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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기사님 말이 맞았다.문연주가 탄 그 차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호텔이었다.동해안 역시 시중심인데 문연주가 집이 아닌 호텔로 갈 이유가 없었다. 그럼 해답은 하나 뿐——비서가 문연주가 취한 틈을 타 자기 마음대로 데리고 온게 아닌가.택시값를 내고 차에서 내린 루장월은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비서가 그를 부축해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있았다.비서가 이 기회를 잡아 승진을 하려는건지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는건지 확신이 서지 않은 그녀는 계속해서 뒤따라 가보기로 했다.그녀는 가는 길이 겹친 호텔 투숙객인 것처럼 위장해 그들을 따라 방문 앞에 도착했다.차까지 타고 온 문연주는 술기운이 더 올라왔는지 완전히 취한것 같아보였다. 발걸음은 거의 질질 끌다 싶이 했고 온 몸은 완전히 비서에게 맡긴 상태였다.왜소한 비서에게 180 남짓하는 거구의 그를 부축해 걷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방문도 제대로 닫지 못하고 툭 밀기만 했다.루장월은 재빠르게 한쪽 발을 내밀어 문이 완전히 닫기지 않게 막았다. 다행히 비서는 눈치 채지 못한 듯하다.그녀는 조심스레 방 안으로 따라 들어가 현관앞에 서있었지만 여전히 들키진 않았다.비서가 문연주를 침대에 눕히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문 사장님 너무 무거우셔서 제가 숨도 못 쉴 뻔했잖아요~“거하게 취한 문연주는 불빛에 눈이 따가웠는지 팔을 눈 위에 얹어놓고 있었다.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그의 입술은 꽉 깨물어져 있었다, 매우 불편해 하는 게 눈에 보였다.그랬더니 비서가 말한다.“사장님 어디 불편하세요? 슈트가 너무 꽉 끼시죠, 제가 벗겨드릴게요~“그의 옷을 벗겨준다던 비서는 먼저 자기 옷을 벗더니 이내 단추까지 풀어헤치고는 까만색 속옷을 드러내며 한쪽 무릎을 끓어 침대 위로 올라가 문연주의 넥타이를 풀었다.루장월이 보다 못해 입을 열었다.“만약 그 사람 침대 위로 올라가 놓고 내일 아침 술에 취한 사장님이 널 강압적으로 그랬다고 고발해 책임을 물을 생각인 거라면 거기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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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루장월은 고개를 돌려 재빠르게 입을 피했다. 허탕을 친 문연주는 끝가지 간다는 기세로 다시 끈질기게 쫓아왔다.주머니에 손을 넣고 뒤적거리던 루장월이 뭔가를 잡았다.그 순간, 치익——코를 찌르는 하얀 연기가 문연주의 눈 앞에서 터진다.순간 눈을 질끈 감은 문연주는 루장월에게서 떨어져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거의 동시에 찾아온 눈을 찌르는 듯한 고통과 목이 찢어지는 듯한 열감에 문연주는 그만 참지 못하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켁!켁켁!루……켁켁!루장월!“루장월의 상황 역시 그리 좋지는 않았다.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탓에 상대에게 뿐아니라 본인에게도 고스란히 고통을 줬다. 다행히 그녀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 채 얼른 눈을 감고 숨을 참았기에 다량의 기체를 흡입하는 건 막을 스 있었다.그녀 역시 기침을 해대며 신속히 침대에서 내려와 연기 속을 빠져 나왔다. 욕실로 달려 간 그녀는 깨끗한 물로 입가와 눈을 씻어냈다.——그건 다름 아닌 방호 스프레이였다.루장월이 외출 시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던 방호 용품이었지만 이걸 처음으로 쓰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더욱이 문연주에게 말이다.그녀가 흡입한 기체는 그 양이 많지 않았기에 조금만 숨을 돌려도 금방 괜찮아졌다.하지만 문연주는 그리 운이 좋지 못했다. 그는 쉴새없이 기침을 하며 루장월이 욕실로 간 사이 침대 끝자락 카펫에 주저 앉아 있었다, 주위엔 온통 물병을 엎어뜨린 채로.