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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다음 날, 루장월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해 보온병을 들고는 더운 물을 받으러 탕비실로 향했다. 업무 시작 전이였던지라 이내 그녀는 수납장에 기대어 휴대폰을 꺼내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그 날 문연주가 본인 어머니 얘길 꺼낸 뒤로 마음 한구석이 줄곧싱숭생숭했던 루장월은 이틀 만에 예전 이웃집 전화번호를 찾아냈다. 연락해서 한번 여쭤나봐야겠다.전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여보세요, 누구시죠?”루장월이 답했다.“진 아주머니, 저 장월이예요.”“어머 장월아, 너 아줌마 번호 어떻게 알았어?”루장월이 나지막이 말했다.“전에 저장했었어요.”아주머니가 물으신다.“그럼 나한텐 무슨 일로 연락했어?”“아주머니, 저희 엄마 아빠랑 아직도 이웃이세요? 두 분 요즘엔 어떻게 지내시나요?”아주머니가 답했다.“아줌마는 이사 간지 한참이야, 거기 안 살거든, 지금은 아들 내외랑 같이 살고 있어. 너희 엄마 아빠랑도 연락은 자주 안 해, 지난번 봤을 땐 괜찮아 보이셨는데 최근엔 어떤지 잘 모르겠구나.”루장월이 실망스러움을 안고 대답한다.“그러시군요.”“장월아, 부모님 어떠신지 알고 싶으면 왜 직접 연락해 보지 않는거야? 내가 두 분한테 듣기론 너 다른 지역으로 일하러 갔다던데 여태 계속 안 돌아간거니?”루장월이 곧장 답했다.“저 연락해 봤어요, 근데 부모님이 전화번호를 바꾸신 것 같더라고요, 전화 연결이 안 돼요.”아주머니가 중얼거리셨다. “전화번호 바꾼걸 어떻게 딸한테 안 알려줘...... 안 그러면 아줌마가 너한테 그분들 번호 줄테니까 직접 연락해 볼래?”루장월이 감격에 차서는 말했다.“네, 감사드려요 아주머니.”번호를 저장하자 마자 루장월은 곧바로 연락을 취했다.연결음이 두번 들리더니 이내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루장월이 자기도 모르게 전화를 끊어버리고 만다. “......” 그건 바로 어머니 목소리였다.루장월은 입술을 꽉 깨물고 휴대폰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수납장에서 티백을 꺼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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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이 말 한마디로 인해 루장월은 완전히 부모님께 실망해 버렸고 그 뒤 3년간 다시는 그들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었다. 몇개월 전 갑자기 불 지펴진 생각으로 연락했지만 그 마저도 통하지 않게 되기 전까진 말이다.그땐 헛웃음 밖에 안 나왔다. 독한 정도로 따지면 그녀의 부모님처럼 자식과의 완전히 절연해버리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나.지금 어머니 목소리를 들어보니 괜찮아 보이시는데 그럼 신경끄고 각자 갈 길 가면 되겠다.차가 담긴 보온병을 들고 루장월은 다시 비서실로 돌아갔다.금방 자리에 앉자 마자 방천이 어제 그 서류를 또 다시 그녀의 책상 위에 던져 놓더니 제법 우쭐대며 승리감에 도취해 말했다.“내가 이미 사장님이랑 말해봤는데 콕 찝어서 너 보고 맡으시라네!”그래 뭐.엉망진창인 사무실에서 한시도 더 있고 싶지 않았는데 차라리 잘 됐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서류와 가방을 들고 자리를 떴다.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방천의 두 눈은 여전히 이글이글 블타오른다.회사에서 나온 루장월은 일단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부터 시키고 의자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 봤다.30분 정도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전반적인 프로젝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현재의 핵심은 진 사장더러 그 날 사인 못했던 보충 협약에 사인하도록 하는 것이다.