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비운 연회에서 그녀는 몸을 돌리다 그만 한 신사와 부딪친 적이 있었다. 재빨리 반응하긴 했지만 이미 상대의 소매를 젖게 만들고 말았다. 하지만 상대는 성격이 정말 유했고 전혀 그녀의 부주의함을 나무라지 않았었다.셔츠 값을 갚겠다던 그녀를 몇번이나 거절하던 그는 루장월의 고집에 결국 할 수없이 돈을 받았다.돈을 받았으니 깨끗이 정리됐다 생각한 루장월은 이 일을 더이상 마음에 두지 않고 있었다. 허나 그가 말을 꺼내니 다시 그 날 생각이 났다.루장월은 그제야 심 교수를 자세히 들여다 봤다.그는 젊고 예쁘장한 외모에 흰 피부를 가진 사람이 이었다, 그렇다고 병적으로 창백하게 흰 건 아닌.금색 뿔테 안경 뒤로 보이는 까맣고 긴 눈썹에 초롱초롱 빛나는 두 눈은 마치 손을 뻗어 시냇물을 어루만질때의 그 차갑지만 뼈 시리지 않은, 편안하고 쾌적한 느낌을 방불케 했다.더 아래로 내려가 오똑 솟은 콧대에 연한 입술, 그리고 곧게 뻗은 턱선은 따뜻하고 무해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루장월은 또 그의 귀에서 반짝이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다. 다시 보니 그제야 안경줄임을 알았다.사실 안경줄은 아주 “매혹”적이다.지적이면서도 사람을 끌리게 만듬을 형용할 만한 단어는 아마 “잘생긴 변태“밖에 없지 않을까.루장월은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능하다, 그래봤자 3초 5초 정도지만. 그리고는 자연스레 악수를 건네며 말한다.”안녕하세요, 심 교수님.“그는 악수를 받아 주지 않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사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학생들 따라 심 교수라고 부르는거 아닌가요, 그래도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하죠——저는 서청 심씨 일가의 넷째 심소흠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루장월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단 한번도 그가 심씨 일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심씨 일가가 서청에서의 지위는 문씨 일가의 신청에서의 지위와 같이 유일무이한 것이었다.그녀가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심씨 일가의 도련님이 대학교 교수님이실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실례가 많았습니
심소흠은 겨울 쿨톤이 틀림없다. 거기에 예쁘장한 이목구비까지 더하니 반달눈을 하고 웃을때면 마치 학생 시절 덕지체 어느 하나 뒤처지는데 없는, 그 누가 물어보는 문제라도 성심성의껏 대답해 줄것 같은 워너비 선배같아 보였다.음, 심소흠은 학생 때 아마 이런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선생님이 됐겠지.“……제 카톡 닉네임 때문에 교수님 웃으신거예요?”그개 아니라면 그는 왜 갑자기 이렇게 웃고 있는걸까?근데 루장월의 닉네임은 꽤나 정상적인 닉내임이었다. “Re.”, re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영어 접두사로 “다시”와 “또 한번”의 뜻을 갖고 있다. 문연주와 헤어지고 나서 고쳐 쓴거니 다시 시작, 다시 새출발이라는 뜻이었다.심소흠이 주먹으로 입을 막아 가볍개 기침을 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아까 휴대폰 안 가지고 와서 카톡 추가 못한다던 사람이 누구였나 해서요.”“……”루장월이 무념무상으로 답한다.“심 교수님 설마 제가 어린 친구 거절하려고 그런거 모르시는건 아니시죠?”심소흠이 말했다.“어린 친구라뇨, 아가씨 그 학생보다 훨씬 더 나이 많은 것도 아니면서요.””세 살이면 세대차이도 크죠.“루장월이 곱바로 말했다.심소흠은 눈썹을 으쓱하며 말한다.”그럼 안 되겠네요. 저희는 세대차이가 엄청나서요.“루장월이 흠칫 놀라더니 이내 웃어버리고 만다.식사를 끝마치고 심소흠은 자연스레 그녀에게 산책이나 하자고 했다. 루장월도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한참을 걷던 심소흠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다리를 바라본다.”아가씨 최근에 다리 다치지 않으셨어요?“루장월이 놀라서 묻는다.”그게 보이세요?“심소흠이 말한다.”제 둘째 형이 중의여서 한동안 배운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조금은 알고 있는데 걸음걸이가 조금 부자연스럽긴 하네요.“”그럼요. 보름 전에 무거운 물건에 깔려서 다쳤거든요. 인대뼈는 다치지 않았는데 일주일이 넘어서야 땅 밟고 걸을수 있었어요. 지금은 큰 통증은 없지만 아직도 어딘가 이상하긴 하네요.“”저도
