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묘묘가 흥분에 겨워 말했다.“진짜요? 좋아요!”그녀는 폴짝폴짝 뛰며 날 듯이 기뻐했다. “장월 언니, 그럼 전 언니 안 따라갈게요. 저희 내일 회사에서 봐요~“루장월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문연주는 바로 가버린다.루장월은 길가에서 계속 콜택시를 기다리며 속으론 언제부터 심묘묘와 자신이 친한 언니 동생 사이가 됐는지, 문연주와는 이미 연인사이가 된건지 담담하게 생각을 했다.“문연주 여자 친구“라는 지위는 원래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구나.백유도 되고 심묘묘도 되고.다시 돌이켜보니 3년을 따라다니고도 아무런 칭호 하나 없었던 건 오직 그녀 뿐이다.흥.그저 루장월은 문연주의 “먹성“이 그리 좋은 줄 몰랐을 뿐이었다.이튿날, 그녀가 회사에 도착했을때 비서실엔 심묘묘 뿐만 아니라 그 비서도 함께 있었다.비서가 우쭐거리며 그녀 앞으로 다가와선 득의양양하게 말한다.“사장님이 저더러 돌아오시라고 한거예요. 제가 회사에 세운 공이 있으니 절 해고하지 않으시겠다고요. 그 누구더러 잘난 체 하지 말라네요.“루장월은 속으로 몇번이고 눈쌀을 찌푸렸지만 겉으론 아무런 티도 내지 않았다.어제 이미 그녀가 이해관계에 대해 명명백백히 설명했고 문연주도 이에 동의해서 다시 심묘묘를 찾은건데 왜 비서더러 더 남아있으라고 하는거지?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건, 비서의 눈엔 오만 뿐만 아니라 미움도 함께 공존해 있다는 것이었다.루장월은 서류를 제출하러 문연주의 사무실로 가면서 이참에 그에게도 물었다.“사장님 어제 분명 저한테 그 비서 남기지 말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문연주가 도리어 반박한다.“너 비서한테 내가 아주 마음에 들어한다 했다며? 네가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그럼 나도 자연히 남겨야지.”“제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앞전 차 안에서 저한테 그 비서만 데려오면 진 사장님께 한 발 양보하시겠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건 흥미를 느끼는 게 아니면 뭔가요?“따져보면 어제 루장월이 덮어썼던 물 반 컵과 비서의 살기는 그녀를 향하는 게
루장월이 고개를 드니 비서가 웃음을 꾹꾹 참는듯한 모습으로 말한다.“루비서님 빨리 처리해주세요. 얼른 써야 돼요.“서류를 열어보니 진 사장 계약서다. 그녀는 도로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이 협력건은 본인이 맡고 있는 건데요. 전 마지막 회담에만 참여 했을 뿐입니다.“비서가 팔짱을 끼며 말한다.“문 사장님이 그러시는데 비서실 모든 서류는 수석 비서가 담당한다고 하시던데요.““그럼 사장님더러 직접 저한테 와서 말씀하시라고 하세요. 제가 담당해야 하는 문건이면 제가 무조건 책임집니다.“루장월은 바로 서류를 비서 자리로 던져버리고 책상 끄트머리에 있던 물 컵도 함께 엎어버렸다.비서가 화가 폭발해서는 소리친다.“너!”루장월은 받은대로 갚아줬을 뿐이었다.심묘묘는 눈을 꿈벅꿈벅거리더니 자발적으로 와서는 땅에 엎어진 루장월이 보온병을 주워 책상에 올려주곤 비서를 밀어 비서실 밖으로 나갔다.“저,언니. 제가 금방 와서 화장실이 어딘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저 데리고 같이 가주세요.“그녀는 금방 화장실에 다녀왔지만 이렇게라도 둘을 떼어놔야 진짜 싸우는 걸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다른 두 비서들도 연신 루장월을 달래며 말했다.“문 사장님이 요구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너도 너무 그러지는 마.“그들은 문연주가 극대노해 그녀들을 발령낼 게 두려웠던 것이다.일은 그들이 상상하던 그대로 전개됐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비서가 퉁퉁 부은 눈으로 사장실로 달려가 고자질하는 걸 보게 됐다. 채 10분도 되지 잖아 루장월 역시 들어오라는 문연주의 연락을 받았다.이 장면,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다.지난 번 발령때도 똑같은 이 절차였다.두 명의 비서는 근심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지만 루장월은 오히려 평온한 마음으로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문 사장님.”문연주가 옷걸이에 걸려있던 양복 외투를 입으며 그녀를 보지도 않은 채 지시를 내린다.“책상 위에 있는 서류 들고 가서 기사한테 말해. 5분 뒤 정문에서 픽업하라고.“루장월은 이해가 가지 않는