사실 이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필경 그 날 그들에게 약점 잡혀 역겨움을 참으면서 겨우 계약서에 사인한 진 사장이거늘 오늘 다시 찾아간다고 해도 8,9할은 거절당할게 뻔하니 말이다.루장월이 골머리를 앓으며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하던 그때 누군가 테이블을 가볍게 똑똑 두드렸다.섬섬옥수같은 손가락을 따라 위로 쭉 시선을 올리다보니 옅은 미소를 띤 심소흠과 눈이 마주쳤다.그는 오늘 은색 테두리에 여전히 우아해보이는 안경줄이 달린 안경으로 바꿔끼고 왔다. 조금은 의외였던 루장월은 한 쪽으론 서류를 덮고 한 쪽으론 허리를 곧게 세우며 말했다.“심 교수님이 어쩌다 이쪽에 오셨어요? 또 동생한테 군만두 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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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문연주는 늘 그랬듯이 무표정에 무감각으로 엽혁연과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굶은 사람마냥 와구와구 전병을 먹고 있었다.그가 엽혁연을 아래 위로 훑어보고는 자리에 앉는다.엽혁연은 테이블 위에 있는 서류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두루뭉술하게 말한다.“네가 밀한 자료니까 알아서 봐. 난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더니 배고파 죽겠다야.”“집에 밥해 줄 사람 없어? 너네 어머니 너한테 와이프 찾아준다고 하시지 않으셨나?”문연주는 서류철을 들어 넘겨보며 무심하게 내뱉는다.엽혁연은 그 미혼모 신분으로 강제로 집에 들어와 사는 늙은 여자 생각만 하면 입맛이 뚝 떨어지는지 이내 전병을 주머니에 도로 던져놓고는 종이 몇 장을 뽑아 입가릉 닦으며 불평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나이에 따라 서열을 매기다니. 나보다 다섯살이나 많은데 작은 고모라고 불러야 되는게 말이 되냐. 나이 들어서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아내로 들이라니 우리 엄마가 생각해낸 거라지만 엄마 손에 있는 유산이 목적인거잖아. 그 여자랑 결혼하면 그냥 집에 보모 한 명 더 들인거라고 생각할거야……더는 말하지 말자.“그가 눈꺼풀을 치켜뜨며 말한다.”갑자기 왜 이런 작은회사들 자료 달라고 하는데. 이건 너네 비운 앞에서 상대가 안 되지 않나?“문제는 필요하면 아래 사람한테 시켜면 될걸 굳이 본인이 직접 왔는가였다. 무슨 생각인거지?몇 백, 몇 천만짜리 프로젝트에서도 이러지 않던 문연주가 진지하게 자료들을 들여다 본다.“내 손을 거치면 들통나기가 쉬워.““작은 규모 회사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니라 인수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누구한테 맡겨서 운영하려고?”이리도 비밀스럽다니, 엽혁연은 더더욱 호기심이 생긴다.“누구한테 줄 건데?”곧 퇴직하는 루장월이 생각난 그는 재밌다는 듯 말했다.”너 설마 루비서한테 회사 넘겨서 사장 자리에 앉히려는건 아니지?“문연주가 갑자기 피식 웃는다.부인도, 그렇다고 승인도 하지 않은 채.엽혁연이 물병을 열어 물을 마신다.”다시 출근하는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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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루장월이 표정 하나 변하지도 않고 말했다.“귀여운 막내 아드님이 태어났다고 들었는데, 한번 볼 수 있는 영광이 있을지 모르겠네요.”“……”진 사장은 못 들은 척하고 차를 타고 가버렸다.하지만 그의 목적지는 집이 아닌, 사업 살롱이 열리는 한 호텔이었다.비운의 수석 비서인 루장월 역시 자연스레 입장이 가능했지만 다른 이들과의 대화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구석 자리를 찾아 조용히 앉아있었다.파티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진 사장을 찾아가서 보충 협약 사인만 받으면 되니 말이다.음, 안 한다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내일 다시 오면 되니까. 나흘 뒤면 퇴사하니 나흘 정도 시간을 끌어주는 게 가장 좋았다.루장월은 무심하게 잡지를 펼쳐보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정신을 빼앗겼다.