루장월은 잠시 넋이 나갔다.심소흠은 여자애의 손을 잡더니 본인 앞으로 데려와 말했다.“까불지 마, 친구랑 있는 거 안 보여? 남들이 보면 웃어.“여자애가 입을 삐죽 내밀고 원망한다.”내가 얼마나 찾아다녔는데!“그들의 친밀도를 보니 일반적인 친구관계는 아닌 것 같다.그렇다면 혹시……여자 친구?루장월이 금방 이렇게 추측을 하고 나니 심소흠이 말했다.”우리 일은 나중에 다시 말해. 어른들 일에 끼어들지 말고 먼저 루 아가씨한테 인사부터 드려. 아가씨 여긴 다섯째 여동생 심묘묘에요.“여동생이었구나.루장월과 여자애의 눈이 동시에 마주친다. 둘은 모두 넋이 나갔고 심묘묘가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당신이군요!“”……“루장월도 그녀를 안다.전에 문연주를 좋아했던 그녀는 열렬히 그를 쫓아다니면서 꽃이며, 커피 공세를 펼쳤다. 심지어는 회사 문 앞에서 그를 막아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때 문연주 곁엔 이미 루장월이 있었기에 새로운 관계 발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는 단칼에 거절해벌렸다.마침 해외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었던 문연주는 그녀를 데리고 출국해 한 달 내내 업무를 봤다. 한 달 뒤 그들이 다시 귀국했을땐 여자애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그렇다면 이 둘의 교집합은 뭘까. 그녀가 문연주에게 처참히 거절당한 그 날, 대성통곡하며 비를 맞는 걸 보고 루장월은 그녀를 데리고 가 새 옷을 사입히고 학교에까지 데려다 줬었다.하지만.지금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더 중요한 건——이 여자애가 바로 그런 깔끔하고 청순한 외모에, 활발한 것만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문연주의 요구에 걸맞았다.더욱 공교로운 건, 이어지는 대화에서 루장월은 여자애가 이미 졸업을 했고 취업 준비 중임을 알게 됐다. 오빠를 위해 조교 일을 하려고 했지만 심소흠에 의해 거절당하고 말았다.루장월이 잠시 고민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심 아가씨 다른 업종 알아보실 생각은 없으세요?”……루장월은 심 아가씨의 이력서를 들고 회사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심호흠이 차를 끌고 그녀
심소흠은 앞으로 조금 이동해 그녀를 비운으로 데려다 줬다. 루장월은 손에 군만두를 들고 차에서 내리고는 허리를 숙여 그에게 잘가라는 손인사를 해보였다.한편 비운에 문연주를 찾아온 수옥이 때마침 이 장면을 보게 됐다. 그는 눈썹을 들썩거리더니 한발 앞서 회사로 들어갔다. 그가 문연주를 찾아오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통보도 필요없이 바로 올라가면 그뿐인 것이다.그가 노크를 한다문연주가 방문 넘어 대답한다.”들어오세요.“수옥이 문을 밀고 들어간다.문연주가 고개를 들어 그를 한번 쳐다본다.”아무데나 앉아.“그는 아직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수옥도 개의치 않고 그의 커피머신으로 스스로 커피를 내리고는 한 모금 마신 뒤 생각없이 툭 내뱉는다.“루비서 요즘 잘나가나봐. 금방까진 소운이더니 이젠 심소흠이네——방금 심소흠이 데려다 주는 거 내가 봤거든, 그 둘은 언제부터 접점이 있었지?“문연주가 고개를 들더니 미간을 찌푸린다.수옥이 숨은 뜻이 있는 듯한 묘한 말을 꺼낸다.“근데 루비서가 확실히 심소흠 취향이긴 하지.”심소흠은 겉보기엔 모범적인 군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취향은 아주 “저급“했다. 잘록한 허리를 좋아하는 그에게 루장월의 그 몸매는 완벽히 적합했다.문연주도 홀짝 커피를 마셨다. 이미 식어버린 커피때문에 그의 얼굴도 따라서 차가워졌다.수옥이 느릿느릿 말한다.”많이들 루장월을 갖고 싶어한다고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넌 여태 믿지 않았지만.“바로 이 타이밍에 루장월이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문연주는 감정없는 목소리로 말한다.”들어오세요.“사무실에 들어온 루장월이 수옥이 있는 걸 보고 정중히 인사를 드린다.”수 사장님.“수옥이 고개를 까딱 흔든다.루장월은 문연주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문 사장님. 제가 사장님 요구에 부합하는 어울리는 지원자를 찾았습니다. 여기 이력서 한번 보세요.“그러나 문연주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루장월은 업무시 늘 정장을 입고 다닌다. 흰 셔츠와 짧은 스커트, 셔츠는 치마 속에 가지런히