그는 아마 물 마시는 걸 통해 호흡기 내의 열감을 낮추려고 하는 것 같다.그녀의 발자국 소리에 문연주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두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으나 그 지경까지 가서도 끔찍하게 휘몰아치는 그의 감정을 제어하진 못했다.이대로라면 산 채로 그녀의 목을 부러뜨릴것만 같다.루장월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사장님 취하지도 않으셨네요.“진짜 취한게 맞았더라도 지금은 완전히 술에서 깼을거다.“뭐 필요하시면 알아서 전화하세요. 전 이만 갈게요.“그러면서 땅에 떨어진 가방을 주어 나가려고 한다.문연주의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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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루장월이 병상 앞으로 다가간다.“사장님 혹시 제가 수액 맞는거 지켜보시길 원하시면 저 여기 남을게요.“문연주가 휴대폰을 들더니 타닥타닥 몇 글자를 타자해 보인다.그리고는 그녀에게 보여주는데.“마음 약해졌나 보네?”마음 약해졌다 해도 좋고, 그의 복수가 두렵다 해도 좋다. 아무튼 하룻밤 곁에 있어 준다 해서 살점이 뜯겨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라도 갚아준다 생각하면 되는거다. 그녀가 생리통으로 쓰러졌던 그 날도 그가 병원에서 밤새 그녀를 지켜줬으니까.“루장월이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말했다. “시간 늦었어요. 사장님 일찍 주무세요.“문연주의 목은 미칠 정도로 아파서 침 넘기기도 힘든데 어디 잠이나 올까?그가 또 타자를 해 보여준다.“너 오늘은 성씨 자본 쪽 사람이랑 만나는건가?”그 날 식당에서 그녀를 본 걸까? 루장월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문연주는 몸을 뒤로 기울이며 침대 머리에 기댄다.그땐 이미 새벽이었는지라 입원 센터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들 역시 경황도 없이 온 거라 다인 병실에 들게 됐다. 다른 환자들을 위해 병실 조명은 이미 전부 꺼진 뒤였고 남은 건 어둡고 누런 천장 조명 뿐이었다. 불빛에 가려진 그의 얼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유난히 조용하고 차갑다. “신청을 떠나려고?”“......”사실 글로는 사람의 어조와 감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그걸 보는 순간 루장월은 문연주가 그 특유의 딱딱한 어조로 말하는게 그대로 느껴지며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불안을 못 이겨 그녀의 눈꺼풀이 몇 차례 뛴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그건 제 친구예요.”문연주가 비웃어댔다.그는 기다랗고도 골격이 명확한 손가락으로 빠르게 타자를 한다.“다리 다쳐서 병가 내고 출근 안 하더니 경찰서에, 스파에 파티에 친구까지 만나네. 루비서는 상황 봐가면서 아픈가 봐.”루장월의 두 눈이 찰나 잠깐 빛났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문연주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이내 휴대폰을 내려놓고 누워버렸다.그가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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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문연주는 이미 샤워를 끝내고 전신 거울 앞에서 세월아 네월아 셔츠 단추를 잠그고 있었다.휴대폰은 아무렇게나 옷장에 처박아 놓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루장월의 귀엔 그저 단단한 재질의 셔츠 원단이 스칠 때 그 삭삭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너무 익숙한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보지 못하고 소리만 들어도 머릿속엔 이미 그 장면이 영화처럼 자동 재생되니까.그는 블랙 셔, 블랙 슈트 바지 같은 블랙을 좋아한다. 유난히 그의 쭉 뻗은 길쭉한 몸매를 부각시키기도 하거니와 카리스마 역시 더욱 차가워 보이도록 해주기 때문이다.