루장월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 사장이 웬 여자와 다투고 있었다.여자는 여기가 어떤 자리인지 까마득히 잊은 채 진 사장에게 삿대질하며 욕을 퍼부었다.“진연! 네가 감히 회사의 재산을 되팔다니! 천벌을 받게 될 거야!”여자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살롱에 참석한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오기 시작했다.진 사장의 안색이 극도로 어두워졌다.루장월이 낮은 소리로 옆 사람에게 물었다.“이 여자분은 누구시죠?”“진 사장 동생의 와이프요. 개념이 없기로 소문이 자자해요.”루장월은 문득 어제 계약 회동에서 방천이 그의 동생을 언급했던 일을 떠올렸다. 동생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진 사장이 손찌검을 했던 것이다.형제가 경쟁 구도에 있을 것이 뻔했고, 현재 진 사장이 우위에 있으니 동생의 아내가 이리도 흥분하며 사람들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다.진 사장은 그녀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것 같았다.잠시 고민하던 루장월은 이내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진 사장과 그 여자를 조준하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자, 여러분들 여기 보세요. 여기가 바로 오늘의 살롱입니다. 요구조건도 높고 뷔페도 화려해요. 연어는 무한리필에 프랑스 달팽이, 푸아그라에 캐비어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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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루장월이 끄떡하지 않고 되묻는다.“어떻게 처리하실 건데요?”진 사장이 차갑게 웃으며 말한다.“그건 내 일이니 신경 쓰지 말게나.”“사장님께서 방천을 해해서 범죄에 연루된다면 저 역시 공범으로 몰리는데 당연히 저와도 상관있죠.”“나도 루비서 도와주는거야. 내 추측이 맞다면 이 일은 원래 방천이 맡아야 할 일인데 문 사장의 편애로 루비서에게 하달된 거 아닌가. 어느 각도에서 보면 방천의 존재가 루비서 앞길을 막는거니 나한테 맡겨서 처리하게 하면 루비서 역시 경쟁상대가 줄어드는데 얼마나 편한가?“진 사장은 조리정연하게 모든 일을 낱낱이 꿰고 있었고 유혹에 찬 어조는 이득만 있고 해로움은 없는것 같았다.루장월이 고민하다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괜찮네요. 마침 저도 방천을 싫어해서요.”진 사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한다.“그럼 승인하는건가?”“네, 제가 지금 바로 연락할게요.”루장월은 곱바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고 10초뒤 말했다.“방비서, 전 보스 진 사장께서 나더러 널 유인해 데려오시라네. 너한테 제대로 보여주실게 있으신것 같은데 지금 힐튼 호텔에 있으니까 와서 볼래?”진 사장이 그녀의 휴대폰을 가로채고 보니 그녀는 애초에 전화를 건 적도 없었다!그가 휴대폰을 도로 돌려주며 말한다.“감히 날 갖고 놀다니!”루장월이 대답했다.“진 사장님에 절 갖고 노신게 맞죠. 아내와 아들도 있으신 분이 누구보다 생명이 소중한 걸 아실텐데 뭐 하실 생각도 없으시면서 겁 주시면 어떡하세요?”진 사장은 그저 동생 일가에게 한바탕 당하고는 그 감정을 표출하고 싶을 뿐이었다.그제야 평온을 되찾은 그도 더 이상 그녀를 못 살게 굴기 싫었는지 말을 꺼낸다.“가져오게.”루장월은 서류와 펜을 그에게 건네줬고 진 사장은 바로 사인을 했다.계약서를 루장월에게 돌려주려던 진 사장은 문득 뭐가 생각 났는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듣자 하니 루비서 최근 이직 준비 한다던데, 진짜로 비운을 떠날 생각인가?”루장월이 대답했다.“그저 지극히 정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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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오늘 밤의 문연주는 그녀의 허리를 놔주지 않으려는 듯 몇 군데의 잇자국과 손톱자국을 남겼다.