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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이 여자는 도대체 누굴 경계하는건지 몰라도 긴 바지에 긴 소매 순면 잠옷을 입고는 있었지만 잠 버릇은 가관이었다. 잠옷 단추는 이리 저리 뒹굴다가 열려 쇄골이 드러나 있었다.그녀는 잘 모르는게 분명하다. 더 싸매면 싸맬수록 더 찢어버리고 싶게 만든다는 도리를 말이다.문연주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물만 마시고는 방으로 돌아갔다.밤에 잠에서 깬 루장월은 담요가 땅에 떨어져 있는걸 보곤 아예 얇은 셔츠를 하나 더 꺼내입고 다시 담요를 꼭꼭 덮었다.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이틑 날 깨어난 루장월은 여전히 머리속이 흐리멍텅한 느낌을 받았다.다행히도 세수를 하고나니 어지럼증은 많아 완화됐다.화장실에서 나와보니 문연주는 이미 주방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그녀가 묻는다.“사장님, 방에 약상자 없어요?”혹시 모르니 감기약이라도 먹어둘 생각이었다.“없어. 뭐 필요하면 웨이터 찾아서 가져.”문연주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다.“배 멀미?”방에 없으니 굳이 웨이터를 찾아가 방해하기도 싫었다. 그래 큰일도 아닌데.“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가 조용히 앉아 아침을 먹는 동안 먼저 다 먹은 문연주는 커피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며 창밖으로 펼쳐진 에메랄드 빛 바다를 바라본다.“수영복은 가져왔어?”루장월이 고개를 든다.“아니요……수영도 해요? 여기 바다 중심인데 해안가에서 멀어지면 위험하지 않을까요?”“중심이면 좋지, 도망갈래야 갈 수도 없고.”뜻 모를 문연주의 말을 들은 루장월은 몸이 굳으며 눈꺼풀도 두번 뛰는걸 느꼈다. 어딘가 모르게 묘하게 불안한 이 기분.”수영복 없으면 아무거나 입어. 좀 있다 다들 같이 해상 오토바이 타로 갈거니까.“루장월이 입술을 꽉 깨물며 말한다.”근데 전 할 줄 모르는데요.“”모르면 배워.“문연주가 새까만 눈을 하고 말한다.“다른 사람들 분위기 흐리지 말고.”“……네.”루장월의 촉은 늘 정확했다. 문연주가 갑자기 파티에 데려오려는게 이상하다 싶더니……여기서 중요한 건 이미 반년이라는 시간동안 한번도 그 어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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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문연주의 솜씨는 전문가 선생님보다도 훨씬 좋았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바다 위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정면으로 마주오는 바닷물에 맞아 눈도 못 떴지만 아드레날린은 순식간에 무섭게 치솟았다!“재밌어?”문연주는 귀까지 빨개지며 흥분한 그녀를 보곤 목젖을 움직이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물었다.루장월은 무의식적으로 목을 움츠리긴 했지만 어찌나 흥분하고심장 박동이 빨라졌는지 그의 행동에 신경 쓸 새도 없었고 대답 할 새도 없었다.근데 정말 너무 재밌었다.너무 재밌다!심지어 이런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자극감이 좋아하진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머리속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고 머리까지 발 끝까지 딱 한 단어만 남아있었다.——미쳤다!문연주가 지루해진듯 묻는다.“더 빨리 해?”루장월은 눈빛마저 빛나며 말했다.“더 빨리도 돼요?”문연주가 입꼬리를 내리더니 액셀을 꽉 잡고 속도를 한 레벨 더 높였다. 이 순간엔 아예 다른 해상 오토바이를 타던 사람들을 저 멀리 제친 뒤였다.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는 모든 미친 일도 다 용납이 될것 같았다. 더이상 참지 못한 루장월은 소리쳤다.“아——“문연주도 웃으며 조금은 힘을 뺀 것 같았다.그들은 한시간을 넘게 놀고서야 배로 돌아왔다. 루장월은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 제대로 서있을 수 조차 없었다.문연주가 팔을 잡아주며 갑자기 웃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내가 침대에서도 널 이렇게 안 만들었는데 차에서 이렇게 만들어버렸네.”이명까지 들리는 루장월은 그의 말을 잘 못 듣고 멀뚱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문연주가 그녀를 놔주자 그녀는 갑판에 주저앉았다. 이왕 이렇게 된거 여기 앉아서 흥분으로 가득 찬 몸을 천천히 추스려야겠다.엽혁연이 다가오며 말한다.“미쳤네 미쳤어. 뒤에서 보는 내가 다 손에서 땀이 나더라, 전복되기라도 할가봐.”문연주가 신경도 안 쓰며 말했다.“놀고 싶대서 데리고 놀아주느라고.”엽혁연은 뭔가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건넨다.“루비서님, 연주 오토바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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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넋이 나간 루장월이 고개를 돌렸을때 그들은 이미 코너를 돌아 자취를 감춘 뒤였다.