여자에 관한 말은 한가할때나 심심함을 달래려 두어마디 주고 받는거지, 그들의 핵심은 아직 업무 있었다. 수옥이 커피잔을 내려놓고 오늘 그를 찾아온 진짜 업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심취해 말하는 사이 오후가 훌쩍 지나갔다.퇴근 시간이 되고 밥 먹을 채비를 한 두 사람은 금방 사무실에서 나와 아까 그 비서가 물 반컵을 루장월에게 뿌리는 걸 목격했다.어찌나 급작스러웠는지 루장월은 피할새도 없었고 물은 그녀의 얼굴에서부터 정교하게 뻗은 아래턱까지 내려와 한방울 한방울 옷 위로 떨어졌다.비서는 컵을 버리고 입을 굳게 다물고는 몸을 돌려 도망가 버렸다. 모양새를 보니 울었던 것 같다.“……”루장월은 담담란 얼굴로 사무실애 있는 다른 사람들 시선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종이 몇 장을 뽑아 얼굴을 닦았다.문연주에겐 이미 알맞는 비서 후보가 생겼으니 그녀는 자연히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고 루장월은 인사부더러 그녀에게 내일부터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하게 했다.비서는 단번에 눈치를 챘다. 그녀는 그들에게 아니——정확히말하면 루장월에게 차였다는 걸.진 사장도 배신하고 그들에게까지 차이고 나니 수치심이 분노로 뒤바뀐 그녀가 앞뒤 생각도 안하고 비로 루장월에게 차가운 물을 퍼부었던 것이다.하지만 루장월은 화가 난다기 보단 귀찮은 마음이 더 컸다.정말 너무 귀찮다.문연주가 법을 들먹이며 그녀를 입박하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지금쯤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텐데, 이렇게 돌아와 그의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또 그를 위해 “미인 고르기”에 쓸데없는 “도화”들까지 처리해야 하니 말이다.루장월은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려 탈의실로 가 셔츠부터 갈아입으려 했다.뒤 도는 순간 문연주가 무표정으로 수옥과 함께 그녀를 바라보는게 보인다.루장월이 잠시 뜸알 들이더니 보고를 드리며 말했다.“사장님, 비서에 관한 일은 제가 이미 처리했습니다.”문연주가 매정하게 지적질을 하며 말한다.“형편없게 처리했지. 너의 능력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문연주가 별안간 걸음을 멈추더니 서늘한 얼굴을 하곤 양복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던지다 싶이 걸쳐주며 말한다.“자기절로 옷 사서 바꿔입어.“루장월은 외투를 걸치지 않았고 옷은 그렇게 바닥에 떨어졌다.문연주의 안색이 한층 더 서늘해지더니 말한다.“너 지금 나한테 화 내는거야?“수옥은 참지 못하고 콧등을 만졌다. 세상에나……루장월이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휴게실에 바꿔입을 옷 있다고 했잖아요. 사장님만 아니었으면 돈 들여서 셔츠 살 일도 없죠.““너 셔츠 하나 살 돈도 없어?”문연주가 가죽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똑같이 그녀에게 던져줬지만 그녀가 받지 않아 또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신경전을 벌였다.결국엔 보다 못한 수옥이 땅에 떨어진 외투를 집어 먼지를 털어주곤 카드를 주머니에 넣은채 루장월의 어깨에 걸쳐주며 말했다.“맞은켠에 백화점 있는데 여성복도 팔거예요. 날도 추운데 루비서 하나 골라서 바꿔입어요,감기 걸리면 안되니까.““카드는 맘대로 긁어, 얼마정도 사도 괜찮으니까……우린 먼저 “송학거”에 가 있을게. 옷 다 사면 바로 건너 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문연주가 차가운 눈빛으로 루장월을 한번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가버렸다.수옥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뒤따라갔다.루장월은 단 일초도 참지 못하고 외투를 벗어던져 손에 꽉 움켜쥔다. 바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말이다.이 남자가 진짜!장장 3분동안을 화를 삭힌 루장월은 겨우 진정하고 맞은 켠 백화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한편 여기서는 수옥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한다. “너는 어? 그렇게 이유도 없이 루비서 못살게 굴어야겠냐?“그의 여자가 남들 입에 오르락 내리락하는데 이건 순전히 본인 앞길을 막는게 아니고 뭐란 말인가?문연주는 그저 그녀가 뭘 하든 다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다.수옥이 따끔하게 말한다.“너도 꼭 후회할 날이 있을거야.”……루장월은 백화점으로 들어가 브랜드를 고르지도 않고 아무 옷이나 고른 뒤 치수를 알려줬다.“