루장월의 정신이 몽롱해져 갈 때쯤, 그가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전에는 왜 네가 사람을 이렇게나 잘 홀리는지 몰랐지?”루장월은 그가 진 사장을 가리키는 줄 알고, 황당해서 대꾸도 하기 귀찮아 눈을 감은 채 몸을 맡겼다.다음 날, 역시나 루장월이 먼저 눈을 떴다.문연주가 어젯밤 너무나 격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루장월이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을 딛자마자 온몸에서 불편함이 밀려왔고 행동도 느려졌다. 잠시 뒤 일어난 문연주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욕실에 들어갔다.행동이 빨랐던 그는 루장월이 화장을 마치고 문을 나설 때 같이 따라나섰고, 그렇게 두 사람은 말 한마디 섞지 않은 채 방을 나왔다.문연주의 운전기사가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잠깐만.”루장월은 호텔에서 나와 그의 차를 보고도 택시에 올라탔다.기사가 뒷좌석의 남자를 힐끔 쳐다보았다.문연주는 무표정으로 말했다.“가지.”……오전 업무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진행됐고 동료와 인수인계하던 루장월은 그녀의 책상 위에 있는 이사 관련 자료를 보게 되었다.그녀가 무심코 물었다.“왜 이걸 준비한 거야?”동료가 재빨리 자료를 숨기더니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야……맞다, 조금 전 그게 어떻게 된 일이라고 했지?”루장월은 단번에 눈치챘다. 이건 문연주가 그녀에게 시킨 업무이고, 기밀 유지 때문에 해명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루장월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뻔히 알기에, 모른 척하기로 했다.자리에 돌아간 그녀는 문득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그녀는 딱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 그냥 무시하고 할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갈수록 부담스러워지는 시선에 점점 귀찮고 지쳐가는 것만 같았다.이때 심묘묘가 그녀의 곁으로 오더니 소곤소곤 말했다.“장월 언니, 사람들이 언니가 계약서 사인을 받으려고 고객의 침대로 올라갔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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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문연주의 미간이 삽시간에 차가워진다.“언제?”루장월이 침착하게 대답했디.“방비서가 그러는데 어젯밤이라던데요.”어젯밤 루장월은 확실히 “침해”당한게 맞긴 했다.허나 그 대상이 진 사장이 아니라는 건 문연주가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게 아닌가.그가 방천을 바라보며 말한다.“뭘 본거지?”“저……제가……”방천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는 그제야 루장월이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님을 깨달았다.그녀가 급해난다.“루장월! 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거야!”루장월이 말한다.“왜 말도 안 돼? 네가 동료들한테 내가 진 사장이랑 어쨌다고 밀한거 아니야? 그렇게 다 아는 사람처럼 생동하고 구체적으로 말하더니. 비록 난 아무 기억도 없지만 동료들이 널 믿는다면야 나도 널 믿어야지.”방천은 루장월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거다.이런 식의 루머는 입만 살짝 놀리면 만들 수 있는거였기 때문에 당사자는 해명할 방법도 없고 설사 해명을 한다 할지라도 믿어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그녀는 그저 루장월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싶을 뿐이었고 루장월이 찾아와 따지면 응대할 방법까지 다 생각해뒀었는데 경찰 신고라니!본인이 안 한거라고 증명해야 할 일이 이젠 일어난 일이 맞다고 증명해야 할 일이 된 거다. 애초에 일어난 적 없는 일을 무슨 수로 증명하란 말인가??