루장월은 그들을 모른다. 그 어떤 교집합도 없는 낯선 이에게 갑자기 욕을 듣는다……심지어 자기를 욕한건 맞는걸까?그 자리에 멈춰선 루장월은 결국 붙잡고 따지지 않기로 했다. 낯선 곳에서 굳이 일을 만들진 말아야 할거 아닌가.계속 방 쪽으로 걸어가던 그녀는 그때부터 기분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더운 물에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루장월은 머리를 말릴때 연속으로 재채기를 했고 몸도 으슬으슬 떨려옴을 느꼈다.아침에 추울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물에서 놀면서 바람까지 맞다보니 다시 감기에 걸린 것 같다.루장월이 이마를 손을 갖다댄다. 다행이다, 열은 안 나서.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거실 소파에 이미 슈트로 갈아 입은채 앉아있는 문연주를 본다.그가 눈짓을 하며 말했다.“테이블 위에 있는 차 마셔.”루장월은 의문을 품은 채 걸어갔고 짙은 갈색 차를 들어 향을 맡아본다. 그건 생강차였다.한 모금 마시자마자 오장육부로 따뜻해나는 기분이었다.루장월이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감사합니다 사장님.”문연주가 물으려는 건 따로 있었다.“너 심소흠이랑 어느 정도로 친해?”루장월이 뜨끔하더니 대답했다.“식사 두 번에 커피 한번 마셨어요.”문연주가 코웃음을 치며 말한다.“고작 그거로 여동생을 내 곁에 소개시켜준 거야?”루장월이 찻잔을 들고 그에게 묻는다.“사장님 아가씨 잊으셨어요? 전에 아가씨가 따라다녔잖아요.”“언제?”문연주는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 듯 하다.“3년 전 신청대학교에서 이름있는 학우였던 사장님이 신입생 환영 파티에 참여해 무대에서 강연을 할 때 한 눈에 반해서 한동안 쫓아다녔잖아요.”문연주는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지 물었다.“그때 내 반응이 어땠는데?”“……그리 흥미 있어보이시진 않았어요.”문연주가 두 다리를 교차시키며 말한다.“그때도 감흥이 없었는데 왜 지금은 그렇다고 생각하는 거지?”그의 말 뜻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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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문연주의 눈빛에 다른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았지만, 어지럼증에 기분도 그닥 좋지 않은 루장월은 그것을 깊게 고민할 생각이 없었다.행여 그가 심묘묘를 내보내지 않겠다고 해도 그녀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끽해봤자 심소흠에게 눈치를 줘서 심묘묘더러 감정 소비를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귀띔해 주는 것뿐이다.문연주가 건성으로 말했다.“비서실 수석은 너야. 다 너보다 아래 사람들이니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면 내보내면 되는 거지. 이런 사소한 일들은 나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돼.”이 말은 심묘묘를 내보내는 걸 동의한다는 건가?문연주는 늘 이랬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심묘묘의 말이 맞았다. 문연주 같은 사람은 상대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그가 진심을 내보이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지게 만든다.하지만 이미 시도해 봤던 루장월은 처참히 실패했고 이젠 더 이상 그의 사랑을 갈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레 자신을 놔주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자신에게 다가오는 문연주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든 루장월은 그에게 턱을 잡히고 말았다.“심씨는 우리 비운과 겹치는 업무가 아주 많아, 경쟁 관계이기도 하지. 루비서한테 도리 같은 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심소흠이랑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알겠어?”루장월이 해명했다.“교수님과는 그저 평범한 친구 사이예요. 저흰 단 한 번도 공적인 일에 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요. 교수님은 교육인이셔서 심씨에 관한 일과는 크게 관련이 없어요.”문연주가 그녀의 턱을 잡고 흔들었다.“심소흠이 너한테 관련이 없다고 말했어?”“제가 추측한 거예요. 만약 심씨가 비운의 상업 기밀을 갈취해 가는 게 두려우시다면 애초에 심묘묘를 비서로 들이지 않았겠죠. 비서의 손에 닿는 기밀 서류가 더 많으니까요.”문연주가 잘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넌 대체 심묘묘를 질투하는 거야 아니면 심소흠을 감싸주는 거야?”루장월이 잠시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둘 다 아니에요. 