이 식사 자리에서 루장월은 딱히 끼어들어 할 말이 없었기에 조용히 식사에만 집중하고 있었다.심묘묘가 문연주를 붙잡고 이것 저것 묻는 사이 루장월은 벌써 죽순마 삼계탕,게장 두마리,새우 튀김 세 개에 푸아그라 절편,계피 생선,배추 절임까지 해치우고 있었다.수옥은 속으로 이 여자 식욕이 엄청나다며 감탄을 하고 있다.문연주 역시 처음으로 그녀가 이렇게 잘 먹는걸 본것 같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며칠 굶긴 줄 알 정도로 집중해 먹고 있는 그녀는 다른 사람은 거들꺼 보지도 않는다.그가 별안간 입을 연다.“너 다 먹었어?“고개를 든 루장월은 그가 자신을 보며 묻는걸 알곤 레몬차를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사장님 무슨 지시 사항이라도?“문연주가 말한다.”심 아가씨 집에 데려다 드려.“루장월은 차가 없는데 어떻게 데려가라는 건가?하지만 반박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이 기회를 틈 타 빠져나가기 위해 얼른 대답했다.”알겠어요.“심묘묘도 그녀와 함깨 가길 원했는지 백을 들고 몸을 일으킨다.”그럼 연주 오빠, 저희 내일부터 회사에서 봬요.“문연주가 고개를 끄덕인다.심묘묘가 루장월의 팔짱을 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부른다.“장월 언니~”두 사람이 식당을 나가는 걸 본 수옥은 문연주를 어이없어 한다. 심묘묘를 우연히 만난건데 어떻게 그의 썸 상대를 루장월더러 집에 데려다주게 할 생각을 할 수 있지?그가 말한다.“네가 루비서더러 데려다 주라고 하면 또 심소흠이랑 마주칠거 아니야?”문연주가 미간을 찌푸린다.루장월과 심묘묘는 길가에서 콜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묘묘는 어린 애처럼 친하지도 않은데 친근하게 손을 잡고는 상반신을 완전히 그녀의 어깨에 기댄채 끈적끈적하게 말했다.“사장님 너무 잘 생기셨어요~”“전 대학교 4년동안 한번도 이렇게 잘 생긴 남자를 본 적이 없어요, 남자 연예인들 보다도 훨씬 잘 생겼어요! 그리고 일종의 매력같은 게 있는데 뭐랄까. 장월 언니는 알죠,일종의 그런……그런……뭐라고 해야 하지, 아무튼 전 3년이 지나도 잊혀
심묘묘가 흥분에 겨워 말했다.“진짜요? 좋아요!”그녀는 폴짝폴짝 뛰며 날 듯이 기뻐했다. “장월 언니, 그럼 전 언니 안 따라갈게요. 저희 내일 회사에서 봐요~“루장월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문연주는 바로 가버린다.루장월은 길가에서 계속 콜택시를 기다리며 속으론 언제부터 심묘묘와 자신이 친한 언니 동생 사이가 됐는지, 문연주와는 이미 연인사이가 된건지 담담하게 생각을 했다.“문연주 여자 친구“라는 지위는 원래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구나.백유도 되고 심묘묘도 되고.다시 돌이켜보니 3년을 따라다니고도 아무런 칭호 하나 없었던 건 오직 그녀 뿐이다.흥.그저 루장월은 문연주의 “먹성“이 그리 좋은 줄 몰랐을 뿐이었다.이튿날, 그녀가 회사에 도착했을때 비서실엔 심묘묘 뿐만 아니라 그 비서도 함께 있었다.비서가 우쭐거리며 그녀 앞으로 다가와선 득의양양하게 말한다.“사장님이 저더러 돌아오시라고 한거예요. 제가 회사에 세운 공이 있으니 절 해고하지 않으시겠다고요. 그 누구더러 잘난 체 하지 말라네요.“루장월은 속으로 몇번이고 눈쌀을 찌푸렸지만 겉으론 아무런 티도 내지 않았다.어제 이미 그녀가 이해관계에 대해 명명백백히 설명했고 문연주도 이에 동의해서 다시 심묘묘를 찾은건데 왜 비서더러 더 남아있으라고 하는거지?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건, 비서의 눈엔 오만 뿐만 아니라 미움도 함께 공존해 있다는 것이었다.루장월은 서류를 제출하러 문연주의 사무실로 가면서 이참에 그에게도 물었다.“사장님 어제 분명 저한테 그 비서 남기지 말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문연주가 도리어 반박한다.“너 비서한테 내가 아주 마음에 들어한다 했다며? 네가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그럼 나도 자연히 남겨야지.”“제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앞전 차 안에서 저한테 그 비서만 데려오면 진 사장님께 한 발 양보하시겠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건 흥미를 느끼는 게 아니면 뭔가요?“따져보면 어제 루장월이 덮어썼던 물 반 컵과 비서의 살기는 그녀를 향하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