경찰까지 출동했으니 이건 더 이상 그리 간단한 가십 수준이 아니었다.지금 이 순간 루장월의 눈빛은 문연주와 매우 닮아있다. 차갑기 그지없고 무정하며 안전부절한 모습을 보면서도 동정조차 주지 않는 눈빛.“ 나 뿐만이 아니야, 다른 동료들도 너한테 증거 있다고 다 들었으니까 경찰 오면 증거 제출하도록 해. 진 사장은 그 약을 어디서 났는지, 어떻게 물애 탔는지, 어떻게 나한테 전달해 줬는지 그리고 날 데리고 어느 호텔로 갔는지까지 똑똑히.”방천한테 어디 증거 따위가 있을까!당황한 그녀가 문연주를 쳐다본다. 그라면 도와줄지도 모른다.문연주는 뒷짐을 지고 입꼬리를 내리곤 말한다.“일단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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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19층은 오늘 안팎으로 모여든 비운 직원들로 그야말로 핫플레이스였다.경찰들은 호텔 감시 카메라를 돌려 어제 진 사장과 루장월이 호텔 파티장에서 주최한 살롱에 참여하기 위해 건 것과 진 사장은 이른 시간에 떠난 걸 증명해냈다. 그가 떠날때 루장월은 갖 않았으니 시간이 겹치지 않는 두 사람은 무슨 일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결국은 방천이 루머를 터뜨린거다!방천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는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계,계속 보세요! 루장월은 꼭 숨기는 게 있다니까요! 집이 바로 신청에 있는데 야밤에 집도 안 가고 호텔이 있으니 꼭 문제가 있는거죠. 진 사장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있을거예요!“여기서 더 뒤로 돌리면 바로 루장월이 문연주에게 이끌려 방으로 올라간 장면이 나온다.루장월이 무표정으로 말한다.”네가 루머 터뜨린것만 증명하면 됐지. 내가 언제 호텔에서 나오던 너랑 무슨 상관이지?“방천이 이를 바득바득 걸며 말한다.”너 찔리는거 있지! 계속 보세요! 다들 와서 보세요! 뭘 숨기고 있는지요!“루장월이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머리를 굴리고 있을때 문연주가 막아서며 말한다.”이미 무슨 일인지 똑똑해졌는데 헤쳐지시죠.“그가 입을 열자 모여든 사람들도 누구 하나 머물지 못한채 뿔뿔이 흩어졌다.비운 직원들의 오늘 대화 주제는 ”루비서의 이중생활“에서부터 ”방천의 거짓루머“로 삽시간에 뒤바뀌고 말았다.루장월은 이대로 끝내길 원하지 않는지 경찰들에게 물었다.”이어서는 어떻게 처벌하죠? 입으로만 몇마디 하고 풀려나는건 아니죠?“경찰이 잠시 뜸 들이다 말한다.”일반적으로는 합의를 봅니다만……“루장월이 단칼에 자르며 말했다.”전 합의 안 봅니다.“경찰이 대답한다.”거짓 루머 조작 상황이 엄중한 자는 5일의 구금에 처할수도 있습니다.“방금전까지 큰 소리치며 윽박지르던 방천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는 질질 짜며 말했다.”아아아니 루비서,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 경찰들이 나 잡아가지만 않게 해줘, 구금만 안하게 해줘. 범죄 기록 남으면 나 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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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루장월이 자리로 돌아와 업무를 볼땐 다른 동료들도 모두 와서 위로해주거나 사과하며 방천을 믿는게 아니라고 했다.루장월은 다 괜찮다고 말한다.그러나 심묘묘는 이상하게도 가지 않고 혼자 자리에 앉은 채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기분이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방금 루장월의 결백을 밝혀내기에 급급했던 그녀는 집사더러 호텔로 가 감시 카메라를 돌려보게 했다——그렇다. 그녀는 경찰보다도 한발 빨리 영상을 손에 넣었었다.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문연주가 나타나 두 사람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 말았다.남자 여자가 호텔 방에 들어가서 뭘 할지는 제 아무리 순진한 심묘묘라도 눈치챌 수 있었다.