그는 늘 셔츠 단추를 잠그고는 턱을 들어 옷깃을 정리한다. 그의 턱선은 옷깃 못지 않게 날렵하고 뚜렷하다. 넥타이 매듭 역시 문씨 집안 계승자 다운 가장 전통적인 윈저 매듭이다.그는 또 시계함 속에서 정성껏 시계를 고를게 분명하다......잠깐!루장월은 두 눈을 감고 불편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그에 대한 너무 많은 기억들의 그녀 머릿속에 자리잡은 탓에 늘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와 그녀의 생각들을 꼬이게 했다. 루장월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사장님.”문연주는 옷장을 열어 줄지어 걸린 양복 중에서 아무렇게나 한 벌을 집어들곤 말했다.“동해안으로 돌아와. 차고에서 차 꺼내와서 나랑 같이 고객 만나러 가야 하니까.”그는 나무 옷걸이를 도로 걸고 겉옷을 챙겨입은 뒤 휴대폰을 집어들고는 계단을 내려가며 옷마디를 정리했다.“루비서, 마지막 일주일 본인 직책에 최선을 다해.”루장월이 두 눈이 반짝 빛난다. 그가 마지막 한 주라고 말했다. 그 말인 즉 이번 주가 끝나면 가도 된다는 건가?그녀가 재차 확인한다.“사장님 말씀은 일주일 뒤면 정상 퇴직이 가능하다는 건가요?”문연주가 말한다.“15분 준다. 당장 내 눈 앞으로 튀어와.”다른 면에서 어떤지는 잠시 제기하지 말도록 하자. 사실 문연주에겐 반발할 필요가 없어보인다.루장월은 믿는 구석이 생긴 느낌이다. 한 주일이면 한 주일이겠지, 말만 바뀌지 않는다면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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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그가 한 이 말의 뜻은……루장월은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움켜잡고는 재빨리 백미러를 흘겨본다.“그 비서 진짜 진 사장님 사람이에요?“어젯밤 잠을 설친 문연주는 불편한듯 눈꺼풀을 지그시 감고 있는다. 무쌍인 그는 겉으로만 봐도 과감하고 차가워보였다.“스파이 꽂는 방식은 그닥 고집 스킬이 아니었는데 미인계를 쓴 건 꽤나 괜찮았지.“확실히 괜찮긴 하다. 고른 사람 모두 그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으니.루장월이 짐작하건대 상대는 아마 어떠한 방법을 통해 문연주가 그의 아버지와 백유의 일로 틀어진 걸 알고 조치를 취해 비서를 데려온 것 같았다.비서에게서는 백유의 느낌이 물씬 났다. 그래서인지 문연주는 한눈에 그녀를 눈여겨봤고 심지어는 그녀를 의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기까지 했다.진짜 “중독적인 사랑”이네.루장월은 입을 빼죽 내밀었다. 사장님 요구사항이신데 하란 대로 할 수 밖에.그녀가 사무적으로 대답한다.“제가 최선을 다해 해결할게요.”문연주가 눈을 뜨고 그녀를 훑어보더니 이내 다시 눈을 감았다.그리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약속 장소에 가니 비서실의 다른 한 비서가 이미 팀을 이끌고 문어구에서 대기중이었다. 팀원들 중엔 그때 비서도 있었다.비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마 본인의 계획이 이미 들통난 걸 알아서겠지.담판이런 말 그대로 핵심을 직격하는 것이다. 루장월은 일부러 걸음을 늦춰 비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맨 뒤에서 걸어왔다.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진 사장님이 무슨 조건을 내걸었어요?”비서는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루장월이 이어서 말했다.“당신은 진 사장님이 문 사장님 곁으로 보낸 사람이에요, 문 사장님도 이미 다 아셨고요. 하지만 사장님이 당신한테 꽤나 흥미를 느끼시더군요. 진 사장님이 얼마를 드리겠다고 했는진 모르겠지만 저희는 그 두배를 드릴게요. 본인이 저희 쪽으로 이직할 생각먼 있다면요.”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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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루장월이 재빨리 일어나선 비서를 본인 뒤로 데려왔다.“진 사장님 손찌검하시는 것도 위법인거 아시죠? 