아이스크림점을 지나게 되자 심묘묘는 잔뜩 애교를 부리며 문연주에게 막대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했다. 방천 역시 갈증이 난다며 사달라고 했고 문연주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들더러 직접 기서 고르도록 했다.문연주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보니 루장월이 좋아했던게 문득 생각이 났는지 하나를 가지고는 뒤로 몸을 돌렸다. 허나 루장월은 항상 달고 다니던 보온병을 열어 물을 마시고 있었다.“……”루장월도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번 생리통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는 유산으로 인한 자궁 손상으로 추측하고 잘 요양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찬 음식과 얼음 들어간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평소엔 대추차만 마셨댔다.문연주는 무표정으로 막대 아이스크림을 도로 냉장고에 가져다 놨다.심묘묘가 “앗”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스크림이 녹아 손가락에 떨어졌는데 종이로 두어번 닦은 뒤에도 끈적끈적하니 불편했는지 말한다.“여기 화장실 없어요?”“있어요. 저기서 코너만 도시면 돼요.”쇼핑몰 관리자가 길을 안내해주자 심묘묘는 아이스크림을 던져버리고 말했다.“연주 오빠. 저 가서 손 씻고 올테니까 저 기다려야 돼요.”문연주는 브랜드 관계자에게 상황 설명을 듣고 있었는데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무튼 고개를 끄덕이긴 한다.심묘묘는 혼자 화장실로 향했다.루장월은 다른 데를 돌아보다가 우연히 뷰티 매장 가이드 둘이 말하는걸 엳듣게 됐다.“너 그거 알아? 우리 매장 근처에 바바리맨 나타났대! 나 어젯밤에 퇴근하다가 먼데서 그 사람 보고는 까무러칠 뻔했다니까!”“나도 알아. 누가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들이 어디로 숨어들었는지 그 사람 못 잡았대……설마 우리 매장에 있는 건 아니겠지……”루장월이 정신이 번뜩 들어 뒤를 빙 돌아봤다. 문연주는 아직도 브랜드 관계자와 대화중이고 방천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심묘묘만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그녀가 시계를 들여다 본다. 벌써 10분이나 지났다, 예감이 좋지 않았던 그녀는 재빨리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금방 가려는데
바바리맨은 가드들에 의해 잡혔고 파출소로 인계됐다.심묘묘는 충격이 컸는지 불쌍한 척 울면서 자기 몸을 더럽혔다고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연주를 붙잡곤 꼭 자기 곁에 있어달란다.결국 오늘의 외부 시찰응 할수 없이 마무리 됐고 그들은 근처에 있는 호탤 방을 잡아 그녀가 샤워를 하게 했다.문연주가 사람을 시켜 심묘묘더러 옷을 사주게 했다.심묘묘가 글썽이며 말한다.“다른 사람은 싫고 장월 언니요. 장월 언니 저 도와서 사주세요, 다른 사람들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래요. 전 못난 옷은 입기 싫거든요!”문연주가 루장월을 바라본다. 루장월이 알아 차리고 인차 답한다.“제가 가서 사올게요.”문연주의 시선이 한참동안 그녀의 얼굴에서 머물더니 그제야 입을 연다.“호텔 맞은켠에 옷 가게 있으니까 먼저 가서 사고 회사 가서 청구해.“알겠다고 답하고 뒤 돌아 두 발자국 걸어간 루장월에게 그가 또 한마디를 덧붙인다.”필요하면 너도 사도 돼.“루장월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심묘묘가 문연주의 옷을 끌어당기며 바바리맨 몸에서 약한 냄새가 났어서 아직도 그게 잊혀지기가 않는다며 헛구역질을 하며 말하는게 보인다.”연주 오빠. 제 곁으로 더 와요, 오빠한테선 좋은 냄새 나……“루장월은 시선을 거두고 방을 나왔다.방천이 뒤따라 나오며 말했다.”여자애가 나이는 어린데 잔꾀는 많네.”딱히 그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루장월은 표정 변화도 없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고 이윽고 문이 열렸다.방천을 문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쟤 순진한 척, 약한 척 하는거 안 보여? 옷 사준다 해도 그건 그냥 못 살게 굴고 떼어놓으려고 그러는 거잖아. 우리 둘 다 없으면 방에서 무슨 일 생길지 생각해 봤어?”그녀가 목을 만지며 심묘묘 성대모사를 하며 말했다.”연주 오빠, 저 혼자 있기 무서워요. 오빠가 저 씻겨주면 안 돼요……“루장월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한다.”방비서 취비가 성대모사면 연예계 입성이나 해보지 그래. 난 이런 행위 예술 안 좋아하니