전 그저 일 예기를 하는 거예요.”귀찮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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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루장월은 화장을 하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하다.그런 거였구나……그런 거였어.그래서 문연주가 갑자기 반년 만에 파티에 데려온 거고, 그래서 남자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고 여자들마저 이유없이 욕을 한거였구나……남자들은 그녀를 쉽게 가질수 있는 사람이라 여기고 여자들은 그런 그녀를 수법이 독특한 경쟁 상대로 여긴거였다.그녀만 영문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만 문연주에게 속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진실과 마주한 루장월은 한시라도 빨리 여길 벗어나고 싶었지만 문득 여기는 바다 위고 사면초가가 바다임을 깨달았다. 과연 그녀가 어디로 도망갈 수 있을까?문연주가 한참 전에 이미 말한 적 있다.“도망 갈래야 갈 수 없어.”모든게 다 그가 계산해낸 판이다. 루장월은 두려움 탓인지 실망스러움 탓인지 눈가가 급격히 뜨거워 났다.눈물이 금방 똑 떨어지자 마자 그녀는 재빨리 닦아낸다.왜 울고 있는거지?그녀는 그 남자 때문에 울어서는 안됐다. 매정하게 구는 그 남자 때문에 운 게 어디 하루 이틀도 아닌데 지금은 울기보단 스스로를 구할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사방이 적인 이 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진짜 그런 일에 닥쳤을땐 반항할래야 할 수조차 없을것이다. 그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모든 기회를 놓지지 않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문연주가 이익을 교환하는 도구로 전락되는 걸 막을수 있기에.그녀는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갔다.문연주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그의 앞에 앉아있던 사장은 또 다른 사람으로 바뀐 뒤었다.그의 신분이야 이미 다 알고 있었기에 영원히 상대가 찾아와 말을 걸어줄 뿐이었다.루장월이 천천히 다가간다. 관심없이 사장이 본인 회사 자랑을 늘어놓는걸 들으며 말도 섞지 않던 문연주는 루장월이 돌아오니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오래도 다녀오네?”루장월은 그저 “네.”라고만 대답한다.그녀의 눈에 사장이 데리고 온 파트너가 들어온다. 나이가 너무 어려보였는데 미성년자가 맞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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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바꿀지 말지는 문연주에게 달려있었다.문연주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유 사장은 잘 아나봐요?”“그럼요! 제가 훈육해놓은 여자들만 해도 과장 하나도 없이 백은 안돼도 80은 되죠!”유 사장이 우쭐대며 자랑스럽게 말한다.문연주가 입꼬리를 내리며 말한다.“그래서 이렇게 어린 애 데려오셨네요. 더 어린 애도 만나보셨죠?”유 사장은 쉿 하며 숨기려고 하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무서운게 없었고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징그럽게 웃어보였다.“이런 말은 대놓고 하면 안 돼요. 못 들으셨어요? 필경 이건 위법이고 범죄니까요 하하.”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던 루장월이 벌떡 일어나자 문연주가 손을 붙잡았다.가지 못하게 하다니!유 사장이 의자를 움직여 문연주의 곁에 바짝 붙으며 말했다. “사장님도 혹시 이 쪽으로 흥미 있으시면 제가 방법 가르쳐 다릴수도 있어요.”문연주가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니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줄 안 유 사장은 더욱 곁으로 붙는다. 실실 웃으며 뭔가를 말하려던 그는 문연주가 자신의 얼굴에 술을 퍼부을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악!”문연주가 비단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으며 놀라서 얼 빠진 유 사장에게 천천히 말했다.“방금 협력건은 여기까지.”온 얼굴에 와인을 덮어 쓴 유 사장이 다급히 말한다.”왜, 왜요?“”감옥 가게 생겼는데 같이 협력했다간 나도 곤란해질거 아닌가?“유 사장의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진다.”무슨 감옥이요?!“문연주가 루장월을 바라보며 말한다.”루비서, 유 사장 방금 한 말 못 들었어? 신고 안 하고 뭐해.“루장월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휴대폰을 꺼내들자 그제야 농담이 아닌걸 눈치 챈 유 사장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문연주는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앉아 있었지만 유 사장보다 기세는 월등히 높았다.