응당 비서가 저희 쪽으로 넘어온 걸 ‘축하’해 주셔야 하는거 아닙니까. 몰래 상업 스파이 심으신 것도 엄연히 따지면 죄죠. 사장님 아무리 돈 많이 버신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요, 감옥에서는 쓰지도 못할텐데요!“”……“결국 진 사장은 이 악물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는 떠나기 전 잊지 않고 비서를 향해 ”너 딱 기다려“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딱 봐도 이미 제대로 눈 밖에 난 것 같다.비서가 얼굴을 감싸쥐고 흐느끼며 문연주 앞으로 다가갔다.”문 사장님……“비서는 사실 이 담판을 이길 수 있었던 일등 공신과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뺨까지 맞았으니 말이다.어떻게 보면 이 뺨은 문연주를 대신해 맞은걸지도 모른다.루장월은 문연주가 그녀를 잘 ”위로“ 해주길 바랬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먼저 나가라는 눈치를 주고는 그 둘에게 자리를 내줬다.모두 식당 밖에서 기라리고 있는 사이 그녀의 동료가 그녀에게 눈빛을 보낸다. 마치 비서와 사장이 그렇고 그런 사이냐고 묻는 것 같았다.루장월은 그저 손을 입에 갖다대며 ”쉿“하는 손짓만을 해보였다.동료는 여전히 문 사장의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장월아 너 퇴사 안 하는거야 아니면?”“퇴사 하겠다고 했으면 당연히 가야지, 남아버리는 건 직장 금기잖아. 그랬다간 보스한테서 어떤 타격을 받을지 몰라.“루장월은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 말했다.”난 인수인계만 끝내고 다음 주엔 떠날거야.“적어도 반시간에서 40분은 걸릴 줄 알았더니 5분도 채 안돼서 문연주와 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별다른 일은 없었던 모양이다……루장월은 조용히 차 믄을 열었다.문연주는 차가운 표정으로 루장월 곁을 스쳐가며 그녀를 바라봤다.“괜찮은 방법이었어.”아마 그녀가 성공적으로 비서를 포섭한 걸 ”칭찬“하는 것일거다.루장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문연주가 뒷좌석에 앉자 비서도 쭈볏쭈볏 따라 들어와서는 또 그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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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잠시 후 루장월은 문을 열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다른 두 동료 비서들은 그녀의 알 수 없는 표정을 보고는 호기심에 차 물어봤다.“장월아 왜 그래? 사장님이 너 욕하셨어?”“아니.”“그럼 너 표정이 왜 그래?”루장월이 중얼댄다.“지금 생각 중이야. 요즘 졸업 시즌도 아닌데 나 어디가서 대학생 찾지.…..”대학생 찾는 건 문제가 안됐다. 문제는 문연주가 원하는 사람은 대학생이 아니라 대학생 같이 청순하고 맹한 성격에 그에게 의지할 만한 사람을 원했기 때문이다.제일 중요한 건 그와 ”관계“ 잘전을 할 의향이 있는지였다. 그러니 이건 그냥 구인 정보를 올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이 일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님을 느낀 루장월은 자리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신청대학교에 가보기로 결심했다.때마침 그녀가 가던 날은 신청대학교 개방일이어서 신분증만 등록하면 들오갈 수가 있었다.그녀가 교수 청사를 빙 둘러본다. 대학 시절도 벌써 한참이나 지난 것 같아 낯설게만 느껴진다……허나 그녀는 이제 스물 다섯.그도 그럴 것이 3년동안 하도 많은 일이 있었어서 너무 많은 감정과 정력을 할애한 바람에 지난 시절을 회억할 여유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엔 별안간 먼 시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오스만투스 나무 아래 서있는 그녀가 고개를 들자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에 비친 그림자가 그녀의 얼굴에 살며시 내려앉는다. 루장월은 눈을 감고 미풍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는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무슨 일이 일어날진 꿈에도 모른채……“저기! 