그녀는 루장월에게 배신당한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분명 그녀가 먼저 자신을 문연주 곁으로 데려다 주고 문연주와 이어준건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이건 친한 친구 남친을 빼앗는것과 뭐가 다른가!이때까지 루장월은 심묘묘의 감정변화를 캐치하지 못했고 수옥이 떠나는 걸 보고 사장실로 향했다.“사장님, 저 며칠만 좀 쉬고싶습니다.”문연주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왜지?”루장월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말한다.“오늘 일 때문에 제가 입은 타격이 어마어마합니다. 며칠 쉬면서 병원이나 가보려고요.”문연주는 단번에 그녀가 헛소리를 하고 있음을 눈치챘다.그는 손에 있는 펜을 빙글빙글 돌리며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정신과 의사 찾아가봤자 소용없어. 마침 나한테 2박3일 유람선 파티 초대장 왔는데 나랑 같이 가서 마음 비우면 더 빨리 좋아질거야.”루장월은 당연히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사장님 심 아가씨랑 같이 가셔도 돼요.”문연주가 관심도 없다는 듯 말했다.“너가 사장이야, 아니면 내가 사장이야? 내가 너랑 가겠다는데 네가 뭘 골라?”루장월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미 오랫동안 파티같은 건 데리고 가지도 않았으면서 왜 하필 마지막 사흘째에 생각이 바뀐거지?하지만 거절할 여지가 없었던 그녀는 승낙할수 밖에 없었다.사장실에서 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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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루장월은 손을 뻗어 비녀를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깨물고는 “네”라고 한 마디 했다.그녀에게 사줬다고 말하기 보단 얼른 자신의 이미지를 수립하기 위해 요트의 다른 사장더러 그라는 사람을 비운의 실력을 알아보게 한거라는 말이 적합했다.더 간단하게 말하면 그녀는 또 한번 그가 신분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 쓰여졌다는 것이었다.심소흠은 시선을 거두고 천천히 칵테일 한 모금을 마신다.곁에 있던 지인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묻는다.“너도 저 비녀 마음에 들어? 그렇게 열심히 보냐.”심소흠이 살짝 웃으며 말한다.“그럼. 나도 마음에 들지.”친한 지인이 묻는다.“진짜? 그럼 방금 왜 가격 경쟁 같이 안 한거야? 저 분 문씨 일가 문연주 맞지? 저 가문은 확실히 대단하더라. 유독 몇년 간 벌전 속도며 기세가 장난 아니던데 너희 서청 심씨 가문도 그리 뒤처지진 않잖아. 너도 저 비녀 가지고 싶었으면 뺏어올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심소흠이 웃으며 말한다.”괜찮아. 세월은 길고 기회는 많아.“그는 심소흠과 문연주 쪽을 번갈아 보며 고민하더니 뭔가를 알아차린 듯 물었다.“넌 비녀가 마음에 든게 아니라……비녀를 하고 있는 사람이 마음에 든 거구나?”심소흠이 나긋하게 말한다.“그런 말 함부로 했다간 명예를 격추시킬 수도 있어.“지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흥분에 차서 말한다.”너 진짜로 마음에 든 거면 집에 가서 귀띔이라도 드려. 집에선 무조건 바로 꽃가마 태워서 너한테 시집 보낼거야. 오랜 세월, 옛집에 불 붙을때까지 기다렸으니 말이지.“심소흠은 여전히 웃어보이면서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다.대화에 심취한 그들은 뒷 줄에 엽혁연이 있는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나보다.그들의 목소리가 그리 높진 않았지만 6,7할은 엳들은 그는 문연주가 마침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가려 하자 곧장 따라나섰다.”연주야.“문연주가 뒤 돌아 힐끗 쳐다봤고 두 사람은 함께 화장실로 향했다.”너 언제부터 심소흠이랑 대립중이었어?“엽혁이 묻는다.”심소흠? 아닌데.”“방금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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