“여자를 어떡하든 말든 그건 내 일이야. 본인이 뭔데 날 지적하지? 유병덕이 다음엔 조심해, 다신 무례하게 굴지 마.“그가 갑자기 멈추더니 비웃으며 말했다.”넌 다음도 없겠다.“죽일듯이 문연주를 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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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심소흠이 눈썹을 치켜든다.루장월은 줄곧 분수를 잘 따지는 여자였다.설사 함께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더라도 절대 그 어떤 썸의 기류도 연상하지 않도록 행동하는 사람이었다.이렇게 그의 손을 덥석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마치 물에 빠져 허우적 대며 죽을 힘을 다해 유일한 부목을 붙잡은듯 했다.심소흠이 그녀를 자세히 쳐다봤을때 그녀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마음 약해진 그는 조용히 탄식을 하고는 머리를 숙여 나긋하게 물었다.“아가씨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루장월은 바닷 바람에 저릿하게 아파오는 뒤통수 통증을 참아내며 밑도 끝도 없이 물었다.“교수님 파트너 데리고 오셨어요?”“아니요.”“그럼 형은 파트너 데리고 오셨어요?”“데리고 왔죠.”“여자 친구요?”심소흠이 적절한 대답을 골라한다.“이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무조건 아니다.여자 친구같은 신분이었다면 그의 대답은 이게 아닐거다——설마 자신의 형수를 모를까?똑똑히 말할 순 없지만 사실은 형이 교환하러 데리고 온 여자라고 에둘러 표현한걸거다.하긴 유람선에 타기까지 했는데 게임 수칙을 모를리가.모든 사람이 그녀처럼 속아서 배에 탄 건 아닐테니 말이다.루장월이 바짝 마른 입술을 깨물고는 유심히 심소흠을 바라본다. 이목구비 어디 하나 흠 잡을데가 없는 그는 까맣게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진 잘 생긴 사람이다. 루장월이 갑자기 입을 연다.”비운과 심씨는 동일한 목표를 두고 경쟁중이에요. 필경 이 한달동안 제가 회사 업무에 크게 참여하진 않았지만 그 프로젝트가 두 회사 모두에게 중요하다는 건 압니다.“심소흠이 말을 끊는다.”아가씨, 제가 화사 일에 참여하지 않는 거 아시잖아요.“”알죠. 전 그저 교수님이 절 친구로 여기시고 형님께 대신 한마디만 전해주셨으면 합니다——만약 절 바꿔오셔서 그 어떤 터치도 없이 절 안전하게 데리고 나갈수만 있다면 제가 형님 도와드린다고요.“도와준다?절벽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를 하는 듯한 루장월은 본 그는 자기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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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웨이터가 그들에게 커피를 가져다준다. 문연주는 작은 집게로 각설탕 하나를 집어 커피잔에 떨어뜨린다. 퐁당 소리를 내며 잔잔하던 커피잔에 하나 또 하나의 물결들이 일렁인다.그가 티 스푼으로 커피를 살살 젓는다.살짝 말려올라간 슈트 소매 사이로 공작석으로 된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진 시계가 엿보인다.아래로 향한 눈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옛성구역 프로젝트는 괜찮은 프로젝트라 저희뿐만 아니라 성씨자본에서도 눈 여겨 보고 있습니다.”심회흠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그러니 저희가 양보하면 비운의 승산이 더 커지겠죠.“문연주가 티스푼을 꺼내더니 고개를 들어 담담한 눈빛으로 말한다.“심 사장님 조건 하나 바꾸시죠.”심소흠 뿐만 아니라 카페 안에 숨어있던 루장월 역시 살짝 넋이 나갔다.그럼 이건……거절한건가?그녀와 바꾸는 거절한건가?루장월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이 조건은 주기 어려우신가요?”심회흠이 묻는다.“아니면 다른 필요한 프로젝트에 루비서 ”힘 써주길“ 바라시는 건가요?”문연주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밤연회엔 심 사장님도 가십니까?”“그럼요.”하이라이트인데 안 갈수가 없다.문연주는 커피잔을 들어 커피를 홀짝 들이키고는 예의를 갖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프로젝트 얘기는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시 합시다. 저는 또 다른 일이 있어 이만 실례하겠습니다.”심회흠은 말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악수를 했다.“네.”계단을 내려가는 문연주의 낯빛이 삽시간에 어두워진다.문연주가 떠나자 심회흠은 그제야 커피잔을 들며 고개를 돌려 루장월을 불렀다.“아가씨 나오셔도 돼요.”그제야 루장월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심회흠이 고개를 살짝 들고 말한다.“방금 한 말 아가씨도 다 들으셨겠죠?”“네.”“문 사장은 승인도, 그렇다고 거절도 하지 않았어요……제가 추측하기론 더욱 우선순위에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것 같아요. 