루장월이 끄덕하지 않고 말한다.“비서라면 당연히 준비가 잘 돼 있어야죠. 뭐 틀린것도 아닌데요.”문연주가 답한다.“넌 그렇게 내가 쟤랑 무슨 일 생겼으면 좋겠어?”“사장님이 뭘 하고 싶으시든 저랑은 상관 없어요.”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문연주가 갑자기 그녀를 향해 걸어온다. 루장월은 직감적으로 그가 기분이 안 좋다는 걸 알고는 뭘할지 몰라 뒷걸음질을 쳤다.마침 이때 심묘묘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연주 오빠, 저 옷 갈아 입었어요.”루장월이 곧장 말한다.“그럼 전 먼저 아가씨 데려다 줄게요.”심묘묘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괜찮아요 장월 언니, 저 이미 괜찮아졌어요. 계속 출근할 수 있어요.”“그렇게까지 꾸역꾸역 안 해도 돼.”“저희가 같이 겪은 일인데 장월 언니는 울지도 않고 저도 더 이상 약하게 굴 순 없어요. 저도 용감해 질거예요!”심묘묘는 진지하기 그지없었다.문연주는 누구도 보지 않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회사 돌아가자.” 회사 돌아온 루장월이 비서실로 가려는데 문연주가 그녀의 팔목을 붙잡고 말했다.“따라 와.”그녀는 강제로 사무실로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루장월이 미간을 찌푸린다. 상사와 직원 사이의 이런 신체적 접촉은 누가 봐도 합리하지 않은데 말이다.그녀가 얼른 손을 빼내며 말한다.”사장님 지시 사항 있으시면 바로 말씀하시면 돼요.“문연주가 차갑게 말한다.”매장 일 때문에 그러는거야.“루장월이 그에게 보고한다.”제가 이미 매장 측과 말해봤습니다. 바바리맨은 매장에 있는 화물 옮기는 뒷문으로 들어왔을거라고 하네요, 보안도 그리 심하지 않아서요.“”당연히 매장 측에서도 관리상의 허점을 인정했고요. 이런 일들은 매장에 부정적 영향을 줘 이미지에 타격을 주니 거기서 내놓은 방안은 보안을 강화하고 감시 및 순찰을 강화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거였습니다.“”제가 그 사람들한테 놀란 사람이 서청 심씨 가문 아가씨라고 말씀드렸어요. 아가씨에게 직접 사과드리길 원하더군요. 선물도 보내드릴건데
탕비실 입구로 걸어갔던 루장월이 때마침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됐다.그녀가 우뚝 걸음을 멈춘다.심묘묘가 재빨리 대답했다.“저희 사이 이간질하지 마세요!“”연주 오빠랑 장월 언니가 설령 진짜 뭐가 있다고 해도 전 장월 언니랑 공평하게 경쟁할거예요! 비서님도 연주 오빠 좋아하면 같이 공평하게 경쟁해도 돼요. 전 제가 그 누구보다 우월하다고 자신해요. 연주 오빠는 결국 저와 함께하게 될거예요!“루장월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심묘묘는 확실히 착한 여자애다. 근데 이 방천이란 사람은 그녀를 이용해 심묘묘를 처리하지 못하니 바로 심묘묘를 꼬드겨 그녀를 처리하려 든다. 뭐든 하지 않는게 좋을거다, 그랬다간 그때는 그녀 또한 이판사판이니까.……저녁 퇴근 뒤 루장월은 1층 로비에서 심소흠을 봤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심 교수님.”“루 아가씨.”심소흠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다.루장월이 추측하며 말한다.“아가씨 데리러 오셨군요? 제가 내려올때 동료와 얘기하고 있던데 아마 곧 내려올거예요.”심소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 매장에서의 일은 저도 다 들었어요. 비서님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미처 못 드렸네요.”“그게 무슨 목숨 바쳐 구한거라고요, 그저 손 드는 일만큼 간단한 일이었는걸요. 그리고 제가 없었더라도 아가씨는 그때 별일 없으셨을거예요.”따뜻한 심소흠의 눈빛이 안경 너머로 비춰진다.“하지만 현실은 확실히 비서님이 제 동생을 구해주신 거죠.”루장월이 멋쩍게 웃어보이며 말한다.”알겠어요. 교수님 감사 인사는 제가 먼저 받을게요.“심소흠이 말한다.”고맙다는 말로는 안되죠.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루장월이 다급하게 말했다.“진짜 괜찮아요.”심소흠이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늘어놓는다.“제가 식사라도 안 대접하면 양심에서 내려가질 않아서 그래요.”그저 밥 한끼다. 연신 거절하는 것도 아닌듯 하니 루장월도 결국 승낙하며 말했다.“그럼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얼마나 지났을까, 심묘묘가 내려왔다. 그녀 역시 열정적