거기 여성분! 빨리 피해요!”누군가 소리를 친다.눈을 뜬 루장월이 눈 앞으로 농구공 하나가 전속력으로 날아오고 있는게 보였다.그녀는 웃으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는 각 잡고 한방에 공을 차 보냈다,축구공마냥 말이다.운동장에서 공을 치던 남학생들중 몇명은 공을 따라, 몇명은 그녀에게로 달려왔다.달려온 남학생은 그녀의 미모에 감탄하며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괜찮으세요? 저희 공이 빗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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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작년 비운 연회에서 그녀는 몸을 돌리다 그만 한 신사와 부딪친 적이 있었다. 재빨리 반응하긴 했지만 이미 상대의 소매를 젖게 만들고 말았다. 하지만 상대는 성격이 정말 유했고 전혀 그녀의 부주의함을 나무라지 않았었다.셔츠 값을 갚겠다던 그녀를 몇번이나 거절하던 그는 루장월의 고집에 결국 할 수없이 돈을 받았다.돈을 받았으니 깨끗이 정리됐다 생각한 루장월은 이 일을 더이상 마음에 두지 않고 있었다. 허나 그가 말을 꺼내니 다시 그 날 생각이 났다.루장월은 그제야 심 교수를 자세히 들여다 봤다.그는 젊고 예쁘장한 외모에 흰 피부를 가진 사람이 이었다, 그렇다고 병적으로 창백하게 흰 건 아닌.금색 뿔테 안경 뒤로 보이는 까맣고 긴 눈썹에 초롱초롱 빛나는 두 눈은 마치 손을 뻗어 시냇물을 어루만질때의 그 차갑지만 뼈 시리지 않은, 편안하고 쾌적한 느낌을 방불케 했다.더 아래로 내려가 오똑 솟은 콧대에 연한 입술, 그리고 곧게 뻗은 턱선은 따뜻하고 무해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루장월은 또 그의 귀에서 반짝이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다. 다시 보니 그제야 안경줄임을 알았다.사실 안경줄은 아주 “매혹”적이다.지적이면서도 사람을 끌리게 만듬을 형용할 만한 단어는 아마 “잘생긴 변태“밖에 없지 않을까.루장월은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능하다, 그래봤자 3초 5초 정도지만. 그리고는 자연스레 악수를 건네며 말한다.”안녕하세요, 심 교수님.“그는 악수를 받아 주지 않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사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학생들 따라 심 교수라고 부르는거 아닌가요, 그래도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하죠——저는 서청 심씨 일가의 넷째 심소흠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루장월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단 한번도 그가 심씨 일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심씨 일가가 서청에서의 지위는 문씨 일가의 신청에서의 지위와 같이 유일무이한 것이었다.그녀가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심씨 일가의 도련님이 대학교 교수님이실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실례가 많았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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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심소흠은 겨울 쿨톤이 틀림없다. 거기에 예쁘장한 이목구비까지 더하니 반달눈을 하고 웃을때면 마치 학생 시절 덕지체 어느 하나 뒤처지는데 없는, 그 누가 물어보는 문제라도 성심성의껏 대답해 줄것 같은 워너비 선배같아 보였다.음, 심소흠은 학생 때 아마 이런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선생님이 됐겠지.“……제 카톡 닉네임 때문에 교수님 웃으신거예요?”그개 아니라면 그는 왜 갑자기 이렇게 웃고 있는걸까?근데 루장월의 닉네임은 꽤나 정상적인 닉내임이었다. “Re.”, re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영어 접두사로 “다시”와 “또 한번”의 뜻을 갖고 있다. 