일단 먼저 아가씨를 이용해서 가 프로젝트를 바꿀 수 있는지를 보고 그게 안 되면 다시 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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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쉴새없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이 밤연회는 이번 여정의 가장 중요한 연회로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였다.문연주는 이미 몇 벌의 의상을 준비해 옷걸이 걸어놨고 루장월더러 고르게 했다. 심지어 메이크업 전담팀까지 대기하고 있었다.그가 그녀를 꾸미려고 하면 할수록 루장월의 마음 속은 더더욱 얼음장처럼 차가워져만 갔다.일종의 잘 꾸며서 높은 가격애 팔려는 느낌이랄까.기분이 별로였던 그녀는 대충 아무거나 골랐다.문연주는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다가 힐긋 그녀를 흘긴다.“이 옷은 옥비녀에 안 어울려.”아 그제야 생각났다. 어젯밤 문연주는 옥비녀를 사주며 거기에 맞는 드레스를 입으라고 했었다.루장월은 불편한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다시 중식 치파오를 골랐다.연한녹색의 치파오는 발목뼈까지 오는 길이에 정면으로는 우아하고 단정해보였지만 등은 뻥 뚫려 마침 두 날개뼈를 드러내며 타고난 섹시함을 표현해냈다.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의 머리를 한 손에 쥐고 비녀를 꽂았다. 메이크업 역시 청순하고 단아한 느낌을 줬다.아티스트가 립스틱을 고르며 고민하고 있을때 루장월의 뒤에서 불쑥 나온 손이 립스틱 하나를 골랐다. 그들이 자연스레 뒷걸음질 치는 걸 본 루장월은 거울에 비친 문연주의 모습을 봤다. 그는 이미 단정하고 깔끔한 블랙 슈트로 갈아입고 있었다.그는 립스틱을 돌려 그녀의 입가에 대고 비교해보고는 계피색 립스틱을 골라 섬세하게 그녀의 입술에 발라줬다.루장월은 움직이지 않았다. 근데 이 남자 어색해 보이지 않게 손가락으로 입가 변두리를 흐릿하게 하는 방법까지 알고 있다.그는 단 한번도 그녀에게 립스틱을 발라준 적이 없다. 메이크업하는 모습을 본 것 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이리도 자연스레 하는 걸 보면 꼭 누군가한테 해준 적이 있는거다.그더러 립스틱을 발라주게 할 사람은 딱 한 명.백유였다.이건 어쩌면 그들의 순수한 사랑에 아주 어울리는 걸지도 모른다.다 바른 뒤 루장월은 낮은 소리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곤 진주 귀걸이를 꺼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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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이때 주최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연주!”문연주가 웃으며 동시에 낮은 소리로 루장월에게 말한다.“이따가 무도회 시작하면 왼쪽으로 가. 내가 너 잡을게“왼쪽으로 뭘 어쩌라는 거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중년 남성은 이미 그들 앞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큰 아버지.“문연주가 굽석 인사를 한다.60세 남짓해보이는 남성은 사람 좋은 푸근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너 너, 다들 여기 와서 즐기면서 화합해야 재물이 생기거늘 넌 도리어 사람을 놀래켜 보내버리다니!“그의 이 한마디는 질책으로 들리겠지만 사실 농담에 가까웠고 문연주라는 이 후배를 매우 좋게 보는것 같았다.문연주도 그에게 아주 삭삭하게 대했는데 루장월은 그가 이런 식으로 윗어른과 대화하는 걸 처음 보게 됐다, 그의 아버지도 포함해서.“큰 아버지 저 나무라시는거예요? 전 분명 큰 아버지를 도와 적을 대신 처단해줬는데요. 그런 잡것들이 유람선에 먹칠하지 멋하게요.”“넌 늘 이렇게 똑똑해!“상 회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근데 내가 뭐하러 외부인 때문에 널 나무라겠니? 넌 반은 내 아들과도 같은데 내 팔은 당연히 안으로 굽지!“루장월이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반은 아들이라고?그럼 사위인 건가 아니면 양자인 건가?문연주 곁에 이렇게 오랜 시간 있었던 그녀는 왜 문연주가 어느 가문과 이리도 두터운 관계를 맺어오는지 몰랐던거지?문연주가 무심코 말을 꺼낸다.“시서는 돌아왔어요?”——시서!미처 준비도 못하고 그 이름을 들어버린 루장월은 무의식적으로 문연주를 바라봤다.문연주는 냉담한 옆태만 보인 채 상 회장과 얘기하느라 그녀를 보지 못한 것 같다.“……”루장월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며 이 연회가 상씨 가문에서 주최한 연회임을 깨달았다.“시서는 주장이 뚜렷해서 가끔은 아비인 나도 스케줄을 잘 모르지. 이번엔 오라고 했는데 왔는지 안 왔는지, 배에 탔는지는 나도 모르겠네.”상 회장이 탄식을 하며 말한다.“시서가 엄마랑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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