤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그녀는 그 사진에 좋아요를 꾹 눌렀다.아래로 내렸더니 정우증권 인사 담당자의 게시글도 보였다.주방에서 나온 조서희가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그럼 정우증권으로 아예 마음을 굳힌 거지?”“그래, 맞아.”유월영은 며칠 전에 정우증권 인사 담당과 거의 협상을 마무리한 단계였다. 그쪽에서도 그녀가 해운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는 즉시 채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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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유월영은 좀 당황스러웠지만 괜찮다고 문자를 보냈다.회사에서 갑자기 일이 생겨 야근하는 경우는 그녀도 많이 겪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물을 받아서 화분에 물을 주었다.창가에 작은 허브 화분을 기르고 있었는데 은은하고 시원한 향이 나서 맡으면 기분이 좋아졌다.그녀는 기분이 좋아진 김에 인사담당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월요일에 바로 회사로 가면 되나요?]30분이 지났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유월영은 뭔가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점심 때가 되어서도 그녀가 외출할 기미가 없자 조서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너 정우증권 인사담당이랑 밥 먹기로 하지 않았어? 왜 아직도 집에서 안 나가?”유월영은 핸드폰을 꺼내 다시 확인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SNS에 접속했더니 그 인사담당이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중인 사진이 올라왔다.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도 익숙한 신주시의 한 레스토랑이었다.분명 그녀에게는 일이 있다고 오성시로 급하게 돌아간다고 답장했던 사람이었다.유월영은 담담한 얼굴로 사진 밑에 좋아요를 눌렀다.3분도 되지 않아 그 게시물은 삭제가 되었다. 진짜 삭제한 건지 자신이 차단당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유월영은 담담한 얼굴로 친구의 질문에 대답했다.“다른 약속이 있대.”조서희가 물었다.“그럼 월요일에 바로 입사 수속하는 거야?”유월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담담히 말했다.“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아. 그 회사 안 갈 거야.”조서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왜? 무슨 일인데?”유월영은 대답 대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신현우가 갑자기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고 정우증권 인사담당에게서 바람을 맞히고 이 모든 게 우연인 것 같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를 채용하지 못하게 압력을 넣은 게 분명했다.그럴 능력을 가진 자, 그리고 그렇게 할 이유가 있는 자는 연재준뿐이었다.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신연우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왜 이런 치졸한 짓을 벌였은지도 이해할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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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유월영은 예의 바르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아줌마, 혼자 오셨어요?”윤미숙은 반가운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너 집에 안 온지 한 달이 넘은 거 알아? 그런데 왜 이렇게 야위었어?”유월영이 미안한 얼굴로 답했다.“요즘 많이 바빴어요.”윤미숙이 안쓰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랬구나. 그런데 너 온다고 해도 제대로 반겨줄 수도 없을 것 같아.”“무슨 일 있어요?”“재준이랑 회장님 때문에 그렇지 뭐.”윤미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둘이 백유진이라는 여자애 때문에 대판 싸웠어. 재준이도 요즘 집에 오지를 않아. 연락해도 안 받고.”연재준은 원래 본가로 가기 싫어했다. 몇 달에 한번 집으로 가서 얼굴을 비추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연락까지 차단할 정도면 이번에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의미했다.유월영은 조심스럽게 윤미숙의 눈치를 살폈다. 연재준과 아버지의 관계가 이 정도로 나빠진데는 윤미숙 때문도 있었다.그렇다고 윤미숙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계모로서 최선을 다했다.연재준의 아버지와 재혼한 뒤로 그녀는 주동적으로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중에 이복형제끼리 경영권 다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대체 재준이는 그런 애 어디가 좋다고 그렇게 감싸는지 모르겠어. 내 눈에는 월영이 네가 백배 나은데 말이야.”윤미숙이 불만스럽게 말했다.하지만 유월영은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윤미숙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부자지간에 이런 상황까지 왔으니 앞으로 어쩌면 좋아. 대체 백유진 걔가 어디가 예쁘다고 재준이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어. 능력이나 가정환경 하나만 내세울 게 있었어도 회장님이 이 정도로 반대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재준이가 좋다니 우리도 뭘 어쩔 수가 없네.”결국 먼저 마음이 약해진 쪽은 윤미숙이었다.이대로 간다면 연재준과 가족들 사이의 냉전이 조금만 길어지면 연 회장도 가업과 가문을 위해서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백유진과 연재준이 결혼할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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