문연주와 헤어지고 나서 고쳐 쓴거니 다시 시작, 다시 새출발이라는 뜻이었다.심소흠이 주먹으로 입을 막아 가볍개 기침을 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아까 휴대폰 안 가지고 와서 카톡 추가 못한다던 사람이 누구였나 해서요.”“……”루장월이 무념무상으로 답한다.“심 교수님 설마 제가 어린 친구 거절하려고 그런거 모르시는건 아니시죠?”심소흠이 말했다.“어린 친구라뇨, 아가씨 그 학생보다 훨씬 더 나이 많은 것도 아니면서요.””세 살이면 세대차이도 크죠.“루장월이 곱바로 말했다.심소흠은 눈썹을 으쓱하며 말한다.”그럼 안 되겠네요. 저희는 세대차이가 엄청나서요.“루장월이 흠칫 놀라더니 이내 웃어버리고 만다.식사를 끝마치고 심소흠은 자연스레 그녀에게 산책이나 하자고 했다. 루장월도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한참을 걷던 심소흠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다리를 바라본다.”아가씨 최근에 다리 다치지 않으셨어요?“루장월이 놀라서 묻는다.”그게 보이세요?“심소흠이 말한다.”제 둘째 형이 중의여서 한동안 배운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조금은 알고 있는데 걸음걸이가 조금 부자연스럽긴 하네요.“”그럼요. 보름 전에 무거운 물건에 깔려서 다쳤거든요. 인대뼈는 다치지 않았는데 일주일이 넘어서야 땅 밟고 걸을수 있었어요. 지금은 큰 통증은 없지만 아직도 어딘가 이상하긴 하네요.“”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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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루장월은 잠시 넋이 나갔다.심소흠은 여자애의 손을 잡더니 본인 앞으로 데려와 말했다.“까불지 마, 친구랑 있는 거 안 보여? 남들이 보면 웃어.“여자애가 입을 삐죽 내밀고 원망한다.”내가 얼마나 찾아다녔는데!“그들의 친밀도를 보니 일반적인 친구관계는 아닌 것 같다.그렇다면 혹시……여자 친구?루장월이 금방 이렇게 추측을 하고 나니 심소흠이 말했다.”우리 일은 나중에 다시 말해. 어른들 일에 끼어들지 말고 먼저 루 아가씨한테 인사부터 드려. 아가씨 여긴 다섯째 여동생 심묘묘에요.“여동생이었구나.루장월과 여자애의 눈이 동시에 마주친다. 둘은 모두 넋이 나갔고 심묘묘가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당신이군요!“”……“루장월도 그녀를 안다.전에 문연주를 좋아했던 그녀는 열렬히 그를 쫓아다니면서 꽃이며, 커피 공세를 펼쳤다. 심지어는 회사 문 앞에서 그를 막아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때 문연주 곁엔 이미 루장월이 있었기에 새로운 관계 발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는 단칼에 거절해벌렸다.마침 해외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었던 문연주는 그녀를 데리고 출국해 한 달 내내 업무를 봤다. 한 달 뒤 그들이 다시 귀국했을땐 여자애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그렇다면 이 둘의 교집합은 뭘까. 그녀가 문연주에게 처참히 거절당한 그 날, 대성통곡하며 비를 맞는 걸 보고 루장월은 그녀를 데리고 가 새 옷을 사입히고 학교에까지 데려다 줬었다.하지만.지금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더 중요한 건——이 여자애가 바로 그런 깔끔하고 청순한 외모에, 활발한 것만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문연주의 요구에 걸맞았다.더욱 공교로운 건, 이어지는 대화에서 루장월은 여자애가 이미 졸업을 했고 취업 준비 중임을 알게 됐다. 오빠를 위해 조교 일을 하려고 했지만 심소흠에 의해 거절당하고 말았다.루장월이 잠시 고민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심 아가씨 다른 업종 알아보실 생각은 없으세요?”……루장월은 심 아가씨의 이력서를 들고 회사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심호흠이 차를 끌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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