다음 날, 루장월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해 보온병을 들고는 더운 물을 받으러 탕비실로 향했다. 업무 시작 전이였던지라 이내 그녀는 수납장에 기대어 휴대폰을 꺼내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그 날 문연주가 본인 어머니 얘길 꺼낸 뒤로 마음 한구석이 줄곧싱숭생숭했던 루장월은 이틀 만에 예전 이웃집 전화번호를 찾아냈다. 연락해서 한번 여쭤나봐야겠다.전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여보세요, 누구시죠?”루장월이 답했다.“진 아주머니, 저 장월이예요.”“어머 장월아, 너 아줌마 번호 어떻게 알았어?”루장월이 나지막이 말했다.“전에 저장했었어요.”아주머니가 물으신다.“그럼 나한텐 무슨 일로 연락했어?”“아주머니, 저희 엄마 아빠랑 아직도 이웃이세요? 두 분 요즘엔 어떻게 지내시나요?”아주머니가 답했다.“아줌마는 이사 간지 한참이야, 거기 안 살거든, 지금은 아들 내외랑 같이 살고 있어. 너희 엄마 아빠랑도 연락은 자주 안 해, 지난번 봤을 땐 괜찮아 보이셨는데 최근엔 어떤지 잘 모르겠구나.”루장월이 실망스러움을 안고 대답한다.“그러시군요.”“장월아, 부모님 어떠신지 알고 싶으면 왜 직접 연락해 보지 않는거야? 내가 두 분한테 듣기론 너 다른 지역으로 일하러 갔다던데 여태 계속 안 돌아간거니?”루장월이 곧장 답했다.“저 연락해 봤어요, 근데 부모님이 전화번호를 바꾸신 것 같더라고요, 전화 연결이 안 돼요.”아주머니가 중얼거리셨다. “전화번호 바꾼걸 어떻게 딸한테 안 알려줘...... 안 그러면 아줌마가 너한테 그분들 번호 줄테니까 직접 연락해 볼래?”루장월이 감격에 차서는 말했다.“네, 감사드려요 아주머니.”번호를 저장하자 마자 루장월은 곧바로 연락을 취했다.연결음이 두번 들리더니 이내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루장월이 자기도 모르게 전화를 끊어버리고 만다. “......” 그건 바로 어머니 목소리였다.루장월은 입술을 꽉 깨물고 휴대폰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수납장에서 티백을 꺼내 보
이 말 한마디로 인해 루장월은 완전히 부모님께 실망해 버렸고 그 뒤 3년간 다시는 그들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었다. 몇개월 전 갑자기 불 지펴진 생각으로 연락했지만 그 마저도 통하지 않게 되기 전까진 말이다.그땐 헛웃음 밖에 안 나왔다. 독한 정도로 따지면 그녀의 부모님처럼 자식과의 완전히 절연해버리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나.지금 어머니 목소리를 들어보니 괜찮아 보이시는데 그럼 신경끄고 각자 갈 길 가면 되겠다.차가 담긴 보온병을 들고 루장월은 다시 비서실로 돌아갔다.금방 자리에 앉자 마자 방천이 어제 그 서류를 또 다시 그녀의 책상 위에 던져 놓더니 제법 우쭐대며 승리감에 도취해 말했다.“내가 이미 사장님이랑 말해봤는데 콕 찝어서 너 보고 맡으시라네!”그래 뭐.엉망진창인 사무실에서 한시도 더 있고 싶지 않았는데 차라리 잘 됐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서류와 가방을 들고 자리를 떴다.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방천의 두 눈은 여전히 이글이글 블타오른다.회사에서 나온 루장월은 일단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부터 시키고 의자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 봤다.30분 정도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전반적인 프로젝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현재의 핵심은 진 사장더러 그 날 사인 못했던 보충 협약에 사인하도록 하는 것이다.사실 이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필경 그 날 그들에게 약점 잡혀 역겨움을 참으면서 겨우 계약서에 사인한 진 사장이거늘 오늘 다시 찾아간다고 해도 8,9할은 거절당할게 뻔하니 말이다.루장월이 골머리를 앓으며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하던 그때 누군가 테이블을 가볍게 똑똑 두드렸다.섬섬옥수같은 손가락을 따라 위로 쭉 시선을 올리다보니 옅은 미소를 띤 심소흠과 눈이 마주쳤다.그는 오늘 은색 테두리에 여전히 우아해보이는 안경줄이 달린 안경으로 바꿔끼고 왔다. 조금은 의외였던 루장월은 한 쪽으론 서류를 덮고 한 쪽으론 허리를 곧게 세우며 말했다.“심 교수님이 어쩌다 이쪽에 오셨어요? 또 동생한테 군만두 사주